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모여드는 관심. -- >
"세상에. 크리스티나라면 치우의 대사제 아냐?"
"사라센제국에 강림했던 상급 악마를 무찔렀다는 그 유명한......"
"소드 마스터 크리스티나! 무도회에 참여했었다니."
꽤나 유명한 녀석이었던 듯 주변에 있는 모든 녀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크리스티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 듯 차분하게 걸어 내 앞에 섰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교황님. 치우님의 신탁에 따라 대련을 요청하기 위해 왔습니다."
특별할 것도 없다는 목소리였지만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뭐 교황이라고?!"
"말도 안 돼 교황이라니. 교황은 생길 수 없는 거 아냐?"
"솔로몬 교단에 교황 있었잖아."
"그건 드래곤이라고 들었는데. 게다가 신에게 직접 선택받아야 교황이 된다고 하지 않았어?"
여기저기서 술렁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교황에 대한 이야기는 꽤 퍼져있던 모양이다.
"말도 안 돼. 거짓말 아냐?"
"야 이 장님아. 눈이 멀었냐? 저게 거짓말이나 하실 분으로 보여?"
"하지만 과연. 저 정도의 위엄을 가진 존재는 신의 사도뿐이겠지."
사실
'안 믿어. 증거를 대라!'
라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좀 의외의 상황이다. 뭔가 생각보다 후폭풍이 굉장히 적어서 순순히 믿어가는 분위기에 오히려 내가 당혹스러울 지경. 하지만 이런 거에도 슬슬 익숙해져 가는 중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놀랍군요. 설마 치우님께서 직접 신탁을 내릴 줄은 몰랐는데."
"그만큼 교황님이 주시할만한 분이라는 뜻이겠지요. 대련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태연하게 말하지만 사실 이건 폭거다. 애초에 무신 치우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노는 장르(?)가 다른데 왜 대련을 건단 말인가? 그러나 난 신경 쓰지 않았다. 비록 검이 전문이 아니라고는 하나 그녀와 내 사이의 스펙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서 문자 그대로 상대가 안 될 정도니까. 애초에 가진 마나량의 자릿수가 다르고 경지가 다르며 능력치차이는 압도적이라 할 수 있으니 대련이라고 해 봐야 귀여울 뿐이었다.
"오십시오."
"그럼!"
파앙!!
순간 청색의 검기가 솟구치며 무지막지한 힘으로 내 정면을 때리고 들어왔다. 뜻밖에도 크리스티나는 전력을 다해 덤벼든 것이다.
쩡! 그러나 라이온 하트를 들어 막아낸다. 내 힘 자체가 너무나 강해서 두 손으로 잡을 필요조차 없는 상태다.
'오메 힘차이 좀 보소.'
110포인트에 도달한 내 순수한 근력은 20인력(人力)에 달한다. 다시 말해 20명치의 힘........ 현실도 아니고 판타지에서 이 정도면 별 것 아닐 것 같지만 사실 이건 어마어마한 근력이다. 지금의 나는 맨손으로 동전을 납작하고 넓게 압축하는 것조차 가능한 것이다. 청동 무기 같은 경우는 찰흙 주무르듯 모양을 바꿔버릴 수 있다.
'불리한 자세인데도 힘차이 때문에 상관없다니.'
공략 사이트에서 본 결과 오우거의 기본 근력이 100포인트라고 한다. 인간의 한계치가 99였다는 걸 생각하면 그걸 넘어서는 근력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지금의 난 오우거와 팔씨름을 해도 이길지 모를 정도니 이미 종의 한계조차 무의미하다 하겠다.
"조심하시길."
예의바르게 경고한 후 마나를 발한다. 이미지하는 것은 용의 머리. 다만 난 온갖 스텟 보정을 받기 때문에 남들처럼 미술작품 급 그림을 이미지메이킹 할 필요가 없다. 그 냥 대충 용 머리 비슷하게 이미지만 해도 스킬이 발동되는 것이다. 내가 사용한 초식은 쾌룡검(快龍劍)이었다.
쩌저저정!!
한호흡만에 수십 번의 공격이 쏟아내었지만 크리스티나는 침착하게 막아냈다. 쾌룡검의 현묘함과 설렁설렁 휘둘렀다고는 하나 110포인트나 되는 내 순발력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순수한 검술실력으로는 밀리네.'
전투는 치열하다. 검과 검이 충돌할 때마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간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시미터를 든 네 명의 사내가 우리를 중심으로 사각형을 만들고 있었고 그들에게서 뿜어진 푸른색 기운이 충격파를 막아내고 있다. 아마 그들 역시 치우의 신도들이리라.
쩌엉! 쩌엉!
"세상에! 이것이 초인들의 대결인가!"
"왕국에도 둘 밖에 없다는 소드 마스터의 대결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여기저기서 경악성을 외치지만 사실 난 소드마스터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란 실력의 소유자다. 검술실력으로만 치면 나는 크리스티나에게 한 수. 아니 두 수. 아니.......
'아 그래. 세 수는 뒤처지겠군.'
하지만 그럼에도 대련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냥 좀 더 여유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가지고 노는 수준인 것이다.
<신경가속(神經加速)을 가동합니다! 순발력 보정에 중첩! 20배 가속에 들어갑니다!>
<평온한 가속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
스텟이 깡패다. 버프도 깡패였다. 검의 고수라도 3살 유아의 몸으로 목검을 들으면 진검을 든 성인 남성을 이기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무려 20배의 가속이 걸려 있는 나는 크리스티나와 전혀 다른 시간 속에 서 있다. 막말로 내가 작정하고 낙룡검이라도 펼치면 그녀는 일격에 목숨이 위험한 것이다.
물론 스텟과 버프 차이가 심하다 하더라도 내가 완전 보통사람이라면 그녀를 당해낼 수 없었겠지만, 어쨌든 나는 나대로 검술을 꽤 연마하기까지 했으며 옛날부터 뛰어난 육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그걸 다루는데 익숙해진 상태다. 나는 지극히 간단한 초식과 변초만으로 그녀를 상대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니 오히려 그녀는 내 실력이 이게 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봐주면서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와 대단해! 과연 신의 사도구나! 완전 취향인데.......?!'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린다.
'마음이 읽혀?'
어이없는 일이다. 아까야 그렇다 쳐도 싸우는 와중에 왜? 그러나 나 역시 눈치가 없는 건 아니어서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음을 읽는 색황의 능력은 여인이 황홀경일 때 발동하는데 크리스티나는 싸우는 것으로 쾌감을 느끼는 그야말로 타고난 투사였던 것이다.
'...... 라기보다는 그냥 변태 아냐?'
기막혀 하면서도 목소리만은 차분하다.
"슬슬 끝내겠습니다. 가장 강한 검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물론! 가겠습니다!"
크리스티나는 기쁨이 넘쳐나는 표정으로 검을 늘어트렸다. 늘어트린 검면을 따라 불꽃같은 검기가 타오른다.
'아아! 대단해! 모든 공격을 이렇게나 아무렇지 않게 받아 내다니! 페이크도 전부 다 간파하고 있잖아?'
그야말로 탄성을 내지르고 있지만 사실 그냥 눈에 보여서 막는 것이지 치밀한 심리전이나 그런 것 따위는 없다. 눈에 그냥 다 보이는걸 뭐 어찌하란 말인가?
'아 이러면 검술실력 안 느는데.'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는데 크리스티나가 2미터 정도 단숨에 물러나 푸른 영기에 둘러싸인 클레이모어를 위로 들어올렸다. 최후의 절기를 뿜어내려는 것이다.
"갑니다! 익스트림 디바이스!!"
순간 그녀의 검에 모여들었던 검기가 단번에 폭발하며 무지막지한 기세로 내 전신을 내리누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겁먹지 않았다. 30배나 느리게 움직이는 시간 때문에 폭발이 퍼져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보이는 상황.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승룡검(乘龍劍)을 펼쳤다.
마나는 너무 많아 다 쓰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크아앙--!!]
포효와 같은 소리와 함께 황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용이 하늘로 솟구친다. 마치 용의 머리가 폭발을 통째로 물로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보인다.
"흣!?"
그리고 그 맹렬한 기세에 휩쓸린 크리스티나가 휘청거렸다. 승룡이 하늘로 솟구치며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정신 높으면 한순간에 박살이 날 위기다. 파앗!
그러나 나는 너무나도 간단히 크리스티나를 안아 자리를 피했다. 광혼(光魂)의 보조스킬. 찰나(刹那)를 가동해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조심하시길."
구태여 여기서 더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난 그냥 웃기만 해도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는 미남이기 때문. 과연 한순간 정신을 놨던 크리스티나는 재빨리 내 품에서 일어나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험, 흠흠. 아, 저...... 네. 패배를 인정합니다. 저희 치우 교단은 아프로디테 교단의 새로운 교황님을 환영하겠습니다."
"고맙군요. 사실 미와 사랑의 여신을 모시는 저를 평가하기에는 묘한 방식이었지만요."
태연하게 답하자 크리스티나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느껴진다. 확실히 무의 신 치우를 모시는 자신이 교황이라고는 하나 미의 신을 모시는 나를 무로 시험했다는 것이 무례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굳이 그렇게 시험을 본걸 보면 아마 무신 치우의 신탁이 그런 식으로 내려졌기 때문이리라.
'하긴 치우의 신도인 그가 미와 사랑으로 나를 평가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피식 하고 웃는데 크리스티나가 말한다.
"어쨌든 로안님을 아프로디테 교단의 교황으로 인정함에 따라 치우님께서 내리신 신 탁을 전하겠습니다."
"신탁?"
우웅-!
의문을 표했으나 그보다 먼저 크리스티나의 몸에서 청색의 오오라가 뿜어지기 시작한다. 전해지는 것은 강력하면서도 패도적인 기운. 헐. 이거 설마?
"오오 치우님."
"무의 신이시여......."
무도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예를 취했고 기사 몇 명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왕이나 황제처럼 권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의 권위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아니 잠깐. 이게 무슨 신탁이야? 이건........'
<무의 신. 치우의 목소리가 사제 크리스티나의 몸에 깃듭니다!>
'이정도면 거의 강신이잖아!?'
나는 내가 지금까지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그래도 신이면 아무래도 물질계와 상당한 거리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하늘도서관에서 신상을 통해 아프로디테와 대화를 나눴던 나이지만 그건 그 장소가 특별하기 때문일 뿐 겪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라. 다르군. 이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인간과 신의 거리가 가까워.'
아프로디테 교단을 기꺼워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아프로디테 관련 학원을 지었다는 센트럴 아카데미를 떠올렸다. 그때는 그냥 사람들이 신의 위엄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들은 신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에 건물을 지었던 것. 신들은 생각보다 쉽게 지상세계를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도 이런저런 조건이 있는 모양이긴 하지만 말이야.'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푸르게 빛나는 오오라에 둘러싸인 크리스티나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겉모습은 똑같지만 목소리는 굵고 호탕한 남자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는 상태.
그리고 그가 한 말은 전혀 예상 밖의 종류였다.
[싹이 보이는 녀석이군. 내 사도가 되어 치우 교단을 다스릴 생각은 없나?]
"뭐?"
============================ 작품 후기 ============================ 사방에서 모여드는 관심. 인기 절정이로군요(.........) 으앙 내일 시험이에요. 공부는 안 했으니 이제 밤을 새야 하려나 ㅠㅠ 덧: 30배 가속을 20배 가속으로 낮추겠습니다. 다만 최신본(125)에서는 다시 30배로........ ============================ 작품 후기 ============================ 사방에서 모여드는 관심. 인기 절정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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