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396화 (396/409)

외전 10화. 파국이다(?!)

내 이름은 동아줄.

밧줄이다.

언제부터 유물로써 눈을 뜨게 되었는지 기원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밧줄이다.

종종 복원사는 SM 플레이 도구라고 구박하고 무시하는데, 엄연히 민속신앙의 밧줄이다!

몸의 길이는 기본 1.8m.

하지만 늘리고 또 늘리면 지구 한 바퀴는 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눈을 반짝이기 때문에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건 마음의 눈(?)이다.

뭐 인간들은 밧줄에게 눈이 어디 있냐, 뭔 냄새를 맡냐, 그렇게들 말하지만 사실 다 할 수 있다! 말도 할 수 있다!

단지 주인님이 못 알아들을 뿐이다!

아무튼 나의 하루 일과는 주인님을 깨우는 일로 시작한다.

* * *

[#$*$&!]

일어나! 일어나!

동아줄은 열심히 주헌을 흔들어 깨웠다. 주헌의 몸 위로 올라가 팔짝팔짝 뛰며 별 지랄을 다했다.

[#$#&!]

지각이야! 지각이라고!

하지만 깨우면 뭘 하나.

"싫어. 졸려. 더 잘 거야."

정작 주인님이 잠이 많았다. 물론 마제스티쯤 되면 전 세계의 모든 유물들을 관리해야 하는 몸. 피로가 엄청나기 때문이겠지만...

[#*&$*!]

늦으면 나라 하나가 날아갈 거라구! 갈 거라구!

동아줄은 주헌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낑낑거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유물 때문에 세계지도에서 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나 뭐라나.

그 증거로 주인놈의 핸드폰이 미친듯이 울렸다.

[!]

동아줄은 히스테릭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안절부절 못했다.

그리고 화면에 떠오르는 이름

[유재하 같은 새끼]

뭐, 등록된 이름을 보아하니 보나마나 매일 화내는 그 변호사 오빠겠지만.

[#$*#$&*!]

어쩌지, 어쩌지...!

그리고 그 벨소리가 끊기고 다시 울리기를 수십 번째.

결국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전화를 대신 받아버렸다.

[#*&$*!]

변호사 오빠, 좀만 기다려! 기다려!

주인님은 준비 중이야, 준비 중이니까...!

동아줄은 열심히 상황 보고를 했다.

하지만.

[야! 왜 아무런 말도 없어! 야!]

아니, 말 하고 있는데...!

[야 새끼야. 니 성에 폭탄 날리기 전에 당장 안 일어나?!]

그러나 잠 한 번 더럽게 많은 주인새끼는 베개를 안고 다시 도로롱.

'이러면 큰일 나는데...!'

동아줄은 존재하는지부터 의문인 발만 동동거렸다.

[#$*#*!]

일어나! 나라 하나가 사라지려 하고 있다구! 있다구!

결국 그렇게 주헌을 잡아당기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응, 그딴 거 내 알바 아님. 안녕."

[?!]

이놈의 똥 인성의 마제스티는 엉덩이나 벅벅 긁으며 다시 도로롱.

뭐 다른 유물이라면 주인놈의 새끼가 뭘 하든, 계란을 처맞든 신경도 안 쓰겠지만...

[#$#$^&!]

주인님이 욕 먹는 건 싫어! 싫어!

결국 동아줄은 눈을 번득이며 서랍으로 향했다.

분명히 서랍에 주인님을 깨울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뒤적거렸을까.

[#$*&!]

찾았어! 찾았어!

동아줄은 정체불명의 야한 화보집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화보집 옆에 있는 작은 반지케이스.

[......]

그건 분명 얼마 전에 복원사가 찾아냈던 주인님의 결혼반지였다.

뭐, 사실 주인님이 결혼을 한다는 것에 토를 달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주인님이 최고로 좋으니까.

주인님의 선택이라면 그게 무슨 일이든, 무슨 결정이든 따를 테니까.

하지만...

"흠, 조금만 기다려. 내가 금방 청혼하러 갈 테니..."

[#*$&$*#!]

역시 이번만큼은 안 될 것 같다...!

* * *

[#$*&*#!]

이 결혼 반대야! 반대야!

탕탕탕!

동아줄은 흥분해서 탕탕 꼬리로 바닥을 치고 있었다.

[#$*&*!]

파업이야, 파업이라구!

물론 이 불법 시위에 살찐 멍멍이들은 눈만 껌뻑였다.

아니, 이 결혼 반대라고 해도...

[주인님이 하겠다는 걸 뭐 어찌 막냐.]

[맞아. 맞아.]

[애초에 어느 계집과 결혼을 하든, 유물에게 뭔 상관이 있겠느냐.]

그러자 동아줄은 없는 눈을 부릅떴다.

[#$*!]

상관 있어! 있어!

[뭐? 무슨 상관이 있는데?]

그건!

동아줄은 바로 대답하려고 했지만,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

무슨 상관이 있느냐면... 그게 그러니까 그게...!

결국 동아줄이 버벅거리자 멍멍이들은 그것보라며 코웃음을 쳤다.

[으이구, 그럼 그렇지.]

[봐라, 그래 봐야 유물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

"아니,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냐."

[!]

동아줄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뜻밖에도 마제스티의 요람(공간)!

[카, 카오스 이놈!]

바로 도굴단 멤버 중 하나 준이었다.

그는 시간과 만물을 포용하는 공간, 우주적 유물 카오스.

마제스티의 의지를 받아 모든 유물을 탄생시키고 소멸시키는 창세 신화급 SSS급 존재.

그 압도적인 힘 때문인지, 기능 때문인지 유물들의 리더 격으로 그려지는 존재.

하지만 멍멍이들에겐 달가운 상대가 아니었다.

왜?

'저놈은 과거에 우리 유물들의 존재를 없애려고 했던 놈...!'

어찌 보면 까마귀와 같은 과라고 할 수 있는 놈이었다. 뭐 까마귀야 전대의 복수라는 이유가 있었다 쳐도 저놈은 단순한 냉혈한.

애초에 준은 요람 중 소멸의 존재.

죽음의 사신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헛소리 말고 당장 꺼져라!]

[주인의 혼약이 우리 유물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냐?]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니들이 날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냉정히 생각해봐. 왕께서는 아직 요람(탄생)을 선정하지 않으셨어."

[......!]

지금까지야 준이 임시로 탄생의 작업을 맡고 있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

"마제스티께서는 빨리 탄생 쪽을 지정하시고, 반려로 맞아 사랑을 나누셔야 해."

요람(탄생)을 발동하는 방법은 그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인간 여자와 결혼을 해봐라!

"우리 유물 따위가 눈에 들어오시겠어?"

신혼이란 무서운 것이다. 거기에 덜컥 인간의 아이까지 낳아봐라.

주헌과 누군지 모를 와이프, 그리고 망할 인간 종족의 아이가...

'아니, 물론 단장의 아이니 무척 귀엽긴 귀엽겠지. 크흠.'

하지만 사심을 빼고 생각해도 마제스티의 신경이 처자식에게 모두 쏠릴 것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

"그러니까 이 결혼은 우리 유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야. 마제스티께서 혼인하는 순간 유물은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

졸지에 주헌의 결혼이 유물의 생존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뭐, 웃긴 이야기일지 몰라도 멍멍이들은 매우 심각해졌다.

주헌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화, 확실히 주인은 유물이 멸종하든 말든 코나 후빌 테지.'

아니 코만 후비면 다행이지.

'써먹을 노예가 줄어들고 있다며 도리어 우리를 갈굴 거야!'

어쨌거나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하지만 멍멍이들은 경계하듯이 준을 노려보았다.

[왜 네가 이제 와서 유물의 안위를 걱정하지?]

카오스는 과거에도 전대 마제스티를 버리고 차갑게 사라진 유물.

전대는 유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요람을 붙잡았지만 글쎄.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버렸지.]

아니 그걸로도 모자라 묵시 유물 쪽에 가담하고 있던 놈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네놈은 묵시 유물 패거리가 아니었느냐?]

그러자 준은 매우 기분 나빠했다.

"그건 묵시 유물을 감시하기 위해 같은 패인 척한 것뿐이고. 난 마제스티의 재보야. 동족을 보존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다른 장소에서 유물들을 지켰어."

전대 쪽이야 주인으로 섬길 가치가 없어 떠났던 것이었다. 시험이라고 해야 할까, 전대의 선택에 실망해 떠난 것이다.

뭐, 여태껏 카오스의 인정을 받은 마제스티가 있었겠느냐마는.

하지만 주헌은 다르다.

"단장은 마음에 들어. 그러니 신하가 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주헌의 결혼 소식은 무척 기쁘지만.

"인간 반려는 절대로 안 될 일! 이 결혼은 나도 반대다!"

그러자 동아줄은 기뻐하며 눈을 반짝였다.

[#*$#&$*!]

도와주려는 거야? 도와주려는 거야?

"그래! 유물 중에서 반려를 뽑아야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아줄의 편이 된 준은 재빨리 능력을 썼다.

"모여라, 마제스티의 충성스러운 신하들아!"

곧이어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절세미녀 유물들!

거기에 변강쇠와 웅녀, 심지어 에로스의 화살 유물 등, 세기의 유물들 수천이 총집합해 있었다!

"가라! 가서 최선을 다해 폐하를 꼬셔내라!"

그뿐이 아니었다.

[모든 유물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현 시간부로 왕의 프로포즈를 어떻게든 막아라!]

똥줄이 탄 멍멍이 유물들을 시작으로 각 문화권의 주신급, 신급 유물들도 총력을 발휘했다.

[마제스티를 꼬셔내면 포상을 내리리라!]

[오오오오오!]

[내 아들 대신 니 아들 내놔라!]

아무튼 유물들의 반란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 * *

그리고 현재.

[서주헌의 절대반지를 놓고 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금 이 현장은 놀랍게도 반지 하나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입니다.]

[방해하지 말아요!]

[그게 있어야 주헌 님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맞아! 그걸로 서주헌을 우리 이슬람 왕국의 새 두령으로!]

[오오오오오! 반지를 얻어라! 그러면 서주헌을 차지하리라!]

"얼씨구, 도대체 이건 뭔 상황이냐."

주헌은 황당하다는 듯 TV를 보고 있었다.

세상은 바야흐로 대반지 시대. 전 세계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아니, 하다하다 하다가 고작 결혼 반지 하나로 이런 소동이 벌어질 줄이야.

'아무튼 조지 놈, 어쩐지 순순히 승낙한다 했다.'

마치 묵시 유물이 나타났을 때처럼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신문에서는 전쟁준비라도 해야 한다며 군대까지 풀고 있는 마당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영국 왕족들의 환영식 '예비사위 어서오시게. 엄청난 예물들.']

[이에 사우디 왕족 반발. "서주헌은 우리 사위, 석유 판매권도 예물로."]

[전 세계적으로 마제스티를 두고 왕족들이 치열한 싸움.]

[전쟁선포 하나.]

무려 세계 곳곳에선 주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발발 위기(?)

"젠장. 니들 치고 박으면 나야 떨어지는 게 많다만. 왜 죄다 날 못 데려가서 안달이냐고!"

졸지에 세계 사윗감이 된 주헌. 결국 이어지는 절규에 옆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니 도대체 뭘 가져온 거예요?"

청량한 웃음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클로에. 늘 쿨한 클로에가 그렇게 웃는 것도 대단한 일이리라.

"이쯤 되면 거의 인류최종무기를 가져온 것 같은데."

"왜? 뭐! 난 결혼반지를 가져온 죄밖에 없어. 애초에 저 탈모치료제라는 건 뭐야? 왜 내 반지가 그딴 걸로 둔갑해 있는 건데?"

"왜긴. 단장님 머리 벗겨진 걸로 유명하잖아."

"뭐?"

"공짜 좋아하는 도둑놈이라고. 이 풍성한 머리도 다 가발이라고."

이것들이.

"아니거든? 순도 100% 내 머리거든?"

그뿐이 아니었다.

발기부전 치료제니 뭐니.

"내 아들 엄청 팔팔하거든? 유물 도움이 없어도 건강하거든? 저것들 죄다 고소야."

결국 클로에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주헌과 클로에는 평소 술친구일 정도로 친한 사이. 하지만 주헌이 끙끙거리는 모습은 꽤나 신선했다.

"네네, 확실히 너무 팔팔해서 신부가 울 상황은 없으시죠."

과거에는 울만한 상황이 있어서 은밀한 상담을 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너무 건강해서 문제!

아무튼 여기까지 상관없다 이거였다.

'오늘까지 찾아야 하지만, 까짓것 금방 찾아낼 수 있으니.'

뭐, 평소라면 설아에게 부탁했겠지만...

'이 일에 설아의 도움을 받기도 그렇고.'

어차피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도 유물들과 탐지 유물, 지식의 유물 등. 온갖 유물들을 갈아 만든 천공의 눈 시스템까지 이용한 건 좋은데...

[탐지되는 곳은 총 34,126,311,486,756,744곳입니다.]

왜 반지 새끼가 저렇게 불어나 있는 건데!

그 사이에 증식이라도 한 거야 뭐야?!

"바퀴벌레냐!"

도대체 어떤 놈 짓이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