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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402화 (402/409)

외전 16화. 이 구역의 미친 삼촌 中

곧 주헌의 행동에 단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이 빌어먹을 마제스티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결국 보다 못한 유재하가 먼저 달려들었다.

이 개놈의 성격상, 학교고 뭐고 죄다 깨부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장님, 기물파손은 안 돼요! 여기 수아네 학교라고!"

아니, 학교만 깨부수면 다행이지. 유물을 풀어서 관련자들을 죄다 암살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무튼 사람 죽이는 건 안 돼! 안 된다고!"

그러자 주헌이 뭔 개소리냐는 듯 그를 보았다.

"넌 가끔 내가 답 없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니? 미친 새끼 맞잖아.

단원들은 일제히 그렇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주헌은 코웃음을 치면서 망가진 가판대로 향했다.

"빡친다고 죄다 때려 부수면 동네 백수건달하고 차이가 뭐야."

주헌의 발밑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만들었을 간판이며, 비즈팔찌하며, 도자기 컵들하며 모두 망가져 나뒹굴고 있었다.

일리야는 그걸 보면서 의아해했다.

"근데 그 재벌 손녀인지 뭔지, 얼마나 대단한 회장의 손녀인지는 몰라도 무슨 배짱이래?"

"음?"

"아니 그렇잖아. 단이 수라왕인데, 학교선생들도 미치지 않은 이상 수아한테 이렇게 대할 리가 없는데."

혼자서 국가의 군대를 다 처바르는 미친 싸울아비급 전력인데?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아니면 수아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나?"

그러자 유재하가 비웃었다.

"글쎄, 알아도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한 거지. 단은 누구와는 다르게 착하잖아. 아으아!"

유재하는 주헌에게 귀를 잡혔다.

"아무튼 도와. 모처럼 애들이 열심히 만든 거니까."

주헌이 가판대를 일으켜 세우자 울던 아이들이 코를 훌쩍였다.

"부스도 다 망가져서...! 그리고 여기서는 아무도 안 올 거예요!"

"괜찮아. 저쪽이 돈지랄을 한다면 이쪽은 유물 지랄이라는 걸 좀 떨어보면 되니까."

"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평소에는 숨겨두고 있는 주헌의 엄청난 지배력이 작렬했기 때문이다.

쿵!

"나와라, 도무스 아우레아(황금궁전)!"

쿠구구궁!

약한 지진과 함께 바닥에서 치솟아오르는 황금의 기둥!

주헌은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 없는 네로의 황금 궁전을 불러낸 것이었다.

"하하하, 가판대는 이걸로 하면 그만이고!"

이정도면 가판대의 수준을 넘어섰는데?

그렇게 황금 궁전은 쓸데없이 화려하게 커지고, 하늘을 향해 꽃가루... 아니 돈가루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게 다 어디서 떨어지는 거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 난데. 아이돌들 연예인들, 세계 팝 스타들 다 불러와. 내가 불렀다고 하면 아마 다들 금방 올 거야. 애들 호객 행위 좀 해달라고 해."

"!"

"무조건 최고매출을 올려야해. 1등을 해야 한다고."

아니 초등학교 행사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이 새끼.

"그리고, 일리야."

"네, 네?"

"애들 가게 간판으로 쓰게 바티칸에서 내가 말하는 거 하나만 훔쳐와라."

"?!"

도대체 뭘 시키는 거야!

* * *

한편 교무실에서는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커피 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세라의 고모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 잘 좀 부탁드려요. 지원금은 저희 재단에서 채워드릴 테니."

"물론이죠, 사모님! 모두가 세라양의 기획에 차질이 안 생기도록 돕겠습니다. 학생을 돕는 건 교사의 의무니까요."

"하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 몰라..."

'아뇨, 경쟁력이 없는 곳이 밀리는 건 당연한 논리죠. 학생들도 그걸 깨달아야 합니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미리 알려주는 거죠."

교감이 하하하 웃자, 옆에 있던 다른 교사들도 따라 웃었다.

그들 중엔 당연히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글쎄.

"쓸데없는 생각 말고 가만히 있어."

"..."

"아무튼 오늘 세라 양 덕분에 귀하신 분들도 많이 방문하신다고 하니, 선생님들은 특별히 신경써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수아 쪽 친구들이 계속 작업에 방해를 해서..."

"수아?"

"네, 임수아 학생이라고, 세라에게 자리를 빼앗겼다고..."

그러자 세라의 고모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뭐야, 그 애들 아직까지 그러고 있어요? 한 번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도대체 뭐하는 집 자식이죠?"

곧 당황하던 교감이 주임을 보았다.

"그 아이, 어떤 아이인가?"

"아, 네! 착한 아이입니다. 공부도 잘 하고, 선생님들도 잘 도와주는..."

"지금 누가 그딴 걸 물었나?"

"!"

교사는 몸을 떨었다. 교감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부모는 뭘 하시고?"

"그... 잘 모르겠지만 정육점을 하신다고... 어머니는 일찍 여의었다고."

그러자 세라의 고모가 코웃음을 쳤다.

"어쩐지 아까도 그렇게 예의가 없더라니.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으니까 그 모양이지."

"...!"

"아무튼 두 번 말 안 하겠어요. 이번 1등은 세라가 하게 해주세요. 얘 생활기록부도 중요하고, 1등으로 걸린 상품도..."

그런데 그럴 때였다.

쿠구구궁!

"꺄악!"

"?!"

그들은 갑자기 뒤흔들리는 지진에 기겁했다. 약한 지진이라 건물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틀림없는 지진!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밖을 보세요!"

밖을 본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밖에는 웬 황금 궁전이 솟아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저게 뭐야?!"

"꺄아아! 놀이동산이다!"

"엄마 엄마! 저기 봐! 신기해!"

졸지에 초등학교 창공에 고급 테마파크 하나를 뚝딱 만들어낸 서주헌.

그 테마파크는 거의 돈을 때려 박은 거대 전시장이라고 봐도 좋았다.

수아와 친구들이 만든 물건을 하나 하나 최상의 퀄리티로 전시해줄 수 있는 형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수족관과 꽃밭으로 장식되어 있는 돈 냄새 나는 전시관!

틀림없었다.

"저, 저건 유물이잖아!"

심지어 아름다운 미남 미녀들이 앞뒤를 다투어 호객행위까지.

"지금 방문하시는 분들께는 특별서비스 음료수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무료 기념사진은 어떠세요!"

거기에 주헌의 부름에 속속히 도착하는 스타들은 세계적 거물급뿐이었다.

세라의 고모가 불러낸 연예인들과는 급이 너무나도 다른.

이 엄청난 일에 그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교감이 입을 떡 벌리자 교사들이 항의했다.

"누가 이런 일을 하다니요! 이게 가능한 건 최소 왕급 밖에 없잖아요!"

심지어 보통의 왕급도 아닐 것이다.

"서, 설마."

창백하게 질린 그들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스쳐지나갈 때였다.

"세상에, 저게 뭐야!"

세라의 고모가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화를 냈다.

"뭐하고 있어요! 우리 세라의 손님들이 전부 저리로 가고 있잖아!"

"저, 사모님!"

"학부모 중에서 누가 유물로 훈수를 두고 있나 본데! 빨리 제재해요! 뭐하는 거야! 이건 불공정하지!"

그러나 뭔가 눈치챈 교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 되었다는 느낌.

그러자 답답해진 세라의 고모가 소리를 높였다.

"빨리 저것들 안 끌어내고 뭐하냐고요! 정말 우리 세라가 우는 걸 봐야겠어요?"

그러나 누군가가 발작하듯 외쳤다.

"미쳤어요? 저건 마제스티예요!"

"!"

뭐, 뭐라고?

아니나 다를까, 교무실로 다른 사람들이 몰려왔다.

"큰일입니다! 서주헌이 왔대요!"

"뭐?! 어디에!"

"임수아 학생의 가게를 돕고 있대요! 축제에 놀러왔는데 뭔가 자리도 빼앗기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이번 일에 기꺼이 조카를 돕겠다고...!"

그들은 모두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그가 콕 집어 말하는 '재미있는 일'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조, 조카라니? 무슨 소리야! 서주헌한테 그런 건 없잖아!"

"수아가 마제스티랑 무슨 연관이 있어서...!"

그럴 때였다.

"큰일입니다, 수아하고 같이 있는 아버지요. 사진하고는 많이 달라서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부, 분명히 수라왕입니다. 확실해요!"

"뭐라고?!"

"뭐가 어찌된 거야, 담임은 이런 중요한 걸 왜 말도 안 하고!"

그들은 재빨리 심부름을 보낸 담임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에 담임은 태연하게 답하는 것이었다.

[수아 아버님께서 특별취급은 싫으시다고 조용히 해달라 하셨고, 저도 굳이 말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장난해? 그래도 말했어야지! 부모 직업은 학생 관리에 아주 중요한 문제야!"

[네? 교육에 부모 직업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네요.]

"이봐, 신 선생! 신 선생!"

곧 전화가 끊기자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은 멘붕에 빠졌다. 덧붙여 세라의 고모 역시도.

"마, 마제스티라니... 진짜 그 유물 조율사?"

"고모님, 이를 어쩌죠? 세라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 죄다 저쪽으로...!"

"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사람들 철수 시켜야 해. 자리를 빼앗은 건 없던 일로 해야 한다고."

당황한 세라의 고모가 황급히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실례합니다아아!"

"!"

그런 고모를 막아내듯, 교무실 문을 열고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눈에 띄기 싫어서 변장을 하고 왔던 그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호, 호구왕!"

그 외침에 유재하는 팍 인상을 구겼다.

"아, 진짜 그 호칭 좀 부르지 말라니까! 아 됐고, 거기 아줌마!"

유재하는 세라의 고모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세라의 고모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마제스티가 왔다더니 이젠 호구왕까지...!

'진짜 그 계집애 아버지가 수라왕이었던 거야?!'

"아줌마가 우리 애들 가게 망가트렸다며?"

"!"

"일단 우리 쪽 변호사 오기 전까지 좀 여기 있어줘야겠어."

"아, 아니 저기 그게, 이건 애들 문제니까..."

"애들 문제는 무슨! 난 아주 심각한데? 당신이 내가 그린 그림 찢었다며? 나 치졸하고 쪼잔해서 이런 거 그냥 못 넘어가."

"?!"

"이봐요, 아줌마!"

"아, 알았어요! 그까짓 그림 배상이랑 가판대, 보상 해주면 되잖아. 얼만데!"

동시에 유재하가 히죽거렸다.

* * *

"뭐라고?! 5억 달러?!"

한편 세라의 할아버지 박 회장은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회장뿐만 아니라 세라의 아버지 역시 입을 뻐금거리고 있었다.

아니, 딸아이를 맡겨놨더니 학교에서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너 미쳤어? 왜 하필 건드려도 그 사람들을 건드려!"

그러자 통화 너머로 고모가 발을 동동 굴렀다.

[아니 뭐 내가 알았나! 그리고 왜 나한테만 그래! 오빠랑 아버지도 세라가 하는 일이면 다 들어주랬잖아!]

그러자 그들은 이마를 부여잡았다.

얼핏 듣자 하니 세라는 1등을 놓쳐 엉엉 울고 있다 하고, 호구왕은 소송 걸기 전에 손해배상 하라고 난리고.

[세라 울고 있어, 어쩌지?]

"지금 우는 게 문제야! 그러게 누가 자리 뺏기 같은 짓을 하래? 자업자득이야!"

[뭐래! 오빠가 다른 애들 가게를 다 밀어버리라고 해놓고!]

"...#*&!"

[아무튼 변상비 5억 달러를 요구하는데... 그뿐이 아니야. 서주헌이 애들한테 아주 좋은 거 가르친다면서... 자신도 친히 그 논리에 동의한다면서... 어른들끼리도 똑같이 경쟁을 해보자는데?]

"뭐, 뭐라고?"

그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말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주헌 회사가 똑같이 우리 회사를 삼켜버릴 지도 모른다고!]

미친 이야기 같지만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주헌은 자신의 권력으로 남을 짓누르거나 협박하진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젠장, 안 그래도 유물 신사업 때문에 서주헌과 거래를 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왜 너희는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 하기는!"

화를 내던 박 회장은 바로 말했다.

"빨리 서주헌을 이리로 불러와. 일단 오해를 풀고 싶으니 오늘 성대한 저녁 대접이라고 하겠다고 해! 선물도 보내고!"

그들은 다급해졌다.

하지만.

"응, 안 사. 꺼지라 해."

"네, 네?"

정작 주헌은 그쪽에서 보내온 사람의 전언에 쿨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딴 거 다 필요 없으니까, 수아하고 수아 친구들한테 직접 사과나 하라 해. 애초에 나한테 저녁 대접할 시간은 있으면서 애들한테 사과할 머리와 시간은 없나."

"그,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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