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장. 골드 드레곤. 에레스티아.
-- >
"후우......."
"준비됐어?"
"응. 봐주지 말고 시작해줘."
"좋아."
가볍게 대답하는 카넬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에 들린 라이온 하트의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는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카넬의 모습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앙!
<순발력(99)보정! 5배의 신경가속!>
카넬이 덤벼드는 순간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 전투상태로 판정이 되 자 자동으로 순발력 보정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카넬의 움직임이 신경가속 상태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는 것이다.
까앙-!
"큭!"
어깨를 노리고 내려찍어오는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자 뼛속까지 윙윙 울리는 게 느껴진다. 물리공격에 면역인 내가 이만한 타격을 받는다는 건 그녀의 공격이 단순 물리공격이 아니라는 뜻이리라.
<신경가속(神經加速)을 가동합니다! 순발력 보정에 중첩! 15배 가속에 들어갑니다!>
추가적인 마나의 소모와 동시에 번개처럼 반대쪽으로 검을 휘두르던 카넬의 움직임이 눈으로 충분히 보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느려진다.
'와 말도 안 돼. 뭐가 이렇게 빨라?'
5배속으로 느려져도 눈으로 확인이 힘들 정도라니 그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심지어 15배속까지 시간을 돌렸음에도 카넬의 움직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검을 휘둘러 들어오는 그녀는 무 려 15배속의 신경가속 상태에서도 보통 사람보다 약간 느린 정도에 불과하다.
'쾌속의 검사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군!'
투덜거리며 영력을 움직인다. 만들어내는 것은 운동화 형태의 신발. 동시에 영력을 다리로 내려 보낸다. 카엘 투격술의 기술 중 하나인
<신속의 부츠>
였다.
파앙!
순식간에 2미터 가깝게 전진함으로서 내 머리를 내리 찍어오는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카넬의 품으로 파고들어간다. 그리고 라이온 하트를 들어 가로로 휘두른다. 아, 물론 죽이면 안 되기 때문에 검면으로 후려친다.
쩌엉!
그러나 그 순간 카넬의 표정이 싸늘해지나 싶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이 고속으로 당겨지더니 라이온 하트를 후려친다. 15배속 가속 상태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우득!
"큭!?"
믿을 수 없게도 강체술로 강화된 어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내 몸이 허공으로 붕- 하고 떠서 10여 미터 가깝게 날아갔다.
텅!
그러나 15배속의 가속이 호락호락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근처에 있던 나무에 충돌하는 대신 두 다리로 착지하듯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오, 대단하다. 엄청 빠르잖아?"
"헤에. 순간적으로 카넬이 진심이 됐을 정도야."
구경하고 있던 레나와 알리시아가 놀랍다는 듯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일단 몸부터 푼다.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지만 이래봬도 생명력 99포인트에 강체술 스킬이 초월자에 들어선 나였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이거....... 카넬 녀석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강하잖아?'
싸우기 전의 나는 비교적 쉽게 그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검술 스킬의 수준은 완성자 5레벨에서 8레벨 사이로 초월자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카엘 투격술 스킬이 이제 간신히 전문가 2레벨에 불과한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만 해도 대단한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스킬들. 그러니까
<신혈각성>
과
<무속성제어술>
. 그리고
<강체술>
과
<한울의 권능>
은 무려 초월자의 경지에 올라 사기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버프를 나에게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해.'
그러나 막상 마주한 카넬의 강함은 생각 이상이다. 물론 내 움직임이 예상 외였던 건 카넬 역시 마찬가지인 듯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로안."
"응? 아 미안. 다시 시작......."
"죽을래?"
"어......?"
싸늘하게 깔리는 살기에 깜짝 놀라 카넬을 바라본다. 180센티미터라는. 여자 치고는 상당히 훤칠한 키에 그 키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비율의 신체. 그리고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활활 불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녀의 뿔까지 치면 2미터를 넘어서는 키이기 때문에 압박이 상당하다.
"후, 후후후후. 로안, 방금 최후의 순간에 검을 틀어서 검면으로 나를 치려고 했지?"
"에, 그게. 안 그러면 다치잖아?"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 카넬의 눈이 가늘어진다.
"후, 후후후후후! 그러니까! 네가! 나를! 봐주려고 했다고?!"
우우우우----!!
기세가 폭발한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 주변 공기가 훅하고 밀려난다.
"저, 저기 카넬?"
"끓어라! 나의 피여.....!!!"
고오오오----!!!
카넬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검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세가 하늘까지 솟구친다. 그리고 0.1초도 안되어 내리찍어온다!
<신경가속(神經加速)을 가동합니다! 순발력 보정에 중첩! 15배 가속에 들어갑니다!>
15배속의 시간으로 들어섰지만 검격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세상에! 무려 15배속의 시간에서도 신속의 부츠를 쓸 시간도 없다!
쩌엉-!
우드득!
무지막지한 힘과 함께 들어 올린 라이온 하트가 튕겨나간다. 경악스럽게도 오른팔이 부러진 것 같다. 이어 주변 공기가 푸확-하고 밀려오더니 예리한 기세가 밀려온다. 마치 거인이 전신주를 휘두르는 것처럼 가로로 넓게 깔리는 공격이라 피할 수가 없다. 점프를 뛰면 되겠지만 일단 점프해 움직임이 한정되면 추가타를 맞게 되리라.
<금강초인(金剛超人)발동!>
쩌억-!
몸을 가로로 갈라버릴 것만 같은 기세로 뿜어지는 무형의 검을 몸으로 받아낸다. 그리고 그러자 67400테라의 마나 중 3000테라의 마나가 날아가며 텍스트가 떠오른다.
<금강초인의 힘으로 인해 유형화된 마나와 같은 양의 마나를 소모해 피해를 견뎌냅니다!>
<신혈각성 효과 발동! 소모 마나가 3만 테라에서 3000테라로 감소됩니다.>
떠오르는 텍스트를 보고 기겁한다. 공격 한방에 3만 테라의 마나를 담았다고? 내 최대 마나가 7만 테라가 안 되는데?
'우와 신혈각성 능력이 없다면 몇 방 버티지도 못하는 공격이잖아?'
물론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패시브 스킬. 충격흡수가 일정량의 데미지를 마나로 환산해 주었지만 500마나에 불과하다. EX급 스킬인 신혈각성이 없었다면 벌써 패배가 확정되고 말았으리라.
"말도 안 돼! 파산격(破山擊)을 맨몸으로 받아낸다고!?"
"그럼 날 두 동강 내려고 했단 말이야? 에라이!"
나 역시 발끈할 수밖에 없던 상황인 만큼 신속의 부츠를 발동시켜 단숨에 파고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에게서 배운
<삭풍의 검>
으로 크게 베고 올라간다!
"흥."
그러나 카넬은 검 끝을 살짝 흔드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쉽게 내 공격을 흩어 버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애초에 검 실력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
'어? 그렇다는 건.......'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금강초인과 신혈각성이 있으니 내가 질 리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이기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거잖아?'
나에게 마땅한 '공격 스킬'이 없다는 것을. ============================ 작품 후기 ============================ 버프는 초월적이지만 자체적인 능력이 후달리죠. 스텟으로 찍을 수 있는 스킬은 주공격 스킬을 안 주거든요. 그나마 초월자에 이르면 공격 비슷한 스킬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만;;; 포인트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초월자가 쌓이고 싸이면 버프가 심각해질 정도로 강해지니 이정도 버프라면 등급을 한 두 단계쯤 뛰어넘는게 가능하긴 합니다;;; 실제로 지금 로안도 이기진 못하지만 지지도 않죠. 검기도 버티는 금강초인에 신혈각성으로 90%사용 마나 감소 버프가 있으니;;; 물론 그렇다 해도 초월자가 쌓이고 싸이면 버프가 심각해질 정도로 강해지니 이정도 버프라면 등급을 한 두 단계쯤 뛰어넘는게 가능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