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27화 (127/283)

< --12장. 정령계도 환계도 즐거운 곳이지. -- >

[예? 무슨 말씀이세요? 그 귀한 마나를 그렇게 써버리시겠다니.......]

"어쩔 수 없어. 최대마나 소모 없이 마나를 써야 할 일이 있어서."

어깨를 으쓱이자 녀석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네? 아니 그게 대체...... 그냥 저희한테 베풀어 주시면 되잖아요?]

"!!"

순간 내가 뻘짓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마나를 소모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녀들에게 그냥 베풀어주면 그만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계약을  너무 많이 했다. 상급 이상의 정령만 쳐도 200개체 이상과 계약한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계약 안 할 거면서 마나를 준다고?]

근처에서 성질부리며. 그러나 그러면서도 절대 멀리 가지 않고 있던 거대한 거미가 반색하며 스스슥 다가온다. 명색에 독의 최상급 정령이지만 자존심 세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흠. 생각해 봐야겠는데."

[엑! 왜!? 무, 물론 계약도 안 하면서 마나를 달라는 건 뻔뻔한 소리지만....... 방금 네 입으로 그랬잖아.]

목소리는 울듯 하지만 거대한 거미 모양이라 오히려 무섭다. 물론 거미가 아니라 공룡이 물어도 상처 하나 안 날 몸을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생리적인 혐오감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너 뭐들었어?"

[뭐? 무슨 소리를.....]

[야 바보야. 너 일로 와.]

독의 최상급 정령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니힐리티가 녀석의 다리 한쪽을 잡고 질질 끌고 간다. 늘씬한 미녀가 자동차만한 거미를 끌고 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지만 어차피 녀석들은 동급의 존재이니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일이다. 최상급 독의 정령은

[어? 어? 뭐야?]

이러면서 끌려간다.

"자 그럼 일단......."

내 몸 위에 앉은 채 몸을 변형시키고 있던 공간의 정령을 가볍게 끌어당긴다. 그새 뭘 배운 것인지 녀석의 몸이 좀 더 풍만해지고 질이 자글자글해졌다.

[헤헤. 어때요?]

"좋아. 배우는 게 빠른데?"

가볍게 그녀의 몸을 안으며 영단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상생경을 사용하면 거의 마나가 소모되질 않고 황홀경역시 고만고만하다. 예전 필살기로 사용하던 극락경이라면 꽤 소모가 크지만 성행위 스킬이 초월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효율이 너무 좋아져서 소용없는 상태.

답은 결국 영단이다. 푸욱!

[흐앗.... 이, 이거... 흐우웃♡♡♡♡!!]

"엉?"

그러나 삽입과 동시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혼절해 버리는 공간의 정령의 모습에 당황한다. 주입한 마나는 고작 10만 테라뿐이었는데도 그랬다. 앞으로 소모해야 할 영력은 3810만 테라가 넘는데........ 그나마 10만 테라짜리 영단이 그녀에게 흡수되기라도 한 건 그녀가 나와 천왕급 궁합을 가졌다는 공간 속성의 정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다른 상급 정령이었다면 영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영단이 역류해 고스란히 회수되었을 것이다.

"윽. 역시 지금까지는 계약 시 가해지는 보호 때문에 멀쩡했다는 말인가........ 결국 제대로 날 받아줄 수 있는 건 최상급. 혹은 정령왕급 정도라는 뜻이군."

하긴 당연한 일이다. 내 행위의 대상으로는 모든 존재가 공평하기 때문에 더 강한 정신력과 강한 몸을 가지지 않은 대상은 그것을 견뎌낼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에레스티아의 가디언들 정도 되는 고레벨인 편이 좋겠지.

"정령왕이라......."

그러나 니힐리티의 말에 따르면 정령왕과 만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들은 정령계 안에서도 독자적인 영역. 말하자면 속성계(屬性界)를 구축하고 있으며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친화력을 넘어서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능력이란 정령술이다.

"하지만 정작 정령술이 전문가 10레벨도 아니고 9레벨에서 정지 상태라니......"

내가 익힌 정령술. 위대한 헤스티아는 전문가 9레벨에서 더 이상 오르고 있지 않은 상태다. 사실 최상급 정령과 계약할 정도면 이미 완성자에 올라야 할 수준이지만

[필수 승급 조건]

이라는 게 걸려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상태.

"뭐 어쩔 수 없지. 정령 소환이라는 걸 해 본적이 없으니."

결과적으로 경지를 올리려면 정령계에서 나가서 정령을 소환해 보아야 한다. 마법적성이 아무리 높아도 단지 그것만으로 대마법사가 될 수 없고 체술적성이 아무리 높아도 무술실력이 자체적으로 높아지지 않듯 정령술 역시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주인님!]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한쪽으로 사라졌었던 니힐리티가 녹발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여인을 끌고 모습을 나타낸다. 대략 175센티미터 정도 되는 훤칠한 키와 늘씬한 몸매를 가진 미녀로 너무나 당연하게 조금 전 사라졌던 독의 최상급 정령이다.

다만 특이한 게 있다면 그녀의 귀가 보통 사람보다 약간 뾰쪽하고 길다는 점이다.

"오호. 꽤 잘 만들었네. 모델이라도 있어?"

[예전 나를 소환했던 다크 엘프 족장의 모습을 기본으로 해 봤어. 물론 나를 지난 500년간 나를 소환했던 네 녀석 중에는 다른 모습도 있었지만....... 나머지 녀석들은 네 취향하고 잘 안 맞을 것 같아서 말이야.]

독의 정령의 말에 피식 웃는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네. 다른 녀석들이 어떤 형태를 만들건 신경 쓰지 않았는데."

[녀석들을 대하는 표정하고 동작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지. 뭐 정작 하는 녀석들은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니 알 수 없지만 나는 관찰자 입장이었으니까.]

그녀의 말대로 나는 쭉쭉 빵빵한 체형을 선호한다. 키가 너무 클 필요는 없지만 정도  이상 작은 건 별로이며 가슴 역시 큰게 좋다. 물론 내 수비범위는 매우 넓어서 예쁘기만 하면(몹시 중요한 문제다.) 연화 같은 로리는 물론 인외(人外)의 존재들이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더 좋은 쪽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뭐...... 그럼 슬슬 시작하지. 시간도 별로 없고."

어느새 정령계로 넘어온 지 40시간이 넘게 지났다. 물론 딱히 크게 바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더 있던 상관이 없지만 너무 오래 지체하면 기다리는 사람들이 불안해하게 될 것이다.

[흠...... 저기 말이야. 그 생식행위가 그렇게 기분 좋아?]

"이제 와서 불안해?"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몸을 끌어안자 그녀의 몸에 입혀 있던 천 옷이 그녀의 몸 안에 스며들듯 사라진다. 정령들이 입고 있는 옷은 결국 그녀들의 속성력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옷을 벗는 게 아니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푸욱.

[흐으으읏----!?]

삽입과 동시에 독의 정령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파르르 떨린다. 나는 두 팔로 그녀의 늘씬한 몸을 안으며 속삭였다.

"어때?"

[우, 우와. 좋아. 정말 좋아. 엄청나게 짙고 농밀한 마나가....... 게다가 이 말도 안 되는 쾌감이라니......]

믿을 수 없다는 듯 풍만한 가슴을 내 몸에 부비며 아양을 떤다. 그녀는 다른 정령들과는 경우가 달라서 정해진 마나의 최대치가 없다. 즉 내가 원하는 대로만 마나를 주입해 줄 테니 알아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뭐 어차피 마나를 소모하는 게 목적인 나는 그녀가 얼마나 받아들이던 혼절할 때까지 주입할 생각이지만 그걸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퍼억! 퍼억! 푹!

[흐앗! 흥♡! 흐응--♡!!]

허리를 쳐 올릴 때마다 풀쩍풀쩍 경련하며 질을 죄어온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감대가 없는 그녀이기에 내 허리 움직임에 반응해 쾌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녀는 내가 허리를 쳐 올릴 때마다 주입되는 마나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좋아 이 정도면 슬슬 적응되었겠군. 그렇다면.......'

마나를 집중한다. 그리고 뭉친다. 그것은 초월자로서의 권능이자 순수한 기의 결집체라고 불리는 영단(靈丹)이었다.

푸욱!

[힉!? 끼아아아앙----♡♡♡!?!??]

지금까지의 교성은 장난이었다는 듯 크게 경련하며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너무나 큰 쾌감에 놀란 그녀는 반사적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골반을 잡아 주저앉히며 부드러운 입술을 핥았다.

<러스의 맹독이 당신을 덮칩니다!>

<여의색황경이 선경에 이른 당신은 만독불침(萬毒不侵)! 맹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순간 이성을 잃은 최상급 독의 정령이 독을 내뿜었지만 내게는 먹히지 않는다. 독의 면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육체였으니 그녀가 작정하고 공격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후후. 역시 버티는군. 대단한데?"

[세, 세상에. 방금 대체 뭐.......]

"그럼 다시 간다. 이번에는 마나를 두 배는 넣어주지!"

[자, 잠깐. 잠깐만 기다........ 꺄아아앙----♡♡♡♡!?!?!!?!?]

결국 녀석은 채 10분을 버티지 혼절하고 말았다. 소모한 영력은 50만 테라에 불과하다. 남들은 평생 마나 수련만 해도 쌓기 힘든 마나량이지만 나에게는 그야말로 하찮은 양.

"이걸 어쩐다. 계약을 더 맺을 녀석들도 없고....... 이 녀석들을 깨워야 하나?"

주변에 쓰러져 있는 다섯 명의 최상급 정령을 바라보자 니힐리티가 매달린다.

[저, 저기 주인님. 저는요?]

"물론 너와도 다시 해야지."

살짝 입 맞춰 주며 환희의 손길을 운용하자 은은한 쾌락에 몸을 비비꼰다. 정령인 자신이 고작 손길에 쾌감을 느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내 손길이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러스의 호감도가 90을 돌파했습니다! 러스의 호감도 락이 해제되어 있기에 방해 없이 호감도 상승이 완료됩니다!>

<러스의 호감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텍스트는 이제 눈여겨보지도 않는 종류의 것이다. 굳이 표현을 안 했다 뿐이지 나랑 관계 맺은 정령들은 모조리 호감도 100을 찍었으니까. 인간 NPC와 다르게 정령들의 호감도 락은 이런저런 이벤트가 아니라 친화력만 높으면 장땡이었기에 MAX호감도 성립도 쉬웠던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다음에 떠오르는 텍스트다.

<미망인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퀘스트 '조화령 수련. 세 번째'의 세부 내용이 갱신됩니다!>

"어?"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에 당황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미망인이라니? 황당해 하며 퀘스트 세부 내용을 확인한다.

처녀접수: 0/30미망인 유혹 : 1/10유부녀 유혹 : 0/5처녀접수는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공간의 정령을 제외하고 내가 안은 모든 정령들이 상급 이상이고 정령사와의 계약으로 성장하는 그녀들이 첫 계약을 할 리 없으니 오르지 않는 것이다. 뭐 최하급 정령들이라면 첫 계약도 딸 수 있겠지만 등급이 로우 급이 니 소용없는 일이고.......

"저기 니힐리티. 원래 이 녀석 누구랑 계약하고 있었지?"

[네? 글쎄요. 전 원래 상급 정령이어서 최상급 정령들하고는 별로....... 소문이지만 다크 엘프족하고 계약했었다고 들었어요. 다만 마수들과의 전투 중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계약이 박살나서 한동안 고생 했다고 했죠.]

'죽어서란 말인가.......'

미망인이란 흔히 남편이 죽고 홀로 사는 여인을 일컫는 말이다. 즉 이혼녀랑은 구분된다는 뜻이니 정상적으로 계약을 맺었다가 해지된 정령은 미망인의 조건에 충족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니힐리티."

[네 주인님. 바로 시작할까요?]

잔뜩 기대한 듯 몸이 달아있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흔든다.

"당장은 아니고. 다른 녀석들 전부 불러줄래? 네가 정신을 잃어버리면 부탁할 상대가  없어서."

[다른 녀석들....... 전부요?]

의아해하는 니힐리티를 향해 답한다.

"그래. 전부. 속성이 안 맞아서 왔다 간 녀석을 비롯해서 모든 최상급 정령을 다 불러줘. 특히 다른 정령사랑 계약해서 못 온다던 녀석들까지 모조리."

"천국을 보여준다고 그래."

============================ 작품 후기 ============================ 유부녀 유혹하러 다니기도 귀찮으니 이렇게 넘깁니다. 남 아내 뺏는 건 취향이 아니 그리고 상큼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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