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5화. 약혼녀 빼앗겨봤어? 上
"아오, 진짜 저 시스콤!"
율리안에게 통구이가 될 뻔한 유재하는 쌍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동료한테 고압전류를 날린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
아니, 솔직히 화는 날 수 있다 이거였다.
공명이하고 자신하고 과거 10년, 얼마나 철천지원수(?)였나.
어쩌면 사무실에서 얼굴을 보는 횟수보다 재판장에서 얼굴을 보는 횟수가 더 많을 지경.
그나마 회귀 후엔 똑같이 권 회장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뭉칠 수 있었지.
원래라면 같은 자리에 앉아 밥을 먹지도 못했을 사이.
"그래, 과거의 난 쓰레기 인정. 심지어 자기가 딸처럼 기른 여동생, 무려 8살 차이 나는 도둑놈한테 빼앗기니 빡치겠지."
하지만 유재하도 할 말이 많았다.
"그런데 본인도 만만치 않았거든? 우리 집에 날아오는 우편의 90%는 다 니 고소장이었거든! 나도 너 따위 형님으로 모시기 싫거든 쨔샤!"
유재하는 엉엉 울었다. 하지만 뭐 어쩌랴.
싫어도 율리안은 니나의 오빠인 것을. 어쩌면 장인어른... 아니 처가댁 형님이 될 수도 있는 걸.
물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재하가 니나를 질색하며 두려워했던 것은 맞았다.
자신을 죽이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어떤 사건들을 계기로 유재하와 니나는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아마 두 달 전이었을 것이다.
"하,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네!"
여전히 니나에게 시달리고 있던 그때.
그리고 간만에 클럽에 갔던 유재하는 정말 공포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아니 모처럼 예쁜 여자 구경(?)에 신나는 음악을 들어가며 술을 홀짝이고 있었더니...
"어머, 호구왕 아니야?"
"어? 진짜? 정말로?"
괜히 유명인이 된 게 아닌지, 우르르 여자들이 몰려왔다.
이에 유재하는 해맑게 웃었다. 아, 행복해라. 자신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 구나.
"아, 이놈의 인기."
하지만 이놈의 인기는 개뿔.
"호구왕이 있으면 여기 서주헌도 있는 거 아니야?"
"꺄악! 진짜?"
"옆에 없어? 서주헌은 없나?"
그 말에 여자들이 무섭게 우르르 몰려왔다.
"주헌 님 없어요? 네?"
"재하 씨가 있으면 당연히 주헌 씨도 있어야죠! 왜 호구왕만 있는데!"
예쁜 여자들은 유재하가 주헌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리저리 달라붙었다.
"주헌 님 어딨어요, 네? 아 빨리 말 안 해?!"
아니 이 여자들이?
"에이씨, 내가 그 인간 비서냐! 하인이야! 어?"
결국 여자에게 둘러싸이고도 슬퍼진 유재하가 뭐라고 하려는 찰나였다.
쿵!
갑자기 찾아온 클럽 안의 정전.
'!'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꺄아악! 뭐야!"
유재하는 또 니나인가 싶어서 화를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니나가 아니었다.
"서주헌의 복원사. 당연히 그놈의 유물들을 가지고 있지?"
"...!"
자신들의 유물을 노리는 진짜 암살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유재하는 도리어 니나에게 구해졌다. 뭐, 자신 대신 니나가 죽을 뻔했지만.
아무튼 일련의 사건들로 오해도 풀리고, 지금은 유재하도 니나와 굉장히 친해진 참이었다.
그런데 저 망할 오빠라는 놈이!
"나와, 유재하!"
또다시 튀기는 번개에 유재하는 비명을 질렀다. 따돌렸나 싶었더니, 누가 도굴단 이인자 아니랄까 봐 순식간에 찾아내기는!
아니나 다를까, 유재하는 제 옆에서 느껴지는 번개에 움찔했다.
그리고.
쾅!
"꺄으아아악!"
터지는 폭발소리와 함께 유재하는 날아갔다. 그와 함께 주헌의 리조트, 아니 발할라 성의 기둥 일부가 정신없이 무너졌다.
덕분에 유재하는 거품을 물 수밖에 없었다.
"야! 이거 다 누가 고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결국 독기가 바짝 오른 유재하는 제 유물을 꺼내들었다.
"그래봐야 저 새끼쯤이야 별 거 아니거든?"
단원들은 한 명 한 명이 이미 왕급. 주헌을 호위하는 자신들은 서로 능력만 다를 뿐, 서로에게 밀리지 않았다.
전투부분이 딸리면, 그걸 커버하고도 남는 다른 능력이 있으니까.
그러니 공명이가 통찰안에 번개라는 개사기 스킬을 가졌다고 하지만...
'애초에 넘사벽 단장님만 아니면 해볼 만하다고.'
아, 단도 무서우니까 살짝 패스.
아무튼 회귀 전에 그랬던 것처럼, 율리안에게 엿을 먹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와?'
나름 이인자에 밸런스 최강형이라 똥줄이 타는구만!
그런데 그때였다.
"단장, 자꾸 이렇게 방해할 거야?!"
"!"
* * *
멀지 않은 곳에서 주헌과 율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명이 치고 공격이 느리다 싶었더니, 주헌에게 방해 받는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율리안은 주헌에게 이러지 말라고 화를 내고 있었다.
"그래, 나 솔직히 재하 마음에 안 들어. 몇 달 전에도 니나를 죽이려고 같은 암살자를 고용한 걸 떠올리면!"
"워, 워. 그건 호구가 잘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지난 일이잖아. 네가 참아."
주헌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얼핏 유재하의 편을 들며 시스콤 처남(?)을 방해하는 것 같지만 글쎄.
"너 지금 재밌어서 죽으려는 표정인 거 알지?"
"아 들켰나?"
"#$*#&$*!"
주헌은 단순히 율리안을 괴롭히고 싶은 것뿐이리라.
'뭐, 그리고 호구놈 그간 고생했으니 휴가도 챙겨줘야지.'
"아무튼, 공명아. 너 지금 유재하 따라다닐 시간 없어. 당장 이건부터 처리해. 유럽으로 1년간 나가 있어라."
"...?!"
대놓고 시작되는 주헌의 방해에 유재하는 웬 떡이냐 만만세를 외쳤고, 율리안은 당황했다.
'이대로는 곤란한데.'
주헌은 조커보다도 더한 최강의 킹카드.
그가 대놓고 유재하 편을 들어주겠다면 자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막말로 주헌이 자신에게 출장 명령이라도 내리면 그날로 유재하만 살판 나는 것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주헌이 마음만 먹으면 니나와 유재하의 결혼을 적극 추진하려 할지도 몰랐다.
갑부라고 돈지랄을 해서 성대하게 피로연을 열어줄지도 몰랐다. 그것도 자신이 없는 사이에 일사천리로!
그래서일까.
'아, 안 되겠어. 주헌을 내 편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겠어...!'
결국 빡친 율리안이 자포자기로 크게 외쳤다.
"너! 주원이가 시집간다고 남자를 데려와도 이럴 거야?!"
"!"
주헌이나 율리안이나 어린 시절부터 부모 없이 자란 것은 마찬가지.
그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것 아니냐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이었다.
결국 주헌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율리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딴 못생긴 똥돼지를 누가 데려간다고."
"뭐?"
"오히려 데려가준다면 고마워서 내가 절을 할 것 같은데?"
"뭐, 뭐야?!"
"애초에 쌍둥이가 누구한테 시집가든 말든 그딴 걸 신경 쓰냐?"
주헌은 축의금이나 빼돌릴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호구도 그냥 내버려두라고. 이 시스콤아."
"허... 야! 너 주원이 상대가 재하여도 그런 말 할 수 있어?!"
"!"
그러자 주헌의 얼굴이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아니 그건 상당히 빡치는데."
"그치? 이제야 내 맘을 좀 알겠지?!"
율리안은 활짝 웃었고, 졸지에 저격당한 유재하는 울부짖었다.
'아니, 내가 왜! 내가 뭐 어때서!'
어떻게 단장이 자신한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느냐면서 황당해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율리안은 절호의 찬스라는 듯 주헌을 설득했다.
"단장, 잘 들어. 재하가 연애를 시작하면 복원도 제대로 안 할 거야."
"?!"
"원래 연애질하면 정신은 저 멀리 날아가고, 업무 집중력도 떨어진다고. 복원은 개뿔. 아마 틈만 나면 데이트 한답시고 싸돌아다닐걸?"
이에 주헌은 심각해졌고, 유재하는 기겁했다.
저, 저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단장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반칙이지!
결국 유재하는 당황해서 기어 나가려고 했다.
'안 되겠어. 저놈 빨리 막아야...!'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쾅!
갑자기 폭발하는 마제스티의 기운!
"?!"
[강력한 유물을 소환합니다.]
[소총으로 형태를 변환합니다.]
재앙 유물을 총으로 바꾼 주헌이 눈을 번득였다.
그리고.
"호구새끼 사냥에 들어간다."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폭발하는 발할라 성!
"썩 나와라, 요놈아. 사내연애 금지다."
뭐가 어쩌고 저째?!
* * *
유재하는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율리안이 번개를 날려댈 때와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
쾅, 콰과과광!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발할라 성, 아니 최고급 리조트가 박살이 났다.
이 리조트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서운 것은 저 괴물 같은 마제스티 놈이 자신을 사냥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3초 준다, 빨리 나와라. 3, 2."
쾅!
"야씨이이! 아직 3초 안 지났잖아 쨔샤!"
유재하는 단장의 폭격에 쌍욕을 하며 도망갔다.
그리고 그 광경에 율리안은 대단히 흡족해했다.
"옳지! 바로 그거야! 최고야!"
이어서 발할라 성에 폭격소리와 함께 번개가 쿠르릉 떨어졌다. 그리고 때 아닌 난리통에 성 주변에 있던 파파라치들이 기겁을 했다.
"뭐야, 이게 뭐야!"
율리안과 주헌의 콜라보레이션은 끝내줬다.
"빨리 나와! 유재하! 이 연애 반대야!"
"그래. 썩 나와라 요놈아. 나도 이 연애 반대다!"
빌어먹을, 왜 단장새끼까지 합류한 건데!
"아오,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냐!"
금세 친해진 둘은 찰떡궁합으로 방문을 열어대며 유재하를 찾아다녔다.
쿵. 쿵.
하지만 발할라 성에 방이 보통 많으랴.
쥐새끼처럼 피해 다니던 유재하는 주헌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아무리 그래도 지 방까지 무식하게 박살 내진 않겠지!'
그리고 책상 밑으로 숨은 유재하는 눈을 번쩍였다.
'일단 저 망할 콤비부터 해체해야해!'
아무리 그래도 단장님까지 합세하면 이쪽이 너무 불리했다.
그 생각에 미친 그는 음흉하게 주헌의 책상 서랍을 뒤졌다. 서랍은 잠겨 있었지만, 괜히 사기꾼이 아닌 법.
다빈치 유물로 순식간에 열쇠를 만든 그는 내용물을 샅샅이 뒤졌다.
'일단 단장의 약점으로 써먹을 만한 게...'
그런데 그럴 때였다.
"!"
유재하는 책상에서 뜻밖의 물건을 발견했다.
"잠깐, 이게 뭐야."
그건 사진이었다.
그것도 주헌이랑 웬 낯선 여자랑 해변가에서 같이 찍혀 있는 사진.
척 보기엔 몰카 같았다. 파파라치 사진이리라.
"뭐야, 심지어 이거 단장이 잠수탔을 때잖아!"
그럼 설마 6개월간 잠수 탄 게, 카오스에 있어서가 아니라 딴 여자 만드느라 그런 거였어?
하지만 사진의 여자를 뚫어져라 보던 유재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이거 몰리 아냐?"
순간적으로 그의 시선이 서랍에 있던 다른 물건에 향했다.
그건 바로 반지 케이스!
그리고 안을 열어본 그는 기겁했다.
안에 든 건 유물반지였지만...
"다이아? 이거 예물 반지 아니야? 왜 이런 걸 숨겨놓고..."
유재하는 당황했지만 곧 사악하게 웃었다.
뭔지는 몰라도 이건 찬스!
그럴 때 유재하가 숨어 있던 방으로 두 명이 들이닥쳤다.
쾅!
"딱 걸렸어, 자식아."
"이제 도망갈 곳은 없을 걸."
[#*$#&*!]
갈 곳 없어! 없어!
주헌과 율리안, 거기에 동아줄까지 합세해서 나타났다. 율리안은 책상 밑에서 꿈틀거리는 탈색머리에게 말했다.
"니가 아무리 도망꾼이라도 이 조합에서 벗어날 순 없을 걸?"
"썩 안 나오면..."
주헌의 말에 맞춰서 동아줄이 씰룩거리며 다가갔다.
그런데 이때였다.
"공명아! 아줄아! 이것 봐!"
"?"
유재하가 사진과 예물반지를 번쩍 들어보였다.
"단장님 결혼하려고 하나봄! 그것도 공명이 니 과거 약혼녀랑!"
"?!"
순간 세 명(?)의 표정이 바뀌었다.
율리안은 얼어붙었고,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으며, 동아줄은 없는 눈을 번득였다.
거기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나 주헌이었다.
듣자 듣자하니까 저놈이.
"인마. 너 뭘 맘대로 꺼내는 거야. 그리고 그딴 헛소리 하지 말고..."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반지를 도로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내 약혼녀라니 무슨 소리야? 설마 몰리 이야기 하는 거야? 니가 전에 빼앗아갔던 내 피앙세? 아니, 그 전에 둘이 만나고 있던 거야? 나 몰래?"
순간 느껴지는 살의.
곧 유재하의 계획을 눈치챈 주헌은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호구야, 좋은 말 할 때 내 반지 내놔라."
"여, 여기 사진! 여기 유명한 결혼 사진 스팟 아냐? 단장님, 몰리랑 만나고 있던 거라니까! 우리한테는 말도 안하고!"
율리안의 눈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찰나였다.
쿵!
"!"
주헌의 시야가 완전히 바뀌었다.
넘어진 주헌은 제 몸을 조르는 감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헌의 몸을 감은 건 다름 아닌 동아줄!
[#$&*#?]
결혼이라니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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