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394화 (394/409)

외전 8화. 파혼 프로젝트 上

[서주헌 결혼?]

[동생조차도 질투하는 그 결혼 상대에 대하여]

세상은 때 아닌 결혼소식에 떠들썩했다.

어쩌다가 주헌의 결혼소식이 세상에 퍼졌나 싶지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빅뉴스! 빅뉴스입니다!'

주헌의 주변에는 원래부터 꽤 많은 파파라치들이 붙어 있었다.

평범한 연예부 기자부터 정치부 기자까지.

주헌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365일 기자들이 붙어 있다고 해야 하나.

사업에 대한 정보, 유물 정보, 주헌의 취미 등 사소한 하나하나가 전 세계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타가 되곤 했다.

그런 만큼 주헌이 쌍둥이 동생과 만나는 일은 아주 건수 좋은 떡밥.

그러니 듣게 되었을 뿐이었다.

"서주헌이이이 결혼을 생각하고 있대요!"

이는 아주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터진 속보에 세상은 아수라장.

"젠장, 서주헌이 결혼한다고? 도대체 어떤 처자와!"

"분명해. 얼마 전에 우리 딸의 사진을 보냈거든. 우리 딸이 마음에 들었던 거야."

"무슨 소리야! 내 손녀야!"

주헌에게 혼담을 보내던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눈이 돌아갔고.

"당장 웨딩 플래너들에게 연락 때려요!"

"분명 예물과 혼수용품을 알아볼 겁니다! 빨리 움직여요!"

"어서 수석 디자이너들을 불러!"

웨딩 관련 업자들은 물론, 패션계의 거장들이 미친 듯이 리스트를 뽑기 시작했다.

원래 유명인들의 결혼에는 업체들의 입찰경쟁이 붙는 법. 주헌의 결혼을 맡으려는 업체들은 바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서주헌의 결혼이라면 반드시 맡아야지.'

주헌은 마제스티로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본인이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세계 모든 나라의 주요인물들이 주헌과 친해지려고 하거나 잘보이려고 애쓰는 판국이었다.

그런 마당이니 업자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서주헌의 일을 맡게 되면 그것만으로 주가가 올라갈 거야.'

물론 콧대 높은 브랜드들은 한심한 일이라며 신경 안 쓰는 척했지만, 글쎄.

"그, 그래도 우리 브랜드에서 드레스와 수트를 맞추겠지?"

"그, 그렇겠죠?"

그들조차도 알게 모르게 똥줄을 태우고 있었다.

"아, 안 되겠어! 그레이브 컴퍼니에 제휴 신청하면서 은근슬쩍 어필 좀 해봐!"

"네, 네!"

어쨌거나 웨딩업체부터 보석업자, 패션업계, 심지어 포토그래퍼들에 이어 여행사까지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현재.

"어쩔 거야? 세상이 대축제 분위기인데."

"......"

율리안의 말에 신문을 보던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뭐, 이렇게까지 난리가 날 일인가 싶긴 하지만...

"나쁘진 않네. 어차피 한참 후의 이야기라서 신경 안 썼지만, 그래도 찾아갈 수고를 덜었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죠!"

쾅.

유재하는 심각한 얼굴로 주헌을 바라보았다.

"상대가 누구예요? 아이린? 설아?"

그러자 단원들이 한마디씩 날렸다.

"아냐. 진채원일 수도 있지."

"뭐?!"

"최근에 그래도 친해졌잖아."

"의외로 영국 공주일수도... 최근에 데이트도 자주 했잖아. 스캔들도 났고."

"아니? 유물인 거 아니었어?"

"?!"

일리야의 말에 단원들은 새하얗게 질렸다.

농담으로 던진 말이지만, 어째 주헌이라면 정말 유물과 결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오싹해졌다.

'아, 안 돼. 유물을 형수님으로 모실 순 없다고.'

"아, 아무튼 상대가 누구인데요?"

확실한 건 설아는 아닐 거라는 것이었다.

왜?

'설아였다면 지금 밖에서 훌쩍거리고 있지 않겠지.'

'설마 유물일 리는 없고.'

'남은 건 한 명.'

하지만 또 아이린이라고 하기엔 그녀의 가족들이 너무 조용하고.

'도대체 누구지?'

결국 유재하가 말했다.

"아, 아무튼 단장님 결혼식이잖아요. 상대가 확실하게 누군지 공표해야 저희도 준비를...!"

그러자 주헌은 새삼 황당하다는 듯 되려 단원들을 보았다.

"뭐? 누구긴 누구야. 너희들도 잘 아는..."

그럴 때였다.

부르르.

"!"

주헌은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걸려온 곳은 한국.

주헌은 아차 싶었는지 전화를 받았다.

"아, 형. 오랜만이야. 미안, 먼저 연락 했어야 했는데..."

주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뚝.

전화를 끊은 주헌이 바로 옷을 챙겼다. 심지어 중요한 공식자리 외에는 꺼내보지도 않는 고급 맞춤 정장을!

"나 잠시 한국 좀 다녀온다. 오래는 안 걸릴 거야."

갑작스러운 통보에 단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틀림없었다.

'상견례!'

"상견례야, 누군지 모르지만 상견례라고오오!"

단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 * *

"저, 저기 설아야? 너 괜찮냐?"

유재하는 오물오물 늦은 점심을 먹는 설아를 보았다.

아침에 난 기사를 보자마자 설아를 찾았던 유재하였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에게 외쳤지.

'야씨 축하해! 드디어 너 단장님이랑 결혼하는 구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엥? 이거 너 아냐?'

그리고 신문을 봤던 설아는 멘붕에 빠졌지. 덕분에 내심 미안해지고 걱정이 된 유재하는 설아에게 점심을 사고 있었다.

뭐, 제법 충격이 컸는지(?) 제대로 먹고 있지도 못했지만.

"다, 단장님이 결혼을..."

"너, 너 괜찮냐? 어? 어? 여기 음료수 더 마실래? 아니면 술? 웨이터! 여기 비싼 술 다 주세요!"

유재하는 안절부절 못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친한 친구로서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그였다.

이런 상황이 되니 걱정될 수밖에.

하지만 설아는 개의치 않아 했다.

애초에 기대한 적도 없었고, 욕심을 부린 적도 없었으니까. 언젠가 권 회장 때문에 도굴단이 해체되던 때, 자신이 애인이 아니라 동료로 남기로 한 그날부터.

그러니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은 알았지만 직접 경험하니 꽤나 큰 데미지.

"아, 아니 난 단장님이 결혼하신다면 흔쾌히 축하해주려 했어... 그런데."

설아는 훌쩍거렸다.

"그래도 한마디쯤은 미리 해주시지...!"

설아는 엉엉 울었다.

"아이린이 상대면 그래도 인정한다구우우! 좋은 애니아아아아!"

유재하는 훌쩍거리는 설아를 토닥였다. 그 와중에 클로에가 슬그머니 술을 따라주었다.

하지만 정작 엉엉 울고 있는 건 아이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저도 아니라구요...!"

"아, 아니라고요?"

율리안은 황당해했다. 주헌의 변호사로서 미리 혼인신고 서류부터 시작해 온갖 서류를 빼왔던 그였다.

그런데 뭐?

"아무런 말도 없었다고요? 프로포즈도 뭐도?"

아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전 아니에요. 그런데 기사가 막 멋대로 터져나가서...!"

그녀 역시도 훌쩍 거렸다. 아무래도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폭주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쯤 되자 그녀를 찾아왔던 율리안과 단은 멘붕에 빠졌다.

그건 당연했다.

'이상하다. 설아가 아니면 당연히 아이린밖에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단이 속삭였다.

"단장님, 이미 프로포즈 한 거 아니었어? 상대도 결혼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단의 속삭임에 율리안은 얼굴 근육을 씰룩거렸다.

그래, 분명히 그랬지.

그러니까 율리안도 빡치는 것이다.

'이 자식, 진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설아도 아니야, 아이린도 아냐.

'그럼 설마 진짜 유물이냐!'

단원들의 속이 타들어갔다.

* * *

그리고 그 무렵이었다.

"드디어 이 형의 소원을 들어주는 구나, 주헌아!"

한국.

오랜만에 주헌과 만난 김 형사는 대단히 기뻐했다.

"짜식, 결혼 생각 없다고 튕기더니. 조카 좀 보게 해달라고 그렇게 말해도 개무시하더니!"

"당연하지. 내 나이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무슨."

뭐, 회귀 전까지 더하면 벌써 환갑을 바라볼 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빼더니, 왜 갑자기 결혼 생각은 든 거야?"

"좋은 반지 유물을 찾아서?"

주헌은 킬킬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일도 이렇게 됐겠다, 너무 갑작스럽고 무리한 부탁인 건 알지만 형이랑 형수님이 부모로 참석해줬으면 해서."

"뭐, 뭐?!"

김 형사와 아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사인 형과 교사인 형수. 주헌이 철없던 시절부터 함께 했던 그들이었다.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권혁수 회장이랑 에드워드 사장이 네 후견인이라고..."

그런 엄청난 사람들이 있는데 감히 자신들이 주헌의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하지만 후견인은 개뿔.

"그 영감들은 내 노...아니,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고."

주헌은 방긋 웃었다.

"말해두지면 한국에서 내 가족은 형하고 형수님뿐이야."

"주헌아...!"

가장 철이 없던 시절.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회귀 전, 자신이 TKBM에 다닐 때도 권 회장의 횡포에 몸을 날려 자신과 동생을 지켜주던 사람들이었고.

하물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당신들의 돈을 아껴가며 목돈을 만들어주던 사람들.

뭐, 권혁수의 경우에는 자신이 아버지 자리가 아니라며 시무룩해하겠지만 상관없었다.

'댁한테는 결혼식 비용이나 뜯어내줄 테니 기뻐하라고.'

그렇게 주헌이 입꼬리를 씰룩거릴 때였다.

형수가 순수하게 기뻐하며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될 사람 사진 좀 보여줘. 예쁜 사람이지?"

"아, 당연히 예쁘죠."

주헌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김 형가 일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법한 게...

[#$*#&$*!]

나 예뻐? 예뻐?

핸드폰 사진 위에 동아줄이 눈을 반짝이며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주헌은 황당했다.

"이 녀석아, 안 비켜?"

그는 재빨리 동아줄을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동아줄은 사진에 껌같이 달라붙어 있었다.

심지어 김 형사 일가에게 애교(?)를 부렸다.

[#$**#$*!]

잘 부탁해! 잘 부탁해!

동아줄은 눈을 반짝이며 아버님 어머님(?)에게 인사를 했다.

하물며 밧줄 한쪽이 발그레한 걸 보니 제 딴엔 볼(?)에 블러셔까지 바른 모양이었다!

'이 녀석이, 밧줄 주제에...!'

"떨어져 이 녀석아...!"

[#$*#*!]

싫어! 싫어!

"떨어지래도...!"

주헌은 겨우 사진에서 동아줄을 떼어내며 다시 핸드폰을 내밀었다.

"밧줄이 아니라... 자 여기..."

하지만.

푸드득!

갑자기 방에 들이닥친 까마귀! 까마귀는 냅다 핸드폰을 물고 튀어버렸다.

"?!"

그 까마귀는 다름 아닌 자신의 비보 삼족오.

주헌은 황당해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 반짝이는 것도 아닌데 저걸 왜!

"야! 그거 안 가져와? 야!"

하지만 삼족오는 쿨하게 무시하고 도망가버렸다. 아마 어디에선가 콕콕콕콕 핸드폰을 박살 내려 할지도 몰랐다.

결국 핸드폰을 빼앗긴 주헌은 한숨을 쉬며 지갑을 꺼냈다.

어차피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진 한두 장 쯤은 있었다.

"여기... 같이 찍은 사진인데..."

하지만.

"......"

투샷 사진은 독사진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서걱 서걱 가위질의 흔적과 함께.

'내 이것들을 그냥.'

결국 주헌은 지갑을 도로 넣으며 빡친 듯이 웃었다.

"그냥 검색해보세요. 어차피 형수님도 잘 아는 사람이고, 사진은 충분히 나올 테니까..."

뭐, 어째 이 결혼 쉽게 못할 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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