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69화 (69/283)

< --6장. 골드 드레곤. 에레스티아.

-- >

"허억...... 허억........"

"흐응...... ♡♡! 하악........ ♡♡♡! 좋아! 너무 좋아! 나 이상해! 이상해져---- 간, 간다....... 간다-----♡♡♡♡♡!!!"

요란한 교성과 함께 에레스티아의 분신이 내 분신을 바짝 조이자 나 나 역시 버티지 못하고 사정한다.

<특수 스킬에 따른 결과 판정 중........>

<비기셨습니다.>

<초월적인 존재를 상대로 동등한 전투를 펼침에 따라 스킬이 다음과 같이 상승합니 다!>

환희마라경 : 전문가 10Level -> 완성자 4Level여의색황경 : 전문가 10Level -> 완성자 4Level

'하, 하하하....... 드디어.'

이기지는 못했지만.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비긴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일이란 말인가? 나는 늘어진 에레스티아의 몸을 껴안은 채 시간을 가늠한다. 놀랍게도 에레스티아와 나는 무려 한 달 하고도 보름이 넘게 운우지락을 즐겼다. 중간 중간 식사 시간도 있었고 잠도 잤지만 그야말로 잠깐일 뿐이고 계속해서 함께 보낸 것이다. 말이 좋아 한 달이지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이제는 시간도 못 돌리겠네.'

지금 마나가 많다고 해도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마나를 소모하고 시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돌린 다음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전의 마력. 즉 6만 테라 이상의 대가를 지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시간을 돌려봤자 에레스티아를 만나기 직전이니 능력을 키울 시간도 없다.

'뭐, 어쨌든 비기기라도 했으니 기본 목적은 달성이지.'

게다가 두 EX랭크 색공이 완성자에 올랐으니 내 능력은 한층 더 뛰어나질 것이다. 만약 다시 에레스티아와 행위를 하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그녀를 함락시켜 쓰러트리게 될 것. 그렇게 생각하는데 새로운 텍스트가 떠오른다.

<수많은 수련과 실전 끝에 환희마라경(歡喜魔羅經)과 여의색황경(如意色皇經)이 완성자의 경지에 들어섰습니다! 당신은 여체에 대한 깊은 탐구와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놀라운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보조스킬. 극락경(極樂境)을 획득합니다.>

<보조스킬. 여의성신(如意聖身)을 획득합니다.>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이 완성자에 이르며 두 개의 보조스킬을 얻었다. 어차피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던 만큼 가만히 누워 그 내용을 확인한다.

<극락경(極樂境)>

환희마라경(歡喜魔羅經)이 완성자에 이르러 획득한 스킬. 진기를 상대의 몸에 쏘아냄으로서 극도의 쾌감을 느끼게 만든다. 모든 신체부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음경(陰 莖)이나 음문(陰門)으로 펼칠 때 제 위력이 나온다. 30분의 쿨타임을 가진다.

<여의성신(如意聖身)>

여의색황경(如意色皇經)이 완성자에 이르러 획득한 스킬. 진기를 사용함으로서 잠시간 육체를 완전통제 하는 것이 가능하다. 추가적인 진기를 사용해 큰 부상을 치료하거나 해독이 불가능한 독을 컨트롤 할 수 있다. 더불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감각을 제어해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가능하다. 유지시간은 10분. 쿨타임 30분

'둘 다 엑티브 스킬이네. 하나는 공격스킬에 하나는 방어스킬인가.'

하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감각을 제어해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가능]

하다는 말을 보아하니 방어스킬도 카운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감각'에는 쾌감도 들어가니 그녀가 주는 막대한 쾌감을 카운터로 돌려주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다.

'좋아. 또 하게 되면 이번에야 말로 이기는 게 가능하겠어.'

슬쩍 고개를 돌려 내 위에 포개져 있는 에레스티아를 바라본다. 축 늘어진 채 나른한 쾌감을 즐기고 있던 그녀는 내가 움직이는 걸 느낀 듯 두 팔로 땅을 짚었다. 그녀의 몸 위로 말풍선이 떠오른다.

[이성간파]

에레스티아호감도: 75(애정)흥분도: 20(절정의 여운)욕구: 2(미약)선호 애무 : 키스.

선호 체위 : 없음.

선호체위가 없다는 건 지금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뜻. 하긴 뭐 욕구 역시 2에 불과하니 뭐. 다만 특이한 건 호감도가 크게 늘어 75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나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말이니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드래곤씩이나 되는 에레스티아는 호감도 락 역시 말도 안 되는 종류일 테지만 몇 번 더 행위를 하면 90은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몸이란 말이지.'

온 몸에 바짝 밀착한 매혹적인 육체가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한 번 더 하고 싶지 만....... 체력이 떨어진 상태이기에 그냥 부드럽게 쓰다듬기만 하는 상태. 그리고 그때 에레스티아가 일어난다.

"로안....... 로안......."

"네 에레스티아."

내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그녀의 몸을 껴안는다. 에레스티아는 슬쩍 상체를 일으켰다. 내 위에 올라 탄 상태인 그녀는 슬픈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 슬픈 눈동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왜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단 말인가? 비겼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쾌감을 느꼈을 텐데?

"정말....... 좋았어. 동족들과 즐겼을 때가 기억날 정도였지."

"다행이군요. 남하고 비교된다는 건 별로지만."

"후후. 넌 참 매력적인 녀석이야."

그녀의 미소에 뭔가 잘못되기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상하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이건 만족스러운 남녀 간의 행위 후 나오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에레스티아?"

"미안."

꽈악!

내 볼을 쓰다듬던 그녀의 두 손이 내 목을 움켜쥔다. 가녀린 두 팔을 보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크...... 억? 에레스티아?"

"미안....... 미안....... 넌 너무 매력적이야 로안. 설마 내가 인간하고 한 다음 흔들리게 될 줄은 몰랐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하는 그녀의 모습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상대라 해도 날 죽이는 걸 가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큭! 뭐야?'

버둥거리려 했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내 움직임을 막고 있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에레스티아....... 어째서......"

"지금은 배란기야 로안. 물론 지금의 내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어."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가녀린 팔에서 나온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힘이 내 목을 짓누르고-뿌득.

순간적으로 의식이 멀어진다. 몸이 죽은 것이다.

"푸하-----!"

캡슐에서 벌떡 일어나며 크게 숨을 고른다. 정신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죽음]

이라는 건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다. 그나마 저번처럼 목이 잘린 경우는 의식이 남아있어서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지금은 목이 꺾이면서 의식이 멀어지는 그 특유의 불쾌함이 남아있는 것이다.

"아아아악!! 뭐야! 대체 뭐야!? 이런 제길! 이 혼돈의 숲에서 만나는 여인들은 왜 하나같이 삐끗하면 목숨이 위험한 거지!? 혼돈의 숲에서 만나는 여자들이라 혼돈의 카오스인가?"

환장할 것 같다. 죽다니. 죽다니!! 이로서

[로안 필스타인]

라는 캐릭터는 없다. 캡슐의 위쪽에 있는 디스플레이에는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새로운 계정을 구입해 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말이 쓰여 있다.

"말도 안 돼. 졌을 때도 그냥 놔주더니 비겼다고 죽여? 내가 그 캐릭터를 어떻게 키웠...... 으아악! 진짜 이게 뭐야!?!?"

거의 발작하다 시피 으르렁거리면서도 PC를 부팅한다. 일단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대체 에레스티아가 날 왜 죽인 것인지 부터 알 필요가 있다. 나는 네버랜드의 팬 사이트에 들어가 드래곤에 대해 검색했다. 다행히 자료는 꽤 많았다. 유저들이 드래곤을 만나서 얻은 정보가 아니라 책 같은 것들에 각종 자료가 쓰여 있었던 모양. 덕분에 나는 비교적 빨리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로 황당한 것이었다.

"뭐? 드래곤은 진정 사랑하는 상대와 섹스하면 화신체 상태에서도 용의 아이를 임신한다고?"

원래 드래곤의 화신체가 다른 존재의 씨를 받으면 어디까지나 그 화신체가 가진 종으로서의 아기가 태어난다. 즉 에레스티아가 나에게 자신의 화신체를 임신시켜달라고 한 것은, 드래곤으로서의 아이가 아니라 인간의 아이를 낳기 위해서였다는 말이다. 아마 고대 신족의 피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길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넘어선 나의 절륜(?)함으로 인해 그녀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피시전자에게 막대한 쾌감을 줌과 동시에 시전자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일으키는 환희삼혼락의 환락경의 효과 때문에 느낀 감정이겠지만........ 어쨌든 그녀가 나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 것 만은 틀림없다. 물론 호감도가 75에 불과했던 만큼 그게 진정한 사랑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잘 모르는 에레스티아는 만일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날 죽여 버리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헛웃음을 짓는다. 물론 에레스티아라고 용족의 아이를 가지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문제는 드래곤이

[용족으로서 임신]

하면 상대 종족이 뭐든 간에 용족이 되지만 그 용족이 가지는 힘이 상대 종족의 혈통에 담기는 힘에 비례한다는 것. 만약 인간과 행위를 하게 된다면 제대로 된 드래곤이 아닌 용의 사생아. 흔히 말하는 드래코니안(Draconian)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엘프 같은 요정족과 진정 사랑한 다음 아이를 낳으면 흔히 요정룡이라 불리는 페어리 드래곤(Fairy dragon)이 태어나게 되겠지.

"그리고 그런 자손은 용족으로서 수치라는 말이군."

같은 용종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가지는 힘은 드래곤과 천지차이다. 인간으로 치자면 원숭이를 낳은 셈이라고나 할까? 힘들여 낳은 자식이 그렇게 형편없다는 사실은 드래곤으로서는 자존심상하는 일인데다가 드래곤들은 그들을 같은 종족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해츨링처럼 보호하는 대신 가디언으로 삼거나 내다 버리게 되는 것이다.

"아오 그래서 결국 어째야 한다는 거야. 확 그냥 새 계정을 사 버릴까?"

두 눈을 감은 채 고민에 빠진다. 어마어마하게 긴 플레이가 다 날아가 버리자 허무하기 짝이 없다. 시간을 돌려봐야 또 죽을 뿐이다. 지는 것도 싫고. 비겨도 죽는다니. 그렇다고 이기기에는 에레스티아가 너무나 강적이다. 시간을 아주 처음으로 돌려버리지 않는 이상은.......

"........ 잠깐. 처음으로 돌린다고?"

눈을 번쩍 뜬다. 뭔가 실마리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그냥 돌려서는 안 돼. 현실 시간이 한 달 가까이 돌아가는데다가 그 과정에 바꿔야 할 것도 많으니까."

징계가 약해졌다지만 이렇게까지 왕창 뒤틀면 그 후폭풍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심지어 초반의 나는 마나조차 없으니 마나로 시간을 충당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나 없이도 징계를 피해갈 수 있는 장소가 있었지. 하, 푸하하! 나 바보인가? 평생 할 타임슬립을 한 장소에서 다 해 놓고 그걸 까먹다니!"

경쾌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시간을 뒤로 돌린다.

따악!

============================ 작품 후기 ============================ 비기는 것 따위는 제가 용납 못합니다. 오직 승리 뿐(.................) ============================ 작품 후기 ============================ 비기는 것 따위는 제가 용납 못합니다. 오직 승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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