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13화 (113/283)

< --11장. 모여드는 관심. -- >

똑똑.

그때 화려하게 치장된 넓은. 그러니까 어지간한 교실 두 개만 한 공간 끝에 있는 널찍한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입장을 허가합니다.>

말과 함께 문이 열린다. 문 밖에서는 여러 마리의 말과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 상태. 조금 전만 해도 아무런 소리 없이 고요하던 방 안에 이런저런 소음들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은 잘 끝났어?"

"네. 새로 온 소식들을 관련해 보고를 좀 받은 정도니까요."

바이올렛이 방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자 외부와 내부가 완전히 차단된다. 말하자면 그녀는 지금 차원을 넘어선 것.

그렇다. 이곳이야말로 환희마라경(歡喜魔羅經)과 여의색황경(如意色皇經)이 초월자에 이르면서 얻은 특수스킬.

<색황의 처소>

가 만들어낸 일종의 아공간이다. 일단

[문]

이라고 부를 만한 것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들어갈 수 있는 색황의 처소는 언제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건 물론 언제나 여인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심지어 색황의 처소에 들어선 후 문을 다른 곳으로 옮겨도 그 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금처럼 마차 여행 때 넓은 공간에서 쉬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나저나 축하해 줘. 에린이 하이 프리스트의 자격을 얻었어."

"네? 하지만 에린의 마력은......."

"이제 1만 5천 테라. 다만 완성자의 경지라도 여기서 막히니 한동안은 가진 힘을 다스리는데 전력을 다해야겠지."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닌 만큼 태연하게 말했지만 바이올렛은 그야말로 기겁하고 있다.

"세상에. 500테라의 마나를 가지고 있던 에린이 나흘 만에 1만 5천 테라의 마나를 가지게 되다니......"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건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마나가 3배도 아니고 30배가 늘어난 것이다. 그것도 고작 나흘 만에 올랐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이겠는가?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녀는 한동안 그렇게 늘어난 마나를 다스리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쉽게 늘어난 마나인 만큼 소화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하리라. 이건 마치 영약을 먹은 것과도 비슷한 일이라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흐음. 타인의 기운을 정순하게 하는 색공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만약 그런 게 가능하다면 아프로디테 교단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게 된다. 솔직히 아프로디테 교단은 전투에 특화되지 못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약한 것도 아니어서 전투 마법을 중심으로 익힌 솔로몬 교단의 마법사나 검법을 익힌 치우교단의 투사와 싸운다 해도 5배 정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맞먹을 수 있다. 심지어 아프로디테 교단의 신성력은 치료도 가능한데다 버프도 걸 수 있어서 제법 만능성까지 있다.

'뭐 그래도 동등한 마나면 발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5배의 마나를 가지고 있으면 맞먹는 다는 건 약하다는 말과도 같다. 서로 똑같이 수련하고 교리를 익히는데 마나량이 5배나 차이 날 리가 없지 않은가? 서로 사랑을 하는 것으로 마나를 늘리는 아프로디테 교단은 마나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그 수준은 1.5배에 불과하다. 어디까지나 아프로디테 교단은 미모를 가꾸거나 치료를 하는 게 특기인 것이다.

"부럽....... 네요. 저는 5000테라에서 멈췄는데."

그리고 그렇게 자고 있는 에린을 바이올렛은 쓸쓸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올렛의 경지가 그녀보다 높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왜? 섭섭해?"

"아, 아뇨! 저도 일곱 배나 마나가 늘었는데 섭섭하다니요. 다만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저도 에린처럼 로안님을 따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나 바이올렛은 헤스티아 백작의 딸로 영지를 이어야 할 처지였다. 비록 그녀에게는 4살 어린 남동생이 있기는 했지만 그는 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뭐가 고민인지 모르겠군."

"...... 네?"

"따르고 싶으면 따라. 아프로디테 여신님은 딱히 신도의 지위나 책임을 신경 쓰지 않으니까. 너는 아름다우니 아프로디테님의 은혜를 받는 데에 문제도 없을 테고. 무엇보다....... 내가 그걸 바라고 말이야."

물론 다른 문제가 있다. 미와 사랑을 숭상하는 만큼 그 신도들이 자유연애주의자가 되어 버리는 아프로디테 교단은 평민이라면 몰라도 핏줄을 보전하려는 귀족들에게 아주 안 좋게 보일만한 종교였기 때문이다. 바이올렛이 백작의 딸로 꽤 높은 지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귀족사회에서 밉보이면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뜻밖에도 바이올렛은 울었다.

"흑. 고마...... 워요. 이, 이제야. 이제야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바이올렛?"

솔직히 당황한다. 한동안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몇 번이고 보냈지만 단지 입교를 제안했을 뿐인데 감정을 터트리다니? 그러나........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이건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호감도 MAX. 즉 100의 감정은 완전한 사랑으로 상대를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다만 네버랜드의 호감도 시스템에는 플래그 브레이크(Flag break)라는 독특한 개념이 존재하기에 그 감정이 영원히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넘기고.

어쨌든 호감도가 가득한 지금의 바이올렛은 내가 당장 영지를 버리고 떠나라고 해도 떠날 상태였다. 근데 문제는 내가 그녀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는 점. 내가 바라지도 않는데 단지 자기의 애정만을 과시하며 마구 덤벼들기에는 바이올렛의 심성이 너무 착했기에 그녀로서는 애만 태우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괜찮겠어? 시선이 곱지 않을 텐데."

"저는 당신만 있으면 되요. 설사 독차지 할 수 없더라도...... 바라만 볼 수 있어도......."

"흠."

애타는 표정에 약간 미안해지는 걸 느낀다. 물론 그녀는 프로그램에 가까운 존재지만 그렇다 해도 아름다운 여인이 나만을 바라보겠다는데 진심으로 응해줄 수 없으니 뭔 가 찝찝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매여 있을 수도 없는 것이 나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모시는 신의 사도가 아니던가? 게다가 게임을 마음껏 즐기는 내 플레이 스타일 상 능력이 없다면 모르되 있는데 한 여자한테 매이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만약 그럴 거라면 이렇게 돌아다니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 여자한테 매일 거면 에레스티아한테 계속 붙어있지 뭐 하러 교단 같은 곳을 찾아가겠는가? 물론 에레스티아가 임신으로 레어를 봉인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혼돈의 숲에 있는 다른 드래곤을 유혹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한 여인을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더 나은 여인을 고르는 게 나을 테니까.

"좋아. 너를 아프로디테님의 신도로 만들어주지. 너는 이제부터 내 휘하의 교도이며 세상 누구도 무시 못 할 존재가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신성력을 끌어올린다. 사용하려는 주문은 이미 익힌 지 꽤 오래된 기술이다.

<아름다움의 시작이 발동합니다!>

<대상에 대해 평가 중........ 합격!>

<새로운 교도. 바이올렛 헤스티아를 받아들입니다!>

'합격이라니.'

성공도 아니고 합격이라는 말에 피식 웃는다. 아마 그녀의 미모를 확인한 것이겠지. 아프로디테 교단은 못생긴 교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근데 그러면 잘못된 거 아닌가? 못생긴 사람들을 신도로 받아들여 예쁘게 만들어야 존경을 받지 원.'

투덜거리는데 문득 바이올렛의 몸에서 빛이 뿜어진다.

우우웅-!!

"어라?"

난데없는 일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보자 빛에 둘러싸인 바이올렛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바이올렛이 네임드NPC에서 히어로NPC로 승급합니다!>

<윗 단계로의 승급에 따라 최대 마나치가 상승하고 전체적인 능력치가 일정량 상승 합니다!>

<마나의 흐름이 육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탈태(奪胎)를 시작합니다!>

"오. 이게 탈태로군."

에린이 지금까지 몇 번이고 마나의 한계치를 넘어서긴 했지만 그건 스킬의 경지를 높여서 그랬던 것일 뿐 탈태를 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신기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다.

게임 세계관이기 때문일까? 네버랜드에서는 마법이든 신성력이든 내공이든 정령력이든 다 똑같은 마나를 소모한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가진 마나를 마력이나 내공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일종의 변환능력이 필요하다는 정도일까?

때문에 마나를 축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능을 익히는 데에는 약간의 재능이 필요하다. 요컨대 내공에 입문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체술적성이 30포인트는 있어야 하고 마력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마법적성이 30포인트는 있어야 한다. 정령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친화력이 30포인트를 넘어야 할 테고 말이다.

다만 웃기는 게 있다면 하나의 재능이 어느 이상 높으면 다른 재능이 높지 않은 게 보 통인데다 하나의 스텟을 상승시키는 데에도 기나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능력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물론 10~20포인트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관련 재능을 연마. 성장시키면 입문하는 게 가능하지만 이미 하나의 이능에 입문하면 그 능력을 활용하는 게 보통이다.

웅웅- 웅웅-바이올렛은 혼절한 채로 허공에 떠 있는 상태다. 슬쩍 다가서 보니 메시지가 떠오른다.

<탈태 중입니다! 이제부터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으며 방어력이 극도로 떨어지게 됩니다! 탈태 완료까지 앞으로 11시간 59분 33초........ >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인다. 필요한 시간은 환골탈태의 절반 정도. 게다가 방어력이 극도로 떨어진다니 보호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마나도 별로 안 늘렸는데 네임드에서 히어로가 되다니....... 듀얼 클래스라는 게 생각보다 크게 적용되나 보네."

원래의 바이올렛은 바람과 불의 하급 정령을 다루는 하급 정령사이다. 다만 하급 정령사라고 우습게 볼 수 없는 게 바람의 하급 정령과 불의 하급정령을 제법 잘 다뤄 전투력은 상당하다는 게 공식적인 평가였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사랑을 몇 번 받은 이후....... 그녀는 각각 1체의 중급 불과 바람의 정령. 그리고 각 3체의 무의 정령과 물의 정령과의 계약에 성공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중급 정령사의 경지에 이르렀다. 여기까지 오면 능력만으로도 작위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정령사라 할 수 있다.

'아마 나 때문이겠지.'

110포인트의 친화력으로

<세계에게 무궁한 사랑을 받는>

나는 단지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 상대를 한계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게 가능하다. 물론 남들이 보면 사기라고 할 것이다. 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만으로 상대 여인은 마나가 수십 배나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 경지조차 마구 올리다니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러니까 초월지경이지.'

그렇다. 초월경이라는 건 원래 그렇게나 사기적인 것이다. 9클래스의 대마법사는 나라 하나 정도는 우습게 말아먹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파괴마법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그 능력의 범용성이 떨어지는 대신 전략병기를 넘어서는 어 마어마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정령왕을 소환하는 게 가능한 정령사는 혼자서 어지간한 나라 단위의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궁극의 경지에 오른 소환사는 신화적인 존재들조차 불러내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난 기운을 키우고 상대방의 호감을 얻어내는데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단순히 성행위에 능숙해서 기쁨을 주는 그런 단순한 경지가 아니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로 기운 자체에 간섭하는 게 가능한 나는 나와 관계한 모든 대상을 한계까지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나의 재능을 투영시켜 상대방의 스텟에조차 간섭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흐음. 어쩌면 엄청난 성세를 자랑하게 될지도 모르겠군. 하이 프리스트를 찍어낼 수 있을 테니."

탈태하고 있는 바이올렛의 모습을 보며 피식하고 웃는다.

"아프로디테가 좋아하겠어."

============================ 작품 후기 ============================ 시스템상 양다리를 걸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지만 그걸 호감도를 올리던 NPC에게 들키면 플래그 브레이크가 발동해서 호감도가 몇십씩 깎여 나갑니다. 일반적으로 여러명의 호감도를 100까지 올리는 건 너무너무 힘든 일이죠. 더불어 호감도 100이라 해도 방치하고 시간이 지나면 호감도가 서서히 줄어듭니다. 혹 다른 사랑이라도 하게 되면 확 줄어버리죠.

일단 100찍으면 고정이라는 편리한 시스템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일단 로안하고 한번 하면 다른 남자가 안 보이잖아? 다른 남자들은 아마 안될거야(........) 게다가 NPC한테 호감도 작업하고 있던 유저들에게 로안은 그야말로 재앙같은 존재입니다. 본인은 별 잘못도 안 했는데 그 NPC가 로안과 마주치기만 해도 자기에 대한 호감도가 팍팍 깎여 버리게 되니(.........) 아 시험도 끝나고 비축분을 좀 쌓았으니 잠시 후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일도 한 편 올려보려고요 ㅇㅅㅇ 더불어 호감도 100이라 해도 방치하고 시간이 지나면 호감도가 서서히 줄어듭니다. 혹 다른 사랑이라도 하게 되면 확 줄어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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