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49화 (149/283)

< --14장. 기연. 기연. 기연.

-- >

영단이다.

웅-!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게 왜 영단이라고 불리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집중된 마나를 뭉쳐 보낸다는 점에서는 영적인 단환이라는 단어에 맞겠지만 그렇게 치면 검강도 둥그렇게만 뽑으면 영단인가? 흔히 영단이라고 하면 영력이 모여 굳혀진 물건을 말하는 것일 텐데.

'물질화를 시키면 되나?'

물론 그게 되겠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보조스킬 창생을 가지고 있는 나였기 에 별 망설임 없이 정신을 집중했다. 요 근래에 정령술을 연마하던 나였기에 정신집중은 그야말로 숨 쉬듯 행할 수 있었다.

푸슛! 촤아악!

그러나 결과는 실패. 모였던 영단은 그대로 크리스티나의 몸에 흡수되어 버렸다.

"아, 안돼........ 가, 강해요...... 너무 강...... 히익----♡♡!?!?"

마침내 영단이 뿜어지는 순간 교성과 함께 온 몸을 파르르 떨며 혼절해 버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그녀를 정복한 쾌거의 순간이었지만 이미 내 관심은 거기에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때문이다. 분명 될 거라 생각했는데 왜 안 되지? 색선의 경지에 이르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이름이 영단이라면 이쯤은 스킬 수준에서 당연히 되어야 하는 것일 텐데. 뭐가 모자란 걸까?

'집중?'

순간 번개 같은 착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힘의 집중?'

나는 지금까지 마나를 무게가 없는 눈송이와 같은 존재로 생각 해 왔다. 초월지경에 이른 이후 눈에 보이기 시작한 마나의 입자는 흩어지면 마치 연기처럼 흩날리지만 모이면 눈뭉치처럼 뭉친다. 마나는 작은 입자이며 그것들이 모이면 어떤 형상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냐.'

고개를 흔든다. 그래. 아니다. 눈송이는 모여 압축하면 이후 원래의 상태로 돌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공기는? 공기는 압축한 후에도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너무 압축하면 터져나갈 것이다.

'기존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돼. 마나는 기존의 그 어떤 물질과도 달라.'

마나에는 부피가 없다. 100테라에 불과한 마나를 지닌 이나 5억 테라의 마나를 지닌 나나 몸속에서 마나의 부피가 커져 곤란한 일 따위는 없다.

키잉-!

머리를 굴린다.

[지식창고]

가 발동하며 눈앞으로 막대한 자료가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네버랜드에 존재하는

[마법학]

이다. 마법을 발동하는 거야 마력설계와 퍼즐 맞추기만 할 줄 알아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잘 공부하지 않지만 폭넓은 응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지식. 그리고 그 지식들은 마나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마나는 세계의 기본 구성 물질이다.

마나는 어떤 물질을 예로 할 수 있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마나는 불타기도 하고 물이 되어 얼어붙기도 하고 돌이 되기도 하고 벼락이 되기도 하다. 마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모든 물질의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으음........"

뭔가 머릿속에서 막 떠오르는 것 같으면서도 명확히 그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애초에 게임 속 개념 가지고 이렇게까지 고민한다는 게--

'게임 속 개념?'

멈칫한다. 정말 마나가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인가?

현실에는 마나가 없다. 현실에는 마나가 없다?

'잠깐. 정말 현실에 마나가 없나? 그렇다면 밀리언들이 기적을 일으키는 기본 원리는 뭐지?'

순간 멍해진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밀리언에 대해 연구 해 왔지만 그럼에도 그 발동 원리를 제대로 밝혀낸 이는 아무도 없다. 과학이 무시무시하게 발전한 현대에도 밀리언의 능력은

[신비]

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

그리고 만약, 그 재료가 마나라고 한다면.

어쩌면 네버랜드의 진짜 목적은---

<크리스티나가 극한의 마나 수련으로 마법적성이 성장하여 1차 궁극치(99)를 돌파합니다!>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육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작합니다!>

그때 텍스트가 떠오른다. 그것은 언젠가 나 역시 겪었던 과정으로 그것은 그녀의 마나가 1억 테라가 넘었다는 것을 뜻하는 표시이기도 하다.

우우웅-!

혼절한 크리스티나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은은히 빛나기 시작하고 강대한 마나의 파동이 퍼져 나온다.

'마나가 1억 테라가 넘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 녀석이 현실에서도 버프의 보정을 받게 된다는 뜻이군.'

거기에 더해 게임 속 캐릭터를 불러들이는 게 가능해진다. 물론 마나가 1테라뿐이니 그야말로 한순간에 불과하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녀는 보통 인간이 절대 불가능한 힘을 발휘하는 게 가능해진다.

나만큼의 버프가 없다 해도 마스터 쯤 되는 존재면 한 개의 고유 스킬 정도는 초월자에 도달할 만 한 수준이니 충분히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환골탈태 중입니다! 이제부터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으며 방어력이 극도로 떨어지게 됩니다! 환골탈태 완료까지 앞으로 56시간 46분 59초........ >

환골탈태에 들어가 버린 크리스티나를 보며 커다란 베개에 몸을 기대 버린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며 마나를 끌어올린다.

웅--!

오른손에서 영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평소 영단을 만들던 요령으로 마나를 집중시켰다.

푸확!

그러나 집중되던 마나는 이내 폭발하듯 터져 사방으로 확산되고 말았다. 일반적인 마법이나 검기의 사용과 다르게 영단을 발현하기 위한 마력 설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며 거기에 담긴 이치 역시 높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색(色)의 경지에 있어서의 초월지경이란 궁극의 즐거움(樂)이다. 다만 여기에는 아주 치명적인 함정이 있는데 그 즐거움을 느끼되 절대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건 마약을 먹고 어떤 정밀한 작업을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마약 을 먹고 취하는 거야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면서도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하는 건 사실 객관적으로 꽤 어려우리라.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인가?'

좀 이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걸 재능이라고 한다면 나는 제법 재능 있는 존재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사실 재능 따위는 없을지 모른다. 이건 재능보다........ 그래,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니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성과 행위에 들어감에 있어 나와 비슷한 취향의 남성은 꽤 있을 것이다. 카마수트라나 소녀경쯤은 달달 외우고 행위에 걸맞게 육체를 단련하며 혀와 허리를 동반하는 테크닉의 달인들....... 기술력. 이론 응용력은 다른 곳에만 필요한 게 아니니 이런 기교를 가지고 있다면 외모나 다른 배경이 좀 부족하더라도 잠자리만으로 여성을 함락시키는 게 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건 생각보다 훨씬 더 피곤한 일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든 난이도가 상당하다. 행위 중에도 여성의 반응에 세심히 주의 기울여야 하고, 전희를 많이 하는 만큼 성감대와 선호하는 애무 방식을 잘 관찰해야 하니 끝나고 나면 지쳐서 바로 2라운드 돌입하기가 힘들 정도. 게다가 여성은 말이나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이기 섹슈얼 토크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이게 반복되거나 의미 불명이 되어 버리면 역효과니 신경 쓰려면 또 심력 소모가 엄청나고........

'하지만 할 만하단 말이지.'

나는 내 욕망을 위해 행위를 하는 게 아니다. 물론 나 역시 여성들의 육신이 주는 쾌감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피부를 사랑하며 꽉 조여 주는 그녀들의 질을 즐기는 것. 그러나 나는 나에게 전해지는 쾌감보다 상대 여성의 표정이 무너져 내리고 쾌락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웅--!

푸확!

또다시 실패한다. 그러나 다시 시도하며 생각한다.

'섹스를 대결 방식으로 배워서 그런가?'

천명이 넘는 여인을 안았다. 더불어 행위 자체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경험했다. 정말 순수하게 여인을 안은 시간만 해도 거의 3년에 가까우니 정말 어지간한 녀석이 아닌 이상 나보다 많이 경하지는 못했으리라.

게다가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를 함락시키기 위해 무려 스무 번이 넘는 타임슬립을  할 때에는 매일매일 색투(色鬪)에 가까운 치열한 행위를 해야만 했다. 조금만 삐끗해도 살해당하기에 방심하면 안 되고 사력을 다해 정신을 붙잡으며 일단 시작하면 잠시도 쉬지 않고 한 달 넘게 침대 위를 뒹굴었던 것이다. 에레스티아는 색공의 고수가 아니라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아아. 그런가.'

초월경에 이르니 대략 짐작이 간다. 아마 무(武)의 경지에 있어서의 초월지경이란 궁극의 강함(强)일 것이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하고도 강렬한 의지. 그것이 있다면 강기(?

氣)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마법이 도달하는 초월지경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이치(理)이다. 세상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끊임없이 생각함으로서 넓게 확장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

정령술이 도달하는 초월지경은 스스로를 잊는 집중(忘我)이다. 자신조차 잊을 정도로 깊은 집중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이 세계에 정령왕을 현현시키는 것조차 가능하겠지.

"정말이지 어렵군.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난이도야."

내가 쉽게 하고 있다고 네버랜드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법도 규칙도 없이 그저 강하면 장땡인 네버랜드에서 일반적인 유저들은 살아가기조차 급급한 것. 괜히

[울트라 하드코어 사이코틱 게임]

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네버랜드의 세계는 길가에서 시비가 붙어 살인이 벌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자칫 대형 몬스터라도 만났다간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잡아먹힌다. 유저가 이런저런 보정을 받는다고는 하여도 그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NPC들의 숫자가 셀 수조차 없을 정도여서 유저들은 뭘 해보지도 못하고 탈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선구자]

라고 불리는 멤버들이 괜히 유저들만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게 아닌 것이다.

웅--!

푸확!

영단이 퍼져나간다. 그러나 상심하지 않는다. 절대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상태에서 할 것도 아니군. 에린!"

살짝 소리쳐 부르자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린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이제는 익 숙해 질 만도 한데 아직도 내 나체를 보면 얼굴을 붉히는 그녀다.

"끝나셨군요. 그만 쉬시겠습....... 이건?"

당연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에린은 강대한 마나를 온 몸에 두른 채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크리스티나를 보고 놀라 멈췄다. 당연하지만 그녀가 환골탈태를 본 적이 있을 리 없다. 인간이 환골탈태를 하려면 용종조차 넘어설 정도의 마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마나량만 많은 그녀와 초월자인 에레스티아가 만나면 그야말로 0.1초 만에 참살당하고 말 거라는 걸 생각할 때 의미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환골탈태라는 건 기본 조건 자체가 워낙 미친 난이도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인간이 볼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건드리면 안 돼. 중요한 순간이니까. 그리고 그보다....... 지금 근처에 있는 사제의 숫자가 얼마나 되지?"

"도시 전체를 말하시는 거라면 180명 정도입니다."

뜻밖의 말에 의문을 표한다.

"엑? 우리 사제가 250명밖에 안 되는데 180명이 이 도시에 있단 말이야?"

다른 종교들이 국가 단위로 논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고작 한 도시에 이만한 숫자의 사제들이. 그것도 20명이 넘는 하이 프리스트와 그에는 못 미처도 막대한 신성력을 사진 사제들이 모여 있다는 건 그야말로 전대미문한 일일 것이다.

"에, 저, 그게. 다들 교황님과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해서......."

"하하 이것 참. 거기에 관련해서도 뭔가 수를 써야겠군. 아니면 아예 사제들이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게 만들던지...... 뭐 어쨌든 마침 잘 됐어."

많은 기연을 만났다. 길을 가다가. 침실에서 쉬다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은 크리스티나가 그랬든 와서 바치는(?)기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지금 보일 듯 말 듯 한 이 희미한 깨달음 얻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연이라는 것을.

"잘 됐다니요?"

때문에 실전이 필요하다.

"10명씩 끊어서 차례로 데려와."

더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었다.

"전부."

============================ 작품 후기 ============================ 휴 매일 연재가 끊길 뻔 했군요. 헥헥. 학살(?)전은 분량 낭비니 간추리겠습니다;;; ============================ 작품 후기 ============================ 휴 매일 연재가 끊길 뻔 했군요.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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