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30화 (130/283)

< --13장. 아프로디테의 신전 -- >

신이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다.

현실에서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신이라는 건 인간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존재이며 설혹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 해도 보통 사람이 흔히 생각하는 인격신 따윈 절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무신론자의 논리일 뿐 현실이라고 신을 믿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겠지. 그러나 그런 신앙인들조차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려고 하면 언제나 말도 안 되는 궤변이나 헛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다. 사실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그 없는 증거를 만들려고 하니 억지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신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믿음이 그 증거이다.

논리로 신을 증명하려고 하면 당연히 파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정녕 신을 믿는다면 굳이 없는 증거를 만들려 애쓸 필요 없다. 그냥 믿음으로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면  되니까.

그러나 네버랜드는 상황이 좀 다르다.

네버랜드에는 신이 실재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좀 이상한 성격들을 가진 신이란 말이지."

네버랜드에는 신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신은 실제로 물질계에 영향을 끼친다. 다만 중요한 건, 이 신들의 성향이 현실의 우리가 생각하는 하느님이나 부처님 같은 존재와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천신과 마신의 경우는 모습을 드러내긴 커녕 신탁도 잘 내리지 않기 때문에 그 성향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물질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대신의 성향은 신이라기보다 인간에 가깝다. 그들은 제멋대로이고 성격의 특성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을. 그리고 자기 신도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 예로 물질계에는 아프로디테 교단이 있지만 아프로디테는 그 교단에 별 관심이 없다. 실제로 아프로디테 교단 중 일부는 그 세력의 왕이나 귀족의 요구(몸을 바치라는)를 거절했다가 납치당해 강간당하는 일이 몇 번이고 벌어지곤 했는데 그럼에도 아프로디테는 거기에 간섭하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이라 는 게 아프로디테의 신탁이었던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신도들에게 관심이 없다. 만약 아프로디테 교단의 모든 신도들이 강간당하고 교단이 해체된다 해도 그녀는 관심가지지 않을 것이다. 이건 아프로디테만의 성향이 아니라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여서 자기 신도를 아끼거나 보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무슨 금제가 있어서 못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끔.

[꼴리면]

돕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들에게 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렇다. 신도들을 돕지 않는다고 신들에게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이 신들에게 경이와 두려움을 느낄 일도 없겠지. 다만 문제는 이런 것이다.

만약 누군가 아프로디테 신도를 모조리 강간하고 살해한다면, 아프로디테는 거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많은 광장에 뛰쳐나가

'아프로디테 이 멍청한 추녀야!!!'

라고 소리치면 아프로디테가 손수 어마어마한 징계를 내린다.

'솔직히 말해 이런 신들을 어떻게 존경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들 정도네. 이게 무슨 신이야 그냥 힘 좀 센 인간이지.'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도 비슷한 성향인데도 추종하는 무리가 있었듯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심지어 이들은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하는 만큼 대륙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우우웅--!

눈을 반개하고 마나를 컨트롤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번이고 연습해 왔더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마나제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색공으로 초월경에 올라 마나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색공이 아니라 다른 기술이라도 마나를 사용하는 스킬이라면 훨씬 간단히 발현할 수 있다.

"게이트 오픈(Gate open)."

정령술을 펼치기 위한 차원의 문을 연다. 그 안에는 수십이 넘는 정령들이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미녀들의 간절한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흐뭇해지게 하는 광경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더욱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집중....... 집중.......'

정령술의 기본은 집중이다. 마음속의 잡념을 하나 둘 덜어내고 하나의 사고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집중력이라는 것 역시 개인차가 심하다. 요컨대 공부를 하려고 앉아서 10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공부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책상 앞에 앉는 순간 잡념이 떠올라 시간만 낭비하는 사람 역시 얼마든지 있는 편이니까.

사실 나는 그리 집중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집중력보다 주의력이 좋은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시간을 돌릴 때 효율적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길 원했던 나는 언제나 주변 모든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는 버릇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중력이 크게 나쁜 것도 아니란 말이지.'

온갖 버프를 받는 상태에서 몇 번이고 정령술에 실패했다고 내가 멍청하다거나 어디가 모자란 것은 절대 아니다. 애초에 네버랜드에서 마스터급의 영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은 현실의 고명한 학자나 국가대표급 운동선수들뿐이니까. 네버랜드의 스킬 시스템은 그 컨트롤이 토가 나올 정도로 어려워서 절대 간단하지 않다.

사실 어지간히 타고나지 않은 이상 완벽한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법이다. 마법을 익히려면 설계 관련에 숫자와 관련된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하고 무 공을 익히려면 체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틀 센스가 필요하듯 정령술 역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정하자. 나는 천재가 아니야.'

잡념이 떠올랐지만 거스르지 않는다. 떠올랐던 생각은 이내 사라지고 사고는 잔잔하게 가라앉는다.

"와라."

집중한다. 그래, 나는 재능이 없다. 바보는 아닐지라도 어디까지나 보통의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만약 내가 밀리언이 아니었다면 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갔겠지.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라 해도 수없이 반복하면 뭐든 이뤄낼 수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시간은 무한히 많고.

노가다는 위대하다.

"리아스."

오오-!

공간속성의 마나가 모여든다. 그리고 내 앞에서 이계의 존재를 현현시킨다. 나타난 것은 반투명한 몸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늘씬한 몸의 미녀로 중급으로는 유일하게 나와 관계를 맺어 상급 정령으로 진화한 공간의 정령이다.

[저는 리아스. 주인님의 명을 받아 왔습니다.]

리아스는 공손하계 예를 취하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실 상급 정령 쯤 되면 오히려 정령사가 모시는 입장이지만 그녀와 내 관계는 전혀 다르다. 그녀뿐이 아니라 최상급 정령들조차도 나를 극진히 모시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휴 드디어 불렀군. 정령술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후후. 다른 정령사들이 들으면 목을 매달 소리를 태연하게 하시네요. 보통 정령사는 평생에 걸쳐 수련해도 상급 정령을 소환하기 힘든데 정령계에 처음 온지 5일 만에 이 수준에 이르시다니. 그것도 신전 일로 한참 바쁘셨으면서.......]

믿기 힘들다는 듯 황당해하는 그녀였지만 사실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다. 사실 나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긴 시간을 수련해 왔던 것이다.

"좋아. 드디어 성공했으니 세이브 해야지."

[네?]

이해할 수 없는 단어에 의아해 하는 리아스의 모습에 웃었다.

"후후. 나를 여기 안쪽에 있는 홀에 이동시켜줄래?"

[간단하죠.]

웅!

리아스가 내 오른팔에 달라붙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배경이 변한다. 어느새 나는 아프로디테 교단의 신전 깊숙한 곳 까지 들어와 있었다.

"아 교황님!"

"교황님."

"우, 우와 교황님. 어디서 나타......"

"조용해 멍청아."

"히끅?"

여기저기 있던 아프로디테의 사제들이 내 모습에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한다. 그러나 그 정도 시선에는 이미 익숙해진 나는 가볍게 웃어주며 그녀들을 지나쳤다.

"교, 교황님이 날 보고 웃어주셨어!"

"아아......."

"와 보면 바로 알 수 있다는 게 이런 말이었구나. 남자가 아프로디테 교단의 교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네레이야님보다 아름답다니...... 그것도 남자가......."

"게다가 단순히 여자같이 생긴 것도 아니야....... 멋있어......"

가만히 듣다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반응이었지만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애초에 이 얼굴로 사려면 익숙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녀들을 지나쳐 아프로디테의 신상 앞에 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텍스트가 떠오른다.

<아프로디테의 신전 깊숙한 곳에 있는 성역(Sacred)에 도착하셨습니다! 모든 분쟁 행위가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 아프로디테의 징벌을 받게 됩니다!>

<세이프티 존입니다! 질병을 포함한 모든 디버프가 동결되며 그 어떤 외부적 간섭도 받지 않습니다!>

신상 근처의 공간은 그 어떤 세력도 건들 수 없는, 그야말로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이라는 단어에 가장 걸맞은 구역.

그러나 유저들에게 있어 이 공간은 다른 의미로 중요하다. 이 공간이야말로 업적 포인트와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저로서의 특권을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이곳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세이프티 존(Safety zone)? 아니죠.'

나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세이브 존(Save zone)이다.'

============================ 작품 후기 ============================시작한지 무려 133화만에 신전 도착(........) 사실 정상적인 플레이어들은 게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하는 편입니다. 유료 아이템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게임이 너무나 빡세기 때문에(........) 쿠폰은 정말 감사합니다;; 쿠폰 확인하는 법을 몰라서 몇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쿠폰 순위에 캔슬러가 있는 걸 보니 날아오는 건 분명하군요. 힘내겠습니다 ㅠㅠ ============================ 작품 후기 ============================시작한지 무려 133화만에 신전 도착(........) 사실 정상적인 플레이어들은 게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하는 편입니다. 유료 아이템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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