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62화 (62/283)

< --6장. 골드 드레곤. 에레스티아.

-- >

"으...... 흐응! 거, 거기를 그렇게 꼬집으면........"

"귀여워 알리시아."

"으흥....... 흐으흥.......!"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상기된 얼굴. 나는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

"만들어 줄 수 있지?"

"으, 하지만....... 아흑......"

"만들어 줄 거지?"

"으......."

쾌락에 잠겨 퍼덕거리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거의 다 넘어왔다고 해도 좋은 상태. 그러나 그때 주변 배경이 갑자기 변해버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텔레포트 당합니다!!>

"뭐?"

깜짝 놀라 주변을 경계한다. 반쯤 감긴 눈으로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던 알리시아는 깜짝 놀라 옷차림을 바로 했다.

"정말 대단하군. 내 가디언들을 이렇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남자가 있을 줄이야."

그때 내 앞으로 금발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175센티미터나 되는 훤칠한 키에 어디하나 흠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밸런스의 몸매. 작지도 크지도 않은 가슴과 늘씬하게 긴 다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외모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당신은......."

순간 말을 더듬을 뻔 했을 정도로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은 대단했다. 물론 내가 매일매일 안고 있는 가디언들의 아름다움도 대단한 수준이다. 그녀들은 한 명 한 명이 절세의 미녀이며 개성이 넘치는 존재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금발의 여인에 비하면 아무래도 부족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가디언들은 아름답지만 단점을 굳이 꼭 찾으라면 못 찾을 것도 없다. 레나는 키가 좀 작은 편이고 카넬은 가슴과 엉덩이가 너무 커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조금 무너지는 느낌이다. 알리시아와 세이린은 하반신이 뱀과 거미이며 연화는 너무 어린 외양인 것. 물론 그녀들은 그 모든 단점을 메울만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그 단점들이 오히려 개성이 되는 편이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인은 메워야 할 일말의 단점조차 없는 것이다.

"만나서 반갑군. 황금 일족의 에레스티아다"

"마, 만나서 반갑습니다. 로안 필스타인입니다."

에레스티아는 마치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심혈을 다해 빗어낸 것처럼 뭐하나 흠잡을 것 없는 미(美)의 화신(化神)이라고 할 만한 존재. 다만 흠이 있다면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 정도랄까? 그러나 워낙 미녀라서 그런지 그것조차 매력으로 보인다고 생각할 때 즈음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알리시아를 바라보았다.

"돌아가 봐."

"알겠습니다. 주인님."

꾸벅 고개를 숙인 알리시아의 모습이 바로 사라진다. 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공간이동으로 사라진 것이다.

"식사라도 할까?"

"대접해 주신다면 감사히."

파앗.

대답과 동시에 배경이 변한다. 도착한 곳은 화려하게 꾸며진 거대 저택 안이었는데 이미 모든 식사준비가 끝난 상태이다.

'이건 뭐 텔레포트를 숨 쉬듯 하네.'

기막혀 하면서도 그녀를 따라 자리에 앉는다. 혹시나 내가 이해 못할 음식이 나오면 어쩔까 고민했지만 다행히 식사는 평범(?)한 스테이크였다.

달그락 달그락.

음식은 매우 푸짐했고 또 맛이 있었으나 나는 그게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도 알 수 없다. 에레스티아는 조용히 식사만 하고 있을 뿐.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맛있군요. 음식은 누가 한 거죠?"

"내가."

"아 요리 실력이 뛰어나신가 보군요."

일단 칭찬을 해 보려고 운을 뗀 것이었지만 그녀는 차분히 고개를 흔들었다.

"마법이야."

"......."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린다. 아 그런가. 마법으로 만든 건가. 하지만 세상에

[모든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마법]

따위는 없다. 즉

[스테이크를 만드는 마법]

이라던가

[칠면조 구이를 만드는 마법]

같은 식으로 따로따로 있을 수밖에는 없다는 뜻인데 지금은 상다리가 휠 정도로 다양한 요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히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한 요리만 먹으며 사는 게 아닌 이상 마법으로 요리를 만들려면 거기에 특화된 술식과 퍼즐. 그리고 설계를 수 없이 많이 익혀야 하는데......'

황당해한다. 나는 몇 개의 필수스킬만 해도 관리가 어려워(익히는 주문이 많으면 설계가 헷갈린다.)주문을 늘리지 못하는데 그녀는 요리를 만드는 마법만 해도 수십 가지 이상을 익히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요리의 용도로만 내 모든 마법보다 많은 주문을 가지고 있다는 말. 과연 마법의 종족인 드래곤이라고나 할까?

"흠흠. 그나저나 궁금하군요. 위대한 존재께서 제게 무슨 용무가 있으신 거죠? 혹시 가디언들과 함께 하는 게 불편하신가요?"

딱히 할 말도 없고 나와 담소를 나누자는 분위기도 아니었기에 직접적으로 묻는다. 그녀가 당장이라도

[내 가디언들을 홀리다니 죽어라!!]

라고 한다면 시간을 뒤로 당겨 부르기 전으로 간 다음 광익으로 혼돈의 숲을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 가디언들이라고는 하지만 취미생활까지 강제할 이유는 없지.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던 것도 아니고....... 다만 가디언들이 전부 한 남자한테 마음을 둔 경우는 나로서도 처음인지라 관심이 생기더군."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맞은편에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마치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관찰하는 것 같은 시선. 그리고 그 순간 텍스트가 떠오른다.

<매력(99) 보정........ 성공!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가 당신에게 흥미를 보입니다!>

떠오르는 텍스트에 반색한다. 이건 그녀가 나에게 여성으로서 관심이 있다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를 향해 웃고 말았다.

<환희마소(歡喜魔笑)발동!>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저항스킬. '드높은 곳에서 빛나는 지혜'가 발동하였습니다!>

<환희마소가 실패하였습니다! 상대가 환희마소의 존재를 눈치 채게 됩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크나큰 실수였다. 무표정이라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호의적이었던 에레스티아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지며 주변에 살기가 피어오른다.

"지저분한 기술을 쓰는군. 내 가디언들에게 어떻게 호의를 산건지 궁금했는데........ 결국 이런 거였나."

우웅---!

무지막지한 살기와 함께 주변의 마나가 폭주하기 시작한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자, 잠깐만요. 이건........"

푸욱!

순간 심장이 꿰뚫린다. 저항이고 뭐고 할 틈도 없었다. 초월자에 이른 강체술로 강화된 내 몸이지만 날카롭게 일어난 무색의 기운은 방어가 불가능한 종류의 힘이었던 것. 만약 다른 유저라면

'이게 뭐야! 뭐만 하면 죽어!!'

라며 비명을 지를 상황이지만 나는 빠져나올 구멍이 있다. 따악-!

============================ 작품 후기 ============================ 뭐 주인공이야 시간을 돌릴 수 있어서 매번 빠져나가지만사실 네버랜드는 상당히 가혹한 곳이어서 한끗만 잘못 나가도 죽고 맙니다. 그리고 죽으면 계정 100만원이라는 무시무시한 사실. 그리고 그렇기에 가상현실을 하는 사람들은 90%이상이 재벌이나 그에 준하는 부자들이죠. 나머지 10%는 그런 부자들에게 물건을 대 주고 돈을 버는 일종의 다크 게이머?? 비슷한 존재이고요. 현재 주인공은 모르지만 네버랜드는 현질이 상당히 활성회 되어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다죽다 못해 그냥 현질해 버리는 부자들도 상당히 많으니까요;; 아 이게 1인칭이라 아직 설명할 기회가 없었는데 네버랜드를 운영하는 건 자체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외부에서 누가 조작하는 건 불가능하죠. 운영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일반 유저랑 비슷합니다. 네버랜드가 자본과 인력이 모여 만든 게임이 아니라 밀리언들이 만들어낸 물건이기 때문에 가지는 특성이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