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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걷는자 캔슬러-76화 (76/283)

< --7장. 초월지경-- >

그래.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의 스킬은 스킬 보너스 시험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에 나는 누구라도 만족시켜 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본선은 치룰 수도 없는 것처럼 아무리 뛰어난 색공을 익히고 있다 해도 막상 행위에 들어가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이다.

[안 꺼지고 뭐 해? 벌레 같은 놈.]

번쩍!

벼락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배경이 변한다.

"실패하셨습니다."

"헐......."

와. 뭘 해보지도 못하고 탈락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설마 이런 식이라니.

"괜찮으십니까?"

"아, 물론 괜찮아.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면 그야말로 광분하겠네. 이건 뭐 해결 방도가 없잖아? 친화력을 올릴 수도 없으니 뭐."

"다른 녀석들...... 말인가요?"

청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다른 녀석들이라니. 거기에는 너 도 포함된 거 아니냐?'

라는 뜻이겠지. 그러나 나는 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이 있었다.

뭐냐고?

"뻔하지 뭐."

따악-!

다시 시간이 돌아가고 어느새 내 앞에는 스파크가 튀는 바위 위에 태평히 누워있는 여인. 그러니까 전격의 최상급 정령이라는 엘라이카의 앞에 서 있는 상태다.

<친화력(22) 보정........ 실패! 전격의 최상급 정령 '엘라이카'가 당신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뭐야 너. 거슬리니 저리 꺼져.]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타임슬립 능력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일이다. 시간을 돌린다고 모자란 친화력이 오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나라고 스킬들을 뻘로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세요. 아가씨. 저도 엉뚱한 곳으로 떨어져서 좀 놀라고 있 는 중이니까."

태연하게 말하며 살짝 웃는다.

<환희마소(歡喜魔笑)발동!>

<전격의 최상급 정령 엘라이카의 저항스킬. '마력저항'이 발동하였습니다!>

<절반의 성공! 엘라이카가 당신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호오. 뭔가 특이한 녀석이네. 그저 그런 녀석인 것 같은데도 신경이 쓰이다니.]

사실 생물이라고 보기 힘든 정령들은 상대의 외양에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이 호랑이를 보면 다 그놈이 그놈처럼 보이듯 그들에게 인간의 눈코입의 위치가 어떻든 키가 얼만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물론 전격의 최상급 정령인 엘라이카의 경우 인간의 모습을 취했으니(정령들의 모습은 가지가지로 특히 상급 이상의 정령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취할 수 있다.)인간에게 제법 관심이 있을 테지만 그렇다 해도 그의 미적 기준은 영적인 감각. 흔히 말하는 친화력에 있다. 즉 시각이 아닌 영감. 그러니까 영적인 기질이 매력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친화력이 22인 나는 그녀에게 추남까지는 아니어도 별로 눈에 띄는 상대가 아니다. 아니, 그녀가 뛰어난 정령사들이 계약하고 싶어 몸달아하는 최상급 정령이라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눈 아래의 존재이리라.

"신경이 쓰인다면 그건 아마 저와 함께 한다면 즐거움을 느끼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너와 함께 하면 즐거울 거라고? 왜?]

"그야 제가 여성을 즐겁게 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하면 확신이 안 선다. 과연 정령을 여성이라 할 수 있는가?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그녀를 유혹했다는 것이다. 혹 그녀가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순수 정령이라면 문제가 생기지만(내 말을 이해 못할 테니까.)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듯 텍스트가 떠오른다.

<침대위의 지배자 효과가 발동됩니다!>

<실패하였습니다.>

가볍게 떠오르는 텍스트와 함께 엘라이카가 고개를 흔든다.

"글쎄. 관심은 가지만....... 그래도 너 같은 녀석이랑 경험하고 싶지는 않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손가락을 튕긴다.

따악-!

솔직히 말하자면, 침대위의 지배자를 얻은 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나에게 도박성 스킬은 그냥 100%성공한다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따악-!

따악-!

따악-!

<성공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10%쯤이야 누워서 껌이다. 캐릭터를 만들 때는 10만분의 1이라는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의 확률도 노렸는데 10분의 1쯤이야. 노가다를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이제 내성이 생겨서 몇 시간쯤은 우습게 보낼 수 있다. 어차피 내 인생은 몹시 길지 않던가?

[그거....... 라면. 분명 관심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특이하군. 만약 한다면 좀 더 멋진 녀석과 하고 싶었는데 왠지 네가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니.]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바위 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그때였다.

파직파직파직!!

바위에서 스파크가 튄다. 전뇌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상태이기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감전시키는 것이다.

[어라. 그러고 보니 따갑지 않아? 보통의 인간은 내 근처에 다가오기도 힘든데.]

아닌 게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은 그녀와 행위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만질 때마다 스파크가 튀는데 어찌 행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에게는 초월자 등급의 스킬들로 인해 얻어진 유용한 방어스킬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패시브 스킬인

<충격흡수>

이다.

충격흡수는 몸에 가해진 충격을 일정량 흡수해 피해를 줄이는 패시브 스킬로 모든 속성의 마법과 물리력을 흡수하는 게 가능하며 이는 마나로 변환되어 내 마나력에 더해진다. 물론 최대 흡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강력한 공격을 방어해주지는 않지만 흡수량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없는 공격을 가한다면 오히려 내 마나가 차오르기만 한다는 이야기다.

"괜찮습니다. 나름대로 재주가 있어서."

[흐음.......]

스르륵 내 옆으로 다가와 눈동자조차 존재하지 않는 노란 눈으로 내 전신을 살펴본다. 그녀가 다가오자 내 몸 주위로 스파크가 튀었지만 그녀가 나를 해치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충격 흡수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안 나는 거침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파직! 파지직!

스파크가 튀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몸을 안는다. 느껴지는 감각은 상당히 기묘하다. 마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뭔가를 만지는 느낌. 이걸 뭐라고 할까. 실리콘? 아마 현실에 있는 리얼돌이라는 물건이 대충 이런 감촉일 것 같다.

[흐으응....... 하아아....... 음...... 이상한 느낌......]

당연하지만 보통의 인간이 최상급 정령인 엘라이카를 성적으로 흥분시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인간은커녕 생물조차 아닌 존재이기 때문에 애무를 하거나 키스를 하는 등의. 그러니까 물리적인 기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성감대가 없어.'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삽입하자 엘라이카가 신음소리를 내며 파르르 떨었다. 당연하지만 삽입의 쾌감 때문은 아니다. 성감대가 없는 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질 역시 마찬가지니까. 그녀에게 쾌감을 느끼게 하는 건 오직 마나를 사용한 기교뿐.

[흐으윽.....! 흐아앙---♡♡! 느, 느낌이 이상해...... 이, 이거..... 흐응-♡! 이상해!]

그리고 다행히도 나에게는 기교와 정신계통에 한해 그야말로 궁극의 색공이라고 할 수 있는 환희마라경(歡喜魔羅經)이 있었다.

[흐----흐앙! 히익! 히이익---♡♡!]

시간은 1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묘사할 건 거의 없다. 동작은 그냥 정상위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렸으니까. 어차피 영체인 그녀에게는 마나의 흐름에 의한 공략. 즉 색공만이 먹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체위에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었다.

[아, 안돼....... 흐아--♡♡ 뭐, 뭔가 이상해....... 타, 타락. 타락 해 버리고 말........ 히익---♡!]

파지지지직----!!

최후의 고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무지막지한 전기가 뿜어진다. 그러나 이미 상생경과 폭식경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그녀의 기운을 흡수한 나는 능숙하게 그 기운을 견뎌낼 수 있었다.

<스킬에 따른 결과 판정 중........>

<로안 필스타인 승! 당신이 승리하셨습니다.>

<동등한 적입니다. 성행위 스킬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오 동등.'

반색한다. 정말 오랜만에 성행위 스킬의 경험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 모두 전문가 10레벨이라서 최근에는 경험치 자체를 벌 수 없었다.

'좋아. 여기서 몇 번 더 농락하면.......'

그러나 그때 배경이 변한다.

"합격입니다."

"아........"

지금까지 계속 그랬듯 상대 여인이 쓰러지기가 무섭게 청명이 나타난다. 나는 물었다.

"저기 청명. 스킬 시험에서 한 번 이긴 상대랑 다시 시험을 볼 수 있어?"

"아쉽지만 그건 안 돼요. 노가다를 하면 곤란하기도 하고."

"윽."

바로 그 노가다를 하고 싶었던 나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아직 10레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과연 1번 만에 완성자에 들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회가 한 번 뿐이라니 어떻게든 압승을 따내서 최대한의 경험치를 얻어내야 한다.

"그러고 보니 9레벨 보상은 뭐야?"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의 성장속도가 300% 버프와 15의 스킬 포인트입니다."

"여기까지 20포인트로군. 이거 스킬 여러 개 달성하면 중첩되지?"

"물론입니다."

"흐음."

그녀의 말에 고민에 빠진다. 일반적인 유저가 초월자에 이르는 스킬 포인트를 얻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얻을 수 있다면 초월자를 못 찍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해 5개의 스킬만 9레벨을 찍어도 무려 100포인트나 얻는다는 말이 아닌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대충 아시겠지만 9레벨을 클리어하는 유저는 거의 없어요. 더불어 여러 스킬을 클리어하는 경우는 더더욱 적고."

"왜? 그냥 종류별로 하면 되는데."

"그렇다 해도 기본적으로 너무 어려운데다 비슷한 스킬들은 같은 시험으로 통합되어서 정작 시험 개수가 그리 많다고도 할 수 없거든요. 무투계열만 해도 몇 개의 스킬을 익히건 하나만 쳐 주는 편이고 술법도 마찬가지죠. 보조스킬은 스킬 보너스 자체가 없기도 하고....... 실제로 지훈님이 가지고 있는 매혹의 마안 같은 경우에는 스킬 시험이 없잖아요?"

"하긴 그렇군."

즉 시험의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긴 매혹의 마안 같은 걸 어떻게 시험 볼 수 있겠는가? 어차피 스킬 레벨에 따라 결과가 나올 뿐 별다른 컨트롤이 필요한 기술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 이제 10레벨 시험을 보시겠습니까?"

"봐야지. 여기서도 300%는 적용되지?"

"물론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무조건 압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랭크 값을 하는 것인지 더럽게도 성장하지 않는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을 어떻게든 완성자까지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 이동시켜줘."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지요."

"뭐?"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레벨 시험처럼 신전에 적이 나타난다는 말일까? 그러나 기다려 봐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신 청명이 내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볼이 살짝 상기되어 있다.

"더, 덤비세요."

"엥?"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한숨 쉬었다.

"하우....... 정말. 설마 이 시험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다시 소개하죠. 알렌의 신전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네버랜드의 스킬 마스터(Skill master). 청명이라고 합니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이 녀석하고 언젠가 할 거라는 것 쯤은 모두가 알고 계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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