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5화 (15/283)

< --2장. 웨어타이거 영웅. 레나.

-- >

"!?!?!?"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긴 목이 잘려 바람을 숨을 내쉴 수 없으니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황당하게도 레나는 내가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정말로 내 목을 잘라버린 것이다!!

'뭐 이런 거지같은 일이이이이!?!?!?!!?!?'

시간을 뒤로 돌리고 싶어도 손가락을 튕기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목이 잘렸는데 손을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투욱!

시야가 땅에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잘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게 보인다. 생명력이 높아서 그런지 목이 잘렸는데도 감각이 생생한 상태였지만 뇌는 산소를 호흡받지 않으면 제구실을 못하는 기관인 만큼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아, 안 돼. 어떻게 만든 캐릭터인데....... 내 마장기는.......!'

게다가 죽으면 계정삭제. 그리고 다시 하기 위해서는 무려 1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내고 계정을 새로 사야한다. 이런저런 꽁수로 상당한 돈을 벌어놓은 나지만 전부 재투자를 위한 돈이라 함부로 쓸 수는 없다.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돈은 여전히 귀한 것이다. 그리고 절박함을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혀를 입천장에 대었다.

딱!

땅으로 뒤덮였던 시선에 하늘이 비친다. 마치 동영상을 거꾸로 돌리는 것 처럼 세계가 빠르게 되감긴다.

"히양! 흐아앙! 하악....... ♡!"

철썩! 철썩! 퍽! 퍽! 퍽!

어느새 내 시야에는 오른손으로 내 상체를 누른 채 연신 엉덩이를 내리치는 레나의 모습이 비친다.

"돼, 됐다!"

"캬앙!"

"아, 알았어. 집중할게."

비굴하게 말하며 생각한다. 사실 밀리언들이 조건을 발견하여 힘을 쓰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조건을 명확히 아는 밀리언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조건은 누가 가르쳐주거나 깨닫는 게 아니라 우연히 능력을 발현한 후

'아마 이게 아닐까?'

라는 식으로 짐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예로 나 역시 지금까지

'시간이 돌아가길 바라며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낸다.'

라는 조건을 믿고 있었는데 틀린 모양이다. 혀로 소리를 냈는데도 능력이 발현된 것을 보아

'시간이 돌아가길 바라며 딱 소리를 내면.'

정도의 조건이겠지.

"흐냐! 흐냐앙!"

그때 레나가 교성을 내지르며 내 몸을 끌어안더니 늘씬한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는다.

'바뀌었군.'

아까 전에는 기승위 상태에서 절정에 도달했는데 이번에는 내 몸을 일으켜 좌위를 취 했다. 분명히 시간을 돌리기 전에는 없었던 자세. 별다른 변수를 만든 것도 아닌데 엇갈림이 생겼다는 것은

[징계]

가 온다는 징조다.

"흐아아앙♡♡♡!!"

뿌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가 싶더니 하반신의 감각이 사라진다. 어이없게도 이 여자의 가녀린 다리가 내 척추를 부러트려 버린 것이다!!

"큭!?"

신음한다. 물론 연기다. 평소 많이 다쳐 본 나는 기본적으로 통증에 매우 강한 편이니까. 심지어 나는 모르는 사이에 사고를 당하는 것도 아니어서 능력을 쓴 다음

'아 온다.'

라고 기다린 다음 다치는 것이다. 자청해서 고통을 당하는 이 행위는 어지간히 미친 인간이 아닌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미쳤다는 건 아니지만........

'게다가 실제로도 별로 안 아픈데?'

흔히 고통제어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기능이다. 힘이 곧 법이며 매일같이 전투 가 벌어지는 네버랜드에서 고통을 그대로 느낀다면 유저들이 버틸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온갖 영상매체로 단련된 현대인들이라면 어느 정도 잔혹한 광경이라도 견디며 볼 수 있지만 고통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어지간히 강한 녀석이라도 게임을 때려치우고 말겠지.

'후우.'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고통제어 시스템으로 고통스러움은 없다. 전혀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꼬집는 정도의 아픔에 불과하다.

"히, 히야앙? 흐응......."

한참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던 레나는 축 늘어지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 허둥거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한 게 아니라 그녀의 실수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분노가 터져 나오지는 않았다.

"키이잉. 냐아......."

안달 난 표정으로 내 분신을 주물럭거리며 칭얼거린다. 표정 어디에서도 나에 대한 걱정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거시기만 신경을 쓰다니!!'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온다. 몬스터라서 그런지 이 녀석 성경이 이런 건지 모르지만 상당히 심하다. 거시기 외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태도가 아닌가? 물론 그 관심조차 없었다면 벌써 죽었을 테지만 말이다.

한참이나 내 몸을 자극하며 전전긍긍하던 레나는 내 척추를 만져보더니 울상을 지었다. 짐승 같은 이미지의 그녀지만 지능이 낮지는 않은 모양이다. 척추가 부러지면 행위는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것 같았다.

슥.

레나는 잠시 고민하다 내 몸을 들어올렸다. 내 체중이 절대 만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도 갓난아이를 들어 올리듯 가벼운 몸짓이다.

쉬이익!

'어디 가는 거지?'

고속으로 달리는 그녀의 품에 안긴 채 몸의 감각을 살핀다. 사실 죽은 상태에서 시간을 돌린 건 처음이라 제법 신선한 감각이다. 무엇보다 고통이 없는 타임슬립이라 그 런지 늘 오곤 하던 우울한 감각이 없다.

'남의 죽음을 캔슬하면 전치 18주 정도인데 스스로의 죽음은 징계가 제법 세군. 아무리 그래도 불구로 만들어 버릴 줄이야.'

사실 척추 뼈가 이렇게 부러져 뒤틀리면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보통은 죽기 마련이고 죽지 않더라도 하반신 마비로 평생을 휠체어 위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죽는 것 보다는 낫지. 마침 가상현실도 있겠다. 현실에서도 죽으면 무조건 시간을 돌려야지.'

============================ 작품 후기 ============================ 휴우. 비축분이 없어서 좀 늦었군요.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오늘내에 한편 더 올려보 겠습니다;;;;; 그리고 네버랜드가 밀리언을 가려내기 위한 시험의 장이라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아쉽게도 그건 아닙니다. 현실에 있는 기계만 해도 99.99%에 가까운. 즉 능력만 발현시키면 무조건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요. 로안은 아주아주 드문 케이스입니다. 사족삼아 설명을 하자면 능력을 사용한 후 내려오는 징계는 현실을 비틀어서 일어납니다. 마치 현실에서 아버지를 구하자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게임 강화를 뒤로 돌리니 발가락이 부러진 것 처럼요. 게임 속에서도 지금처럼 현실을 비틀어 사고를 내지요. 다만 초반 부분에서는 로안이 가만히 있었고 사고가 일어날만한 꺼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타격을 입은 겁니다. 로안이 입었던

[알 수 없는 데미지]

는 운이 한자리수인. 정말 불운한 녀석들에게 가끔 떨어지는 데미지라고 할 수 있지요. 운이 1이라면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맞습니다. 사족삼아 설명을 하자면 능력을 사용한 후 내려오는 징계는 현실을 비틀어서 일어납니다. 마치 현실에서 아버지를 구하자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게임 강화를 뒤로 돌리니 발가락이 부러진 것 처럼요. 게임 속에서도 지금처럼 현실을 비틀어 사고를 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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