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화 (2/283)

< --1장. 네버랜드(Never Land).

-- >

'으으..... 제발. 제발........'

깡! 깡!

노트북을 부여잡고 화면에 정신을 집중한다. 화면에는 커다란 망치 두 개가 아이템 하나를 때리고 있다.

'10강 가자! 제발 성공!'

막대그래프가 점점 차오른다. 벌써 90%다.

'으으 못 보겠어........'

오른손을 눈을 가리고 부들부들 떤다. 그러나 손가락 틈 사이로 화면은 다 보이는 상태. 그리고 마침내 뜬 메시지는........

<+9 빛나는 게오르그의 성검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장비가 파괴되었습니다.>

"으악!"

아이템 하나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꼴불견이라 생각해 속으로만 삭이던 나지만 지금 이 순간 비명이 안 튀어나올 수가 없다. 실패. 실패라니! 으아악! 이런 거지같은 일이!!

"지르지 말걸. 그냥 +9강으로 만족했어야 하는데........"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아니 내 경우에는 늦지 않다.

따악.

무심코 손가락을 튕기자 화면이 변한다. 망치가 다시 떠오르고 막대그래프가 주르륵  줄어든다. 이윽고 강화 창 자체가 사라진다. 그야말로 구원 같은 광경이지만 그 모습을 본 나는 심장이 가라앉는 심정이다.

"크악 내가 무슨 짓을! 겨, 겨우 이딴 일로 능력을 쓰다니.......!!"

침대에 머리를 박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누운 상태로

[징계]

를 받게 된다. 괜히 침상을 엎거나 하는 건 곤란한 일이었던 만큼 냉큼 자리에서 일어난다.

"으아아..... 아픈 건 싫은데......."

그러나 이미 능력을 쓴 이상 징계는 피할 수 없는 상황. 나는 목발을 집은 후 쩔뚝거리며 방을 나왔다. 그리고 그때다.

"으아아악! 피해에에에!!!!!"

"아 이거군."

한숨 쉬는 순간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던 휠체어에 충돌한다. 몸통 부분은 별 문제가 아니지만 바퀴에 발가락이 찍히면서

'우득.'

하는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새끼발가락이 부러진 것 같은데........'

겨우 아이템 하나 건진 것 치고는 크나큰 대가다. 9강짜리라고 해 봐야 현금으로 치면 10만원 이내인데 말이다. 하지만 '겨우'이정도 징계를 받는 것도 내가 상당히 강력한 능력자라는 뜻이다. 다른 밀리언들은 잔혹한 징계가 두려워 함부로 능력을 쓰지도 못한다.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건 꿈도 못 꾸겠지.

"괘, 괜찮아?"

"하하 설마 그럴 리가."

사람 좋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 순간 띵- 하고 골이 울리는 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나 중상이었지.......'

오른 팔 오른다리가 부러지고 갈비뼈도 5개나 박살난 데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쇼크가 일어날 정도였다. 사실 걸어 다니는 것도 위험한 상태였던 것. 그야말로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침침해 지더니 의식이 가라앉는다.

"아! 정신 차린 것 같아!"

"보람이 너 정말! 휠체어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미, 미안........"

정신을 차려 보니 다시 내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다. 고개를 돌려 어떤 누님에게 혼나고 있는 소녀가 보인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단발 소녀. 까무잡잡한 피부에 173센티는 되어 보이는 그녀는 여자로서는 상당히 훤칠한 키의 소유자로 탄탄해 보이는 몸을 가진 건강소녀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기브스를 한 오른 다리 정도일까?

"누구...... 시죠?"

"강민정이라고 합니다. 이 녀석은 강보람. 제 동생이에요."

당연한 말이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다. 다만 혼나고 있는 소녀는 휠체어로 나를 쳐 버렸던 녀석이다.

"제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죠?"

"하루 정도. 정말 죄송합니다. 제 동생이 워낙 왈가닥이라......."

"아뇨 뭘. 겨우 새끼발가락이 부러졌을 뿐인데요."

태연히 말하자 민정의 얼굴이 굳고 보람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한다.

"히잉......."

"저기 병원비는......."

"아뇨 별로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괜찮아요."

사실이다. 징계가 온다 하더라도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시간관련 능력을 가지고 돈을 못 번다면 그야말로 삽대가리라 할 수 있겠지.

'돈 벌기는 쉽단 말이야. 몸이 다쳐서 그렇지.'

물론 복권 당첨 번호를 보고 와서 당첨된다는 직접적인 수단을 써서 돈을 벌기는 어렵다. 물론 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징계]

가 너무 커서 버틸 수 없을 정도겠 지. 징계를 최소화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간접적인. 우회로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징계는 '세계에 끼친 영향'만큼 강해지기 때문에 너무 많은 돈을 벌어도 안 된다. 돈이라는 건 적게 모여 있을 때에는 별 게 아니지만 모이면 모일수록 세상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죽고 싶지 않다면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모아야 한다. 상처 치료에도 시간이 걸리고 말이다.

'덕분에 모은 돈은 20억 정도지만...... 천천히 돈 벌 수단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병실로 웬 간호사가 들어온다.

"보람 양!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으에!? 좀 봐줘요! 누워만 있는 건 너무 좀이 쑤......."

질질......

"우아아앙......."

보람이 뭐라고 떠들거나 말거나 그녀의 뒷목을 잡고 걸어가는 간호사의 기색은 무섭다. 보람은 울상으로 끌려갈 뿐이다.

"후우. 죄송합니다. 제 동생이 워낙 말괄량이라."

"하하 뭘요. 근데 다리는 왜 저러죠?"

"아, 다리라면 껄떡대는 건달 녀석을 패다가 그만."

"헐........"

뭐야 그럼 사람 때리다 다쳤다는 말이야? 하지만 사람을 때리다 손가락뼈가 다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다리뼈가 부러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대체 사람을 어떻게 때려야 다리뼈가 부러진단 말인가?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에 할 말을 잃어버렸을 때 벽 한쪽에 설치된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는 말은 들어봤어도 다리뼈가 부러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대체 사람을 어떻게 때려야 다리뼈가 부러진단 말인가?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에 할 말을 잃어버렸을 때 벽 한쪽에 설치된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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