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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걷는자 캔슬러-97화 (97/283)

< --9장. 발현-- >

당연하지만 두려움 따위는 없다. 수틀리면 시간을 돌리면 되니까. 어차피 요즘은 워낙 마나가 많아서 하루 정도는 아무 때나 돌릴 수 있는 것이다. 하루의 시간을 돌려 게임 속으로 돌아가면(사실 24시간 중 20시간 이상을 게임에 투자하기 때문에 조금만 돌려도 게임 속이다.)현실에서 시간을 돌려도 게임 속의 마나를 소비하는 게 가능한 상태였다.

그렇게 말하며 씩 하고 웃어준 후 땅에 굴러다니던 각목을 잡아든다. 권투를 배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맨손보다는 이게 낫겠지.

"저, 저기 오빠. 나 좀 지쳤는데."

"뭐 자기 몸이나 잘 보호해. 내가 알아서 할테니..... 까!"

퍼억. 하고 덤벼들던 녀석의 복부를 걷어차 버린다. 몸을 'ㄱ'자로 꺾으며 쓰러지는 녀석을 다른 녀석들에게 차 버린 뒤 두세 발짝 정도 옆으로 이동해 덤벼들던 녀석의 팔을 잡았다.

우당탕!

"악! 내 다리!"

"이런 젠장! 이 자식 뭐야!?"

"동시에 덮..... 커억?"

막 한계 이상의 숫자가 덮치려는 순간 민정과 보람 역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민정은 머리치기로 정면으로 달려들던 녀석을 쓰러트린 뒤 매끄럽게 각목을 휘둘러 옆에서 달려들던 녀석의 팔을 부러트려 버렸다. 물론 팔이 부러지든 말든 무시하고 덤벼든다면 민정 역시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전문적인 조폭도 아니고 그냥 날라리  양아치라고 할 수 있는 고딩들에게 그만한 근성이 있을 리가 없다.

"잡았다! 이런 개......."

"미안한데 좀 꺼져줄래?"

뿌득.

"크억?"

놀랍게도 보람은 자신의 팔을 꽉 잡은 불량배의 손을 너무나도 쉽게 풀어냈다. 체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힘으로 풀어버린 것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다고?'

173센티미터로 여자 치고는 상당한 신장을 가진 보람이지만 그녀의 손을 잡았던 건 180이 넘어 보이는 키에 몸무게 역시 100킬로는 되어 보이는. 솔직히 말해 농담으로도 고딩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면상과 덩치를 가진 녀석이었다. 남자 중에서도 힘이 세 보이는 녀석인데 그런 녀석이 잡은 걸 힘으로 풀어버리다니.

파각! 퍼억! 그뿐이 아니다. 내 움직임 역시 정상에서 아득히 벗어났다. 주변 모든 공격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고 격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음에도 호흡이 가지런하다. 내가 무술의 고수인 것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게다가 덤벼드는 덩치의 팔을 잡고 힘을 주자.

뿌득.

"크아아악--!"

요란한 비명을 지르는 녀석을 뻥 걷어차 밀어버리고 기겁한다. 세상에. 아귀힘만으로도 팔을 부러트려? 물론 내 근력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절대 아니었는데?

"이런 씨발! 물러서! 물러서라고!"

"뭐야 이게? 미친 거 아냐?"

"아파....... 아파!! 아프단 말이야!"

"흐윽.... 흐윽.....!"

불량배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섰을 때는 이미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쓰러진 상태였다. 15명 중 무려 10명이 내 작품이었다.

"뭐야. 오빠도

[마스터]

였어?"

"마스터가 뭔데?"

"아, 그, 그게 우리끼리 이름 붙인 건데. 세상에. 우리 말고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말에 황당해 하는데 불량배 녀석들 중 하나가 소리친다.

"뭘 수군거리고 있어! 죽을래?"

"뭐래 등신이. 서른 명이 세 명한테 덤벼서 반수가 쓰러지고 그따위 말이 나와? 나 같으면 쪽팔려서 자살한다."

"이익......!"

으르렁거리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자세를 잡는다. 반이 쓰러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반이 남았으니 조금 더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니, 상황을 긍정적으로 봐야지.

'아이고.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

가 아니라

'와! 이제 반만 남았구나!'

라는 마인드로......."

"뭐라는 거야 미친노...... 옴?!"

그대로 달려들어 소리 지르던 녀석의 얼굴을 무릎으로 찍어버린다. 민정과 보람도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녀석들에게 덤벼들었다.

퍼퍽! 퍽!

"악! 아악!"

"자, 잠깐! 그, 그만 때..... 컥?!"

사기는 완전히 꺾였다. 서른이 한 번에 덤벼도 안 됐는데 사기까지 꺾인 이상 상황을 더 볼 필요도 없었다.

"씨, 씨발 도망쳐!"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으아악!"

결국 최종적으로 다섯 놈 정도가 도망친 후 주변에는 신음소리만이 가득하다.

"허억....... 허억...... 아이고 힘들어......"

"난 팔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아 헐떡이는 민정과 보람을 보며 몸을 살핀다. 호흡조차 거칠어지지 않은 상태다.

"난 멀쩡한데?"

"흥. 나중에 끼어서 그렇잖아? 게다가 남자가 여자보다 체력이 좋은 게 당연한 거지."

"너희도 별로 여자 체력은 아니던데...... 어이! 너희 일렬로 늘어서 봐."

"이...... 씨발. 너 나중에 또 만나면...... 크아악!?"

"평생 불구로 살고 싶냐?"

부러진 녀석의 다리에 발을 얹고 으르렁 거리자 녀석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나댄다고 해 봤자 고딩들이다. 가해자의 입장에서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해질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 처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빨리 움직여!"

"으, 으으. 좀 봐줘요. 아프다고요."

"어디 너희가 그런 거 신경 쓰던 인생이냐?"

기어코 녀석들을 일렬로 늘어서게 한 후 그 앞에 선다. 기절한 녀석들까지 다 깨운 뒤 멀쩡한 녀석들은 부상이 심한 녀석들을 부축하게 만들었다.

"핸드폰 있으면 줘봐."

"......."

"안 내놔?"

"여, 여기요......."

쭈뼛쭈뼛 내미는 핸드폰을 뺏어 경찰차와 구급차를 부른다.

"아네. 거기서 좀 더 안쪽 골목이요. 네. 패싸움이 난 것 같더라고요. 분위기도 살벌하고 다친 녀석들도 많아서........"

어디까지나 선의(?)의 목격자를 연기한 뒤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또 보고 싶은 얼굴들은 아닌데...... 너희들은 다르겠지? 복수도 해야 하고."

"......."

"오, 정말 복수 하려고?"

"아, 아니에요."

이런저런 방법으로 녀석들을 윽박지른 뒤 경찰차가 오기 전에 골목을 빠져나온다. 뭐 녀석들이 신고를 한다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세 명이서 서른 명을 구타했다는 이 야기 따위를 누가 믿어주겠는가? 심지어 그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저기. 그만 가자."

그런데 뜻밖에도 보람이 내 팔을 당긴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응? 왜. 좀 더 놀아주고 싶은데. 게다가 뼈 안 부러진 녀석도 꽤 많단 말이야."

그리고 그 말에 고딩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저, 정말 복수 안 할게요! 그냥 조용히 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벌써 너무 아파요!"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에 일순간 의지가 약해지는 걸 느꼈지만 다시 고개를 흔든다.

"아냐 역시 이대로 가는 건 좀 찝찝해."

"히익?"

내가 다가오자 기겁하며 물러서는 녀석들. 그러나 그때 민정이 다시 내 팔을 잡는다. 그리고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만 물러나야 해. 처음이라 모르나본데

[그 상태]

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뭐?"

"아니 사실은 벌써 끝났지? 그냥 가자. 응?"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뭐가 끝났단 말인가? 그 상태라는 말은 또 뭐고? 하지만 그녀들이 이렇게 말리는데 녀석들을 더 팰 수도 없던 만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조심해 너희들. 좀 위험한 취미긴 한데 확실히 사람 때리는 거 꽤 재미있으니 또 이런 일 있으면 전부 사지를......"

"와하하! 오빠 가자!!"

"아니 잠깐....... 어이?"

저항했지만 결국 민정과 보람에게 질질 끌리듯 골목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물론 그건 잠깐이라서 어느 정도 멀어진 후 나는 그녀들의 손을 놓은 후 바로 걷기 시작했다. 사실 후환을 방지하려고 겁을 준 거지 진짜 더 패려고 하거나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진짜다. 레알.

"그, 그나저나 오빠 생각보다 차분하네.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보기라도 한 거야?"

"그럴 리가 있겠냐. 이런 싸움을 한 것 자체가 난생 처음이다."

그러나 네버랜드에서 보낸 2년의 시간 때문일까? 상당히 혼란스러워야 하는 상황에도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느껴진다. 별로 당황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는다. 특히나 아까 싸움을 시작한 후에는 육체 자체가 완전히 통제되는 것만 같은 묘한 감각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흠. 저기 지훈아. 커피라도 마실래?"

"........ 그래. 할 말이 많은 것 같네."

민정과 보람을 따라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나는 카푸치노를 시켰다.

그리고 그때였다.

슈웅.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만 같은 기묘한 감각.......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평소의 나]

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 물러나야 해. 처음이라 모르나본데 [그 상태]

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작품 후기 ============================ 그리고 그 감각에 민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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