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29화 (129/283)

< --12장. 정령계도 환계도 즐거운 곳이지. -- >

머리를 헝클이며 으르렁거린다. 이런 제길. 나정도의 스텟이면 스킬을 사용할 때 보정이 덕지덕지 붙었을 텐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마치 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뜻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후, 후후훗! 아 깜짝 놀랐네. 로안님 지금 최상급 정령 소환하시려고 한 거죠?"

"응. 그런데 잘 안되네."

물론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안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펼쳐놓고 안 되어 버리니 미치도록 무안하다. 계약이 너무 쉽게 되는 바람에 정령술 역시 무술이나 마법과 동등한 학문이라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에린이 내 팔을 안으며 나를 위로한다.

"정령술을 배운지 며칠 되지도 않은 로안님께서 최상급 정령과 계약을 맺었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헤스티아 백작님의 경우는 평생을 수련하고도 상급 정령 둘과 계약했을 뿐인걸요."

그리고 그런 그가 센트럴 왕국 최강의 정령술사로 그 명성이 쟁쟁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무려 200개체의 상급 정령과 6개체의 최상급 정령과 계약한 나는 다른 정령사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중급 정령이나 하급 정령하고도 계약 할 걸."

"아, 역시. 최상급 정령하고 계약하고 나면 남는 마나가 없죠?"

물론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마나가 너무 남아서 다른 정령사랑 계약한 정령들까지 마구 후리고 다녔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나는 상급 이상의 정령들하고만 계약했다. 중급정령과는 딱 한 번. 그러니까 공간의 중급정령과 계약했지만 내 마나를 받아들인 후 상급 정령으로 진화했으니 결과적으로 내 휘하에는 중급 이하 정령들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중하급 정령과 계약하지 않은 이유는 별거 없다. 아쉬울 게 없으니까.

물론 고위 정령사들도 최하급 정령들과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청소나 기타 잡일을 고위 정령에게 시킬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정령과의 계약은 노예계약이 아니어서 자존심이 강한 중상위 정령들에게 청소 같은 걸 시키면 정령들이 기분 나빠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난 그런 게 없다. 짐작이지만....... 내가 부르면 설사 똥통 청소를 시키겠다고 해도(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최상급 정령들조차 기뻐하며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미 그녀들은 내 말 한마디에 목숨까지 거는 충성심(혹은 연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디보자......."

때문에 나는 다시 소환을 시도해 보았다. 이번에는 최상급이 아닌 상급 정령이다.

카앙!

소환은 실패였다.

"아 어렵네."

생각해 보면 상급 정령사는 오러마스터와도 비교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나에게는 이런저런 버프가 존재하는 잔뜩 존재하는 만큼 지금의 나라도 중급 정령 정도는 소환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나는 무술에 별다른 재능이 없지만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고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음에도 고위 마법사가 되었다. 이것은 막대한 능력치와 고유스킬의 보정 때문에 가능한 일로 정령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니 조금만 수련하면 상급 정령을 소환하는 게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좋아. 아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늦었군. 교단에서는 뭐래?"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교단이란 내 휘하(?)에 속하게 된 아프로디테 교단을 말함이다. 어찌어찌 상황이 꼬이는 바람에 막상 여기 와서도 교단에 못 가고 있었는데 소문만은 어마어마하게 퍼져나가는 바람에 교단에서는 나에게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긴 여신이 직접 고른. 심지어 남성 교황이니까.......'

아마 그녀들 역시 아프로디테의 사도가 생긴다면 여성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 제로 아프로디테 교단에는 남자가 들어온 역사가 없다. 이는 오직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아프로디테의 취향과 약간은 경원시 당하는 세상의 시선 때문인데 소년도 아니고 다 큰 남성이. 그것도 교황으로 떡하니 들어오게 된 것이다.

"완전 난리도 아니에요. 왜 안 오냐고 언제 오냐고 언니들이 매일 와서 진을 치고 있다고요."

시달림이 보통이 아니었는지 울상을 짓는 에린. 그리고 그녀의 말이 뜻하는 바를 눈치 챈 나는 물었다.

"어? 그럼 이 근처에도 다른 사제들이 있다는 거야?"

"네. 처음에는 잔뜩 와 있었는데 네레이야님이 크게 혼내고 나서는 하넬 세넬 언니만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복장을 고친다. 다른 장비는 대충 갖춘 상태였기에 라이온하트를 등에 차고 슈팅스타를 팔에 장착한다.

"하넬에 세넬이라. 쌍둥이야?"

"네. 네레이야님을 제외하면 아프로디테 교단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언니 들이에요. 뭐 이젠 나한테도 안 되지만."

네레이야라고 하면 내가 나타나기 전 아프로디테 교단에 유일하게 존재했다고 하는 하이 프리스트다. 다른 교단은 하이 프리스트가 못해도 스무 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껏 아프로디테 교단이 얼마나 그 세가 약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오러 마스터에 맞먹는 능력자인 그녀가 있었기에 아프로디테 교단이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아니었다면 미녀들만으로 이루어진 단체 같은 건 귀족이나 왕족 같은 유력자들에게 강간당하고 버려지기 일쑤였을 것이다.

"좋아 준비 끝. 그럼 나가자."

소모되었던 마나가 차오르고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들어선 것을 확인한 후 방을 나선다. 어차피 신전까지는 별로 멀지도 않아서 조금만 이동하면 도착이다.

"아 그런데 로안님. 하넬언니하고 세넬언니가 혹 무례를 범하더라도 용서해 주세요. 솔직히 괜한 걱정 같기는 한데......."

"응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의문을 표한다. 왜냐하면 아프로디테 교단의 사제가 나에게 무 례를 범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 그 말을 들은 바이올렛이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에린. 그녀들이 감히 로안님한테 덤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그녀들을 바라보자 에린이 답한다.

"하하. 사실 언니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거든요. 하넬언니하고 세넬언니는 아프로디테의 수호무장으로 교단을 지금까지 지켜 온 사람 중 하나니까요. 어떤 자식이 아프로디테 교단을 날로 먹으려고 하냐면서......."

"하앗! 네가 그 사기꾼이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구나!"

그때 숙소 건너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두 명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170 대에 들어가는 훤칠한 키를 가진 그녀들은 아프로디테 교단의 사제라기보다는 치우 교단의 사제로 보일 정도로 그 복장이 전투적이다.

그녀들이 몸에 걸친 것은 일반적인 아프로디테의 사제가 입는 하늘하늘한 옷감이 아닌 육중한 중량을 자랑하는 중갑이며 그중 한 명은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철퇴를. 또 한 명은 거의 사람 키만 한 길이의 클레이모어를 들고 있다.

'언밸런스하군.'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아름답다. 육중한 갑주를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이 우락부락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며 오히려 그 중갑조차 그녀들의 늘씬한 몸을 가리지 못한다고 느껴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마 치우 교단과 다르게 공격적이지 않은 신성력을 가진 그녀들은 스스로의 몸을 강화함으로서 스스로의 전투능력을 키웠을 것이다. 묵직한 무장과 갑주를 걸침으로서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성기사를 자처한 셈이다.

두두두!

그녀들은 그 묵직한 갑주를 걸친 채, 사나운 기세로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마 나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자기들이 여자들만 있는 단체라고 무시하지 말라는  뜻. 가능하다면 내가 겁먹어 도망갔으면 좋겠다...... 하는 의향까지 가지고 있겠지만.

"하넬과 세넬인가....... 활기차서 좋군."

"...... 켁!!!"

"....... 꺄악!!?"

그럼에도 내 미소하나 버티지 못한다. 내 얼굴을 마주보는 그 순간 얼이 빠져 버린 그녀들은 스스로 발이 꼬여 우당탕! 소리가 날 정도로 사납게 넘어져 내 앞까지 데굴데굴 굴러왔다.

"아이고 언니들......."

"후훗. 거봐, 걱정할 것 없다고 했지?"

못 말린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한탄하는 에린과 당연하다는 듯 웃음 짓는 바이올렛을 보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하넬과 세넬에게 다가선다. 나름 몸과 정신을 단련해 온 것으로 보이는 그녀들이지만 내 미모가 주는 충격(......)에 빠져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무슨 마법도 아니고 내 외모가 상대방의 움직임에 방해를 주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기본적으로 독실한 아프로디테의 사제이기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거대한 신성력을 지닌 나를 보는 순간

[공격하면 안 돼!]

라는 마음의 목소리를 이기지 못했고 그 결과 움직임이 꼬이고 말았다.

"만나서 반가워 쌍둥이. 미안하지만 교단까지 안내해 주지 않을래?"

교단이 나를 적대시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은 조금도. 정말 눈곱만치도 없다. 만약 다른 교단에 다른 신의 사도라면 지금까지 교단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꼴통 노인네들이 자격을 심사합네 하며 귀찮게 하며 온갖 지저분한 짓을 다 하겠지만 아프로디테 교단에는. 그리고 나.

[로안]

이라고 하는 불세출의 교황에게는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 나는 나 스스로를 굳이 수고해 증명할 필요가 없다.

내 아름다움이 바로 내 증명이다.

"대답이 없네. 싫어?"

"아, 아닙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아아! 걸어가시면 안돼요! 마차를, 마차를 준비해 오겠습니다!"

화들짝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녀들을 보며 웃는다. 다행히 교단장악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이거로군.'

조화령 수련 세 번째 퀘스트 창을 띄운다. 그리고 그중

[진행상황]

을 확인한다.

처녀접수: 0/30미망인 유혹 : 10/10유부녀 유혹 : 5/5미망인과 유부녀 유혹은 이미 정령들로 끝낸 상태. 다만 계약 한 번 안한 중, 상급 정령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에(하긴 있다 해도 그걸 처녀라고 까지 인정해 주는지 확신할 수도 없지만.)처녀는 서른명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제 처녀를 먹으러 다녀야 하겠군. 하지만 어디에서?'

그렇게 생각하다 호들갑을 떨며, 그러나 여전히 혼란에 빠진 채 내 주위를 돌아다니 는 여인들의 모습을 확인한다.

'뭘 고민하나.'

답은 간단하다.

============================ 작품 후기 ============================ 메리 크리스마스는....... 끝났어요! 내 인생에 그런 것 따윈 음슴(........)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 한주동안 쓰지도 않은 캔슬러가 쿠폰 순위 안에 들어서 올릴 수 밖에 없군요 ㅠㅠㅠㅠ 우왕 안 써지는 상황이었는데도 억지로 뽑아내게 되다니 이거 압박 개쩌네요(........) 그나저나 쿠폰이 오면 어디에서 알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15위에 간당간당  ============================ 작품 후기 ============================ 메리 크리스마스는....... 끝났어요! 내 인생에 그런 것 따윈 음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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