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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98화 (398/409)

외전 12화. 결혼이 제일 쉬웠어요 下

"나와라, 아포칼립스!"

"?!"

귀찮아진 주헌은 당당하게 대재앙 유물을 불러내려 하고 있었다.

동시에 흉흉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구름 속에서 뭔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건 틀림없는 아포칼립스 유물!

예전에 카오스로 날려보냈던 묵시 유물이지만, 주헌이 시험 삼아 부활 시켰던 놈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다 삼켜도 이상하지 않을 포악한 놈이 나타나자 율리안이 거품을 물었다.

"야! 지금 뭘 꺼내는 거야!"

"뭐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해충은 살충제로 한번에 죽여야지."

"야씨, 쓸 살충제가 따로 있지! 저건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저걸 쓰면 지구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반지 새끼들만 골라서 없애면 그만..."

"안 된다고 이놈아!"

물론 주헌의 실력이라면 반지들만 골라서 파괴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포칼립스급 유물의 리스크가 평범할 리가 없잖아!"

"그거야 아카식 레코드로 리스크를 수정하면..."

"너 또 한 달 동안 유물하고 몸이 뒤바뀔래?!"

"칫."

주헌은 분명 아카식 레코드로 유물들의 리스크와 능력을 수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신생 마제스티라 그런지, 삐끗 실수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지난 번에도 묵시 유물들 리스크를 없애보겠다고 깝치다가(?) 수정에는 성공은 했지만 유물과 몸이 바뀌어 버렸지.

그나마 주헌의 몸에 들어갔던 건 멍멍이 유물. 충성스러운(?) 멍멍이들인만큼 딱히 주헌의 몸으로 나쁜 짓을 하진 않았지만...

'안돼! 그만 먹어! 그만 먹으라고!"

이놈의 살찐 멍멍이들이 주헌의 몸으로 무식하게 치킨을 비롯한 족발, 피자 야식만 매일 같이 먹어대서.

'으앙, 단장님이 우리 단장님이!'

'주헌 씨이이이!'

날씬했던 주헌은 돼지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심각한 중증 고도비만!

이놈의 멍멍이들이 움직이긴 또 더럽게 싫어해서 맨날 누워서 먹기만 하니, 주헌이 늘 가는 운동도 안 나가.

근육은 지방덩어리로 변해버리고, 얼굴이 파묻히고 난리도 아니었다.

일리야와 유재하야 웃겨 죽으려고 했지만, 아이린과 설아는 울부짖었다.

그래서 정크푸드를 먹는 멍멍이들을 감시하고 붙잡았지만, 매번 몰래 시켜먹으니 실패.

결국 한달 후, 영혼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주헌도 원래의 체형으로 돌아왔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람이 50kg를 빼는 게 어디 쉬우랴. 물론 유물이 있으니 자면서, 그것도 보름 만에 원래 체형을 되찾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마당이었다.

"너 또 살쪄서 보름동안 내내 잠만 잘래?!"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도 난 나름 푹 잘 수 있어서 편했는..."

"야!"

"칫."

주헌은 결국 아포칼립스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대신 선택한 건...

"와라! 카오스!"

그리고 왕의 부름에 준이 초롱초롱 눈을 반짝거렸다.

모처럼 주헌의 부름을 받은 것도 기뻤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좋아, 이 기회에 인간 여자들을 죄다 삼키면...!"

"?!"

준은 인간 여자멸종이라는 무시무시한 계략을 세우고 있었다.

왕이 문을 여는 거라면 자신 스스로 문을 열 때보다도 파워가 막강할 테니 인류멸종은 일도 아닐 터!

소멸력의 차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준은 유재하가 아직 전화통화 중이라는 걸 모른 채 웃었다.

"좋아! 인간 여자들이 사라지면 왕께서는 필연적으로 유물을 택하실 수 밖에...!]

"소환 취소."

[?!]

"너 10년간 접근금지."

[아, 아니 잠깐! 폐하! 제가 잘못...!]

뚝.

주헌은 아주 분노하고 있었다. 감히 지구상에서 여자들을 없애고 수컷따위만 남길 무서울 생각을 하다니.

"그런 끔찍한 짓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접근금지를 당한 준은 슬퍼했다.

"아, 아니 그렇다고 10년이나 접근 금지를..."

"유배 안 당한 걸 다행으로 여겨라."

유재하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준이 슬퍼하자 동아줄이 토닥였다.

[$$#^&$!]

여자 모습이면 못 알아볼 지도 몰라! 몰라!

애초에 요람(탄생과 소멸)은 마제스티의 반려 유물. 드래곤이 폴리모프라도 하듯 마제스티의 성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동아줄은 제 편이 되어줬던 준을 위로했다.

아무튼 이쯤 되자 주헌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마제스티의 권능을 사용했다.

"모든 유물들은 들어라!"

[!]

전 세계의 유물들은 주헌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너희들 의견은 잘 알았다. 어차피 요람(탄생)을 지정해야 해서, 너희 중에 반려를 정하긴 해야 해."

[그, 그럼...!]

주헌은 귀찮은 듯 귀를 후비며 말했다.

"저 복제 반지들을 가장 많이 처리한 녀석을 반려로 삼아주마. 원본을 찾아낸 놈은 특별히 소원도 들어주고."

[?!!]

"자자. 난 귀찮으니까 얼렁 청소해."

그렇게 말하고 주헌은 사라졌다. 그리고 주헌이 사라지기 무섭게 전 세게에서 난리가 났다.

[야! 빨리 복제 없애! 원본 찾으라고!]

[뭐? 하지만 왕의 결혼을 막으려는 거 아니었어?]

[에이씨, 몰라! 소원을 들어준대잖아! 무려 짠돌이 마제스티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다고!]

[어, 어어 하지만 주신들께서...]

[꺼지라고 해! 모든 노동에는 대가가 따른다! 돈 주는 놈이 우리의 왕이야!]

[우오오오오!]

아,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깔끔했을 것을.

***

"지금 뭐?"

몇 시간 뒤. 주헌은 클로에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그러자 클로에는 웃으면서 말했다.

"복제반지들이 모두 사라지고, 1등이 나왔다고요."

"아니 그러니까 지금 1등이 누구라고?"

클로에는 알지 않느냐며 풉 웃었다.

사실 주헌은 1등에게 요람(탄생)의 자리, 즉 제 반려 유물의 자리를 주기로 했다.

물론 평소에 요람으로 삼을 후보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뭐... 대충 달기라든가, 달기라든가.'

달기에게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겉보기에 제일 무난하게 여자(?) 같으니까?

'마몬이나 까마귀는 패스. 매일 봐서 뭐.'

굳이 거사를 치러야 한다면 색욕의 유물이 제일 나았다.

그런데.

"진짜 얘가 1등이라고?"

"네. 그렇다는 데요."

주헌은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떡 벌렸다. 그건 당연했다.

[#$**!]

헉헉! 나리! 제가 1등입니다. 1등이라고요!

아이 미친!

눈앞에 있는 건 틀림없는 변강쇠.

주헌은 멘붕에 빠졌다.

"아니, 이건 꿈이야. 현실이 아니라고!"

[#*&$*!]

헉헉! 나리! 현실입니다! 제가 나리의 반려 유물! 만세!

"$*#&*#!"

주헌은 비명을 질렀고, 클로에는 배를 잡고 웃었다.

"미쳤어? 세상에 어떻게 변강쇠 따위가 1등을 할 수가 있어! 복제 반지라고 해도, 그거 주신급 반지야! 그걸 이 자식이 어떻게 파괴하냐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이 승부의 승자 범위는 정해져 있었다.

대충 복제 드라우프니르를 파괴할 정도의 신급 유물 정도. 그리고 그중에서도 여성형 유물.

그러니 굳이 달기가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신급 여신 유물이라든가!

그런데 왜!

'젠장 마몬 이 자식은 SS급 주제에!'

"아니 까마귀 녀석은 뭘 하고 있던 거야! 그러고도 너 마신급 유물 맞냐!"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나 했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저길 보면 답이 나오죠 뭐."

"...?!"

주헌은 클로에가 가리킨 화면에 입을 떡 벌렸다.

CCTV처럼 전 세계의 화면이 나오고 있는 화면. 거기엔 바퀴벌레마냥 득실거리던 반지 놈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크, 크어억... 파산왕, 치사해!]

[귀신, 귀신이...]

"..."

아무래도 특별 게스트가 끼어든 모양이었다.

바로 설아와 아이린이다.

그 증거로 달기라든가, 여신 유물들이라든가, 전 세계의 유물들이 박살이 나 골골거리고 있었다.

그 숫자가 어마어마한 숫자. 덕분에 유재하는 울었다.

까마귀와 마몬도 방심했는지 함정에 걸려 끙끙거렸고.

뭐 아이린, 설아가 성가신 복제 유물들의 90%를 청소한 공을 세운 것 같지만...

"그래도 설마 피니쉬까지 날려야 하는 줄은...!"

그러니까 이런 경우였다.

막강한 파워로 복제유물들에게 미친 데미지를 입히면 뭘 하나.

다 죽여놓고 피니쉬를 안쳐서 죽인 걸로 인정이 안 된... 대충 그런 안타까운 케이스.

'아무래도 변강쇠는 피니쉬만 날려서 1등을 한 모양이군.'

심지어 1등과 2등과 큰 차이 없이 아슬아슬하게.

어쨌거나 어부지리로 1등을 한 변강쇠는 와아와아 좋아했다.

[#$**!]

이걸로 나리와 늘 함께...!

"닥쳐."

주헌은 변강쇠를 용광로에 던져넣었다.

뭐, 카오스의 가호를(?) 받고 있는 탓인지 변강쇠는 기어이 기어나와 주헌을 쫓아다녔지만.

[#$*$*!]

나리! 왜 저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언제나 곁에서 나리를 지켜드리고 싶어서 그런 것뿐인데!

"안 꺼져?!"

[#$&^&!]

나리... 커헉!

징그럽게 달려오던 변강쇠는 뭔가에게 얻어맞았다.

***

변강쇠에게 킥을 날린 것은 다름 아닌 동아줄!

[#$&^#&!]

너 1등 아니야! 아니야!

동아줄은 씩씩거리며 기어왔다. 그리고 동아줄은 변강쇠의 강냉이를 털듯, 탈탈 털어냈다.

얼핏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

변강쇠의 몸 안에서 굴러떨어진 반지!

이에 단원들은 깜짝 놀랐다.

"저건!"

변강쇠의 몸에 끼어 있던 건지, 복제 반지 유물이 굴러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살고자 변강쇠에게 숨어 있던 반지는 낑낑거리며 도망갔다.

[#*&*!]

싫어! 우리도 생명이야! 생명이라고!

반지는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동아줄은 눈을 번득이며 반지를 쫓아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

쫓아라! 저거 하나면 1등이 바뀐다!

까마귀와 마몬, 여신 유물들도 눈이 뒤집혀서 하나 남은 반지를 쫓아갔다.

그리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주헌은 시무룩해진 아이린과 설아를 보았다.

"이 바보들. 왜 너희가 나서."

주헌에게 혼나자 둘은 더욱 시무룩해졌다.

"죄송해요! 그게...!"

"단장님한테 말도 없이 저희 멋대로 방해를..."

"주헌 씨가 결혼하는 건 축하할 일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주헌은 품에서 반지 유물을 꺼냈다.

"왜 물건의 주인이 그런 일을 하느냐고. 내가 처리해야 할 문제인데."

"네, 네?"

주헌은 아이린의 팔을 붙잡았다.

"원래는 제대로 청혼하려고 했는데 할 수 없지."

"...네, 네?"

"괜히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다. 진즉에 말했어야 했는데."

그는 아이린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껴주었다.

아이린은 깜짝 놀랐고 몇 초 뒤, 상황을 깨달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설아가 바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 가."

"?"

설아의 팔을 잡은 주헌이 또 하나의 반지를 꺼냈다.

"반지가 한 개라고 한 적 없는데?"

"?!"

주헌은 짓궂게 설아와 아이린에게 말했다.

"나랑 결혼들 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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