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아프로디테의 신전 -- >
예배당에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가지각색의 미녀들이 가득 들어 차 있다. 그 수는 무려 113명.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고 완전히 마른 체형에서 육감적인 체형까지 다양하지만 중요한 건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 그녀들 모두가 충분히 아름다운 외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모두 아프로디테의 신성력을 사용하는 아프로디테의 사제들이었다.
'하지만 잔혹하군. 나이가 들면 약해지는 신성력이라니.......'
아프로디테의 신성력은 매력을 기반으로 하고 그렇기에 나이 들어 추해지면 신성력이 점점 약해지며, 심하면 사라지기도 한다. 물론 늙고 나이 들면 약해지는 건 대부분의 능력이 마찬가지이지만 아프로디테 교단은 그게 40대 중반만 넘어가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다른 교단과 다르게 장로(長老)라는 게 없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런데......... 정말 이거야?"
"네 교황님."
나는 예배당 앞쪽에 위치하고 있던 신상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신상은 아프로디테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물건이었는데 거기에는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백색의 드레스가 입혀있다.
"대단해 보이기는 하네. 하지만 에픽(epic)아이템 씩이나 되는 물건이 이런 식으로 있는데 아무도 안 훔쳐가다니."
"어머 교황님 농담도 참. 죽고 싶지 않은 이상 신물을 건드릴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요."
호호 하고 웃는 에린의 말은 그야말로 정답이라 할 만하다. 이 세계의 신들은 세력싸움이나 자신의 교세에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신 자체에 대한 권위]
에 대해서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매서운 처벌을 내린다. 만약 누군가 허락받지 않고 이 옷을 훔쳐간다면 그 본인 정도가 아니라 지 지역. 재수 없으면 그 나라까지도 무지막지한 징벌을 먹을 수 있었다.
"와. 저, 저거 에린 맞지?"
"세상에. 어떻게....... 어떻게 저렇게나 아름다워 진 거지?"
예배당에 있던 사제들은 내 옆에 있는 에린의 모습에 놀람을 금치 못 했다. 미녀라고는 하나 그저 그런 수준이었던. 포인트로 치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불과했던 에린이 그야말로 눈에 확 띌 정도로 아름다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던 대로 나는 행위를 함으로서 상대의 스텟 중 하나를 내 스텟의 절반까지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다만 그 스텟을 선택하는 건 내가 아니라서 그 상대가 간절히 바라는 종류의 스텟이 오르는데 한 번의 행위에 적게는 1포인트에서 최고 5포인트까지 상승하니 아주 스텟이 낮은 녀석이 아닌 이상은 대여섯 번 정도의 행위면 나와 관계를 하는 것만으로 63포인트(반올림인 모양이었다.)까지 스텟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건 엄청난. 아니,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힘이다.20포인트는 보통의 재능을 가진 범재. 30포인트는 제법 뛰어난 인재. 40포인트는 상당히 뛰어난 수재이고 50포인트 이상은 1만 명 중 한명 꼴의 천재라는 걸 생각하면 60포인트만 넘어가도 국가 단위에서도 몇 없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라고 할 수 있으니 나와 행위를 한 여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아, 나 그 이야기 들었어. 저기 교황님한테 안기면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던데."
"신성력도 한 번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말도 들었어."
커다란 가슴을 가진 사제의 말에 지적으로 생긴 사제가 콧웃음을 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 게 가능하면 하이 프리스트가 사방에 넘쳐나겠다."
"하지만 실제로 에린은 하이 프리스트가 되었잖아?"
"어? 하지만 그건........"
딴에는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몽땅 다 들리는 것도 참 성가신 일이다. 이건 뭐 소머즈도 아니고 인간 레이더처럼 주변 대화는 모조리 캐치 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한숨 쉬며 신상에 입혀져 있는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것이야말로 아프로디테 교황이 입어야 하는
[정복]
이다.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옷인 것이 다.
"드레스라니........"
"저, 저기 교황님이라면 충분히 어울리실 거예요!"
"시끄러."
"죄, 죄송합니다."
기세 좋게 나섰다가 깨갱하고 물러서는 쌍둥이. 그 중에서도 세넬의 모습을 보며 결국 나는 옷에 손을 대었다. 입었다 벗더라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샤아앙--!!
"웃?"
그러나 내가 신상의 옷에 손을 대는 그 순간 황금빛이 퍼져나가더니 신상에 입혀져 있던 옷이 빛으로 화해 내 몸을 뒤덮었다. 빛무리는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더니, 이내 새하얀 색의 양복으로 변해 버렸다.
"아......."
"음......."
"아아......."
순간 여기저기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옷에서 웅혼한 기운이 퍼지며 텍스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교황의 신물. 아프로디테의 날개옷을 착용하셨습니다! 지금부터 교황 특수 커맨드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프로디테의 날개옷.>
아프로디테 교황에게 내려지는 신물. 지니고 있는 신성력이 물리&마법방어력으로 전환된다. 모든 상태이상에서 소유자를 보호하며 교황 특수 커맨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착용자의 매력을 10포인트 상승시킨다.
"교황 특수 커맨드라."
옷 자체에서 느껴지는 파동에 정신을 집중하자 신관들의 머리 위로 말풍선이 떠오른다. 그중 에린의 머리 위에는 이런 글자가 쓰여 있다.
에린58레벨 하이 프리스트.
공적치 : 1340매력 : 64은총 : 0회은총이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그녀들에게 평소 내리던 '그'은총이라면 0회일 리 없으니 아마 다른 종류겠지. 다만 조금 더 기다리고 있으니 새로운 텍스트가 떠오른다.
<교황 특수 스킬. '아프로디테의 기적'을 획득하셨습니다!>
<교황은 대상의 공적치를 소모시켜 특정한 효과를 가진 기적을 활성화 시킬 수 있으 며 스스로의 공적치를 쌓아 타인에게 사용하거나 아프로디테 여신을 위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텍스트와 함께 기적 목록이 주르륵 떠오른다.
<아프로디테의 기적>
공적치 진상(0. 횟수제한 없음.) : 본인의 공적치를 교황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단 30%의 손실이 생깁니다.
미모 상승(100. 1회) : 매력 수치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질병 회복(1000. 3회) : 강대한 마법 질병이나 신벌을 제외한 모든 병을 회복시킵니다. 육체의 일부분을 손상한 경우 회복에 추가 공적치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회춘(500. 3회) : 육체가 전성기의 시절로 돌아갑니다. 단 수명은 늘어나지 않으며 다시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기 시작합니다.
수명 연장(7000. 2회) : 10년의 추가 수명을 획득합니다.
노화 방지(1만. 1회) : 아프로디테의 은총을 받아 죽을 때까지 육체가 노화되지 않게 됩니다. 소량(1~3년)의 수명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신계 연결(1만. 횟수제한 없음) : 물질계의 물건을 신계로 보낼 수 있습니다.
아프로디테 강림(10만. 1년에 1번) : 아프로디테를 물질계로 강림시킵니다. 기적은 생각보다 그 종류가 다양하고 효과가 막대했다. 매력수치를 늘린다거나 어떤 병이든 치료한다거나 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회춘을 시킨다거나 수명을 연장시킨다던가 하는
[기적]
은 문자 그대로 신의 힘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어? 잠깐. 아프로디테 강림이 내 스킬로 있어? 물질계의 물건을 신계로 보내는 것도 내 스킬이고?'
문득 과거의 의문이 다시 떠오른다. 옛날 나는 무신 치우와 팽팽히 다투는 아프로디테를 보고 의아해 했던 적이 있었다. 같은 신이라 해도 물질계에서 치우교단과 아프로디테 교단이 가진 힘의 자리수가 다른데 신으로서의 격은 똑같단 말인가? 만약 신으로서의 격이 신도 수나 규모와 상관없는 것이라면 대체 그들은 왜 교단을 운영하는가? 분위기를 보면 이 공적치라는 건 신들에게도 중요한 요소인 모양이다. 신들을 강림시킬 수 있으니 신들이 물질계에 관심이 아주 없지 않은 이상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교세가 큰 만큼 수많은 신도가 있는 다른 교단이 공적치를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교황이 없다.'
============================ 작품 후기 ============================ 그래서 다른 신들은 아프로디테를 보면 빡칩니다.
[아 교단 관리도 안하던 년이 사도를 얻다니!!]
라고 말이죠. 아프로디테도 좀 아쉬울 겁니다. 미리 교단 관리 했으면 공적치가 많았을 테니까요. 신도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적치가 풍부해지거든요. 신계는 일종의
[유폐]
장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신들은 심심한 존재이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잡담을 하고 싶어도 신들끼리는 그리 친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만의 문화생활을 영위하기도 어렵지요. 기본적으로 그들은
[물질계]
를 내려다 보는 걸로 소일하는 편입니다. 욕좀 먹는 것 만으로도 천벌을 내려서 인간들이 알아서 두려워 하기는 하지만 이런저련 규칙들이 있어서 맘대로 행동할 수는 없죠.
인간이 자기를 모독하거나 하지 않으면 먼저 손을 쓰기도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