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화. 도굴왕 (2)
단원들, 그리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 낯익은 얼굴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저, 저건!"
생방송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서주헌! 단원들은 낯익은 주헌의 얼굴에 기겁했다.
약간 그을리고 상처투성이긴 하지만 저 얼굴, 말투.
"단장님!"
"단장!"
"저 녀석이!"
영상을 본 단원들은 주헌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개새끼!"
그들은 주헌을 보자마자 쌍욕을 날리고 있었다.
"저거 진짜 단장 새끼 맞아?"
"저 개 같은 새끼, 진즉에 죽은 거 아니었음?"
"허, 사라졌으면 그냥 그대로 사라지지, 왜 돌아왔대?"
그러자 클로에가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그냥 울든지 웃든지 하나만 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사람 간 떨어지게 하고 있어...!"
"그래, 저 자식이 죽었을 리 없지."
"이씨, 하나도 안 반갑다고. 얼굴 안 봐서 속 시원했구만...!"
뭔가 유재하 만큼은 정말 진심이 담긴 것 같긴 하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단장님이 살아 있어.'
아이린과 설아도 드물게 서로를 끌어안으며 울음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둘의 뽀얀 볼은 기뻐서 상기되어 있었고, 빨갛게 코를 물들인 채 훌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주헌을 그리워하고 있던 김 형사 일가 역시도.
"세상에 우리 주헌이! 살아 있었어!"
휴농 중이던 오승우 일행도.
한때 주헌의 한국 룸메이트도.
그레이브 컴퍼니도 발칵 뒤집혔다.
"사장님, 정말 우리 대표님이 맞다고 합니다!"
"뭐 진짜?"
"정말 주헌이가 맞아요?"
"네 맞아요! 와, 대표가 죽었으니까 주가가 떨어질 거라면서 웃던 놈들만 생각하면 진짜!"
조이도 그제야 반년 만에 웃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전 세계는 주헌의 등장에 까무러치고 있었다.
물론 단원들에게 붙잡혀 있던 정부요원들은 현실을 부정했지만.
"장난해요? 서주헌이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요. 저 영상은 합성...!"
그러자 율리안이 같잖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지금 들리는 이 소리는 뭐지?"
"...!"
요원들은 자신들의 시계에서 울리는 소리에 창백해졌다.
삐삐삐삐-
"참 위급한 경고음 같은데. 과연 누구 때문에 울리는 걸까?"
"...!"
그건 오라를 측정해 유물사용자들의 위험도를 체크하기 위한 기기였다.
쉽게 말해 방사능 측정기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주헌이 나타나는 순간 무섭게 울리기 시작하는 경고음.
[경고. 세계 종말급 수치입니다.]
[현재 유물사용자들 중에서는 대항할 자가 없는 악신급입니다.]
요원들은 당황했다.
"이, 이건...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그딴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인간은 오직 우리 단장새끼 뿐인 거 같은데."
"제, 젠장...!"
동시에 율리안은 급히 움직였다.
"그놈들 잘 포박해두고 있어!"
"부단장님!"
그들은 황급히 작업실 밖으로 나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주헌을 확인하러 갈 거야.'
정말로 본인인지 아닌지.
그리고.
'유물의 왕이 된 주헌을 노리는 놈들도 있겠지!'
척하면 척이었다.
'단장님!'
***
"역시 서주헌입니다, 서주헌이 돌아왔어요!"
도시의 공터 한복판.
거기엔 6개월 만에 등장한 무덤과 서주헌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
"서주헌 확인했습니다. 역시 본인 맞는 것 같습니다."
소식을 듣고 온 요원들도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네. 서주헌이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무덤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다친 곳은 없어 보이나, 몰골이..."
꾀죄죄한 꼴의 주헌은 무덤 앞에서 흙먼지를 툭툭 털고 있었다.
다 찢어진 옷에 머리도 삐죽 삐죽, 떡져 있었지만 그마저도 거지 패션으로 승화하고 있는 서주헌이었다.
요원은 미간을 좁혔다.
"네, 가진 유물은 밧줄 하나 뿐인 것 같습니다. 확실합니다. 다른 유물은... 일단 탐지 되지 않고요."
그들은 6개월 동안 발명한 유물측정기로 주헌을 탐지하고 있었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명령이 떨어졌다.
[좋아, 그럼 마침 유물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작전 실행해!]
[상대가 상대인 만큼 공격은 하지 말고, 도청기와 추적 유물을!]
"...라져!"
요원들은 숨을 죽인 채 유물을 꺼내들었다.
뭔지 몰라도 이건 행운이었다.
갑자기 사용할 수 있게 된 유물.
그리고 마제스티 자리를 노리고 나타난 듯한 사냥꾼들까지.
틀림없이 이건 신의 계시이리라.
그리고 어리석은 사냥꾼들이 먼저 날뛰었다.
"반갑다, 서주헌!"
"?"
"이제 유물도 사용할 수 있겠다, 이제 네놈도...!"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그들이 유물을 주헌 앞에 들이대는 순간!
툭.
돌연 유물이 죽은 척을 시전했다.
"?!"
그뿐이 아니었다.
떼를 지어 하늘로 민족대이동을 하던(?) 유물들은 단체로 바닥에 추락, 물속을 헤엄치던 유물은 죽은 듯 둥둥둥!
[야, 우리 움직이고 있던 거 아님.]
[우, 우리 계속 고물이었던 거임.]
사람들은 이 기괴한 떼죽음(?)에 입을 떡 벌렸다.
의기양양하게 유물을 들이밀었던 사냥꾼들 역시도!
"뭐, 뭐야, 다시 일어나봐! 능력을 쓰라고! 야! 주인이 명령하잖아!"
"야!"
그러나 전 세계의 유물들은 다른 인간들을 개무시했다. 심지어 주인있는 귀속성 유물들까지!
뭐, 그건 당연할지 몰랐다.
'시파 꺼져. 서주헌이 나타났다고!'
'지금 니 새끼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우, 우리 지금까지 계속 이러고 있던 거임.'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주헌은 떼를 지어 죽어있는 유물들을 보며 상큼하게 웃었다.
"일어나 새끼들아. 다 봤거든?"
[....!!!]
땅에 딱 달라붙어 있는 유물들은 바들바들 공포에 떨었다.
"새끼들이 나 없는 동안 쥐죽은 듯이 숨도 쉬지 말고 있으랬더니, 살판이 나서 뛰놀고 있어? 어?"
곧 무섭게 피어오르는 마제스티의 지배력!
이에 전 세계의 유물들은 빼애애액 울부짖었다.
[젠장! 폭군이 나타났다!]
[$#*#$&*!]
[으아아아 잘못했다아아아!]
[제발, 제발 목숨만은!]
아니, 솔직히 유물들도 좀 억울했다.
바로 어제까지도 쥐죽은 듯이 살고 있었는데, 왜 하필 움직이기로 한 날 이놈이 나타날 게 뭐람!
타이밍도 이런 거지 같은 타이밍은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한테도 사정이...!]
[그래, 왕이 나타나지를 않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일단 그 정신줄 놓은 반말부터!"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서주헌의 공포정치가 시작된 것은.
유물이란 종족들이 서주헌이라는 단어를 제일 두려워하게 된 것은.
***
"그래서, 지금까지 어디 가 있었던 건데?"
단원들은 벌써 햄버거를 10개째 냠냠 잘 먹고 있는 주헌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주헌의 유물들은 주헌에게 달라붙어 좋다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뭐, 그동안 어디 갔었던 거냐며 창과 자동차가 얼굴을 비비는 광경은 꽤나 웃겼지만.
특히 구석에서 울부짖는 건 마몬이었다.
[으엉, 으아왕아왕 인간, 정말 우리 인간이다아아!]
어쨌거나 재보들이 전부 돌아오고 주헌의 힘은 더욱 커졌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꾀죄죄한 주헌은 툴툴거렸지만.
"야. 간만에 단장이 돌아왔는데 스테이크도 못 쏘냐? 어? 이 치사한 놈들아."
그러자 율리안이 화를 냈다.
"허, 니가 뭐가 이쁘다고 스테이크를 사줘? 6개월 동안 아무 말 없이 잠수나 타고. 최소한 우리한테만큼은 연락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없어도 니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테스트 해 본 거지. 뭐, 겨우 겨우 합격적은 넘었지만."
"뭐가 어쩌고 저째?!"
"그리고 난 분명 연락 했어."
"뭐?"
주헌은 태연하게 테이블의 편지들을 가리켰다.
그건 '고치랬지.' '뒤질래, 빨리 고쳐.' 따위의 찢겨진 협박문이었다.
"제대로 연락 했잖아. 무슨 문제라도 있나?"
단원들은 뒷목을 잡았다.
이걸 콱!
"됐고! 아무튼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 온 건데!"
"카오스."
"뭐?"
"잠깐 카오스에 끌려갔었어."
그 말에 단원들은 거품을 물었다.
설마설마 하긴 했지만...!
"너 잘도 거기서 살아 나왔구나!"
"근데 카오스에는 왜?"
"왜긴, 미친 카오스 놈이 날 끌고 가서지."
"전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금빛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건 낯익은 얼굴.
단원들은 무릎을 꿇고 나타난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준!"
"이 자식 역시 유물이잖아...!"
"왜 준이...!"
주헌은 설명하기도 귀찮은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아무튼 이놈 때문에 카오스에 갇혀 있었다고."
그러자 준이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카오스에 제 발로 들어가신 건 전하이십니다. 다른 건 다 깨부셔도 옥좌는 그토록 건들면 안된다고 말씀드렸사온데...!"
"옥좌?"
단원들이 의아해 하자 준이 주헌을 나무랐다.
"옥좌는 마제스티 재보 중에서도 최고 권능의 상징. 침입자에게는 용서 없는 주술이 걸린 재보입니다. 바로 카오스로 날아가게끔 되어 있죠. 적들로부터 왕의 권능을 지키기 위해서요. 뭐 전하께선 보통분이 아니시니 그나마 저주가 늦게 온 모양이지만..."
동시에 단원들이 탄식했다.
왜 사라졌나 했더니, 그럼 자업자득으로 날아갔다는 건가!
"야씨. 니가 그거 깨부술 때부터 알아봤다!"
"그러니까 계약 하라니까! 말은 지지리도 안 듣고!"
그러자 주헌이 같잖다는 듯 비웃었다.
"시끄러워. 애초에 그딴 거랑 계약하는 게 미친 짓이지."
"뭐? 왜?"
주헌은 대답 대신 6개월 전 일을 떠올렸다.
6개월 전.
분명 동생인 주원을 구하기 위해 묵시 유물들이 장악한 성.
발할라에 들어설 때였나.
성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주헌은 잠시 멈칫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새로운 젊은 왕이여, 그대를 환영한다.]
틀림없는 유물의 목소리.
그건 옥좌와 성의 목소리였다.
놈들은 성에 들어가려는 주헌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제스티여, 그대는 이제부터 신의 영역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놈들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의 하찮은 인간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비보로도 감히 누리지 못하는 무한한 불사의 힘도 가지게 되겠지. 수천 년도 불사하는 절대적 존재가 되리라.]
[인간 주제에 그 영광을 누리게 되는 것을 기뻐하고 감사하라.]
흘리드스캴브는 인간을 내려다보기 위해 성의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옥좌.
즉, 옥좌와 성은 일심동체였다. 그리고 놈들의 말에 주헌은 같잖다는 듯이 웃었었다.
'유물 새끼 주제에 건방지게.'
그리고 성에 들어가려던 주헌은 그 당시 유재하에게 물었었다.
"그러고 보니 전대 마제스티 놈은 어떻게 됐지?"
"아, 그 시체라면 묵시 유물들이 방해라면서 태평양인가, 아무튼 바다에 던져버렸어요."
"뭐? 옥좌에서 떨어트리려고 해도 안 떨어지던 놈인데?"
"글쎄요. 옥좌 놈이 단장님 쪽을 새로운 왕으로 인식하고 그냥 버려버린 게 아닐까요?"
그리고 현재.
그 이야기를 들은 단원들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설마 옥좌를 파괴했던 이유가...!"
"그래. 건방져서 파괴했어. 유물 새끼 주제에 영광으로 알라니 뭐니."
"...!"
"그리고 불사? 야, 오래 사는 건 좋아. 한 200년? 까짓것 500년 까지는 대충 살아볼만 하겠어. 근데 수천 년? 꺼지라 해. 인간이면 인간답게 적당히 나이 먹으면 뒤져야지."
"...?!"
"애초에 계승? 그건 바꿔 말하면 구닥다리 낡은 거 쓰란 소리 아냐? 그래서 부쉈어. 새 거로 만들라고. 왜. 안 돼? 나빠?"
그 말에 단원들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놈이 진짜...!
"야! 겨우 그딴 이유로 옥좌를 부수고, 결과적으론 카오스로 날아가서 6개월이나 잠수를 탔다는 거냐!"
동시에 준이 킥킥 웃었다.
"뭐 사실은 6개월이 아니라 한 달만에 나오실 수도 있으셨고, 옥좌를 부순 데에도 다른 이유가..."
"뭐? 그게 무슨..."
하지만 이때 말을 가로막듯 주헌이 나섰다.
"그래서 내 성이랑 옥좌는 어딨어?"
주헌은 눈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6개월이나 시간을 줬으면 지금쯤이면 이미 완성..."
"호구 이미 도망갔는데요."
"?!"
방금까지 있던 유재하가 온데간데 없었다.
동시에 멀리서 들려오는 울부짖음!
"안 고쳐, 이 개 같은 썅썅바 새끼야! 너 같으면 그걸 고칠 수 있겠냐! 어?!"
유재하의 소심한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심플하고 화려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SF적인 건 도대체 뭔 디자인인데! 썅! 나 못 해! 안 해에에에에!"
유재하는 다시는 안 돌아올지도 몰랐다.
결국 단원들도 질색하듯 한숨을 쉬었다.
뭐, 단장이 돌아왔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고작 그깟 이유로 옥좌를 부쉈었다니...!"
하지만 유일하게 율리안과 아이린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괜히 주헌이 없는 사이, 도굴단을 향하던 온갖 음모를 다 막아내던 수완가들이 아니었다.
'저놈이 고작 그런 이유로 옥좌를 파괴했을 리가 없는데.'
'준의 말도 신경쓰이고.'
아니나 다를까, 감자튀김을 먹는 주헌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짓말쟁이.]
그 목소리에 주헌이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곧 가볍게 웃었다.
그럴 때였다.
"됐고."
율리안이 돌연 미간을 팍 찌푸리며 주헌을 보았다.
"그래서 뭐야. 저건."
"뭐가?"
"뭐긴!"
율리안은 TV화면을 가리켰다.
거기엔 주헌의 등장과 함께 나타났던 정체불명의 무덤이 있었다.
완전히 처음 보는 종류의 무덤이라며 뉴스에서는 미친 듯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저거 네 짓 맞지? 그리고 저건 평범한 무덤이 아니야."
그러자 주헌은 얄밉게 웃었다.
"오, 역시 알아보겠어?"
율리안은 도대체 주헌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며 뒷목을 잡았다.
"너 진짜 제정신이야?! 아, 설마 한 달이면 나올 수 있었던 카오스에서 6달이나 있다 나온 건...!"
"왜, 왜? 무슨 무덤인데?"
율리안은 빡친 듯이 외쳤다.
"뭐긴 뭐야! 저건 묵시 유물의 무덤이라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