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네버랜드(Never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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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후하하하!!!"
난 웃었다. 그의 앞에는 완성된 스테이터스 표가 떠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기본 스텟>
생명력 : 99(영웅의 생명력. 쇼크사에 면역. 독이 잘 먹히지 않는다.)근력 : 99(영웅의 괴력. 나무를 잡아 뽑는다.)체력 : 99(영웅의 체력. 쉽게 지치지 않는다.)재생력 : 99(영웅의 회복력. 심장에 구멍이 나도 회복할 수 있다.)순발력: 99(영웅의 순발력. 날아오는 화살에 적힌 글귀도 볼 수 있다.)지능 : 99(영웅의 지능. 접촉한 모든 정보를 지식창고에 저장 가능하며 나아가 통찰해 낼 수 있다.)지혜 : 99(영웅의 지혜. 어떤 미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매력 : 99(종을 초월하는 매력. 오오라가 느껴진다.) 행운 : 99(축복의 별 아래서 태어났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마법적성 : 99(마법을 위해 태어난 육체. 심상만으로 마력을 움직인다.)체술적성 : 99(어떤 무술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천재.)친화력 : 99(모든 정령과 환수에게 사랑받는다.)보너스 포인트 : 0
"아아 정말 쉽지 않았어........"
이 능력치를 만드느라 무려 500시간 가까이 시간을 당기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 평생 쓴 타임 슬립보다 훨씬 많은 횟수를 한자리에서 쓴 것이다.
"나랑 동등한 능력치를 가진 녀석은 없겠지?"
당연한 일이다. 5개의 주사위를 굴리는 다이스 시스템에서 능력치 하나가 99가 될 확률은 무려 10만분의 1. 두 개가 이어서 될 확률은 100,000*100,000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100억분의 1인 것이다. 하물며 세 개가 되려면? 네 개가 되려면? 열 한 개를 넘어 열 두 개가 되려면? 물론 내 경우 그런 확률까지 계산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전 능력치를 한 번에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매 능력치마다 결정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나는 능력치 하나 만들 때마다 시간을 당겨 미리 찍은 99짜리 능력치를 보존했다. 즉 이론상 나는 10만 번씩 12번. 고작(??) 120만 번의 주사위를 굴리는 것으로 이 능력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 좋긴 한데 어질어질하네. 하도 주사위만 보고 있었더니 정신이 이상해 질 것 같아."
만약 주사위가 10개고 1~99까지 골고루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긴 시간을 쓰지는 않았으리라. 99나 96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하지만 99바로 아래가 98이 아닌 45라고 하면 아무래도 더 버둥거리게 된다. 하나의 능력치도 포기하기 아까워지는 것이다.
[스테이터스를 완성하였습니다. 활동지역을 선택하여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동대륙 한(韓)]
과
[서대륙 일리야(Ilya)]
라는 텍스트가 떠오른다.
"무협하고 판타지인가. 그럼 판타지로 해야지."
별 고민 없이 일리야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취향이 무협보다는 판타지였으니까. 그리고 그러자 새로운 내용이 떠오른다.
[완성된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알맞은 종족과 대상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검색?"
기묘한 말이다. 게임 캐릭터를 '생성'하는 게 아니라 검색해 낸다니. 의아해하는 순간 파란 창이 떠오르며 목소리가 울린다.
[네버랜드에는 총 67억의 NPC가 존재하며 플레이어는 개중 한 명의 몸에 깃들게 됩니다. 67억의 NPC는 약 100여개의 종족으로 나눠지며 플레이어의 능력치. 보유스킬. 클리어 특전에 의해 빙의(憑依)캐릭터의 종족과 직위. 그리고 재산이 결정됩니다.]
"뭐야 이게. 온라인 게임에 캐릭터 클리어도 있다니."
이때의 난 몰랐지만 처음 게임에 접속해서 귀족이나 왕족으로 시작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무조건 평민. 재수 없으면 천민이나 노예로 시작된다. 다만 행운이 높으면 부유한 평민으로 시작할 확률이 높고 매력이 높으면 매력적인 외모의 NPC가 선택된다. 친화력이나 마력재능. 근력. 체력 등은 선택되는 종족에 영향을 준다.
다만 기본적인 스텟들의 경우 최소치가 10이기 때문에(어린아이의 능력치.)그 이하 라면 특수한 상황에서 시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생명력이 1인 상태로 시작된다면 중상을 입은 환자로 병원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검색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텍스트와 함께 허공에서 금발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짝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환한 금발에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을 정도로 뽀얀 피부. 183센티미터인 내가 살짝 올려다봐야 하는. 약 186센티미터로 짐작되는 키와 명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 같은 이목구비가 보인다.
나보다 조금 키가 클 뿐인데도 늘씬하게 쭉쭉 뻗은 다리와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신체. 선명한 근육들은 조각 같은 몸을 오밀조밀하게 꽉 채우고 있다.
"....... 짜증나게 생긴 놈이네."
진짜 뭐 하나 트집 잡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미남이다. 표정을 굳히면 뭐든지 이겨낼 것 같은 기상이 느껴지면서도 환하게 웃으면 미소년으로까지 보이는 외모. 현실에 있다면 온갖 연예기획사에서 노래를 부르건 춤을 추건 연기하건 상관없으니까 제발 데뷔해 달라고 애걸할 정도의 꽃미남이다.
키잉! 금속음과 함께 파란 색의 창이 떠오른다.
<캐릭터>
이름 : 로안 필스타인기본레벨 : 1직업 : 무직상태 : 건강종족 : 카엘족
<종족 설명>
고대 신족의 후예. 희석되었다고는 하지만 신의 피를 이은 덕에 모든 면에서 뛰어나며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똑같은 외모를 자기고 있지만 극한의 감정변화를 경험할 때 빛의 날개를 뽑아내게 된다. 혼돈의 숲에 살고 있으며 인간 세상에 잘 나가지 않아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캐릭터로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이 이상 좋은 녀석이 나올 수는 없겠지. 고대 신족의 후예라는 것도 멋있고. 솔직히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게 나왔다 하더라도 500시간짜리 노가다를 또 할 수는 없으니 이걸로 할 수 밖에 없다.
"시작할게."
대답과 함께 허공에 게이트가 열리더니 몸이 둥실 떠오른다. 특이한 방식의 로그인이군. 하고 생각하는 순간 주변이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