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8화 (8/283)

< --1장. 네버랜드(Never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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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게."

쿠우----영상을 본다. 로안 필스타인....... 아니 '나'는 혼돈의 숲 깊은 곳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뿐인 고요한 삶이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혼돈의 숲은 위험한 곳이지만 강력한 검사이자 술법가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강력한 마수들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을 구축하고 평화롭게 살았다. 부모님의 사랑 아래에서 나는 쑥쑥 자랐다. 그러나 내 16번째 생일 날 비극이 벌어졌다. 숲의 지배자. 멸망의 마수

[카울]

이 로안의 집을 습격한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카울과 충돌했다.

'저게 뭐냐.......'

무지막지한 광경에 숨을 죽인다. 거의 15층 건물만한 괴물이 여섯 개의 팔을 휘두르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멸망의 포스다. 괴물이 입을 쩍 벌리고 이상한 빔을 뿜어내자 핵폭발 같은 굉음과 함께 산이 날아간다.

고대 신족의 후예인 부모님은 매우 강력했지만 카울은 신화시대의 마수다. 산 세 개가 날아가는 격전 끝에...... 결국 난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당장이야 치명상을 입고 숨어들었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지. 아버지의. 어머니 원수!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녀석을 죽이고 말 거야!!]

피를 토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영상이 끝났을 때 나는 밀실 안에 숨어있었다. 신비한 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진 공간.

"여기 숨어있었다는 설정인가."

중얼거리며 일어나는 순간 몇 개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강철의 육체(생명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괴력의 사나이(근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백만 스물 하나!

(체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불사신의 재래(재생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누구보다 빠르게(순발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인세에 보기 드문(지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만물을 포용하는 현자(지혜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사랑에 빠질거야!

(매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행운성의 가호(행운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미래의 대마법사(마법적성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투왕의 재목(체술적성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세계의 사랑을 받는(친화력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점!>

메시지가 좌르륵 모습을 드러낸다. 스텟 종류가 12개이니 그 숫자 역시 12개다.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군. 업적 시스템인가?"

설명서에서 봤던 것 같다. 이 네버랜드에는 업적 시스템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특정한 조건을 달성함으로서 업적 점수를 쌓을 수 있다고 한다. 업적의 수는 정확히 100개. 다만 업적이라는 게 단 하나도 쉬운 게 없어서 점수를 쌓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그중 12개를 단번에 해결한 것이다.

<가자 올마스터!

(모든 능력치 99)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점수 500점!>

<1100점의 업적 점수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을 받기를 원하시면 가까운 신전으로 가 주시길 바랍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근처에 신전은 없지....... 언제 도시로 나가면 찾아가봐야겠군."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깨달은 난 더 이상 업적에 관심 가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충 컨테이너박스만 넓이다. 한쪽 벽에는 책장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온갖 책들이 가득히 들어 차 있다.

"마법서 같은 거나 나왔으면 좋겠는데."

중얼거리며 책 중 한 권을 뽑아든다. 거친 질감의 표지에는

[식물도감]

이라고 쓰여 있다.

파라락.

당연하지만 식물 같은 거에 관심 없던 만큼 성의 없이 페이지를 넘긴다. 무슨 잡초 같은 식물부터 괴물처럼 생긴 식물들의 그림과 그 이름. 그리고 효용이 써져 있다. 그리고 다 읽는 순간 띵동! 하는 효과음과 함께 텍스트가 떠오른다.

<지능(99)보정 성공! 식물도감을 암기 후 이해하셨습니다!>

경쾌하게 떠오르는 텍스트에 멍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책 덮는 순간 기억에 남는 거 하나 없는데 암기는 무슨 암기."

혹시 머릿속에 무슨 기억이 주입되나 하고 기다렸지만 그런 건 없다. 하긴 강제적인 정보주입이 가능하면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학생들 다 바보 천치지.

"하지만 괜한 소리는 아닐 텐....... 으응?"

하지만 그러다 멈칫한다. 벽에 걸려 있던 풀 쪼가리가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빛나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게 뭐랄까....... 윤곽이 도드라지게 보인다고나 할까?

눈에 거슬리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기묘한 광경에 문득 떠오르는 가설이 있어 집중한다. 과연 그러자 거기에서 말풍선이 떠올랐다.

[사데풀. 바닷가 또는 양지에서 자라며 해열제로 사용한다.]

약간 더 집중하고 보자 말풍선이 커진다. 사데풀학명 : Sonchus brachyotus 국화과 바닷가 또는 양지 높이 30∼100cm 거채(巨菜)·고매채·야고채라고도 한다. 바닷가 가까이에 자라지만 해수의 영향이 거의 없는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줄기는 무리지어 곧게 서고 잎과 함께 털은 없으며, 땅속줄기가 길게 옆으로 벋는다. 높이 30∼100cm이다.

꽃은 8∼10월에 피고 노란색. 열매는 수과로서 5개의 능선이 있고 관모는 위쪽이 흰색이며 밑 부분이 갈색이다. 어린 순을 나물로 하며 자르면 하얀 즙액이 나온다. 풀 전체를 해열이나 지혈 등에 약용한다. 상당히 상세한 정보가 흘러나온다. 내가 봤던

[식물도감]

의 내용이 고스란히 실린 것 같다.

"그렇군. 암기 후 이해라는 게 이런 뜻인가."

하긴 게임 속에서 공부하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런 걸 다 외우며 살기는 힘들다. 아마 지능이 낮으면 여러 번 봐야겠지. 물론 99의 지능으로 인세에 드물다는 천재인 나는 스쳐보는 것으로 완전히 암기한다는 설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양할 필요 없지."

나는 아예 책장 옆에 앉아서 책을 모조리 읽기 시작했다.

[몬스터도감]

[세계의 건축물]

.

[천체와 별자리]

.

[마법물품의 이해]

.

[세계지도]

까지........ 온갖 정보들이 모조리 '암기 후 이해'된다. 단시간 내에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지 후반부에는 종종 실패하기도 했지만 중간 중간 쉬며 책을 읽자 결국 다 익힐 수 있었다. 다만

[추천요리 100선]

.

[연금기법]

.

[제약비법]

처럼 뭔가 만들거나 기술이 필요한 책들은 '암기 후 이해'가 아니라 '단순 암기'라는 메시지가 떴다. 하긴 요리 같은 걸 책으로 보고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남은 건....... 이것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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