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 발현-- >
'하지만 대단하군. 250만 명의 유저 중에서도 5명밖에 없는 마스터가 무려 자매일 수 있다니.'
바꿔 말하자면 그녀들이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네버랜드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라 어지간한 노력과 재능으로는 스킬과 레벨의 수준을 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 뭐 나야 그 마스터를 넘어 초월지경에 발을 내딛기는 했지만........ 사실 그건 모든 능력치 99포인트라는. 그야말로 사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스텟을 가지고 있는 로안의 몸과 성행위 스킬이라는 여러 가지 특수한 조건들이 결합하여 생긴 결과이다. 물론 나랑 성행위 스킬이 매우. 몹시. 경악스러울 정도로(.......) 잘 맞는다는 점도 이유이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좀 꺼려지거나 하지는 않아? 이해하지 못할 힘인데."
"그렇게까지 심한 능력은 아니라서 별로....... 그냥 몸이 강화되는 정도라서 그리 눈에 띄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면 꽤 좋아. 굳이 능력을 쓰지 않아도 점점 피부가 좋아지고 건강이 유지되니까. 물론 오늘같이 말도 안 되게 꼬이는 상황도 있기는 하지만 싸우는 건 우리도 싫어하니 문제없어. 괜히 나서서 능력을 사용하기도 싫고."
"확실히 그렇긴 하겠다. 솔직히 TV같은 데에 나와서 시범을 보여서 증명할 만한 힘은 아냐. 그냥 극한으로 단련된 무술가인가보다~ 할 정도의 레벨에 불과하니까."
"그 외에는 태권도 시합 같은 데에서 쓸 정도 근데 솔직히 이런 거 안 써도 별로 안 어렵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를 마신다. 그리고 문득 떠올라 묻는다.
"아 저기 그런데 네버랜드 속에서의 이름은 뭐야? 게임 속에서도 만나보고 싶은데."
"아 그건."
"에에........"
나름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민정은 물론 보람까지 난색을 표한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게........ 솔직히 좀 그래. 게임 속에서는 마음대로 살고 싶은데 현실관계로 묶이는 건 좀 별로라서."
"맞아. 게다가 현실에서는 그냥 다 상관없는 사이일지 몰라도 게임 속에서는 적대 국가 소속이라 싸우는 경우도 있다고. 하수들이야 요번에 새로 생긴 도시로 가기 위해 무리를 만들고 길드도 만드는 모양이지만 고레벨들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 하거든. 역할연기에 심취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하수로. 자신을 고수로 나누고 있다. 하긴 250만 명 중 상위 5명이 고수가 아니면 누가 고수이겠는가?
"확실히........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겠군. 캐릭터를 생성하는 게 아닌 빙의 시스템인 만큼 주위 환경이라는 것도 있을 테니까. 뭐 안 알려줘도 상관은 없어. 그냥 친분이나 트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후후. 또 모르지. 언젠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만나게 될 지도. 어느 지역에 살아?"
"아 나는......"
거기까지 대답했다 멈칫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내 캐릭터. 로안은 현실의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꽃미남이다. 물론 잘생겨서 나쁠 거야 없지만 현실의 나를 알고 있는 이가 그 캐릭터를 보게 된다면 아무래도 비교하게 되지 않겠는가?
더불어 나. 그러니까 로안 필스타인이 게임 속에서 하고 다닐 행동도 문제다. 내가게임에서 뭘 하고 다니겠느냐 하면.
'그야 여자랑...... 헛!?'
그제야 그녀들보다 내가 훨씬 정체를 드러내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 캐릭터가 들키는 날에는 사회에서 매장될지도 모른다.
"흠. 이렇게 된 거 나도 비밀로 할게. 서로 아는 건 현실에서만 하자."
"좀 궁금하지만...... 좋아. 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몸에 이상이 있으면 말해줘. 정보 공유 정도는 해야지."
"오케이."
결국 우리는 게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차를 다 마시고 헤어지게 되었다. 그녀들이 거짓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 간의 상황이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네버랜드를 하며 몸이 좋아진다는 가설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별 필요 없을지는 모르지만(솔직히 현실에서 이런 패싸움 같은 걸 할 일이 더 있을 리 없지 않은가?)육체를 강화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로안 필스타인."
우웅--!
캐릭터의 이름을 부르자 몸 안에 힘이 깃드는 게 느껴진다. 아까 느꼈던 감각이다. 민정은 말했다. 정신을 집중하거나 감정이 고양되면 알아서 현현(顯顯. 게임 속 능력이 나타난다고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되기도 하지만 게임 캐릭터의 이름을 부르면 더욱 더 빠르고 안전하게 힘을 부를 수 있다고. 실제로 단지 이름을 읊조리는 것만으로 육체가 크게 강화되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상하네. 나는 초월지경에 도달했는데도 민정이나 보람보다 크게 강한 강화가 이뤄지는 것 같지 않아. 다른 것도 아니고 경지에 따라 효과가 적용된다면 난 훨씬 더 강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녀들과의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육체가 안정화 되는 건 스킬의 수준이 전문가에 이르렀을 때부터다. 사실 게임을 계속하면 누워만 있기 때문에 몸이 약해져야 하는데 어떤 스킬이 숙련자에 이르면 좋아지진 않더라도 나빠지지도 않는다는 것.
이어 호전되기 시작하는 건 스킬이 완성자에 이르렀을 경우이며 그중에서도 알렌의 신전 10레벨 시험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이라기에는 너무나 사소하지만 어쨌든 특수능력을 얻게 된다.
'다만 몸이 좋아지는 건 육체를 활용하는 스킬에 한정된단 말이지.'
게임 속에서 마법을 익힐 경우 현실의 지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말하자면 어떤 스킬을 익히고 있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하겠다.
'뭐 순발력이나 반사신경 같은 건 차이 없어도 체력이나 지구력 같은 건 압도적으로 뛰어나지는 느낌이지만....... 아하. 내 스킬 때문에 그런가?'
초월지경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내가 얻은 능력은 성행위 스킬이다. 즉
[전투용]
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경지의 차이 때문인지 전투용이 아님에도 그녀들보다 전반적으로 효과가 뛰어나다는 느낌이다. 슈웅.
대략 5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민정과 보람이 20분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했으니 대략 두 배 정도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뭐 확인도 끝났고. 이제 슬슬 가 볼까. 집을 나온 지 벌써 2시간이 넘었으니."
일반 로그아웃도 아니고 수면모드로 하고 나왔으니 네버랜드 속에서는 무려 24시간을 자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냥 잠든 게 아니라 가부좌를 취하게 해 놓고 나왔지만 그렇다 해도 이상하다는 것쯤은 금세 파악할 테니 그만 들어가는 게 좋다.
'뭐 슬슬 혼돈의 숲을 떠날 준비도 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린다. 그리고 그때였다.
푸욱----!!
"웃?"
뭔가 확 덮쳐든다 싶더니 뭔가 서늘하면서도 화끈한 통증이 가슴을 파고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아....... 히익......"
"너, 너는....... 아까?"
"흐아아악!!"
내 가슴에 칼을 찔렀던 녀석이 칼을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허둥지둥 도망쳐 버렸다. 황당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녀석은 아까 전 무리에서 도망쳤던 녀석 중 하나였다.
"헐....... 이게 무슨 미친 일이야. 조폭 영화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막장이었나? 법치국가 대한민국이?"
칼에 찔렸지만 경악과 고통이 느껴진다고 하기 보다는 그저 어이가 없다. 아니 물론 인과관계 상 이상한 건 없다. 막가는 고딩들이 떼로 덤볐다가 맞았으니 악의를 가진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니까. 심지어 방금 그 녀석은 최후에 도망쳤던 녀석이기 때문에 다른 녀석들에게 배신자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모두 가능한 일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 하지만 상황이 여기까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 보통은 아닐 텐데........"
난 예전부터 재수가 없는 편이었다. 남들은 평생 한두 번 볼까말까 한 교통사고가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사건사고에도 많이 얽혔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징계]
였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사고가 많은 건 사실이다. 내 앞에서 차에 치인 아버지도 그렇고 민정도 그랬다.
"킥. 하긴 그러니 행운이 그 모양이지."
알렌의 신전에서 보았던 내 본체의 행운스텟. 그러니까 9포인트와
'몹시 거지같다. 살아있는 게 용타.'
라는 설명이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살아있는 게 용한 것이다. 타임슬립 능력이 없다면 벌써 몇 번이나 죽었겠지.
"후우......."
심장을 찔린 건지 폐를 찔린 건지 모르겠지만 정신이 아득했지만 간신히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어쨌든 여기서 죽어 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따악-!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다. 이빨이 부러진 녀석의 입을 내가 주먹으로 어루만져주자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이빨이 스스륵 돌아와 깔끔하게 붙고 부러진 팔을 손으로 잡아 맞춰주자 말끔하게 회복된다. 쓰러져 있던 녀석의 복부에 발을 대 주자 비틀거리던 녀석이 멀쩡히 일어선다.
오오 그것은 기적.
오오 그것은 자이언트 힐링!
'뭐래.'
실없는 생각에 피식 웃을 때 쯤 네버랜드 속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타임슬립이 풀리고 텍스트가 떠오른다.
[소유 마나가 완전히 소모되었습니다! 마나 탈진 상태로 변합니다!]
[마나 탈진 상태입니다! 마나를 소모하는 그 어떤 이적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회복까지 2시간 59분 59초........]
"겨우 세 시간 돌렸는데 마나 탈진이라니. 목숨이 크긴 크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주 목숨인 건 아니다. 게임 속에서 목이 잘려나가거나 목뼈가 부러질 때와는 다르게 적어도 현실의 나는 죽기 전에 시간을 돌렸으니까. 게다가 깊이 찔렸다고는 하지만 칼침 한 방으로 죽을지 안 죽을지도 모르는 일. 물론 그렇다 해도 치명상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특이하긴 해. 현현이라."
딱히 급하게 할 일도 없던 만큼 침대에 누워 쉰다. 에레스티아와 가디언들은 결계를 완성하기 위해 나가있는 상태. 초월지경에 오르면서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든 마나 탈진은 금세 회복되었다.
<마나 탈진상태에서 회복됩니다!>
<마나를 완전히 소모했다 원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함으로서 더욱 더 정순하고 많은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대 마나가 9200만 테라에서 1억 120만 테라로 증가합니다!>
"드디어 1억 테라를 찍었군."
그야말로 무진장의 마나다. 심지어 나는 집마력도 어마어마하게 높기 때문에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마나라고 할 수 있는 양인 것이다.
"좋게 생각하지 뭐. 이제 다시 나가면 가급적 싸움 자체를 안 하도록 조심해서. 아니, 아니지. 그렇게 하면 보람이나 민정한테 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지겠군. 동료가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
오오오오----!
하지만 그 순간 몸 안의 마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급류에 휘말린 것처럼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웃? 이게 뭐........"
깜짝 놀라 마나를 통제해 보았지만 어림도 없는 상황. 그리고 그때 텍스트가 떠오른다.
<극한의 마나 수련으로 마법적성이 성장하여 1차 궁극치(99)를 돌파합니다!>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육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작합니다!>
============================ 작품 후기 ============================ 긴팔원숭이님의 의견대로 소잉카의 성능을 포풍 상향했습니다. 그냥 막연히 많다.... 싶은 양이었는데 택도 없었군요 ㅠㅠ 뭐 어차피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유품이니까요. 아아 근거 있는 스토리진행을 위해 일반 전개만 하다 보니 막 초조해 지네요. 너무 건전하잖아 이거 ㅠㅠ 아아 근거 있는 스토리진행을 위해 일반 전개만 하다 보니 막 초조해 지네요. 너무 건전하잖아 이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