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02화 (102/283)

< --10장. 대륙으로-- >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월드맵(World map)이라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인기가 많다 하더라도 결국 게임을 하는 유저의 수에 제한이 있는 만큼 쓸데없이 맵만 넓게 하는 데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기 때문. 그러나 네버랜드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 상황이 다르다.

'장난 아니군. 200킬로미터는 날아온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도시가 하나도 없어?'

기본적으로 네버랜드는 넓다. 그것도 엄청나게 넓다. 단순하게 가로세로 100킬로미터 같이 사소한(?)수준이 아니라 네버랜드라는 행성 자체가 지구(地球)보다도 훨씬 큰 것이다.

네버랜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세계관 설명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꿈의 행성. 네버랜드는 지구보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형태는 구형이며 5만 킬로미터의 지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49528킬로미터의 지름을 가진 해왕성(海王星)보다도 더 큰 크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구의 지름은12756킬로미터라는 사실은 네버랜드가 얼마나 큰지 쉽게 알 수 있는 증거. 재미있는 건 지구보다 훨씬 큰 크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하루는 24시간이고 중력이나 기압에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키에에에!]

[뿌우우우-!]

"오오. 거대 몬스터다."

나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심정으로 주변을 구경하며 하늘을 날고 있다. 혼돈의 숲과 가까워서 그런 것인지 가는 종종 상당한 숫자의 몬스터 무리라든지 서로 싸우고 있는 괴수들이 보인다. 마을도 종종 보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100명 이하의 규모가 한계였다.

"대체 신전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일단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도시로 가서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슬쩍 마나를 움직여 고도를 높인다. 이제는 제법 비행에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 응?"

그리고 그러다 발견한다. 멀찍이에서 보이는 커다란 도시를.

"드디어 발견....... 이기는 한데 뭔가 이상하다?"

막 고도를 낮추려던 나는 잠시 속도를 줄이며 도시를 살펴보았다. 상당히 커 보이는 도시 여기저기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어오는 바람에는 피냄새가 섞여 있다.

챙! 챙!

"크하하하! 다 쓸어 버려!"

"제, 젠장! 전열을 갖춰라!!"

조금 더 내려가 보니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악어가죽 비슷한 재질의 갑옷을 걸친 녀석들이 병사들을 닥치는 대로 베고 찌르며 전진하고 있다. 병사와 기사들은 어떻게든 저항하고 있었지만 형편없이 밀린다. 그들이 약해서라기보다 저 야만족 비슷한 놈들이 상당히 강한 것 같다.

"제길! 앨리게이터들이 왜 여기에 온 거야!?"

"그야 여기에 사는 영주 따님이 쌔끈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지!"

"더러운 놈들! 그 입 닥치지 못....... 커억!?"

순간 녹색의 빛줄기가 번뜩이더니 발끈해 덤벼들던 기사의 몸이 반으로 잘려나간다. 그의 상반신이 땅에 떨어지고 하체에서는 피가 뿜어진다.

'흐미........'

그야말로 하드코어 고어물이다. 노약자나 임산부가 보면 절대 안 되는 그런 광경. 하지만 내 관심을 끄는 건 그 잔혹한 광경보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150킬로그램은 되어 보이는 덩치를 가진 덩치의 도끼에 깃든 기운이다.

'꼴에 오러 마스터란 말이지.'

별로 기척을 죽이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위를 올려다보는 녀석이 하나도 없어서 그 누구도 내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다. 게다가 녀석들은 서로서로 싸우느라고 정신이 없다. 콰득!

"푸하하하! 영주 딸 나와!"

"이 야만족들이!!"

도시의 안쪽에 있던 거대 저택에서 병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상당한 숫자에 엄중한 군기를 가진 군세였지만 그럼에도 야만족들에게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병력의 대부분의 죽어서인지 숫자에서도 기세에서도 눌리는 것이다.

저벅.

그리고 그때 병사들 안쪽에서 경갑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170은 되어 보이는 훤칠한 키에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 보라색 머리칼의 미녀였다.

"오오! 드디어 그 귀한 얼굴을 보는군. 네가 그 유명한 트윈 로즈 중 하나 맞지?"

"대체....... 대체 무슨 짓이죠? 중부지방에 거주하는 앨리게이터가 굳이 우리 영지를 공격하다니. 게다가 우두머리인 당신이 직접 나서기까지 하다니."

"그거야 트윈 로즈 중 하나라는 바이올렛 양을 보고 싶어서 온 거지. 뭐 너무너무 늦게 나와서 병사고 기사고 다 죽여 버렸지만 말이야. 크하하하하!"

"당신......."

사내의 웃음에 바이올렛이라 불린 여인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앞으로 나서려고 하지만 레이피어를 강하게 잡을 뿐 더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오러 마스터라는 건 상식을 넘어선 존재여서 함부로 접근했다가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살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정령사로군?'

초월지경에 오르면서 마나의 감각이 예민해져 이제는 보기만 해도 상대가 다루는 힘이나 그 경지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바람과 불의 하급 정령을 다루는 정령사로서 700테라 정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 내 마나가 2억 테라라는 것을 생각할 때 약 20만 분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마나를 가진 셈이지만 사실 저만큼만 해도 절대 적은 마나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많아서 30레벨 중후반의 마나라고 할 수 있다.

"크하하! 화난 모습도 섹시하군! 좋아 그럼 형제들이여! 저 건방진 녀석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도시 전체를 털어버리자!"

"와아아아아---!!"

천명이 훨씬 넘는 야만족들이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나는 영주인 바이올렛 곁에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화사한 빛깔의 법의를 입은 여신관이었는데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몹시 익숙하다.

"속성변환. 무(無)."

하늘에 떠서 가볍게 중얼거리자 라이온 하트에 무형의 기운이 깃든다. 그리고 광익을 전력으로 가동시켜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며 그대로 검을 내려찍는다. 금룡진결의 기술 중 하나인 낙룡검(落龍劍)이었다.

"웃!? 뭐야!?"

과연 오러 마스터라는 것인지 내 기습을 깨달은 야만족 우두머리 녀석이 도끼를 쳐올린다. 녀석의 도끼에는 녹색의 기운이 어려 있었지만.......

'어림도 없지.'

녀석과 나는 가진 마나량 자체가 다르며 기술의 경지가 다르고 익히고 있는 무공의  수준조차 다르다. 심지어 가진 스텟과 버프의 자릿수조차 다르지 않은가? 심지어 정면으로 싸워도 금방 끝날 판에 내가 기습까지 한 것이다.

우득.

그리고 그렇기에 내 무속성의 오러는 녀석의 오러를 깨부수고 내려갔다. 그리고 어깨뼈를 부수고, 그대로 짓눌러.

쿠아아앙----!!

땅에 직경 4미터가 넘는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어......."

"이게 무슨........"

"하....... 아?"

순간 시끄럽던 저택 입구가 적막에 잠겨든다. 앨리게이터인가 뭔가 하는 야만족 군단의 우두머리가 일격에 죽었으니 뭐 당연한 일이지만 크게 관심 가는 일도 아니다. 어차피 오러 마스터인 녀석이 죽은 이상 내가 그냥 바닥에 누워 자고 있어도 녀석들은  날 해칠 수 없을 정도니 그런 하찮은 것들보다는 법의를 입은 신관 쪽이 중요한 것이다.

"당신. 아프로디테님을 따르는 신관이 맞습니까?"

광익은 여전히 펼쳐진 상태다. 굳이 갑자기 해제할 필요까지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등 뒤에 펼쳐진 날개의 모습에 놀란 건지 모두들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여신관도 멍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다.

"이봐요?"

"아! 네! 넷!! 아프로디테님의 종 에린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23살이고 바이올렛님을 돕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쓰리 사이즈는......."

"아니 쓰리 싸이즈까지는 필요 없는데."

가만히 손을 내젓자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에레스티아나 가디언들을 봐왔던 만큼 눈이 높아진 나에게도 꽤 귀여워 보이는 모습이다.

"아니 이 개자식이 우리 두목님을 해치우고 무슨 개......!"

"아 시끄럽군. 쓸어버려라."

오른손만을 뒤로 향한 뒤 마력을 발한다. 완성되는 주문은 퍼즐의 한 면 전체가 무속성일 때만 발동이 가능한 단체 주문. 종말(終末)의 마탄(魔彈)이다.

우르릉---!

지고의 마탄이 단 한발의 아주 강력한 마탄을 쏘아내는 주문이라면 종말의 마탄은 적당한 위력의 마탄을 무려 1000발이나 쏘아내는 주문이다. 내 오른손에서 시작된 마탄들이 마치 해일처럼 녀석들을 휩쓸었다. 소모되는 마력이라고 해 봐야 300테라 정도여서

"우악!? 이게 뭐야!?"

"크억.....! 조, 조심해! 한 발 한 발이 쇠망치에 맞은 것만큼 아프......"

"사, 살려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차피 뒤돌아보지도 않은 상태였으니까. 대신 나는 내 앞에 있는 신관에게 말했다.

"당신은......."

"소개가 늦었군요. 나는 로안 필스타인. 아프로디테님의 명에 따라 아프로디테 교단을 맡기 위해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오른 손등에 새겨진 성표(Divine mark)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자 과연 들은 말이 있는 듯(신탁이라도 내려왔겠지.)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설마........ 교황님?"

"만나서 반가워요 에린."

슬쩍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드디어 아프로디테의 신전에 찾아갈 방법을 찾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스판지:바라밀경님이 먼치킨을 사랑한다는데 사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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