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장. 기연. 기연. 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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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옆쪽에서 보이지 않던 문양이 생겨나는 모습에 작게 한숨 쉬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발견한 장소나 물건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2자리수를 넘어 3자리 수에 가까워졌을 지경.
실제로 난 아프로디테의 신전에서만 13개의 기연을 얻었고 거기에서 미안공을 비롯한 온갖 스킬북들과 고가의 미술품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게 있다면 스킬북이 모조리 성장스킬이라는 것.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구름도서관이나 하늘도서관이 아니면 고유스킬북을 얻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흐음. 행운 125에서 주는 기연이라면 나에게도 충분히 이득일 만큼 괜찮은 물건이 나올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비밀장소에는 등급표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즉 50의 행운을 가지고 있어도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기연 따위는 돈도 무기도 충분한 나에게는 오히려 귀찮을 뿐이라는 것. 그런데 일단 이렇게 나타나면 과연 이게 행운 50으로도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기연인지 아니면 125짜리 행운으로만 나오는 기연인지 구별이 불가능한 것이다.
기연 자체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인지 시스템 상 아무런 구별이 없었다.
"뭐, 어쩔 수 없군. 가 봐야지. 그래도 왕궁이니 말이야."
슬쩍 주변을 살펴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후 계단 옆면에 생겨난 문양에 손을 댄다. 과연 그러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배경이 변한다.
<센트럴 지하 유적에 도착하셨습니다!>
"던젼인가?"
길은 단순하다. 곧고 가파른 계단이 아주 깊은 지하까지 쭉 이어져 있던 것. 그러나 몇 발짝 내딛은 나는 이 던젼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철컹!
촤앙!!!!!
아주 미세하게 나 있던 벽의 틈에서 얇은 칼날이 빛살 같은 속도로 목을 자르고 들어온다. 당연하지만 함정 생각을 미처 못 했던 나는 그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보조스킬. 반사 신경이 발동합니다!>
그러나 패시브 스킬이 발동한다. 그것은 시간의 지배자 스킬을 초월자까지 끌어올리고 얻은 보조스킬. 내가 위험에 처하는 그 순간 발동되는 반사 신경 스킬은 내가 미처 적의 공격을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내 몸을 전투모드로 변경시킨다. 전투모드라는 게 무슨 소리냐 하면.
<신경가속(神經加速)을 가동합니다! 순발력 보정에 중첩! 30배 가속에 들어갑니다!>
<시간의 지배자 효과가 발동합니다! 시간가속이 30배->
90배로 증폭됩니다!>
<평온한 가속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
바로 이런 상태를 말한다. 더불어 반사 신경이 발동되면 나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이 똑똑히 인식된다.
"한방에 가야겠군. 이런 곳에서 시간 낭비하기도 싫으니."
스르륵 미끄러지고 있는 칼날을 성큼 지나가 번개처럼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강력한 육체능력에 마나까지 사용할 수 있는 나는 100미터를 1초에 주파하는 게 가능한 괴물이며 거기에 90배의 가속이 더해지면 100미터를 0.1초대에 끊는 가공할 스피드를 가지게 된다. 물론 너무 빨리 달리면 몸이 허공으로 떠버리기 마련이지만 여긴 천장이 있는 복도라서 뜨면 천장을 차서 다시 내려오면 된다.
파바바방!!
콰과광! 채챙!!
벼락처럼 복도를 관통해 지나가자 뒤쪽으로 수십 수백 개의 함정이 작동해 공간을 뒤덮는다. 함정들의 작동시간은 90배의 시간가속이 걸린 내 눈에조차 빨라 보일 정도 고 거기에 담긴 위력은 공간을 울릴 정도다. 긴 시간을 들여 함정을 파악하며 전진해야지 잘못 들어왔다가는 소드마스터라도 죽을 수밖에 없는 수준인 것이다.
파팡!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무시무시한 함정들은 모조리 내 뒤에서 작동할 뿐. 그나마 내가 순간이동에 가까운 찰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파앙!
이렇게 앞에서 미리 깔리는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간단하군."
순식간에 복도 끝까지 도달한다. 복도 끝에는 문이 있었지만 나는 문을 여는 대신 허리에 걸려있던 라이온 하트를 뽑아들었다.
크아앙!
벼락같은 검기가 용의 형상으로 변해 문을 후려친다. 강대한 관통력을 가진 관월룡(貫月龍)이었다.
"더불어........ 꿰뚫어라!"
이어 슈팅스타에 저장된 주문. 지고의 마탄을 터트린다. 이미 주문을 외워 저장한 상태였기에 슈팅스타에서는 저절로 지고의 마탄이 터져나간다. 필요한 것은 단지 소비 마나뿐이었다.
[어서 오너라. 강한 자여. 나는....... 컥?!]
문 뒤에 서 있던 거인이 지고의 마탄에 얻어맞고 우당탕 바닥을 구른다. 제법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같았지만 지고의 마탄은 온갖 버프의 보정을 받기 때문에 위력이 무시무시하다.
"여긴 어디지?"
유적 안에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유적은 상당히 넓다. 어지간한 운동장만 한 넓이라고나 할까? 높이도 십여 미터가 높아서 거주 지역으로 삼아도 될 정도였는데 벽에는 여러 가지 마법 술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능(125) 보정........ 성공! 왕가의 지하유적의 벽에 새겨진 스킬의 흔적을 해석합니 다!>
"호오?"
난데없는 텍스트에 신기해하는데 시야에 이런저런 글자들이 멋대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가만히 서서 그것들을 읽자 글자들이 종류별로 정리되어 하나의 책처럼 모였다.
그냥 습득되는 모습에 적어도 그게 마법이나 검술. 혹은 정령술 종류는 아니라는 걸 확신한다. 게다가 한번 스킬 내용을 읽어보니 대충 그 종류가 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조종술이군."
아마 여기에서는 타이탄을 조종하기 위해 존재하는 스킬일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원래 타이탄의 전투력은 사용자의 검술이나 마법의 경지에 달렸지 수련해서 더 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은........
'고유스킬!'
망설이지 않고 420포인트나 남아있던 스킬 포인트 중 70포인트를 투자한다.
<히페리온이 입문자 1Level ->
초월자 MAX Level로 상승했습니다!!>
<수많은 고행과 단련 끝에 히페리온 스킬이 초월자의 경지에 들어섰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몸이 아닌 사물을 제어하는 법을 극한으로 수련함으로서 대상이 발휘할 수 있는 궁극의 힘을 끌어내는 방법을 깨우게 되었습니다!>
<보조스킬. 장악(掌握)을 획득하셨습니다!>
<보조스킬. 한계돌파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조스킬. 소유권 강탈을 획득하셨습니다!>
<보조스킬. 복원(復元)을 획득하셨습니다!>
<제어와 조종의 이치를 깨달음으로서 처음 경험하는 사물이라도 그 제어법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어와 조종의 이치를 깨달음으로서 집마력 500% 버프가 영구히 유지됩니다!>
<제어와 조종의 이치를 깨달음으로서 일견하는 것만으로 사물의 구조와 약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어와 조종의 이치를 깨달음으로서 원거리에서도 사물의 통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제어와 조종의 이치를 깨달음으로서 고대 신의 힘을 깨우쳤습니다! 지능. 지혜. 행운이 각각 30포인트씩 상승합니다!>
당연하지만 90포인트의 스텟 포인트는 그대로 돌아와 240의 스텟 포인트를 만들었다. 스킬 포인트가 스텟 포인트로 넘어간 셈이기에 스킬 포인트는 350이었다.
"이건 제법 괜찮은 기연이군."
사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다. 그 얻기 힘들던 고유스킬을 얻었으며 그게 EX급이기까지 했으니까. 게다가 이게 기연의 끝이 아니다. 왜 이런 곳에 조종술 스킬이 새겨져 있겠는가?
[아, 아니 이 녀석 뭐야? 쓱 들어와서 대충 둘러보더니 벽화의 비밀을 눈치 챘어?]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내 앞으로 약 6미터에 달하는 덩치를 가진 거대 2족 보행병기가 내려선다.
타이탄이었다. ============================ 작품 후기 ============================ 사실 여기에 처음 글을 쓸때 생각했던 건 게임 종류는 좀 더 순수한 야겜(.......)에 관련된 설정이었는데 그놈의 타임슬립 아이디어 땜시 엄청 멀리 와버렸군요. 하하하;;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쓰는 내용이 막 달라져서 번개처럼 쓸데없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생 많이 하는 편이지요 ㅠ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쓰는 내용이 막 달라져서 번개처럼 쓸데없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생 많이 하는 편이지요 ㅠ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쓰는 내용이 막 달라져서 번개처럼 쓸데없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생 많이 하는 편이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