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93화 (93/283)

< --8장. 아프로디테의 사도.

-- >

그런 내 고민을 구체화 시킨 건 결국 에레스티아였다.

"임신하고 싶어."

"뭐?"

뜨거운 밤을 보내고 난 후. 그야말로 난데없는 말에 고개를 돌리자 나체의 에레스티아가 내 팔을 껴안으며 칭얼거린다.

"나...... 임신하고 싶어."

"하지만 나와의 아이를 낳으면 드래코니안이 태어날 텐데. 그건 너한테도 안 좋은 일 아냐?"

"그렇기는 하지만........... 임신하고 싶은 걸 어떻게 해?"

내 팔을 안고 칭얼거린다. 그러나 진심일까? 그녀는 과거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나를 죽이기까지 했었다. 말하자면 그만큼

[사생아]

를 낳는 걸 꺼려한다는 말일 텐데.

"한 번 더 할까?"

"응? 아........ 응."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에레스티아를 부드럽게 안아들며 삽입한다. 강렬한 쾌감이나 영단을 쏘아내는 그런 행위가 아닌 고요하고 상냥한 섹스다.

"흐응..... 흥~ 아아......"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내 몸을 핥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여의색황경과 환희마라경이 10레벨에 도달해 얻은 칭호

<색황>

의 효과를 발동한다. 100레벨까지 단 두 번만 할 수 있는 스킬변경은 스킬 자체의 효과나 보조스킬은 물론 칭호까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아아...... 어떻게 하지. 아이를 낳고 싶어. 사랑해....... 너무 사랑해...... 로안과의 사 랑의 증거를 남기고 싶어......]

그녀의 마음이 흘러들어온다. 그것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마음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몇 천 년이나 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소녀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호감도 100을 못 띄운단 말이지!'

"아아아...... 흐으..... 좋아......."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던 나는 에레스티아가 신음을 흘리며 분신을 꽉 조이는 바람에 잡념을 멈춰야 했다. 그리 거친 섹스는 아니지만 역시나 굉장한 명기를 가진 그녀였던 만큼 쾌감이 상당하다.

푸욱! 찔꺽!

느릿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물론 기본적인 색공들은 운용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그녀가 반응한다.

"임신하고 싶어?"

그리고 묻는다. 내 물음에 에레스티아가 멈칫한다.

"...... 네. 임신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대답한다. 어째선지 존댓말이었다.

"일단 임신하게 되면 늦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거야?"

"네...... 아, 아니 응! 임신 하고 싶어. 로안과의 사랑의 증거를 남기고 싶어."

"하지만 너희 드래곤들에게 사생아라는 건......"

"괜찮아. 그래도 괜찮으니 제발....... 응?"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하는 에레스티아의 표정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엽다. 언제나 성숙하고 섹시한 그녀지만 이런 표정을 지으면 마치 사춘기의 소녀인 것 같다.

때문에 나는 결정했다.

"........ 각오했다고 믿겠어."

그렇게 말하고 자세를 바꾼다. 그녀의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리게 한 뒤 위에서 그 몸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앗--! 로, 로안?"

"임신...... 시켜주지. 이제 울면서 안 된다고 해도 멈추지 않을 거야!"

"하.... 하앗♡! 그, 그래. 임신 시켜줘. 임신........ 히익-----!!"

텅! 하고 쏘아진 영단이 그녀의 질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자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가벼운 잽 같은 거지만 그렇다 해도 초월지경에 이른 영단이다. 절대 작은 쾌감은 아니리라.

"어때. 좋아?"

"조, 좋아....... 흐, 흐윽...... 너무 좋아...... 너무...... 흐아앙--!"

철썩! 철썩! 퍽!

퍽!

퍽!

퍽!

퍽!

퍽!

무지막지한 기세로 허리를 찍어댄다. 구천일심(九淺一深)의 가르침에 따라 허리를 놀리며 한 번 깊게 찌를 때 영단을 쏘아낸다. 여덟 방은 검기로. 한 번은 강기로 치는  것 같은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가, 강해! 너, 너무 강해....... 흐, 흘러들어와..... 흘러들어오고 있어....... 흐아앙----♡♡!"

자지러지는 그녀의 질이 진공청소기처럼 내 분신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더 참을 필요는 없는 상황. 나는 막대한 쾌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사정했다.

촤아아악----

"히, 히익! 히이익----♡♡♡♡!"

내기가 집중되어 있는 정액이 그녀의 자궁을 때리며 가득히 들어차자 그녀가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휘었지만 나는 마땅찮은 느낌이다. 물론 쾌감이 덜하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최고의 여인이 아니던가? 문제는 다른 방향이다.

'뭐야. 왜 임신이 안 돼?'

지금까지야 내가 원하지 않았으니 그렇다고 쳐도 임신시키겠다는 염(念)을 담았는데도 임신되지 않다니 괘씸하다.

'설마 캐쉬템을 안 써서 그런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팬 사이트에서 찾아본 바에 따르면 성행위 레벨이 완성자에만 들어도 캐쉬 아이템 없이 임신이 가능한 색공도 있다고 했으니까. 물론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이 그 색공인건 아니지만 명색에 EX랭크 스킬이 초월자까지 올라갔는데 그만한 효과가 없을 리 없다.

우웅-마안을 발동한다. 그녀의 몸과 내 몸을 통체로 살피는 것이다. 매혹의 마안은 기본적으로

[내보내는]

데에 특화된 마안이지만 난 매혹의 마안을 초월자까지 올리면서 보조스킬

<통찰>

을 얻었다.

그리고 알아낸 결과는.

'에레스티아의 난자에게....... 내 정자가 죽고 있어? 아니 난자가 아니라 에레스티아의 영력에 죽는 것도 같지만. 아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야?'

그러나 황당함은 그야말로 잠시. 그 꼴에 오기가 끓어오른다. 그녀를 임신시켜야 하는데 내 정자들이 모조리 죽다니.

"좋아 이렇게 된 이상!"

"흐.... 엣? 로안? 이게 무...... 핫! 으앗----!"

당황하는 에레스티아의 몸을 짓누르며 허리를 허리를 흔들었다. 내 정액에 축복(Blessing)을 걸어 그 자체적인 생명력을 크게 강화시킨 후 막대한 영단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철썩! 퍼억! 퍽!

퍽!

퍽!

퍽!

거세게 허리를 내리찍기 시작하자 에레스티아가 마구 몸을 비틀며 신음을 터트린다. 구천일심의 가르침 따위는 이미 버렸다. 일격 일격에 영단을 담기 시작해 점점 더 가속한다.

"히익-! 이, 이게 무슨....... 학! 하악! 힉-! 힉-! 힉-♡♡!"

마치 그랜드 마스터가 수십 미터의 검강을 뽑아 올려 사정없이 휘두르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숫자의 영단을 그녀의 몸으로 쏘아 보낸다. 영단을 만들 때마다 필요한 마력이 절대 적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어차피 마나는 너무나 많아 걷잡을 수 없는 상태! 현재 내 마나량은 이렇다.

<마나>

마나력 : 91000000(초월적인 마나.) / 지능항마력 : 20000000(궁극 마법에 저항 가능성 60%) / 지혜집마력 : 21000000(초월적인 회복력.) / 마법적성내 마력은 이미 9100만 테라로 사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소모가 힘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영단을 몇 번이건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다.

촤악! 촤아아악!!

정액이 뿜어진다. 무려 1000만 테라나 되는 영단을 가득히 들이부어 녹여낸. 말하자면 영액(靈液)이라고 할 수 있는 기운이 자신의 몸으로 스며들자 에레스티아가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하아하아하아....... 히익! 자, 자궁이 뜨거워....... 불타는 것처럼 뜨거워! 정액이, 정액이 가득....... 아앙♡! 뭐, 아직도...... 아흑----!?"

그리고 그 순간 느낌이 온다. 나는 이제야 그녀를 성공적으로 임신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걸로 임신이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거 알지?"

"아아...... 로안. 로안....... 로안의 정액이 넘쳐........"

뇌가 타버릴 같은 쾌감이 넘쳐난다. 그녀에게 정액을 쏟아낼 때마다 암컷을 임신시키는 정복감이 나를 덮쳐왔다. 그것은 수컷이라면 누구라도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망.

"임신해....... 임신해버렷...... ♡♡!"

교성과 함께 눈물을 에레스티아가 펑펑 쏟아내기 시작한다. 나는 뒤에서부터 그녀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은 채 최후의 한 방울까지 그녀의 몸 안에 쏟아 부었다.

"흐아아..... 흐아아아....."

행위가 끝난 후. 지칠 대로 지친 에레스티아는 침대에 축 늘어져 가쁜 호흡을 내뱉는다. 나는 그녀의 옆에 누워 그녀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기분은 어때?"

"임신했어....... 아아. 인간의 아이를 임신했어......."

드래곤인 그녀는 자신의 몸을 완전히 통제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그녀의 난자에 정자가 돌입하는 순간 그 상태를 확인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 괜찮아?"

"후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물론 나도 드래코니안보다는 제대로 된 용종을 낳고 싶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에잇 그만! 난 네 아이기만 하면 된다고! 네 아이기만 하면 그게 인간이건 뭐건 아무런 상관이 없........ 어?"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던 에레스티아는 뭐에 크게 놀란 듯 굳어버렸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 아니 문제는 아닌데. 어, 어? 어라?"

경악. 환희. 당혹. 희망.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허둥거리고 있다. 이 녀석 왜 이래?

"엘?"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더니 침실을 뛰쳐나간다. 옷조차 입을 틈도 없이 뛰쳐나가는 걸 보니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다.

"왜 저러는 거야?"

영문을 알 수 없다. 임신을 한 게 충격적이었나? 하지만 이미 익히 알고 각오하고 있던 일 가지고 저렇게 반응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 심지어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한 직후에 저런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쾅! 그때 문을 박차고 에레스티아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텍스트가 떠오른다.

<에레스티아가 상상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을 일으켰습니다! 에레스티아의 호감도 락이 해제됩니다!>

<축적되었던 호감도의 영향으로 호감도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에레스티아의 호감도가 100이 됩니다!>

"엉? 어엉?"

순간적으로 상황파악을 못한다. 무, 물론 호감도 락이 풀리기를 매우 바라고 있던 나지만 지금 뭘 했다고 이게 풀린단 말인가? 임신을 시키긴 했지만 어차피 합의하에 한 일인데 기적 같은 일이라니? 의아해 하는데 에레스티아가 소리친다.

"드래곤이야!!"

"무슨, 그야 물론 넌 드래곤이지."

너무나 당연한 내 대답에 에레스티아가 마구 고개를 휘저었다.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자 그녀가 다시 소리친다.

"나 임신했어!!"

"아까도 말했잖아?"

황당해 한다. 지혜의 드래곤이라는 에레스티아가 너무나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 과연 그녀 스스로도 그걸 느낀 것인지 잠시 심호흡하더니 내 손을 잡고 활짝 웃었다.

"내가...... 후우. 후우..... 그러니까. 임신한 아이가 드래곤이야."

"잠깐. 그게 무슨......."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 그러나 에레스티아는 기쁨과 환희를 담아 소리쳤다.

"너와 내 자식이 드래곤이라고!"

============================ 작품 후기 ============================ 아, 이제 예전처럼 폭풍 연참은 어렵겠군요. 베스트에서도 순위권 밖으로 밀리려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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