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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85화 (385/409)

385화. 도굴왕 (3)

"이 자식, 카오스 안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동시에 주헌이 하하하하 웃어댔다.

"뭘 하긴 뭘 해! 아카식레코드로 새 무덤을 만들어낸 거지!"

"뭐?"

"묵시 유물들은 재앙급들과 나쁜 놈들을 빼면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비운의 유물들일 뿐이야. 즉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유물이란 소리지."

"그래서?"

"아깝잖아? 그게 왜 소멸되게 냅둬?"

"야!"

"그래서 악질적인 놈들은 빼고, 아카식레코드에 새로 기록시켰어. 그러면 카오스(심상세계)에서 새로 태어날 테니까.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여기저기에서 펑펑 무덤으로 등장할 걸?"

"뭐, 뭐라고?"

"물론, 뭐가 나올지는 나도 몰라. 대필시켰거든. 난 몰라야 재밌으니까."

준은 피곤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왜 마제스티가 해야 할 일을 자신이 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요람이 있어야 유물이 탄생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들의 시선은 준을 향했다.

설마 이게 요람이냐는 시선이었지만 준은 고개를 저었다.

모든 생물은 죽어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고 하던가.

그처럼 요람은 공간형 유물로써 유물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우주, 카오스.

즉, 탄생과 소멸이 원래 한 세트다.

"전 요람이지만 일종의 블랙홀. 소멸을 담당하고요. 탄생의 존재는 과거 묵시 유물에 의해 소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탄생의 존재는 보통 마제스티의 반려. 마제스티가 남자면 여자로, 그리고 마제스티가 여자면 남자로.

그렇게 마제스티와 짝을 이루어 발동조건을 갖추고 유물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아무튼 제 누이인 탄생 쪽은 핵만 남기고. 그래서..."

동시에 준이 자랑스럽게 꺼낸 것은 낯익은 유물.

[헉헉 나리! 나리!]

[나리이이이!]

"?!"

보기에도 끔찍한 흉물들!

"임시로 그 핵의 힘을 부여해놓은 것들입니다. 이걸 합체시키면 유물을 탄생시킬 수 있죠!"

지금까지는 자신이 하긴 했지만...!

"전하! 앞으로는 전하께서 이걸 쓰시면...!"

"꺼져! 닥쳐! 돌았냐!"

주헌의 분노에 준은 시무룩해졌다.

그래도 왕을 위해 신경 써서 고른건데...

준은 시무룩하게 아끼는 흉물들을 도로 집어넣었다.

"뭐, 추후 마음에 드시는 걸 탄생의 존재로 지정하시면 되겠죠."

준은 슬그머니 동아줄을 보는 듯했다.

어쨌거나 율리안은 질린다는 듯 탄식했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새로운 무덤까지 나타난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또 대 발굴의 시대가 열리고?"

또 발굴단들의 욕망과 피냄새 가득한 유물전쟁을 보게 되는 것일까.

그러자 주헌이 얄밉게 이죽거렸다.

"글쎄. 지금까지랑은 좀 다를걸?"

"뭐? 그게 무슨 소리..."

말이 무섭게 쿵쿵쿵, 뭔가 솟아오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세상에 전과 같은 무덤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기존의 무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무덤과 유물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새로운 무덤의 경우엔 마제스티 서주헌이 카오스에서 불러낸 유물이라고 임시유물기구는 공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일 오후 2시, 전 세계 정부는 서주헌에 의한 유물사용권 협약을 맺었고...]

[조약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있어온 유물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을...]

[마제스티 서주헌은...]

삑.

유재하는 씩씩거리면서 TV의 전원을 꺼버렸다.

"마제스티고 자시고 망할 놈의 단장."

그는 훌쩍이면서 뭔가를 열심히 복원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옥좌 흘리드스캴브.

핵까지 아주 사정없이 부숴 복원이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뭐 어쩌랴.

'고쳐.'

못 고친다고 하면 뒤질 텐데.

유재하는 엉엉 울면서 옥좌를 만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놈들의 조각들을 모아두지 말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젠장, 고치라고 할 거면 애초에 파괴하지를 말든가...!!! 도대체 왜 파괴한 거야!"

율리안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지만...

"그 자식이 이유를 만들어내면서 파괴할 놈이냐! 그냥 지가 말한 대로 건방지니까 파괴한 거겠지!"

그럴 때였다.

작업실에 들어온 설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단장님은? 어디에 가셨어?"

"어디에 가긴 어디에 가!"

유재하는 확 휴양지의 사진을 쏘아보았다.

한편 짭짤한 바다냄새가 나는 바닷가.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일렁이고 있는 그곳은 이름도, 사람도 없는 무인도였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가장 끝.

바다 쓰레기와 함께 엉켜 있는 뭔가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시체.

그리고 그 앞에 웃으며 나타난 누군가가 있었다.

"새끼가 왜 아직도 이러고 있어?"

그건 다름 아닌 주헌이었다.

"새끼야, 너 성불하라고 기껏 성도 옥좌도 다 파괴해줬잖아."

그랬다.

주헌이 찾아온 건 바로 전대 마제스티였다. 바다에서 떠밀려 온 듯, 쓰레기와 함께 뒤엉켜 있는 건 6개월 전 사라진 바로 그놈이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있는 주헌은 황당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왜 반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딴 곳에 있는 거야?"

틀림없이 반년 동안 바다를 떠돌다가 이곳에 떠밀려온 거겠지만...

"성불 안하고 있으니까, 바다 쓰레기나 되지, 이 멍청아."

그러자 전대 마제스티는 웃었다.

[옥좌와 궁전을 파괴하다니, 제정신이냐. 그 탓에 카오스에나 날아가고. 잘도 거기서 살아나왔구나.]

그 말에 주헌은 히죽 웃었다.

"왜? 난 새삥이 좋다고. 네놈이 쓰고 버린 고물딱지는 흥미 없거든."

그러자 시체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박제가 되어 죽지도 못하고 결국 언노운이 되어 인간도 아니게 된 그였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죽지도 못하고 언노운으로써 계속 살아 갔겠지.

그건 일종의 저주.

하지만 그 지긋지긋한 저주도 주헌으로 인해 해방된 것이었다.

왜?

'그 성은 전대 마제스티의 애착이 담긴 장소였다.'

언노운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언노운의 추억이나 애착이 담긴 장소.

지박령을 제거하듯 장소를 파괴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

즉 주헌은 언노운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성을 부순 것이었다. 전대 마제스티는 지금까지 수천 년을 산 박제로서 살았던 놈. 그대로 내버려두는 건 가혹했으니까.

"넌 이제 자유야. 그런데 왜 안 꺼지는 거야?"

[고맙다.]

"!"

[그 말이 하고 싶어서 널 기다렸다.]

"..."

동시에 주헌이 코웃음을 쳤다.

"꺼져. 하도 까마귀 새끼가 전 주인 새끼 성불 시켜달라고 빼액 빼액 울어대니까 시끄러워서 그런 거니까."

[운 적 없습니다.]

"안 닥쳐?"

주헌은 그냥 묵시 유물로부터 구해주고, 요람을 찾게 해줘서 그만한 답례를 한 것뿐.

"어차피 덕분에 카오스에서 새 유물들도 낼 수 있었으니까 됐어. 옥좌 새끼가 건방지기도 했고."

[아니, 고맙다. 정말로.]

그러자 주헌은 귀를 후비면서 개인 비행기 쪽으로 향했다.

"몰라. 나 간다."

주헌의 어깨에서 자고 있던 동아줄도 전대에게 빠이빠이 몸을 흔들었다.

그럴 때였다.

번쩍!

"!"

전대 마제스티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전대 마제스티의 몸이 파괴되어갑니다.]

물에 젖어 있던 왕의 시체가 완전히 바스라졌다.

그간 시체에 남아있던 마제스티의 힘으로 유지하고 있던 것도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전대 마제스티는 주헌에게 붙어 있는 까마귀를 보면서도 쓰게 웃었다.

[그리고 네겐 정말 미안했다.]

그 마지막 인사에 까마귀가 뚝 눈물을 떨어트렸다.

그와 함께 나타난 아름다운 인간 여자의 모습.

주헌은 그 모습에 드물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엔 까마귀 스스로가 그 모습을 싫어했지만, 과거 그가 아끼고 좋아해주었던 그 모습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네 모습을 보고 가는 구나.]

[이제 편히 쉬십시오. 왕이시여.]

까마귀는 그저 이 순간이 기쁜 듯했다.

사실 까마귀는 이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자신이 섬겼던 왕이 산 박제가 된 순간부터.

그가 편한 안식을 갖게 되는 이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

번쩍!

전대의 몸에서 엄청난 섬광이 일어나면서 마침내 그가 사라졌다.

그럴 때 까마귀가 주헌을 보며 말했다.

[새 왕이시여, 여한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와 다르게 매우 공손한 어조.

그러나 정작 주헌은 똥 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왜 그러시는지?]

"...너 진짜 여자였냐?"

[...?!]

아무래도 까마귀가 여자 모습을 할 땐 여장을 한다고 변태 취급을 했던 모양이었다.

뭐, 까마귀일 때의 목소리와 말투만 들으면 영락없는 아저씨였으니.

그럴 때 뭐가 그리 웃긴지, 전대 마제스티의 웃음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서주헌, 넌 나와는 분명 다른 길을 걸을 것이다.]

"...!"

전대는 앞으로 주헌이 어떤 황제의 길을 선택할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째 희한한 길을 걷게 될 것 같지만, 그 길을 축복해주지.]

"시끄러우니까 유물들은 나한테 맡기고 빨리 꺼지기나 해."

주헌은 퍽퍽 남은 시체를 발로 쳐댔다.

그럴 때 웃던 전대가 뜻밖의 말을 전했다.

[그렇지, 네가 데리고 있는 그 밧줄 아이.]

"?"

[그 아이를 잘 부탁한다.]

"...?!"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려고 했지만, 전대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

[오늘은 G20이 모여 유물 4차 조약을 체결하는 날입니다.]

[전 세계의 정상들이 또 다시 이곳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전 세계의 기업들과 왕족들, 나라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이번일로 유물에 비협조적인 독재국가도 잠식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자, 그러면 서주헌 씨. 이 협약대로 진행하는 것에 동의해주시는 겁니까?"

전 세계의 정상들이 모인 자리.

그리고 사원 위에 부장, 부장 위에 사장이라고.

유물들은 각자 주인을 가지고 있지만 최종보스는 주헌이라고 해야 할까.

어쩔 수 없이 모든 세계정부와 임시유물기구가 주헌의 밑에서 의제를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저기, 서주헌 씨?"

세계 대통령들의 부름에 주헌은 화들짝 놀랐다.

"어, 아, 네네! 그러니까 왕급들을 지정하는 내용이었죠? 예전처럼 독식자 개념이 아니라 그..."

"네? 아, 네. 판도라 때와 같은 왕급이 아니라 그 분야의 선구자, 일종의 가디언 같은 개념이죠."

"그, 그거 좋내요. 그렇게 하죠!"

주헌은 하하 웃었지만 정상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술렁거렸다. 어딘가 수상하다는 눈초리.

그러자 내부 상황을 듣고 있던 단원들이 쌍욕을 날렸다.

"저 바보 단장! 똑바로 안하고 뭐 하는 거야!"

"저 등신!"

그러나 정작 시선을 받는 주헌은 죽을 맛이었다.

왜?

'이 개 같은 단장! 나한테 이런 중요한 자리를 맡기고 또 어디로 간 거야아아아아아아아!'

그랬다.

사실 그는 주헌으로 변해있는 유재하였던 것이다.

'이 빌어먹을 단장놈아아아아아, 떨려 죽겠다고!'

유재하는 속으로 엉엉 울었다.

뭐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긴 했지만.

결국 그는 도망가려고 하는 건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저, 저 잠시 화장...큭!"

그러나 그는 제 옆에 있던 여자 경호원에게 콱 어깨를 붙잡혔다.

"...!"

도망가면 알아서 하라는 맹수의 눈빛.

그녀는 어째서인지 유재하를 졸졸 쫓아다니는 율리안의 동생, 니나였다.

결국 유재하는 깨깽거리며 눈물을 흘렸고, 밖의 단원들은 똥줄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

"단장님, 도대체 어디에...!"

"빨리 찾아야 해요! 아직 회의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괜찮지, 이대로 가면 재하도 커버 못한다구요."

하필 회의가 시작되기 10분 전에 눈치를 채서 급하게 유재하를 세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중요한 자리에 대역을 세웠다는 걸 알면 전 세계가 난리가 나리라.

요즘 새로운 골칫덩어리인 독재국가와 테러단체들이 건수를 잡고 일어서겠지.

"게다가 중간 이후의 행사는 마제스티만 할 수 있잖아."

그래서일까, 단원들은 초조한 듯이 화를 냈다.

"이 자식 어디로 간 거야? 어?"

"모르겠어요. 발할라에도 없는 것 같고...!"

"뭐? 집에도 없다고?!"

유재하를 갈아 넣은 보람이 있는 건지 1년 만에 완공된 발할라 성.

뭐, 성이라고 해도 지금은 으리으리한 현대식 리조트.

아니, 주헌의 집이 되어 있었지만.

아무튼 거기엔 이 세상에서 오직, 마제스티만 앉을 수 있을 옥좌가 있었다.

마제스티가 된 이상, 매일같이(?) 그 옥좌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어야 한다나 뭐라나.

그래야 유물들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이 자식은 허구한 날 옥좌도 비우고 어딜 싸돌아다니는...!"

그런데 그럴 때였다.

부르르.

율리안은 문득 걸려온 전화에 두눈에서 불꽃을 튀겼다.

그리고.

"야! 너 이 새끼, 지금 어디야!"

그러자 전화기에서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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