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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86화(완결) (386/409)

386화. 도굴왕 (4)

[어디긴? 무덤인데 왜?]

"아 그래 무덤... 뭐?! 아니 너 오늘이 어떤 날인지 모르는 거야? 지금 전 세계 정상들이 모인...!"

[뭐? 그딴 거 알 게 뭐야?]

"알 게 뭐냐니! 너 이러다가 진짜 큰일..."

[뭐래. 걔네 대부분이 다 내 술친구들인데. 몇 명은 꼬붕이고. 아, 몇 놈은 목 딸 예정인 새끼.]

"뭐?! 너 국가원수들을 상대로 무슨 망발...!"

곧 각국 경호원들, 기자들의 시선이 쏠리자 단원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아무튼 너 지금 어디에 있는 무덤이야. 어? 그냥 관찰이지? 설마 또 무덤 털러 간 거 아니지?"

[털러 왔는데. 왜. 안 돼?]

그 말에 단원들은 뒷목을 잡았다.

아니, 이놈이 지금 시대 파악을 못 하는 건가!

"야! 너 미쳤어? 지금 어떤 시대인지 몰라서 그래?!"

"아무리 너라도 그러면 총살...!"

세상은 바야흐로 대 발굴의 시대.

하지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발굴단이 아닌 '고고학자'들이 부흥하는 시대였다.

왜?

[마제스티, 서주헌의 새로운 제안으로 새 유물의 시대를 열다.]

[새로 등장하기 시작한 무덤들, "함정은 사라지고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사라진 역사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

[역사 위증의 증거도 이곳에서 찾아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목적의 발굴은 금지. 각 국가에서 <유물 고고학자> 자격을 받은 이들에게 발굴 허용]

[발굴한 유물은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문화재처럼 인류 공동의 보물로 삼는다.]

[또한 발굴 후, 세계유물공동연구소로 우선적으로 보내 연구, 가공하여 전 세계에 유통을 시작한다.]

[유물로 얻은 능력들은 전 세계의 공동 발전을 위해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2차 이상의 가공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긴다.]

주헌의 정신교육(?) 탓인지, 아카식레코드를 통해 유물증후군을 없앤 것인지.

어쨌거나 유물은 더 이상 재앙덩어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유물 원본에 대해선 사유재산이 아닌, 인류의 소중한 공용자원이 되었다. 뭐, 유물 가공품은 기존처럼 시장에서 팔렸지만.

유물뿐만이 아니었다.

[무덤 "예전과 달리 함정해체 어렵지 않아."]

인간을 괴롭히는 목적의 무덤들도 비교적 안전한 장소가 되어 발굴 후엔 연구나 테마파크로 변하기도 했고 말이다.

뭐, 위험한 무덤도 가끔 나타나긴 했지만.

무엇보다 주헌은 과거 판도라 시스템처럼 유물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천공의 눈, 가디언 시스템>

일명 '서주헌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유물 종합시스템.

전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흘리드스캴브와 지식의 신 토트 등 다양한 유물들을 갈아 넣었다고 해야 하나.

유물도감, 지역별 오라 오염수치 등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부터, 주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제스티의 권능부분까지.

어쨌거나 가디언 시스템 아래, 사리사욕을 배제한 채 평화롭게 유물을 발굴하는 시기.

문제는...

쾅쾅!

[아악! 또 그 미친놈이 나타났다!]

[또 누가 여기를 털어갔어!]

서주헌 이놈의 자식이 얌전히 있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오, 이 자식이 또...!"

율리안은 전화 너머의 비명에 손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 본인이 사적인 발굴은 금하자고 해놓고 본인이 그걸 하고 있냐!

"아, 내 뒷골 아."

기왕 이렇게 세계평화 조약을 맺은 김에 주헌한테는 얌전히 옥좌나 지켜라. 세계 인류의 평화를 위해 최종 유물 제어권을 쥔 자로서 의무를 다하자.

분명 그렇게 이야기 했건만!

[여기도 또 털어갔다!]

[여기도! 도둑이다!]

주헌은 공용자원은 개뿔, 마음에 드는 것만 나타나면 매우 사적으로 유물을 털털 털어갔다.

그리고 지금도 마제스티의 힘으로 손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유물을 훔쳐가고 있는 거겠지.

결국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율리안은 뒷목을 잡았다.

"이봐! 마제스티가 솔직히 그러면 안 되지!"

그러자 주헌은 매우 싫어했다.

[뭐? 왜 안 되는데?]

"넌 세계의 유물을 지배할 수 있는 마제스티야! 그런 엄청난 힘을 가졌으면...!"

[응. 유용하게 써먹어야지?]

율리안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뒷목을 잡았다.

"와, 어느 세계에서는 일부러 정체도 숨기고 세상 조율에 힘쓰는 마스터도 있다는데...! 신적인 존재는 사람들 앞에 나서면 안 된다면서!"

[뭐야 그거. 어느 세계 병신이야?]

"?!"

[그만한 힘을 얻게 됐으면 펑펑 써야 하는 거야. 알간? 이건 정당한 대가라고.]

"$#*$*!"

그때 설아가 당황한 듯이 외쳤다.

"어, 어떡하죠? 단장님 하필 가신 곳이 여기예요!"

곧 그들은 설아가 가리킨 지도를 보며 기겁했다.

"야! 당장 돌아와! 거긴 독재정권 지역이잖아! 전쟁 난다고!"

"아오 왜 하필 거기에 갔대! 그 엄청난 폐쇄국가에!"

하물며 그 국가는 세계적 추세에 따르지 않고 마제스티인 주헌을 암살하려는 국가!

그러나 곧 단원들은 심각해졌다.

"잠깐 거기...그 미지의 유물 나온 곳 아니에요?"

"아! 벌써 사람이 10명이나 삼켜진 유물이라고... 공명이 네가 이세계로 이어지는 묵시 유물일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확실하진 않아. 아무튼 단장 새끼는 도대체 그런 나라에서 뭘...!"

그럴 때였다.

"뭐야 단장 이 새끼, 또 무덤 털러갔어?"

"재하야!"

정상회담의 휴식 시간인지, 유재하가 변신을 풀고 동료들에게 왔다.

"아, 재하야. 회의는 어떻게 됐어?"

"몰라. 일단 다시 선정한 왕급들, 시스템에 이름 올렸다고 확인하래."

이제는 과거처럼 서로 싸우기 위한 왕급이 아닌, 유물 최고 권위자로서의 왕급들.

그러나 그들은 공문서를 확인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뭐야. 단장님 호칭만 비어있네?"

"아. 스스로 생각해둔 거 있으면 정하라던데?"

"어, 그럼 단장님한테 물어봐야..."

설아가 전화로 시선을 돌리자 유재하가 코웃음을 쳤다.

"호칭이야 대충 붙이면 그만이지."

유재하는 주헌의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유재하가 순식간에 주헌의 호칭을 전달하자 곧 답신이 왔다.

[입력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단원들은 미쳤냐는 듯 그를 보았다.

"너 진심이야?"

무엇보다 유재하가 올려버린 주헌의 호칭.

"단장님이 알면 진짜 너 죽이려고 할걸?"

"이거 시스템에 한 번 올라가면 어지간해선 단장님도 쉽게 못 고쳐!"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는 캬캬캬 웃어댔다.

"자리에 없던 사람 잘못이라고! 난 잘못 없거든? 꺄하하하하하!"

***

[한편 새로운 천공의 눈 시스템은 전 세계의 왕급들의 이름을 공표했습니다.]

[왕급에 오른 사람들은 총 20명. 모두가 마제스티를 도와 각 분야, 그리고 세상의 평화에 힘을 써줄 의인들입니다.]

2029년.

4차 유물조약회담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전 세계에 새로운 속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상 예술왕, 자본왕까지 모두가 왕급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분들은 앞으로 세계 평화에 조력... 어, 속보입니다! 마제스티께서도 친히 왕급에 이름을 올려주셨습니다!]

[그리고 호칭은...엥? 도굴왕? 잠깐, 이거 진짜야? 미쳤어?!]

전 세계에 터진 방송사고.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어느 나라의 무덤에서는 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아악! 방금 그거 뭐야. 뭐냐고!"

산 깊숙한 곳.

그곳은 극심한 독재정권으로 외부인은 그 누구도 문턱을 넘을 수 없는 나라.

그리고 이 독재정권의 발굴자들은 뭘 목격한 건지 덜덜 떨고 있었다.

"밧줄이, 밧줄이...!"

"도, 도대체 방금 뭐야 그 밧줄 놈은!"

그리고 그 순간, 고고학자들은 또 다른 의미로 놀라고 말았다.

"아악!"

난데없이 무덤에 웬 어린 여자아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이는 예쁜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뭐, 뭐야! 이런데 왜 아이가!"

그런데 이때였다.

"아악! 잠깐!"

어린아이는 사라지고 웬 밧줄 놈이 자신들의 가방을 물고 사라졌다.

"야! 그거 가져가면 안 돼!"

"저 밧줄을 잡아라!"

그러나 동아줄은 눈을 반짝이며 깡충깡충 무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낫을까.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번화가의 보석상점.

동아줄이 잃어버린 제 물건을 가져오자 청년이 쓰다듬어주었다.

"오, 잘했어. 수고했어."

그 말에 승급을 한 건지, 색깔이 전과 달라진 동아줄이 청년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좋아했다.

이때 보석상의 주인이 뭔가를 가지고 나오며 감탄하고 있었다.

"이거 SS급 유물이지? 잘도 이런 걸 구했구만?"

보석상 주인이 물건을 건넨 대상은 모자를 푹 눌러쓴 젊은 청년.

주헌은 씨익 웃었다.

"그래서 세공은 잘 끝났고?"

그러자 보석상은 반지 케이스에서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케이스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특이한 문양의 반지.

주헌은 잘 다듬어졌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쓸 만하네. 이정도면 충분해."

"그렇지? 그런데 이거 유물 원본이지? 어디에서 샀나? 사적인 발굴은 도굴이라 사형이고, 루트가 있으면 나도 좀 사고 싶은데."

"안 샀는데?"

"뭐? 그럼? 아 혹시 물물교환?"

"아니? 직접 파냈는데? 어, 저기 저 산에서?"

"...?!"

동시에 보석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보석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자, 잠깐. 그럼 설마 이거...! 아니 애초에 그 무덤에서 어떻게 살아서...!"

바로 그때였다.

"꼼짝 마라! 이 앞은 통제구역이다!"

가게 앞에 총을 든 군인들이 몰려왔다.

"불법입국 및 불법무덤침입, 무덤훼손, 절도죄로 체포한다!"

"아아악! 역시!"

"어쨌든 꼼짝 마! 그렇지 않으면...!"

그 말에 주헌이 방긋 웃었다.

"꼼짝 않으면 어쩔 건데?"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떨어졌다.

"아악!"

곧 주헌이 세공비 치곤 두둑한 돈을 던지며 반지 케이스를 쥐었다.

그와 함께 가게를 탈출하는 도둑!

쾅!

동시에 가게는 박살이 났다.

밖의 병사들의 폭격을 받은 것이었다.

"도망쳤습니다!"

어쩌면 주헌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상인에게 두둑하게 챙겨준 건지도 모른다.

언론조차도 폐쇄적인 국가인 탓일까.

이 나라 사람들은 주헌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심상치 않은 존재에 경악할 뿐.

이에 병사들은 발걸음을 옮기는 주헌을 보며 욕을 했다.

"뭐하나! 저 도둑놈을 붙잡아라!"

곧 주헌은 치우의 가면을 꺼내며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점점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오라.

"내놔라! 그 유물은 우리 왕조의 위대한 유산이란 말이다!"

그 말에 주헌은 미소를 지었다.

유물.

신화, 위인, 전설, 민담, 대중소설,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는 이야기에서 태어나는 녀석들.

놈들은 인류가 계속 살아가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타나겠지.

착한 유물도, 그리고 나쁜 유물도,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뭐, 나쁜 유물이야 자신이 정신교육 하는 게 일이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인류의 전승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자신이 모르는 놈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

어디 그뿐인가.

'다른 세계.'

이 세계뿐만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다른 세계까지 포함한다면 나타날 수 있는 유물은 무궁무진.

그래서 주헌은 무덤털이를 그만할 수 없는 것이었다.

궁금하니까.

세상 모든 유물은 자신의 손에 일단 들어와야 했으니까.

뭐, 그게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면 일석이조고.

곧 메시지가 떠올랐다.

[근방에서 미지의 무덤이 느껴집니다.]

[묵시 유물의 무덤일지도 모릅니다.]

곧 주헌은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좋아, 다음은 그쪽이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헉... 이봐 자네!"

잔해를 헤치고 나온 보석상인이 주헌을 불렀다.

부서진 가게도 가게지만, 그딴 것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아주 다급한 얼굴이었다.

"잠깐! 그 반지 유물!"

"!"

"기능도 평범한 게 아닌데, 도대체 그런 걸 어디에 쓰려고 캐낸 건가! 어?"

쫓아오던 병사들도 화를 냈다.

"그래! 우리 유산을 빼돌려서 어디에 쓸 생각이냐!"

어디에 쓰긴.

주헌이 반지를 흔들어보였다.

"결혼반지!"

도굴왕 서주헌이 뻔뻔하게 웃어보였다.

전 세계의 유물들이 놀랄 만큼 해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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