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4화 (4/283)

< --1장. 네버랜드(Never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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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제 전화번호요. 혹시 일이 생기면 연락주세요."

"그러죠."

연신 꾸벅꾸벅 사과하며 민정이 떠나간다. 그녀는 어떻게든 보상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부질없는 이야기다. 게다가 나는 꽤 강골이라 상처가 금방금방 낫는 편이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쯤 골병이 들었겠지."

쩔뚝거리며 화장실로 이동해 거울로 내 몸을 확인한다. 몸은 상처투성이다. 온갖 흉터가 온 몸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교통사고로 난 상처. 길가다 강도한테 습격당해서 죽을 뻔 했던 상처. 그냥 걷다 넘어져서 난 상처. 강풍으로 날아온 간판에 충돌해 입은 상처 등등........ 치명상을 입었던 경험이 10번이 넘으며 개중에는 진짜 죽을 위기에 처한 적도 수두룩하다.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했을 때 어느 정도의 징계가 오는지 잘 몰랐을 때의 일이다. 더불어 나는 능력을 반복해 쓰면서 밀리언에 대한 기밀 사항을 상당히 많이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밀리언은 국가가 관리한다. 그 관리 비율은 100%에 가깝다. 거의 모든 밀리언이 통제받고 있는 상태.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리 지원을 잘 해준다 해도 자신의 능력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밀리언이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텐데.

정답은

'능력발현을 감지하는 기계가 있다.'

는 것이다. 밀리언이 이능을 발휘하면 특이한 파동의 에너지가 발현되는데 그걸 감지하는 기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반경 100킬로미터 안에 있는 밀리언이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 그 대상을 정확하게 지정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밀리언이라는 걸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가거나

[조건]

을 몰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반드시 감지 당한다. 그리고 그 후에 결정할 것은

'어느 국가 단체에 소속될 것인가?'

뿐이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국가단체들이 밀리언을 마구 납치해서 고문한 다음 유품을 만들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능력을 쓰는 건 순수하게 밀리언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긴 시간을 들여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최면도 암 시도 소용없다. 오로지 밀리언의 강력한 의지가

[유품]

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약 밀리언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면서 유품을 만들게 시켰다가는

[반경 100킬로미터 안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지옥의 사자]

같은 게 만들어질 뿐이다. 이건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로 그때 일을 벌였던 중국의 비밀기관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괴멸되었다. 강력한 언론 장악으로 뉴스를 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지간한 국가 상층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어디보자....... 여기 이 흉터가 그걸 알아내려다 얻은 상처였던가."

그러나 아주 드문 능력을 가진 덕분에 난 어떤 단체에게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내 영력 자체가 감지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밀리언인데 감지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내 능력은 불꽃을 피워 올리거나 물건을 창조하거나 하는 종류가 아니다.

나는 뒤로 걷는 자. 타임 슬립퍼(Time sliper)다.

내가 시간을 뒤로 당기는 순간 분명 주변 기기들은 나를 감지해낸다. 하지만 시간을 당겨 과거로 가면 기기들이 나를 감지했던 것 자체가 '없던 일'이 되어 버린다. 결과 적으로 그 어떤 수단도 나를 감지해 낼 수 없는 것이다. 능력을 쓰지 않아도 감지해 낼 수 있는 기계라도 발명되지 않는 이상 별다른 위험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능력을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이지. 진짜 이대로 가다가는 죽겠다."

이미 온 몸이 망신창이다. 부상을 입으면 입을수록 몸에는 데미지가 누적 될 뿐이다. 몸이 건강해야 사고를 당해도 견디기 쉽다는 것 때문에 꾸준히 운동해 몸을 유지해 왔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였다. 크게 한번. 혹은 두 번 정도 다치면 불구가 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그냥 집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별로 사치스럽게 살 것도 아니고 별다른 꿈도 없고. 돈이야 꾸준히 늘어날 테니까."

병원침대에 누운 채 생각에 빠진다. 그렇다면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대학이나 다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몸 상태가 이래서야 학교 다니기도 힘들다. 게다가 내 인생에서 대학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고. 물론 내 나이 대의 대한민국 남성들은 군대라는 곳을 가야 함이 마땅하지만.

"면제지롱~"

물론 내가 무슨 비리나 꼼수를 발휘해서 군대를 빠진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신체 건 강한 성인 남성]

이라는 기본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너무 많이 다치면 군대도 못 가니까. 심지어 공익도 못 가는데 뭐."

죽느냐 사느냐 하는 대수술이 무려 10번이다 10번. 심장수술만 해도 3번. 홀딱 벗은 채로 거울을 보면 나조차도 온 몸의 흉터 때문에 후덜덜할 지경인데 미쳤다고 군대에서 받아주겠는가? 군대 가서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물론 몸을 움직이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상태지만 외부 시선에서 봤을 때 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이리라.

"그냥 집에서 편히 쉬면서 게임이나 만화책으로 인생을 허비해야겠군. 인생 별 욕심 없으니 잉여롭게 살다 가는 게 최고겠지. 아버지께서도 이해해 주실 테고."

다행(?)히도 피붙이라곤 아버지 밖에 없고 아버지는 내 사정을 알고 있으니 내가 어떤 삶을 살아도 용인해 주실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께 빌붙어 사는 것도 아니고 나 먹고 살 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으니까. 그럼 이제 뭘 하면서 인생을 소비하느냐가 문제인데.

[위대한 신이시여........ 당신은 틀렸소!]

문득 TV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웬 미끈한 얼굴의 성기사가 검을 땅 에 박은 채 토해내듯 소리치고 있다. 그는 유저가 아닌 NPC로 크리스 교국의 제 1성기사단장 세르게이다. 각본 하에 촬영한 장면은 아니고 유저 중 하나가 몰래 그의 모습을 찍은 걸 이런저런 프로그램으로 꾸며 동영상으로 만든 걸 방송에 내보내는 모양이다.

"네버랜드라......."

때는 2010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과학기술은 아직도 출현하지 않았다. 저것은

[유품]

으로 한국의 밀리언과 일본의 밀리언이 합작해 만든 일동의 공동작품이다. 게다가 순수한 유품만으로 저런 걸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국가급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가상의 현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게 가능하게 함은 물론 꿈 속 세계의 정보를 데이터화하여 바깥으로 꺼낼 수 있는 기술까지 만들었다. 바야흐로 가상현실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 해볼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네버랜드는 진입장벽이 높다. 일단 접속기의 가격이 비싸고 난이도가 장난 아니다. 게다가 다른 밀리언들의 목숨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꺼려지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민정의 반짝이던 눈동자를 떠올리고 마음을 정했다.

"하자."

그리고 그렇게 마음먹었다면 망설일 게 없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결국 그래서 그는 가상현실을 하게 되었다. 끝. 네버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지만 대중적인 게임은 아닙니다. 엄---청 비싸거든요. 기기값 3000만원이야 그렇다고 쳐도(??) 계정값이 100만원입니다. 문제는 이 게임이 엄청 하드코어해서 살짝 정신 놓으면 바로 사망....... 죽으면 계정이 삭제되고 또 100만원 주고 사야 됩니다. ============================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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