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장. 대륙으로-- >
"에린 너....... 솔직히 말해. 대체 무슨 화장품을 쓴 거야?"
"무, 무슨 말씀이세요? 화장품이라뇨?"
"시치미 떼기는.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있는데 자꾸 딴 소리 할 거야?"
"아, 그, 그건........"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자 티격태격 하고 있는 바이올렛과 에린이 보인다. 바이올렛이 수도에서 내려올 때 에린이 따라왔다는 말에 짐작은 했지만 둘이 꽤 친한 모양이다. 물론 에린은 어디까지나 평민인데 반해 바이올렛은 귀족이기 때문에 상하 관계정도는 확실히 나눠져 있을 것이다.
"진짜 무슨 수를 쓴 거야? 아프로디테님의 신성력이 미용효과가 있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와 피부 좀 봐. 장난 아니다."
바이올렛은 에린의 볼을 당기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에린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상이라 피부에서 광채가 나오며 머릿결의 윤기가 미끄러지듯 흐르고 있다.
"사실 저도 정확히는 잘....... 하지만 교황님과 관련된 것 같기는 해요."
"교황님이라면 로안님을 말하는 거지? 역시 아프로디테님의 선택을 받은 사도라서 특수한 능력이 있는 모양이네. 너는 배울 수 없는 기술이야?"
"아니 그게......"
따발총처럼 말을 쏟아내는 바이올렛의 모습에 난처하게 웃는 엘린. 나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저 아프로디테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축복을 내려주는 것뿐이죠."
"앗. 로안님!"
내 모습을 발견한 바이올렛이 반색하며 일어선다. 에린 역시 황급히 일어나 예를 취하고 있다.
"너무 예를 차리실 필요 없어요. 자주 볼 텐데."
말이 좋아 교황이지 별다른 기반도 없는. 그리고 그렇기에 귀족도 뭣도 아닌 내가 들어왔다고 귀족. 그것도 백작의 딸인 그녀가 이렇게 알아서 예를 취하는 것도 상당히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해 못할 일도 아닌 게 매력 110포인트의 로안은 그 위엄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설사 왕족이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존재다.
"엣, 죄송해요. 흠. 식사하시겠어요? 차린 건 없지만......."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군요."
차린 게 없기는 개뿔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인데 저런 말이라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심지어 여기는 한국처럼 찬이 많은 문화도 아닌데 이 정도이니 그녀가 얼마나 나를 배려(를 넘어서는 수준이지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아, 그럼 조절할까요?"
"예 과식하는 편이 아니니 평소 드시는 만큼만 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신경 써 주신 건 기억하도록 하죠."
"뭐, 뭘요! 아무것도 아니죠!"
그리 큰 칭찬도 아니었는데 기쁨을 참지 못하고 싱글벙글 이다.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완전히 홀려있는 상태다.
"흠. 이건 꽤 맛이 좋은데?"
"아 그건 카에넬이라는 건데 봄과 여름에 주로 잡히는 피라이야의 알이 들어가는 음식으로......."
어느새 접근한 에린이 내 옆자리에 앉아 뭘 먹을 때마다 음식을 집어주고 그릇을 대주며 요리들에 대해 설명한다. 그야말로 테이블 시중을 드는 수준이라서 솔직히 말해 좀 황송할 지경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대접을. 그것도 이만한 미녀에게 받아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흠. 고맙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먹어도 잘 먹는걸."
"앗. 네. 알겠습니다. 교황님."
약간 곤란한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결국 난 정상적인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 데 밥을 먹는 도중 에린과 바이올렛의 눈이 나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라 밥이 얹힐 지경이다. 심지어 시중을 위해 식당 안에 있는 대여섯 명의 하녀들도 힐끔힐끔 내 모습을 훔쳐보고 있다.
'익숙해 져야지.'
스텟 시스템에서 20포인트의 스텟은 보통의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말하자면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극히 평범한 보통의 재능. 그리고 30의 능력치는 그중에서 제법 출중한 재능의 소유자들이며 40은 수재의 재능이고 그 능력치가 50이 넘어가면 수천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 중에서도 하나 보기 힘들 정도의 천재며 60의 재능이면 나라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한 재능이다. 즉 매력으로 치면 60포인트만 넘어도 나라 최고의 미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원빈이나 장동건 같은 연예인들이 50~60포인트의 미남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나. 아니, 로안 필스타인의 매력은 110포인트이다.
'뭐 솔직히 원빈보다 수십 배 잘생겼다는 그런 느낌은 안 들지만 말이야.'
세상 사람들이 많은 만큼 미적 기준이라는 것도 제각각 다른 법이기 때문에 궁극의 미. 라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서는 늘씬한 여자가 미인이지만 어디에서는 입술이 두터운 여자가 미인일 수 있는 것처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미인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때문에 NPC가 아닌 유저들에게 매력스텟은 60포인트가 넘어가면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 정-말정말 잘생기긴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 홀리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다만 NPC들은 상황이 달라서 근력이나 체력은 높은 쪽이 객관적으로 높은 것처럼 매력 역시 취향에 상관없이 그 수치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에, 저, 그런데 아프로디테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축복을 내려주신다는 건 무슨 말씀이죠?"
계속 신경 쓰인 듯 조심스럽게 묻는 바이올렛의 물음에 태연하게 대답한다.
"그야 저와 에린이 사랑을 나누었고 그걸 아프로디테님이 축복했다는 뜻이죠."
당당하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답한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구만리인데 이걸 부끄러워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앗, 그 말은....... 무, 물론 로안님은 아프로디테님의 사도시니........ 하지만 교황님이신데."
미와 사랑을 탐미하는 아프로디테 교단은 사랑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아니 오히려 적극 권장하는 편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 사랑을 더욱 공고히 한다면 아프로디테의 신성력이 더더욱 강해진다. 때문에 아프로디테 교단의 신관들은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면 절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행동한다. 이는 자칫 방탕하다거나 음란하다고 보일 수 있는 행위이며 그렇기에 아프로디테 교단이 꽤나 다양하고 강력한 신성력을 다룰 수 있으면서도 다른 오대신의 교단처럼 융성할 수 없던 이유이다.
"저는 아프로디테님의 사도입니다. 마음이 인다면 사랑을 하는데 망설임 같은 건 없죠."
"그렇...... 군요. 그럼 혹시."
"혹시?"
"아, 아뇨! 아닙니다!"
무심코 뭔가를 물으려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붕붕 흔든다. 그녀가 뭘 물으려고 했는지 너무나 뻔-하게 짐작되었다.
'이건 뭐 찍기만 하면 그냥 넘어갈 지경이군.'
"저기, 교황님. 혹시 저......."
"맞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에린의 모습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입을 벌렸다.
"설마 했지만......."
"무슨 말이야 에린? 뭔가 문제라도 있어?"
"있...... 습니다. 제 영력이 두 배나 늘어났으니까요. 사실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이 발동한 것도 부차적인 효과였을 뿐입니다."
두 배나 늘어났다는 걸 보니 그녀가 원래 가진 신성력이 500테라였던 모양이다. 지금은 1000테라가 늘어 1500테라가 된 것이다.
"하, 하지만 너 아프로디테님의 신도가 된지 10이 넘었잖아? 10년 동안 쌓은 신성력보다 두 배나 많은 신성력이 한 번에 늘어났다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버벅거리는 바이올렛에게 설명한다.
"제가 아프로디테님의 사도로서 가지고 있는 힘 중 하나이지요. 정확히는 모르겠지 만 다른 사도들도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냥 떠드는 것으로 그녀의 마나를 늘린 것은 상생경의 힘. 물론 레전드 스킬 조화령과 아프로디테의 신성이 있기는 하지만 두 개 다 아직 등급이 낮아서 별다른 힘이 없다. 아무리 레전드 스킬이라고 해도 초월지경에 이른 EX랭크 스킬보다 수준이 높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하, 하지만 대단하군요. 설마하니 신성력을 두 배나 늘리는 게 가능하다니."
"굳이 신성력만 그런 건 아닙니다. 마력이든 내공이든 상관없죠. 일단 대상이 여인이면 어떤 종류의 기운이든 키워낼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랑을 중히 여기시는 아프로디테님이시기 때문에 제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쓸 수 없지만요."
실제로 사랑이라고 하는 몹시 주관적인 감정을 신성력의 주축으로 삼는 아프로디테의 사도들은 자신의 감정을 절대 속일 수 없다. 대단히 고통스러운 수련이나 학습 없이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 마음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힘을 늘리는 게 바로 아프로디테의 신관들이지만 아프로디테의 신성력 역시 그렇게 마냥 좋고 편하기만 한 힘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사랑하는 만큼 강해진다.
좋다고 말하면 참으로 좋은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또 그렇지도 않다. 과연 세 상에 오랜 시간 계속해서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 해도 결혼해 살다 보면 그 마음이 점점 식기 마련인데?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신도들은 쉽게 하급신관이 될 수 있는 대신 하이프리스트가 되기 몹시 어려우며 자유연애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다만 거기에는 문제가 있다. 아프로디테의 신관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미인이라는 것이다.
사랑을 얻어야 하는데 미인인 게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좋지 않나?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아프로디테의 신관들은 모두 여성이며 그 신성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름답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그녀들을 노린 권력자나 강자들은 상당히 많다. 물론 대가를 받고 몇 번 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아프로디테의 신관은 원하지 않는. 그러니까 사랑하지 않는 상대와 관계하면 오히려 그 힘이 크게 깎인다.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강간을 하려 들면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사랑을 얻어야 하는데 미인인 게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좋지 않나?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아프로디테의 신관들은 모두 여성이며 그 신성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름답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그녀들을 노린 권력자나 강자들은 상당히 많다. 물론 대가를 받고 몇 번 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아프로디테의 신관은 원하지 않는. 그러니까 사랑 사랑을 얻어야 하는데 미인인 게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좋지 않나?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아프로디테의 신관들은 모두 여성이며 그 신성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름답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그녀들을 노린 권력자나 강자들은 상당히 많다. 물론 대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