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94화 (94/283)

< --8장. 아프로디테의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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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오는 소설에서 보면 드래곤이 양성으로 나오곤 한다. 혹은 지렁이처럼 자웅동체라서 혼자서 알을 만든다거나 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네버랜드의 드래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며 남성 드래곤과 여성 드래곤이 짝짓기를 해야만 자식이 태어난다. 다만 드래곤의 자식은 잘 태어나지 않는 편이며 자식을 낳는다 해도 완전히 성장하기까지 50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 해도 1만년이나 사는 드래곤들이라면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문제는 수컷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원래 드래곤은 암컷이 수컷보다 강해. 마력도. 덩치도 말이야. 수컷들의 말을 빌리면 같은 종족인지 의심된다고 말할 정도로 심하게 차이나지."

"하지만 약하다곤 해도 드래곤이잖아?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텐데 왜 별로 없는 거지?"

"전쟁이 있었어. 신마전쟁........ 안 그래도 그리 많지 않던 우리 드래곤들의 숫자가 10분의 1로 줄어든 참사였지. 그리고 그 와중에...... 거의 대부분의 수컷이 죽었어. 54체의 암컷이 살아있는데 반해 살아남은 수컷은 3체 뿐이었지."

"헐."

참혹한 이야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순간 내가 떠올린 것은

'좋겠다.'

라는 생각이다. 이렇게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18대 1의 성비율로 차지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내 생각을 읽은 에레스티아가 고개를 흔든다.

"미안하지만 한 수컷 드래곤이 여러 암컷 드래곤에게 임신시키는 건 몹시 힘든 일이야. 사실 드래곤의 자식을 임신시키는 건 어마어마하게 많은 힘을 소모하는 행위니까. 사실 수컷드래곤들이 약한 것도 2세를 만들기 위해 많은 힘을 소모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야."

"헤에. 그럼 임신을 시킬 수 있는데 한계가 있는 거야?"

"응. 그리고 임신을 시키면 시킬수록 약해지지. 정확히 말하면 임신을 시키는데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거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묻는다.

"모르겠네. 그냥 난자랑 정자랑 수정하면 되는 문제일 텐데."

"물론 평범한 드래코니안이나 페어리 드래곤이라면 그런 식으로 임신이 가능하지만 해츨링을 낳으려면 대단히 강력한 마력반응이 필요하거든. 그런데 이게 실패율이 너무 높아서 막상 시도하고도 꽝인 경우도 많아. 계속 시도하면 되기는 하는데 그 와중에 수컷들이 몸이 축나기도 하고."

나는 그녀에게 사정했을 때 그녀의 난자가 적대적으로 내 정자를 죽이던 것을 떠올렸다. 만약 내가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그녀의 난자가 내 정자를 죽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드래곤의 유전인자]

가 주도하는 입장에서

[인간의 유전인자]

가 받아들여지면 지금까지 항상 그랬듯이 드래코니안이 태어났을 테니까.

그러나....... 드래곤의 유전인자와 '동등'한 인자가 난자에 접근하면 드래곤의 난자에서는 강력한 마력반응이 일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강대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마력생물체이자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궁극의 존재가 되는 초월종인 드래곤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한 힘의 폭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흠. 그럼 나와 너와의 사이에서 드래곤이 태어난 건 놀라운 일이겠군?"

"놀랍다 정도가 아니라 이건 기적이야! 다른 드래곤들이 들으면 기겁할걸?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너와 나의 사랑이 이뤄낸 기적이라는. 솔직히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추론조차 믿고 싶을 정도로 허황되기까지 한 일이지!"

싱글벙글 거리고 있다. 아까부터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듯 사랑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뭐, 짐작이 안 가는 아닌데."

"짐작 가는 게 있어?"

"간단한 일이야. 드래곤과 인간이 관계하면 드래코니안이 태어나고 드래곤과 엘프가 관계하면 엘프 형태의 드래코니안이나 페어리 드래곤이 태어나지. 오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들과 관계하면 드라칸(Drakan)이. 와이번 같은 몬스터들과 관계하면 드레이크가 태어나고."

"뭐 당연한 이야기를........"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레스티아에게 말한다.

"하지만 신족과 드래곤이 사랑해 자식을 낳게 되면 어떻게 될까?"

"....... 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나 머리가 비상한 그녀였던 만큼 상황을 짐작했는지 놀란 표정. 나는 살짝 눈을 감고 힘을 발현했다.

보조스킬. 광익(光翼)이다.

샤야앙-!!

내 등 뒤로 빛의 날개가 펼쳐진다. 한 쪽만 쳐도 무려 3미터가 넘는 크기를 가진 빛의 날개는 더없이 성스럽고 강력한 힘을 품고 있다.

그리고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광익의 등장과 함께 내 눈 앞으로는 십자선이 떠오르고 나침반과 고도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 그리고 일종의 계기판이 떠오른다.

<광익스킬로 인해 비행모드로 전환합니다.>

사실 광익을 남에게 보여주는 건 처음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나 스스로도 광익을 별로 쓴 적이 없다. 스킬을 숨기려고 했다고 하기보다는 별로 쓸 일이 없었기 때문 이다. 나는 보조스킬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것들에 익숙해지는 것만 해도 꽤 힘든 일이었으니까.

"세상에 이건........."

에레스티아가 신음한다. 광익 자체에 엄청난 힘이 실린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종류의 능력이기 때문.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나는 고대 신족의 피를 이었어. 물론 그건 지금까지의 카엘족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그 힘을 완전히 깨우는데 성공했지."

나는 신혈각성을 초월자의 경지까지 올려놓음으로서 신족의 피가 섞인 인간을 뛰어넘어 완벽한 신족으로 각성(覺醒)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는 건 네가 완벽한 신족이란 뜻이야? 하지만 신족이라고 해도 드래곤을 임신시키는 건 힘들어. 아니 오히려 수컷 드래곤보다 더 힘들 텐데."

"맞는 말이기는 한데 나도 이런저런 수단이 있거든. 더불어....... 나는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사도이기도 하니까."

물론 정확히 말하면 내 성행위 스킬이 초월자에 이르러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영단의  힘이 크겠지만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힘들었던 만큼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팔았다. 어쨌든 명색의 신이니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프로디테의 사도가 되려면 색공이 초월자에 올라야 되니 틀린 말도 아니다.

"아....... 얼마 전에 얻었던 신성력이 아프로디테의 힘이었구나. 하긴 물질계에 너만큼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는 흔치 않으니 아프로디테가 관심을 보인다 해도 이상할 건 없지."

당연한 말이지만 초월적인 마법능력을 가진 에레스티아는 내 신성력을 감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난 종종 아프로디테의 신성력을 사용해 보곤 했으니 그녀가 모를 리는 없는 것이다.

"흠? 물질계에 나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흔치 않다고?"

"당연하지 멍청아. 새삼스러운 말이기는 하지만 네 외모는 장난이 아니라고. 나나 애들이야 경지가 높아서 상관없지만 인간들 사이로 들어가면 난리가 날 걸?"

투덜거리는 에레스티아의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에레스티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궁금하네. 신족과 드래곤이 관계하면 어떤 아이가 태어나는지는 알아? 어쨌든 내가 드래곤이 아닌 만큼 순수한 드래곤이 태어나지는 않을 텐데."

그건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에레스티아는 골드 드래곤이다. 만약 블랙드래곤이나 레드 드래곤과 아이를 만들었다면 그 둘 중 한 종류가 태어날 테지만 인간으로서 태어나 신혈을 각성시킨 내 아이라면 좀 종류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냥 그녀를 따라 골드 드래곤이 태어나려나?

"아! 그러고 보니......... 세상에 설마?"

그리고 그 말에 에레스티아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당황이나 안타까움을 담은 신음은 아니다. 오히려 그건 복권에 당첨되어

[진짜?]

라고 좋아할 때의 신음과 비슷한 것이다.

"엘?"

"아! 음! 물론 알지! 하, 하하! 알고말고!"

아아~! 너무 좋아 어쩌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묻는다.

"그럼 말해줄래? 신족과 드래곤과 관계해서 태어난 아이는 뭐가 되지?"

그리고 그 말에 에레스티아는 말했다. 아니 소리쳤다.

"신룡(神龍)!"

============================ 작품 후기 ============================ 아오 정말 아슬아슬하게 올립니다. 이제 비축분도 끝나고 개학은 와 버렸고 ㅠㅠ 아오 정말 아슬아슬하게 올립니다. 이제 비축분도 끝나고 개학은 와 버렸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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