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87화 (87/283)

< --8장. 아프로디테의 사도.

-- >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다. 네버랜드를 시작한지 어느새 두 달. 그러니까 서대륙 일리야의 시간으로 치면 무려 2년의 시간이 지났다.

"흐음."

눈을 뜨자 화려하게 꾸며진 침실이 눈에 들어온다. 수면 모드로 로그아웃 한 다음 다시 로그인한 것이다. 이 수면모드는 NPC들에게도 보이기 때문에 자꾸 사라진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가 깨운다 해도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당연한 것이 로그아웃 상태에서 어찌 캐릭터가 움직이겠는가? 다만 캡슐에는 디스플레이가 달려있어 현실에서도 자신의 캐릭터가 잠을 자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접속이 늦으면 허무하게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가급적 수면모드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일반 로그아웃을 선호하는 편이다.

'다만 로그아웃을 못 하는 상황이 있는 게 문제라는 말이지.'

네버랜드에서 로그아웃해 사라지기 위해서는 타인과 접촉한지 20분 이상 지나야 하고 로그아웃 하는 모습을 그 누구도 보지 못해야 한다. NPC들이 로그아웃에 대해 눈치 채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여기는 상황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이유이리라.

"그나저나 뭘 한 거지? 냄새 좋네~"

침실 문을 열자 풍겨오는 향기에 흥얼거리며 부엌으로 향한다. 과연 부엌에는 커다란 냄비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 앞에는 알몸에 앞치마를 입은 에레스티아가 야채를 볶고 있는 상태다.

알몸에 앞치마를 입은 에레스티아가......... 푸욱!

"흐응-♡! 레, 레온! 잠깐만. 요리 중이잖..... 흐응!"

"왜. 요리는 집중해서 하면 되지."

"아웃 이 심술쟁....... 하악-♡♡!"

부엌에서 때 아닌 열풍이 몰아친다. 나는 아침을 맞아 에레스티아를 네다섯 번 정도 절정에 도달하게 한 후 그대로 사정해 그녀의 몸을 정액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색공이 초월자에 이르고 나서는 에레스티아라도 몇 번이건 보내버릴 수 있게 된 나다.

어쨌든 난 여러 가지(?)의미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았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더니 온 몸이 노곤한 상태. 나는 에레스티아를 껴안은 채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음~ 역시 맛있어 엘. 음식도 네 몸도."

"흥. 못됐어 진짜."

쀼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팩 돌리는 에레스티아의 모습은 그녀가 위대한 존재. 드래곤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귀엽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다시 한 번 시도해 볼까?'

마력을 발한다. 그리고 눈에 집중한 뒤, 에레스티아와 눈을 마주친다.

<매혹의 마안-테이밍 발동!>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저항스킬. '드높은 곳에서 빛나는 지혜'가 발동하였습니다!>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저항스킬. '위대한 혈통'이 발동하였습니다!>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저항스킬. '이지스 시스템'이 발동하였습니다!>

<매혹의 마안에 실패하였습니다!! 초월경에 올랐지만 동등한 경지인 관계로 상대가 매혹의 마안의 존재를 눈치 채게 됩니다!>

어지럽게 떠오르는 텍스트와 함께 에레스티아의 표정이 굳는다.

"로안.......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나에게 살기를 드러내거나 덤벼들지는 않는다. 나와 그녀의 관계는 너무나 깊어져 그런 걸로 완전히 마음을 돌릴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신의 정신을 제압하려 시도한 게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리라. 그녀는 고고한 정신을 가진 드래곤이니까.

"마안이라니. 나한테 어떻게......."

그녀의 눈에 떠오른 배신감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이가 자신을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어디까지나 지금 내 행동은 배신+범죄에 가까운 것. 그러나 난 한숨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

"미안하다고 끝날 문제야!? 지금 이건......!"

따악-!

그러나 시간이 돌아간다. 화내고 있던 에레스티아의 표정이 예의 쀼루퉁한 표정으로 돌아온다.

'아, 이거 좀 인간쓰레기 같은데.'

약간의 자괴감이 들었지만 가볍게 떨쳐낸다. 일일이 이렇게 괴로워하면 타임슬립은 쓰지도 못하리라.

"아 엘. 잠깐만."

"응?"

슬쩍 자리에 일어나서 마법 주머니를 뒤진다. 그리고 천으로 만들어진 황금색 허리띠를 꺼내든다.

"와. 그거 뭐야? 예쁘다~!"

드래곤이라도 여자라는 건지 눈을 반짝이며 아프로디테에게 받은 허리띠. 그러니까 케스토스 히마스를 바라보는 에레스티아.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마주보며 나는 그것을 허리에 둘렀다.

<매혹의 마안-테이밍 발동!>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저항스킬. '드높은 곳에서 빛나는 지혜'가 발동하였습니다!>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저항스킬. '위대한 혈통'이 발동하였습니다!>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저항스킬. '이지스 시스템'이 발동하였습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저항스킬이 발동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매력과 친화력 +50포인트 효과와 함께 모든 색공과 정신공격. 매혹의 효율이 1000%나 상승하는 신기(神器). 케스토스 히마스(Kestos himas)가 있다면 그 모든 방어가 꿰뚫리기 때문이다.

<매혹의 마안에 성공했습니다!>

<초월적인 적에게 매혹의 마안을 거는데 성공했습니다! 매혹의 마안 스킬이 다음과 같이 상승합니다.>

매혹의 마안: 완성자 8Level -> 초월자 1Level

<수많은 연구와 실험 끝에 매혹의 마안이 초월자의 경지에 들어섰습니다! 당신은 강대한 마력을 두 눈에 사역함과 동시에 두 눈을 강력한 마력기관으로 만듦으로서 상대방의 정신을 시선만으로 제어하는 게 가능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보조스킬. 군중제어(群衆制御)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조스킬. 패밀리어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조스킬. 절대명령(絶對命令)를 획득하셨습니다!>

<두 눈을 강력한 마력기관으로 만듦으로서 수준이하의 정신장벽은 페널티 없이 뚫어버릴 수 있게 됩니다!>

<두 눈을 강력한 마력기관으로 만듦으로서 환술, 현혹 등 시선으로 가해지는 모든 공격에 면역 능력을 가집니다!>

<마력기관의 연성에 성공함으로서 마법적성과 지능이 30포인트씩 상승합니다!>

<일차 궁극치(99)에서는 오직 수련으로만 올릴 수 있습니다.>

<적용되지 못한 마법적성이 포인트로 돌아옵니다.>

<적용되지 못한 지능이 포인트로 돌아옵니다.>

<총 60의 스텟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조스킬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매혹의 마안이 낮은 랭크의 스킬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보상은 초월자 치고 조촐(?)한 편이다.

"아..... 아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에레스티아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당연한 거지만 매혹의 마안을 건다고 그녀의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녀의 성격도. 기억도 정신도 그대로니까.

'다만 일단 테이밍에 걸리면 내 말에 절대 거역할 수 없다는 것...... 정도가 다른가?'

더불어 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점도 차이라면 차인데 어차피 그녀는 나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으니 별 의미가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면 종속의 낙인도 찍고 싶지만."

그러나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이 초월자에 올라 얻은 보조스킬.

<종속의 낙인>

[상대의 호감도가 100이어야 한다.]

는 조건이 존재한다. 만약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아무리 대단한 매혹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스킬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

나는 에레스티아를 바라보았다. 살짝 집중하자 그녀의 위로 글자가 떠오른다.

[에레스티아 : 그녀가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기적 같은 일을 일으킨다.]

그것은 그녀의 호감도 락. 그야말로 기가 막힌 조건이다.

'아니 뭐야 그게?'

그녀는 궁극의 마법사이자 할 줄 아는 게 못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대마법사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기적 같은 일]

을 해 내라니? 차라리 무공이나 마법을 더 성장시켜 1:1로 싸우라면 언젠가 가능하겠지. 라는 희망을 가질 텐데 이런 조건은........

"쳇."

혀를 찬다. 뭐 시스템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엘. 그 만들던 건 완성 한 거야?"

"아아...... 아?"

"엘?"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멍하던 눈에 초점이 돌아온다.

"괜찮아?"

"아, 무, 물론이지! 하하. 잠깐 딴 생각을 했네."

이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 고개를 흔든다. 잠시 멍해졌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상해 보이는데. 내 말은 들었어?"

"물론이지. 그, 오딘(Odin)에 대해서라면 아직도 멀었어. 기본 시스템도 복잡한데다 중첩 마법진을 설치하는 데에 긴 시간이 필요하거든. 마력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고."

오딘이라는 건 현재 그녀가 만들고 있는 거대 이족보행병기를 말한다. 10미터가 넘는 키에 인간의 그것을 닮은. 그야말로 SF에서나 나올 것 같은 미래병기! 여기에서는 그런 로봇을 타이탄이라 부른다고 한다.

"흐음. 명색에 드래곤이 만드는데도 그리 오래 걸리다니. 타이탄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그건 아니지. 물론 타이탄은 인간들 사이에서 전략병기 취급을 당할 정도로 비싸고 강력한 무기지만 내가 마음만 먹으면 100대도 뽑을 수 있으니까. 다만 오딘이 특별히 까다로운 개체일 뿐이야."

에레스티아는 나와 뒹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오 딘을 연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갖 마법적인 연구와 아티펙트 제작에 매달리는 것이다.

"원래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다 너처럼 부지런히 사는 거야?"

"꼭 그렇지는 않아. 드래곤들은 수명이 길어서 온갖 뻘짓을 다 하는 편이니까. 보통 유희를 하거나 잠을 자지 나처럼 연구만 하고 싶어 하지는 않거든."

"그럼 좀 쉬엄쉬엄 해. 나 요즘 심심한 걸. 놀아주지도 않고."

"흥 안 돼. 너랑 제대로 놀면 매일 기절해서 잠만 자야 한단 말이야."

고개를 팩 돌리는 에레스티아의 모습에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음흉하게 웃는다.

"흐음~ 그래서 싫다는 거야?"

"그, 그런 건 아니지만......."

풍만한 가슴을 슬쩍 주무르며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자 대번 에레스티아의 얼굴이 붉게 변한다. 몸을 섞은 횟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익숙한 그녀였지만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더 수줍음을 타는 것만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이것 좀 봐라."

"음?"

============================ 작품 후기 ============================ 이제는 완전히 데레로 돌아선 에레스티아. 심지어 데레인 상대에게 테이밍까지 걸어버려서 이제 전 재산을 달라고 해도 줍니다. 으아니 이것은 기둥서방 루트(..........) 연참 분량을 모아....... 왔지만 추천이 16000을 안 넘었군요. 요새 잘 써지기는 하는데 의미없는 연참을 남발하다간 나중에 등골이 휘죠(......) 개학도 할 테니 나중을 위해 비축분을 ㅠㅠ PS. 문득 궁금해 진 건데 옆에 있는 씨앗이 자라면 뭐 좋은 거라도 있나요? 암만 생각해도 아무것도 없는데(........) 광고가 걸리는 것도 아니고 뭐죠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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