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30화 (30/283)

< --3장. 수련?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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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리릭! 휘리리릭!

1단 넘기로 줄넘기를 하다가 점점 빠르게 가속. 2단 넘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대로 200번. 쉴 새 없이 줄넘기를 하자 몸에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한껏 혹사한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거 신기하네. 하루 종일 누워있는데도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니."

TV프로에서는 이것을 이미지 트레이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역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 항상 몸을 혹사하는 게 아니라 들어야 하는 바벨의 무게를 구체적으로 상상. 들어 올린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움직이지 않고도 근육을 훈련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네버랜드 안에서 움직이면 현실의 근육도 단련되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뭐 솔직히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지만 밀리언들의 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건 당연하지.'

다만 중요한 것은 네버랜드의 효과만 믿고 안 움직여서는 몸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몸이 누워 있던 건 사실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도 몸을 움직이면 훨씬 좋은 효과가 난다고 한다.

"지훈아. 스파링 할래?"

"아 형 저 몸 안 좋다니까 왜 자꾸 때리려고 하세요."

"무슨 소리야 실력 쭉쭉 느는구먼. 링으로 와."

의욕 가득한 표정으로 링에 올라가는 건 여기에 와 친해진 강현 형이다. 현이 형은 아마추어 복서이자 이곳 청수 체육관의 트레이너였는데 180센티미터의 키에 단단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쾌남아였다.

"살살 해요 살살."

"엄살 피우지 마 짜식아. 저번에는 내가 질 뻔했구먼."

"그거야 여자 신경 쓰느라고 정신 놔서 그렇죠."

"뭐 임마?"

장난스러운 대꾸와 함께 번개 같은 레프트가 날아온다. 나는 가드를 올려 방어한 후 슬쩍 파고들어 큰 동작으로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퍽!

"아니 이 자식이 살살 하라더니 자기는 완전 작정하고 치네!"

"원래 하수는 고수 안 봐주는 거랍니다!"

퍼버벅!

최대한 빠르게 세 번의 라이트를 먹인다. 현이 형은 전부 깔끔하게 막은 후 라이트를 날렸다. 나는 가드를 올려 막았지만 라이트가 노린 곳은 얼굴이 아닌 복부였다.

퍼억!

"큭!"

내장이 찡-하고 울리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오히려 한 발짝 내민다. 그리고 레프트!

뻑!

"웃!"

설마 한 대 맞고 공격을 날릴 줄은 몰랐던지 그 빠르던 현이 형조차 피하지 못하고 얼굴을 맞는다. 좋아 멈칫했다. 그대로 라이트......!

뻐어억----!

"...... 어?"

그러나 정신 차린 순간 내가 링에 쓰러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뭐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허억..... 허억..... 괘, 괜찮아?"

"아, 네. 그냥 좀 윙윙 울리네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순간 비틀한다. 생각보다 타격이 큰 상태. 현이 형은 내 몸을 부축하며 사과했다.

"미안. 갑자기 너무 빨리 들어와서 나도 모르게 그만."

"뭘 한 거예요?"

"순간 라이트가 너무 깊이 들어와서 카운터를 먹였어. 이야 대단한데? 나도 모르게 진심이 될 정도로 섬뜩한 공격을 날리다니."

현이 형은 대단하다는 듯 추켜세웠지만 세게 얻어맞은 내 입장에서는 곱게 들리지 않는 말이다.

"아오 슬슬 기억나네. 아마추어한테 크로스 카운터가 뭐에요 크로스 카운터가? 좀 살살 해 달라니까."

"아니 이거 왜 이래 나도 아마추어야."

"아마추어 챔피언이잖아요."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도 예전에는 꽤 오랫동안 스파링을 뛰었는데  고작 5분 만에 다운되다니. 내가 너무 방심한 건가 아니면 현이 형이 지금까지 봐 줬던 건가?

"어디보자 내 라이트를 어깨로 넘기면서 왼쪽 팔로 내 얼굴을 후려친 거죠?"

"그걸....... 봤냐?"

"그땐 못 봤어요. 지금이야 기억을 떠올린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보고도 인식을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내 라이트가 빗나가는 모습에 '앗 빗나갔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른쪽으로 주먹이 확 올라왔다는 느낌이니까.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나 완벽한 자세가 나오다니. 생각하고 낸 주먹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반복훈련으로 자연스럽게 낸 공격이라는 게 정확하다.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는 형의 말은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흠 한동안은 좀 더 연습해야겠네요. 라이트가 빗나가는 순간 속도를 조절했다면 피하거나 못 피해도 이렇게 큰 타격은 안 받았을 텐데."

현실에서야 권투만 배우지만 네버랜드에서는 오러 마스터인 레나에게 레슨을 받는 나다. 온갖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야 꾸준히 배우고 있는 것이다.

"....... 아깝다."

"네? 뭐가요?"

"너 이 자식아. 사고만 안 당했으면 본격적으로 권투를 하게 했을 텐데."

"개뿔 실력도 없는데 무슨 본격적이에요."

당연한 말이지만 난 스포츠를 하기 그리 좋은 몸이 아니다. 물론 성능 면에서야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고를 하도 많이 당해서 몸이 너덜너덜한 게 문제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대수술이 무려 10번이다 10번. 심장수술만 해도 3번. 적당한 단련이야 상관없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운동을 하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근육이 상해버릴 수도 있다. 특히 많이 맞아야 하는 권투는 절대로 못한다.

"뭐, 어쨌든 오늘은 이만 할 거냐?"

"네. 조금 이른 것도 같지만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죠."

샤워장에 가서 몸을 가볍게 씻는다. 매일 꼬박꼬박 체육관에 들리는 건 사실이지만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절대 2시간을 넘지 않는 상황. 당연한 말이지만 그건 네버랜드에서 나를 기다리는 여인들 때문이다.

"오빠! 여태 준비 안 하고 뭐해?"

"악! 미안! 깜빡했어!"

"아 정말!"

막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기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들린다. 슬쩍 나가보니 현이 형 앞에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나와 구면이다.

"보람씨?"

============================ 작품 후기 ============================ 멍하니 서서 자동차가 덮쳐오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경험이 수도없이 많은 지훈은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습니다. 권투를 한다고 치면 눈 앞으로 주먹이 날아들어도 눈하나 깜빡 안 하죠. 주먹이 날아들어봐야 짓쳐드는 덤프트럭만큼 무섭지야 않으니까요. PS.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는 빨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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