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6화 (6/283)

< --1장. 네버랜드(Never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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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다시 게임에 접속하고 있을 때 즈음 네버랜드의 다른 곳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 이거 뭐야?"

밀리언(Million)은 100만이라는 뜻이다. 밀리언이 100만 명에 한 명 꼴로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에서 기원한 이름.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함을 알 수 있다. 100만 명 중 한명이라는 건 틀림없이 적은 확률이지만 지구에는 60억이 넘는 인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6000명 이상의 밀리언이 있어야 하는데 왜 발견된 밀리언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가?

물론 그것은

[조건]

때문이다. 밀리언들의 조건은 가지각색이다. 지훈처럼

'시간이 돌아가길 바라며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낸다.'

는 손쉬운 조건에서부터

'심해 3만 킬로미터까지 맨 몸으로 잠수한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까지 존재한다. 조건이 까다롭다고 능력이 더 강한 경우는 없다. 단지 능력을 사용 못 할 뿐이니 조건이 약하면 약할수록 높은 능력자라는 말이다.

게다가 현대 과학 기술로는 조건을 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오직 '우연히'그 조건을 클리어하는 방법뿐인 것이다. 때문에 밀리언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능력이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여기. 새로이 자신의 조건을 깨달은 사내가 있다.

"내가 뜯어낸 빵이 황금이 되었잖아?"

다이스를 굴려 스테이터스를 완성한 마더스는 고유스킬 음식창조(Create food)로 불러낸 빵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맛이 어떤지 확인이나 해 보려고 뜯어낸 건데 거짓말처럼 딱딱한 금으로 변해버렸다.

"오 이게 TV로 보던 각성이라는 건가? 설마 조건이 가상현실일 줄이야....... 아니 그보다 신난다! 내가 밀리언이라니! 평생 놀고먹을 수 있잖아?! 대학은 바로 때려치우면 되는 건가? 취직 압박도 끝이네?!"

일단은 순수히 기뻐한다. 어지간히 잘 살아서 돈이 아쉽지 않다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밀리언이 된다는 건 복권이 당첨되는 것보다 커다란 행운이다. 즉시

[국가발전 특별법]

에 의해 온갖 보장이 따라붙고 세금 완전면제는 물론 다달이 상당한 수준의 연금까지 지원된다. 다른 국가나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될 위험 때문에 자유가 조금 제한되기는 하지만 평생 부족한 것 없이 살 수 있는 것. 하지만 그는 이내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이 능력이면 골드를 무한히 찍어낼 수 있잖아?"

금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부상을 입었지만 세이프티존이기 때문에 금세 회복되었다. 그는 잘 몰랐지만 그의 조건은

[꿈을 꾸는 도중 어떤 사물을 찢는다.]

로 그야말로 금을 무한히 생산해 낼 수 있다. 물론 한 번에 너무 큰 물건을 금으로 바꾸면

[경상]

이나

[중상]

이 아닌

[사망]

이 되어 곤란하겠지만 조금씩이라면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황. 그러나....... 펄럭!

하얀 날개를 갖고 있는 백발의 여인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늘씬한 몸의 미녀였지만 푸른색의 중갑에 빈틈없이 가려져있다. 꿈의 세계 일리야를 수호하는 발키리(Valkyrie)다.

"오 멋지다! 완전 예쁘잖아? 그런데 무슨 일........"

[허가되지 않은 데이터 변환을 확인. 비인가 프로그램으로 판단.]

발키리의 감정 없는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난다.

[제제하겠습니다.]

푸욱!

"크억?"

마더스는 엄청난 고통에 신음했다. 고통제어 시스템 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 밀려드는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게다가 그의 몸이 발끝에서부터 먼지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한다. 데이터 소거(Delete)였다.

탁.

마더스가 만들었던 빵이 땅에 떨어졌을 때 이미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금으로 바뀌었던 빵 역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왔으며 그마저도 금세 사라져 버린다.

[수정 완료. 귀환합니다.]

내뻗었던 빛의 창을 거둬들인 발키리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어 하나의 유저를 위해 만들어졌던 제단 역시 사라진다.

세계가 어두워진다.

문이 열리고 비서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방 안에는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차관님. 충남 공주에서 밀리언이 감지되었습니다."

"오랜만에 희소식이군. 변수는 없지?"

"물론입니다."

"정보 통제에 신경 쓰고 경찰 특공대를 배치해. 국가의 재산인 밀리언을 엉뚱한 것들 이 채가게 둘 수는 없지."

대한민국에는 이미 30개의 감지탑이 설치되어 전 국토를 탐색범위 안에 넣고 있다. 밀리언이 능력을 사용함과 동시에 특수한 에너지파가 방출되는 걸 인식. 판단 후 정보를 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초. 사실상 능력을 사용하고 그 존재를 엄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마더스는 게임 속에서 능력을 사용하였지만 그 능력을 발현시킨 건 어디까지나 현실의 그이기 때문에 감지에 걸리는 것이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라고 하고. 현시간부로 대상의 통화내역부터 접속 사이트까지 전부 감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럼."

탁. 소리와 함께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사내는 즉시 책상 위에 있던 수화기를 들었다.

[위]

와 통하는 핫라인이다.

"네 접니다. 네. 능력과 조건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 되는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다행히 '다루기 어려운'대상은 아닙니다. 네. 알았습니다."

밀리언이 등장하기 시작한지 약 100년이 지났다. 밀리언이 세상에 준 영향은 엄청나다. 밀리언 몇 명의 힘으로 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결정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국민을 억압했던 독재정권이 돌연 발생한 밀리언의 힘에 의해 무너진 적도 있고 막대한 국가 채무나 자연재해로 허덕이던 국가들이 회생한 경우도 있다.

밀리언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현세에 내린 기적이라 할 만한 힘이어서 모든 국가들이 밀리언 확보에 사력을 다했다. 밀리언은 그야말로 무한의 가치를 가진 한정자원이었던 것이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말했다.

[설득 잘하게. 아무리 이상한 능력을 가진 밀리언이라도 활용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럼."

사내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설득이라. 뭐 쉽게 설득 되어서 관리지역에서 살아주면 나도 좋지."

그러나 설득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자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더 대우 좋은 나라로 망명하겠다고 뻗대며 몸값을 올리려는 이들도 있으니까. 물론 몸값 올려주는 거야 별 문제 아니지만 진짜로 떠나려 한다면.......

"그때는 잡아야지."

서늘하게 웃으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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