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모여드는 관심. -- >
마차에서 나와 센트럴 아카데미 안에 있는 무도회장으로 가는 동안 난 그야말로 화살처럼 날아와 박히는 시선에 노출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일단 날 보기만 하면 멈춰서 시선을 돌리지를 못한다.
여기서 내가 '여자'라고 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한 것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는
'남자들이 남자를 왜 쳐다봐? 게이 아냐?'
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절대적인 미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법이지. 꼭 성욕을 가지고 미를 접하는 건 아니니까.'
생각해 봐라. 길을 가는데 원빈이나 장동건이 지나간다. 당신이 남자라고 완전히 무시할 수 있겠는가? 시선이 전혀 가지 않는다고? 심지어 매력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나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오오라....... 라기 보다는. 그래. 후광(後光). 후광이 뿜어지는 그런 미남이다. 마음이 약한 녀석들은 함부로 마주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뭐 그런 것도 NPC한정이지만.'
그렇다. 사실 물리적으로 110의 매력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미리 말했다시피 미적 관점이라는 건 사람마다 다르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 유저. 거기에 좀 염세적인 녀석이라면 나를 보는 것만으로 홀리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 역시 거울을 보면서
'망할 놈. 더럽게(?) 잘생겼네.'
라고는 생각해도 멍해지거나 다리가 풀릴 정도로 황홀경에 빠지지는 않으니까.
"아아......"
"앗, 아가씨!"
그래. 저기 쓰러진 저 여자처럼 말이다.
"후후. 우리 교황님 모습에 다들 정신을 못 차리네요."
"왜 네가 자랑스러워 해?"
"우리 교황님이니까요."
내 양 옆에는 바이올렛과 에린이 자리하고 있다. 바이올렛은 그녀의 머리색보다 조금 더 짙은 보라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커다란 천을 보기 좋게 감싼 것 같은 드레스로 어깨가 환히 드러나는 이브닝드레스(evening dress)였고 에린이 입고 있는 것은 정렬적인 붉은색이 인상적인 엠파이어 드레스(empire dress)로 하이 웨이스트(실제 허리선보다 높은 위치에 만들어진 허리선)에서 가볍게 조여 스트레이트로 떨어져 내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잘 어울리는군."
"저, 정말요? 아 다행이다. 최소한의 선은 넘는 모양이네요."
"최소한의 선? 무슨 소리야?"
"교황님 옆에 있어서 비교된단 말이에요."
"맞아요. 키도 그렇게 크면서 머리는 또 왜 이렇게 작으신 거예요?"
"사기야 사기."
제법 친해져서 그런지 살가워진 그녀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호감도는 부동의 100이니 내가 위기에 처한다면 목숨이라도 버려서 지키려 할 것이다.
"어, 어서 들어오십시오."
"수고."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 녀석이 굽실거리는 걸 보고 가볍게 손을 들어준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에린이 킥킥거린다.
"와 대단하다. 신분검사도 안 하네요."
"무슨 소리야?"
"아뇨 저 기사는 들어오는 사람의 신분을 검사하는 분이거든요. 학생증이라든가 교사자격증이라던가요. 항상 보는 나나 바이올렛님도 꼬박꼬박 확인하곤 했는데 처음 보는 교황님한테는 엄두를 못 내잖아요."
"그런가?"
피식 웃으며 통로 끝에 도달한다. 그리고 무도회장으로 나간다.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환한 무도회장에는 대충 봐도 수백이 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아......."
"세상에."
순간 모든 여자들이 숨을 멈추었다. 심지어 나이가 70이 넘은 노파까지....... 아니 사실 이 말은 정확하지 않은 것이 여성들은 물론이고 남성들마저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세상에 뭐야 저 남자는....... 저 남자는....."
"와 맙소사. 완전 잘생겼어."
나. 그러니까 로안 필스타인은 눈부시게 잘 생긴. 그야말로 미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미남자다. 착 가라앉은 눈동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어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울렁거리게 만들고 조물주가 사력을 다해 만든 것 같은 이목구비는 어떤 표정을 짓는다 해도 화보로 팔아먹을 수 있을 정도다.
'아 시선 봐라.'
얼굴이 따갑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시선만으로 얼굴에 구멍이 뚫릴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지만 솔직히 좀 부담스러울 정도. 그리고 그때였다.
<데나의 호감도가 90에 도달했습니다! 호감도 락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호감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랑스의 호감도가 90에 도달했습니다! 호감도 락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호감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레이나의 호감도가 90에 도달했습니다! 호감도 락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호감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마리의 호감도가 90을 돌파했습니다! 마리의 호감도 락이 해제되어 있기에 방해 없이 호감도 상승이 완료됩니다!>
<마리의 호감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아넬리나의 호감도가 90을 돌파했습니다! 아넬리나의 호감도 락이 해제되어 있기에 방해 없이 호감도 상승이 완료됩니다!>
<아넬리나 호감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한순간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좌르륵 올라오는 텍스트에 황당해한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첫눈에 반하는 것도 정도지 무슨 호감도 100이 시작부터 뚫린단 말인가? 하지만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어서 바이올렛의 성에서 일하는 하녀라든지 오다가다 만난 여자 용병이나 기사들이 호감도 100을 찍은 적이 제법 있다.
'어디보자 조화령 스킬 미션이 어땠더라.'
슬쩍 스킬 퀘스트를 확인한다.
조화령(造化靈)수련. 두 번째제한시간 없음목표 사랑전설의 방중술이라는 레전드 스킬(Legend skill). 조화령을 습득했다. 지금까지의 스킬들과 다르게 조화령은 단순한 깨달음과 수련이 아닌 퀘스트의 달성으로 수련이 이루어진다.
조화령은 단순한 육욕이 아닌 마음을 다룬다. 그러니 정도 이상의 수준을 가진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아(네임드 10명 호감도 100.)너만을 사랑하게 만들어라.
보상: 조화령(造化靈) : 숙련자 -> 전문가 진행 상황 : 네임드 5명. 히어로 7명. 레전드 1명.
안타깝게도(?) 네임드 NPC였던 에린과 바이올렛이 히어로 NPC로 승급하였기 때문에 네임드 NPC는 아직도 5명이나 남았다. 그것도 원래 7명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지금 2명이 줄어 5명인 것이다.
'뭐 분위기를 보아하니 금방 해결될 것 같기는 하지만.'
얼굴을 보기만 해도 호감도 100찍는 녀석들이 나오는 마당이나 조금 더 돌아다니면 5명 정도는 금방일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신성 스킬은 보름 정도는 걸릴 것 같고. 생각보다 쉬워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일반적인 유저들은 단 1명에 불과한 NPC의 호감도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도 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이니까. 게다가 동시에 두 이성을 공략하는 걸 들켰다가는 질투심과 실망감으로 플래그 브레이크(Flag break)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10명을 공략하는 조화령의 퀘스트는 그야말로 초극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게 숙련자에서 전문가로 넘어가기 위한 조건이라니! 아프로디테의 상황이 더 심각해서 하이 프리스트를 10명이나 만들어야 한단다. 다만 심각한 건 하이프리스트는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며 일단 하이프리스트의 경지에 이르면 그것만으로도 히어로 NPC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유저들은 그 스스로가 히어로 NPC에 들어가기 힘들 지경(왜냐하면 히어로 NPC라는 건 마스터. 혹은 거기에 못 미쳐도 준 마스터급이기 때문.)인데 남을 거기까지 키우는 건 또 얼마나 어렵겠는가? 하다못해 다른 교단. 그러니까 치우교단이라거나 솔로몬 교단이라면 무술이나 마법을 가르치면 되지만 아프로디테 교단은 답이 없다 하겠다.
웅성웅성.
술렁술렁.
당연한 말이지만 무도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무슨 자기소개를 해야 하거나 할 필요는 없던 만큼 나는 무도회장 한쪽에 있는 테이블 근처로 이동했다. 뷔페식으로 온갖 음식이 늘어 있는 그곳은 에레스티아가 해 주는 요리에 익숙한 나에게도 나쁘지 않은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많기는 많군. 이게 다 귀족들인가?"
"다는 아니에요. 센트럴 아카데미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으니까. 하지 만 학생을 제외하면 거의 다 귀족인 건 맞네요. 가진 바 능력이 출중하다면 대륙 어느 국가에서라도 작위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호오 그렇군."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수많은 사람들이 훔쳐보았지만 감히(?)접근하거나 하지는 못한다. 내가 가지는 이 고결한(?)오오라는 정말 어지간히 강한 마음을 가지지 않은 이상 뚫을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아 너무 아름다워....... 세상에.......'
'대, 대체 뭐 하는 분이시지? 저런 분과 함께 할 수 있다면...... 흑. 안 돼. 내가 너무 모자라........'
그때 갑자기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읽히기 시작하는 걸 깨닫고 황당해한다. 초월지경에 올라 색황이 되면서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게 발동한 것. 다만 중요한 건 그게 성행위 시에만 발동 가능한 스킬이라는 것이다.
'아니 이게 지금 왜 발....... 설마?'
슬쩍 마음을 읽힌 여인들을 살펴보자 그녀들이
[아아아~]
하고 주저앉는 모습이 보 인다.
'세상에. 설마 보는 것만으로 황홀경에 빠져서 행위와도 맞먹는 쾌감을 느낀다는 거야?'
물론 아무리 내 매력이 사기급이라도 이게 모든 여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종류의 스킬은 아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그녀들은 나를 보자마자 호감도 100에 이르렀던 이들일 것이다.'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매력과 카리스마로군. 이거 왕족한테 가서 반말을 해도
[무엄하다!]
라거나
[감히!]
라는 말을 못 하는 거 아냐? 그것도 그냥 분위기 때문에?'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오오오-!
한쪽에서 강력한 투기가 뿜어진다. 상당한 양의 마나와 투지가 섞인 패도적인 기운.
텅. 그러나 어림없다. 지닌 마나량 자체가 다르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러 마스터가 쏘아 보낸 투기인 것 같은데 그녀가 가진 마나라고 해 봤자 2만 테라에 불과하니 2억 테라의 마나를 가진 나와 비교하면 1만분의 1이라는 그야말로 사소한(?)마나량인 것이다. 차이가 이정도로 심하면 투기를 실어 날리건 살기를 실어 날리건 혹은 그 외의 온갖 방식을 사용하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항마력에서 그냥 걸러지는 것이다.
"흠......!"
투기를 날린 대상은 한 발짝 물러서며 신음했다. 날려 보낸 투기가 튕겨갔으니 당연한 일이긴 한데 그 대상이 의외로 여인이다. 180센티미터라는. 사실 여자라고 보기는 좀 어려울 정도로 큰 키에 클레이모어를 등에 차고 있는 그녀는 지구로 치면 남미 쪽에 가까운 미모에 보기 좋게 탄 피부를 가진 갈색 머리칼의 미녀다.
"당신은?"
"흐음. 역시 대단하군요.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저는 검의 길을 걷는 자이자 전신 치우님의 종인 크리스티나 몬테로라고 합니다."
'크리스티나 몬테로?'뭔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 살짝 바뀐 것 같은 느낌에 의아해한다. 그러고 보니 얼굴 도 왠지 익숙한데.
"세상에. 크리스티나라면 치우의 수석사제 아냐?"
"사라센제국에 강림했던 상급 악마를 무찔렀다는 그 유명한......"
"소드 마스터 크리스티나! 무도회에 참여했었다니."
꽤나 유명한 녀석이었던 듯 주변에 있는 모든 녀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크리스티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 듯 차분하게 걸어 내 앞에 섰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교황님. 치우님의 신탁에 따라 대련을 요청하기 위해 왔습니다."
============================ 작품 후기 ============================ 천신과 마신이 그랬듯 오대신들도 로안의 존재를 다 감지한 상태죠. 뭣보다 오대신끼리는 나름대로의 커뮤니케이션도 있거든요. 다 친한 건 아니지만 아프로디테의 자 크리스티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 듯 차분하게 걸어 내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