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3화 (3/283)

< --1장. 네버랜드(Never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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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죄송합니다. 제 동생이 워낙 말괄량이라."

"하하 뭘요. 근데 다리는 왜 저러죠?"

"아, 다리라면 껄떡대는 건달 녀석을 패다가 그만."

"헐........"

뭐야 그럼 사람 때리다 다쳤다는 말이야? 하지만 사람을 때리다 손가락뼈가 다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다리뼈가 부러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대체 사람을 어떻게 때려야 다리뼈가 부러진단 말인가?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에 할 말을 잃어버렸을  때 벽 한쪽에 설치된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꿈의 세계. 네버랜드. 저는 리포터 최혜진입니다. 네? 제 얼굴이 여러분이 알던 그 얼굴이 아니라고요? 당연하죠. 이곳에서는 모두들 현실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와악?]

TV화면 속에서 휘오오.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거대한 익룡이 땅에 내려선다. 검은색이 은은히 감도는 녹색 피부에 활짝 펼치면 20여 미터에 달하는 한 쌍의 날개를 가진 대형 몬스터 와이번(Wyvern)이다.

[와아 여러분! 네버랜드의 개척자 중 한 명이자 와이번 라이더(Wyvern Rider)인 아크란님이세요! 완전 잘생기셨어요!]

[아, 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 찍고 있는 겁니까?]

거기까지 봤을 때 문득 민정이 말한다.

"네버랜드도 슬슬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하는군요."

"음? 비싼 가격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렇지 광고는 예전부터 꽤 하지 않았나요? 하는 사람도 많았고."

이미 네버랜드의 가입 유저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물론 200만 명이라 해도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이 세계 단위로 서비스한다면 그리 엄청나다 말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네버랜드가 단일서버를 사용하며 네버랜드에 접속하기 위한 접속기(接續器)가 무려 3000만원이라는(농담으로라도 싸다 할 수 없는)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유저를 데리고 있다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이제야 본격적인 서비스라고?

"하지만 봐요. 몬스터가 많던 가단차 지역하고 괴악(怪岳)지역을 싹 정리한 다음 새로운 워프 포인트로 만들었어요. 네버랜드가 좀 하드한 면이 있어서 신규유저가 자꾸 자꾸 죽어나가니 특단의 대처를 한 거죠. 계정 값만 해도 100만원이 넘으니 한번 죽기라도 하면 게임을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네버랜드라는 이 가상현실 게임은 여러 가지 의미로 가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한 예를 들자면 바로 목숨. 네버랜드에는 (죽음=계정삭제)라는 공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 중 실수로 죽기라도 하면 자비 없이 계정이 삭제된다. 게임을 처음 플레이 할 때에는 계정 값을 따로 받지 않지만 두 번째 부터는 100~200만 원가량의 계정 값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다. 심지어 계정 숫자에는 한계가 있어서 단순히 돈 많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꽤 잘 알고 있군.'

네버랜드 또한

[유품]

이었던 만큼 관심 가지고 지켜본 나야 그렇다 쳐도 그녀 정도의 나이를 가진 여인이 네버랜드에 대해 잘 안다는 건 쉽지 않다. 요즘이야 방송도 타고 그러지만 네버랜드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 다르게 폐쇄적이니까. 때문에 물었다.

"네버랜드를 하시나요?"

"네? 아 네 약간....... 캡슐방에서 하면 싸니까요."

솔직히 싸지는 않다. 캡슐방에서 네버랜드 1시간 하는 데에도 20만 원가량의 돈이 들어가니까. 하긴 캡슐 값이 3천만 원을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캡슐방은 5개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하기 그렇게 쉬운 편은 아니다.

"그런데 네버랜드라는 거 재미있나요?"

"그거야 당연하죠! 모두가 꿈에 그리던 가상현실이잖아요? 물론 친절함이 너무 부족해서 라이트 유저들이 하기에는 힘겹겠지만...... 그래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죠."

민정은 어깨를 넘어가는 장발에 차분한 인상의 여인이었지만 네버랜드에 대한 이야 기를 할 때마다 눈이 반짝인다. 이 여자 그 네버랜드라는 거에 상당히 빠진 모양이군. 그런 게 있고 가상현실이라는 걸 말로만 들어온 나한테는 그리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이다.

"......."

"......."

당연한 말이지만 할 말은 금방 떨어지고 민정과 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딱히 아는 사이인 것도 아니고 대화 꺼리가 떨어지니 별로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나 그녀나 그렇게 붙임성 좋은 성격이 아니었다.

"흠흠. 어쨌든 몸에 문제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100%우리 잘못이니까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온 몸이 부상인 상태에서 발가락 정도야."

매번 다치는 일이 많은 나인지라 별로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게다가 이 부상은 순수하게 보람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녀의 실수를 빌린

[징계]

니까 말이다. 만약 내가 병실에서 나가지 않았다면 병원 침대가 갑자기 쓰러진다거나 서랍 위의 꽃병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다쳤을 것이다. 그랬다면 보람이 이렇게 얽힐 일은 없었겠지.

"여기 제 전화번호요. 혹시 일이 생기면 연락주세요."

"그러죠."

연신 꾸벅꾸벅 사과하며 민정이 떠나간다. 그녀는 어떻게든 보상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부질없는 이야기다. 게다가 나는 꽤 강골이라 상처가 금방금방 낫는 편이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쯤 골병이 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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