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88화 (88/283)

< --8장. 아프로디테의 사도.

-- >

고개를 팩 돌리는 에레스티아의 모습에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음흉하게 웃는다.

"흐음~ 그래서 싫다는 거야?"

"그, 그런 건 아니지만......."

풍만한 가슴을 슬쩍 주무르며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자 대번 에레스티아의 얼굴이 붉게 변한다. 몸을 섞은 횟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익숙한 그녀였지만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더 수줍음을 타는 것만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이것 좀 봐라."

"음?"

나는 의아해 하는 에레스티아를 두고 부엌과 연결되어 있는 거실로 나섰다. 그냥 쉽게 거실...... 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운동장만한 크기를 지닌 그곳은 평소 수련장으로도 사용하는 공간이다.

휘리릭!

벽에 걸려 있던 라이온 하트를 잡아들자 매듭이 져 있던 10개의 끈이 자기 스스로 몸을 풀어 검을 잡아 뽑기 쉽게 만든다. 손에 들리는 묵직한 감각.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잘 잤어. 가이?"

[물론입니다 주인님. 모드를 변경하시겠습니까?]

"아니 됐어. 그냥 간단한 연습이니까."

대답하는 것은 12마장기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라이온 하트의 자아(Ego)다. 내 검술의 경지가 전문가에 이르는 순간 깨어난 라이온 하트의 자아는 검에 담긴 마법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동시에 검술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

"뭘 하려는 거야?

"아, 요번에 좀 성과가 있었거든. 자아......."

라이온 하트를 잡고 기운을 집중한다. 마나량은 너무나도 많아서 굳이 아낄 필요가 없을 정도. 나는 극도로 정순한 마나를 검안에 몰아넣어 압축한 뒤 그대로 유형화시켰다. 이거야말로 소드마스터의 증명. 검기(劍氣)였다.

우오옹!

"오. 마스터에 이르렀구나."

"흑흑. 검술에는 왜 이렇게 재능이 없는지 이제야 성공했어."

"2년 만에 마스터가 되놓고 재능이 없다니. 다른 인간들이 들으면 화낼걸?"

그렇다. 드디어 내 카엘 투격술 스킬이 완성자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더불어 천관학파의 경지도 완성자에 이르렀다.

"속성변환. 폭염(暴炎)!"

화아악--!!

라이온 하트의 검날을 뒤덮었던 무색의 검기가 붉게 타오르며 일렁이기 시작한다. 단순히 화염 속성을 검에 거는 인챈트와는 차원이 다른 상급 마법. 검기의 속성 자체를 변형시킴으로서 그 위력을 증가시키는 아크 메이지만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틈틈이 뭐 하나 했더니 그거 연습하고 있었구나?"

"뭐 딱히 할 것도 없으니까. 가디언들하고 대련을 하거나 사냥을 다녔지."

검으로 흐르는 마나를 끊어내 검기를 소멸시키고 라이온 하트를 검집에 넣는다. 뒤에서는 에레스티아가 손뼉을 치더니 아공간을 열어 한 권의 책을 꺼내고 있다.

"훌륭해. 이제 금룡진결(金龍眞訣)을 연마할 수 있겠어."

"얼마나 귀하신 몸인지 소드 마스터이자 아크 메이지가 아니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그 귀한 검법 말이지."

투덜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책자를 받아든다. 그 책자에는 한자로 금룡진결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한동안 바빴던 건 물론 오딘을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이것 때문이기도 했어. 동대륙에서도 가장 강력한 검법이라는 용검결(龍劍訣)에 내 마법적 지식을 접목시켰지. 네가 원래 익히고 있던 카엘 투격술과 천관학파의 주술도 어느 정도 연결시켰으니 생소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차분히 책자를 읽어낸다. 나는 궁극에 도달한

[용사의 지능]

[용사의 지혜]

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

<지능(99), 지혜(99)보정 실패! 금룡진결을 읽었습니다.>

<지능(99), 지혜(99)보정 실패........>

하지만 그럼에도....... 금룡진결은 만만치 않다. 어쨌든 나는 금룡진결을 익히기 위해

[오러 마스터인 동시에 아크 메이지]

라는 전제조건을 달성했는데도 그랬다.

"아오 노가다 같으니."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나는 원래 지치지 않는 노가다의 화신. 나는 제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내리 120번이나 금룡진결을 읽었다.

<지능(99), 지혜(99)보정 성공! 금룡진결을 단순 암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온 것이 단순 암기! 예전 카엘 투격술을 익혔을 때는 단순 암기만 띄운 다음 책을 가지고 돌아다녔지만 게임에 어느정도 익숙해 진 나는 그런 뻘짓을 하지 않는다.

<지능(99), 지혜(99)보정 성공! 금룡진결을........>

제자리에서 다시 100번을 읽는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바라는 텍스트가 떠올랐다.

<지능(99), 지혜(99)보정 성공! 금룡진결을 암기 후 이해하셨습니다!>

<마술적성(99), 체술적성(99)보정 성공! 금룡진결 습득하셨습니다!>

"후아----! 됐다!"

마침내 스킬을 습득한 후 바닥에 널브러지며 소리치자 에레스티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와 대단하다. 이틀을 내리 책만 읽다니. 보통 책을 보면서 조금씩 수련하지 않나?"

"뭐든 완벽하게 기틀을 잡고 시작하고 싶거든."

대충 둘러대지만 당연히 그런 건 아니다. 모든 스킬을 기본부터 차분하게 익혀야 하는 NPC들과 다르게 유저들은 이런저런 보정을 받으니까. 물론 그런 보정도 스텟이 높아야 받는 것이니 아무나 받는 보정은 아니겠지.

어쨌든 지금처럼 스킬을 습득해 놓으면 무술을 연마할 때 마치 답안지가 뜨는 것처럼 옆에 올바른 동작과 자세가 뜨고 마나의 흐름에 가이드라인이 생기기 때문에 훨씬 쉽게 수련이 가능하다. 특히나 나는 지능, 지혜, 마술적성, 체술적성 모두가 99이기 때문에 모든 보정을 다 받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보정을 받으면서도 딱히 빠르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뭐, 이미 알고 있던 바다. 설사 로안이 천재중의 천재라 해도 현실의 나. 김지훈의 재능. 그러니까 감이나 지능 등은 그저 그런 보통의 것이기 때문이다. 뭐, 전 인류에 한 명 밖에 없을 거라고 예상되는 타임 캔슬러의 힘을 재능이라고 하면 나도 천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스킬의 습득으로 기존 스킬이 소멸합니다!>

<카엘 투격술이 소멸합니다.>

<천관 학파 주술이 소멸합니다.>

떠오르는 텍스트는 이미 감안하고 있던 것이기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스킬이 변경될 것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버랜드에는 수많은 스킬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줄기가 있기 마련이고 NPC와 유저들은 같은 종류의 스킬을 두 개 익히는 게 불가능하다. 즉 검술을 익히고 마법을 익히는 건 가능하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무공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검을 휘두르는 방법이나 마법적인 기교. 혹은 초식 같은 거야 얼마든지 익혀도 상관없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스킬 자체를 두 개 다 익히면 그 중 상위의 것만 남고 하위의 것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금룡진결이라는 일종의 마법검술을 배웠다. 이것은 검술인 동시에 마법으로 두 갈래 모두 침범하는 종류의 복합스킬. 더군다나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가 만들어낸 금룡진결이라는 스킬은 너무나도 당연히 카엘 투격술과 천관 학파보다 상위의 스킬이었기 때문에 두 스킬이 사라지고 금룡진결만이 남는 것이다. 일종의 스킬 변경이라고나 할까? 물론 지금의 이 경우는 구름도서관에서 했던 스킬변경과 전혀 다르다. 말하자면 기존에 익히고 있던 카엘 투격술과 천관학파를 완전히 비워내고 그 그릇에 새로운 내용물을 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엘 투격술과 천관학파가 완성자에 이르러 얻었던 몇 개의 보조스킬들은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더불어 이런 문제점도 생겼다.

<더블 마스터(10단계 시험 두 개 격파)업적이 소멸됩니다! 업적점수 -500점!>

<트리플 마스터((10단계 시험 세 개 격파)업적이 소멸됩니다! 업적점수 -500점!>

"앗. 어제 겨우 얻은 업적을 깎다니....... 그럼 설마?"

깜짝 놀라 보너스 포인트를 바라본다. 카엘 투격술과 천관학파 주술 시험을 10레벨까지 클리어하면서 각각 50포인트씩. 100스킬 포인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칭호도 얻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제까지만 해도 있던 칭호는 흔적조차 없다. 스킬 포인트도 줄어있었다.

"아아. 역시 칭호고 스킬 포인트고 관련보조스킬이고 다 사라졌네. 그나마 청원단(淸元團)이랑 적원단(赤元團)은 남아있군."

쳇. 하고 한숨 쉰다. 그나마 아이템은 안 뺏는 모양이지만 무려 100포인트나 되는 보너스 스킬 포인트는 아깝다. 초월자를 하나 더 찍을만한 양인데....... 아니 뭐 어차피 지금도 포인트는 남아돌지만 말이다.

"어라 EX랭크?"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금룡진결의 등급에 휘파람을 분다. 명색에 드래곤이 주는 스킬이니 대단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EX급일 줄이야.

"무술이야 용검결을 참고로 해서 별로 수정하지 못했지만 마법은 천관학파를 발전시켰어. 아, 아까 그 마법검도 추가되어 있으니 별 문제 없이 쓸 수 있을 거야."

"그건 마음에 드네."

훙훙- 슬쩍 검을 휘둘러본다. 취미생활에 가깝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익힌 데다 좋은 스승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 무술실력과 마법실력은 꽤 체계가 잡힌 상태다.

"저기 엘. 가디언들을 차례대로 불러주지 않을래?"

"수련하게?"

"응. 역시 가장 빨리 익숙해지는 건 실전이지."

"보통은 좀 더 연습한 다음 하는데........"

물론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여러 가지 스텟 보정으로 금룡진결을 완전히 익힌 나는 실전에서 그 힘을 다루는 요령만 깨우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련]

시스템이야 말로 가장 빨리 스킬을 올리는 방법이니까.

"그러고 보니 이 스킬을 만든 건 너라고 했지. 옆에서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해 줄래?"

"뭐 그 정도야."

"그럼 부탁해."

말하는 순간 이미 공간이 일렁이고 있다. 아마도 카넬이나 레나를 불러오는 것이겠지.

'간다.'

순식간에 완성자를 찍어주겠다고 다짐하며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영웅의 능력치 => 용사의 능력치 로 변경합니다. 원래부터 용사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영웅이라고 쓰고 있었군요. 마왕에 대칭되는 존재는 영웅보다는 용사라고 할 수 있으니 ㅇㅅㅇ ============================ 작품 후기 ============================ 영웅의 능력치 => 용사의 능력치 로 변경합니다. 원래부터 용사라고 생각했는데 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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