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장. 대륙으로-- >
사랑을 얻어야 하는데 미인인 게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좋지 않나?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아프로디테의 신관들은 모두 여성이며 그 신성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름답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그녀들을 노린 권력자나 강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물론 대가를 받고 몇 번 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아프로디테의 신관은 원하지 않는. 그러니까 사랑하지 않는 상대와 관계하면 오히려 그 힘이 크게 깎인다.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강간을 하려 들면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것이다.
'뭐 당연하지. 그냥 깎이는 정도도 아니고 신성력의 근간이 무너져 내리는 수준이니.'
아프로디테를 모시는 신관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라든지
'너뿐이야.'
같은 사랑의 말을 거짓으로 속삭이면 30%이상의 신성력이 영구히 감소한다. 비싼 선물이나 돈을 받는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것만을 목표로 상대를 홀리는. 흔히 말하는 '어장관리'같은 것을 해도 피해가 막심하며 혹 사랑하지 않는 상대와 관계를 가질 경우 절반이 넘는 신성력이
[무너져]
내리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신관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절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일단 마음이 일면 고백을 하는데 망설임도 없고 사랑의 마음이 사라지면 칼같이 돌아선다. 때문에 아프로디테 교단의 프리스트들은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욕을 많이 먹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국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겠지.
하지만 에린이나 바이올렛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닌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 저기 그러면 교황님이 마음만 동한다면 누구라도 영력을 늘려주실 수 있다는 건가요?"
"크게 힘든 일은 아니죠. 얼마나 많은 대상에게 할 수 있는지는 실험해 보지 않았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바이올렛과 에린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치켜떠진다.
"맙소사......."
"세상에 그건......."
당연한 말이지만 이능이 개인의 무력을 넘어 세계정세에도 영향을 끼치는 네버랜드 에서 마나를 늘려주는 힘이 가지는 가치는 그야말로 무한하다고 할 만한 수준. 그런데 그걸 개인이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뒤집어질만한 일이다.
"저, 저기 교황님. 이런 건 비밀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나 대단한 힘인데......."
"괜찮아 에린. 나는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 사람들에게는 계속 능력을 사용할 생각이니 어차피 퍼져나갈 소문이야."
피식 웃으며 볼을 쓰다듬어주자 에린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다. 기습적인 스킨십에 당황한 것 같았다.
"저기. 그런데 그, 그걸........ 하다 보면 임신을 할 수 있지 않나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아프로디테님의 선택을 받은 저에게 임신여부를 조절하는 건 너무나 간단한 일이니까요. 더불어 한 번이 하면 할수록 영력을 계속 늘리는 것도 가능하죠."
"엄청나군요."
에린과 바이올렛이 놀랍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렇지만 사실 내 설명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아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모 함을 할 수도 있다.
'흥! 사실 그냥 네가 여자들하고 그걸 하고 싶어서 우릴 속이는 거 아냐? 그걸 안 하고도 힘을 늘려줄 수단이 있다든지!'
색공을 익힌 나에게는 되도 않는 개소리이지만 어차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오해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나는 그런 오해를 받지 않는다.
'저렇게 멋진 남자가 여자가 고파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어.'
....... 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빈이 길가는 여자를 강간하려 들었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믿겠는가?
"어쨌든 문제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잘 이용할 수 있을 테니 신관들을 만나면 오히려 좋겠지. 아 그런데 출발은 언제 할 생각이죠. 바이올렛? 제 교단에 가 보고 싶은데."
내 교단. 이라는 말이 태연하게 나온다는 게 놀랍다. 솔직히 별로 실감은 안 나지만 내거라는데 어쩔 것인가? 만약 아프로디테 교단이 엄청 크고 융성한 데다 신도들도 많았다면 좀 부담이 되었을 텐데 그 규모가 작다니 키워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 이미 준비를 하고 있으니 늦어도 모래 점심때까지는 출발할 수 있을 있을 거예요. 혹시 급하신가요?"
"그럴 것 까지는 없죠."
어차피 무슨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즐기기 위한 게임이다. 아프로디테 교단에 가려는 거야 나를 따를게 확정된 다수의 미녀(!)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 다른 문제는 없던 것이다.
"다행이에요. 그럼 예정대로 준비하라고 할 테니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히 쉬어 주세요. 저희 영지가 국경지대에 있어서 화려한 맛은 없지만 볼거리라면 꽤 있는 편이랍니다. 제가 영지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니........"
혹시라도 내가 그냥 가 버릴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내가 날개를 펼쳐 날아온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겠지.
"후후. 그렇게까지 수고하실 필요까지야. 아 그런데 에린. 지금 신성력의 경지가 어떻게 되지?"
"현재 전문가 4레벨입니다."
"뭐? 너 숙련자 7레벨이었잖아?!"
나보다 바이올렛이 깜짝 놀라 신음성을 토한다. 재미있는 건 NPC들도 유저들과 마찬가지의 스킬 시스템과 스텟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물론 스킬 창 같은 건 불러오지 못해서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NPC들은 레벨 시스템이 없어서 레벨이 오른다고 스텟이 오르거나 하늘 도서관의 티켓이 주어진다거나 하는 보너스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성장 면에 있어서는 NPC보다 유저들이 훨씬 유리한 것이다.
"흐음.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꽤 올랐군?"
"점점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 진정한 사랑을 마음에 새겼으니까요."
새빨개진 얼굴로 고백하는 그녀의 얼굴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엽다. 즉 사랑을 전파하는 아프로디테의 가르침에 따라 호감도 100에 도달한 그녀는 궁극의 사랑에 눈떴기에 신성력의 경지가 올라간 것이다.
"흐음. 그럼 하이프리스트가 되려면 어느 정도 기준이 필요하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완성자의 경지와 1만 테라 정도의 신성력이 있으면 되지 않을 까요? 네레이야님도 그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고요."
네레이야라면 현재 아프로디테 교단에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하이프리스트이다. 신성력 스킬이 완성자를 넘어간 히어로 NPC. 그리고 그녀가 1만 테라의 신성력과 완성자의 경지를 가지고 있다는 건 나에게 꽤 좋은 의미를 가진다.
"흐음. 잘하면 교단에 도착하기 전에 너를 하이 프리스트로 만들 수도 있겠는데?"
"네....... 에?"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에린의 모습에 웃는다.
"진정한 사랑을 마음에 새겨 경지가 더 오를 거라고 말한 건 너잖아? 여신님은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좋게 보시니 더 빨리 올리는 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그리고 신성력 역시 아홉 번만 더 하면 1만 테라를 넘길 수 있겠지."
"아, 아홉 번이나........."
그야말로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이지만 에린은 싫어하는 기색 없이. 아니, 오히려 피어오르는 미소를 감추며 부끄러워했다. 지켜보던 바이올렛이 어이없어한다.
"좋아 죽네. 그냥 좋아 죽어."
"바, 바이올렛님!"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치는 에린과 그 모습을 한숨 쉬며 바라보는 바이올렛. 그리고 그러던 와중 나는 그녀의 눈에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질투?'
그렇다. 바이올렛에게서 느껴지는 건 분명히 부러움과 질투다. 빼어난 정령사로서 수련해 온 그녀는 어떻게든 그 감정을 감추려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난 쉽게 그걸 눈치 챌 수 있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네!?"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순간 가리지 못한 기쁨의 감정에 내심 황당해 한다.
'우와. 이쯤 되면 무섭구나. 매력 110.'
만약 현실의 나. 그러니까 지훈이 이런 말을 했다간 오히려 뺨을 맞을 걸 알고 있던 만큼 한순간 허탈감까지 느껴질 정도였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뭐 남이 이렇다면 솔직히 화가 좀 나겠지만 어쨌든 지금 로안의 몸은 내 소유가 아닌가? 솔직히 불합리한 일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빼어난 외모와 매력에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니 억울해 하는 대신 그 열매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리라.
"싫으십니까?"
"아, 아뇨! 그건 아닌데요?! 에, 그, 그러니까. 저, 저는 처음이라....... 처음은 결혼할 상대에게 주고 싶었는데."
쭈뼛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처녀인데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하긴 하군.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저희 아프로디테 교단에서 사랑을 나누는 건 평생을 약속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 아닙니다. 특히나 교황인 저는 한명의 여인에게 매일 수가 없지요. 아쉽지만........"
덥석. 미련 없이 일어서려는 내 팔을 황급히 내밀어진 새하얀 손이 잡는다.
"자, 잠깐만요."
"바이올렛양?"
"........"
내 팔을 잡은 채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나 고민은 잠시. 그녀는 마음을 결정하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괜찮으니....... 부탁드립니다. 대신 처음은 혼자서 안 될까요?"
촉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바이올렛의 모습은 몹시 매력적이다. 에린이 미녀라고는 하나 아프로디테 교단의 일반 사제라면 센트럴 최고의 미녀 중 하나라는 트윈 로즈인 것이다.
"흐음....... 미안 에린. 한번만 미뤄도 될까?"
사과하는 내 모습에 뜻밖에도 에린은 활짝 웃었다.
"바이올렛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눈에 질투의 기색이 없다는 것에 놀란다. 역시 자유연애를 주장하는 아프로디테의 사제라 그런 걸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밝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그녀가 그만큼 바이올렛을 아끼기 때문이리라.
"여인에게 기쁨을 주는 건 내 몇 안 되는 자부심 중 하나지."
바이올렛의 어깨를 끌어안고 방으로 향한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고 있는 아침이지만 어차피 난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저, 저기 로안님? 아직 너무 밝은데."
"싫어요?"
내 물음에 바이올렛이 고개를 흔든다.
"그, 그런 건 아니지만 부끄러워요. 하다못해 커튼이라도......."
"거절합니다."
"꺅?!"
============================ 작품 후기 ============================ 자꾸 원빈을 팔아서 죄송하지만 원빈에게 악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궁극적인 미남이 원빈이라(...........) 자꾸 원빈을 팔아서 죄송하지만 원빈에게 악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궁극적인 미남이 원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