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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81화 (381/409)

381화. 라그나로크 (3)

그 광경에 묵시 유물들은 모두 놀랐다.

그리고 단원들 역시도.

"저건...!"

펜릴의 입을 틀어막은 건 동아줄이었기 때문이다.

주헌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이 아닌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동아줄은 그동안 발휘 못한 힘을 다 발휘하려는 듯, 거칠게 움직였다.

입 안 다물어? 안 다물어?

감히 누굴 잡아먹으려고 하냐는 듯 동아줄은 펜릴의 입을 쥐어틀었다. 화가 났는지 꼬리 부분으로는 철썩철썩 놈의 엉덩이를 쳐대면서.

[크윽!}

펜릴은 동아줄의 억센 힘에 눈을 부릅떴다.

물론 유물들은 기겁했지만.

[저, 저 어린놈이 ...또!]

[묵시 유물 무서운 줄 모르고 나서네...!]

하지만 그들은 동아줄을 무시하던 평소와 다른 반응이었다.

[아냐! 그래도 잘한다!]

유물들은 오히려 환호했다. 동아줄에게 끌려다닌 전적이 있는 아누비스도 흥분했다.

[그래! 그거지! 그 멍멍이 놈의 목을 틀어버려!]

자기 때처럼 아주 개박살을 내라는 듯 아누비스는 포효했다. 유물들도 이번만큼은 드물게 한뜻이 되었다.

심지어 원수들끼리도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그건 당연했다.

묵시 유물은 유물들의 입장에서도 철천지원수 같은 놈들. 같은 유물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뭘 하나. 세상에 종말을 내리고. 아카식레코드를 사용해 자신들의 존재를 지우려는 놈들인데.

[그 새끼 목을 틀어버려! 죽여버리라고!]

[이번만큼은 서주헌을 지켜줘라!]

[하지만 저 늑대는 주신과 상극이잖아...! 레벨이 높다고!]

펜릴은 오딘을 잡아 먹은 괴수. 그 업적 탓인지 묵시 유물들 중에서도 레벨이 높았다.

그런 만큼 펜릴은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감히 어디서!]

쿵!

입이 틀어막힌 펜릴은 이것 놓으라는 듯 아가리를 벌렸다.

쩌억!

[!]

펜릴은 강한 턱의 힘으로  동아줄을 뜯어내려고 했다. 그러자 동아줄이 뜯길 것처럼 뚜둑거렸다.

유물들과 단원들은 깜짝 놀랐다. 묵시 유물들은 뜯겨져 나갈 것 같은 동아줄을 보며 웃었다.

[그래 봐야 족보도 없는 놈이 아니냐!]

[평소 그렇게 족보 타령하는 놈들이 그깟 천한 밧줄 놈을 믿을 정도면 니들도 다 끝났구나! 하하하!]

이땐 펜릴도 웃음을 흘리며 쿵쿵, 주헌에게 달려들었다.

[당장 씹어 먹어주마! 서주헌!]

펜릴은 오히려 이 순간을 노리고 이 왕의 유적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주헌이라면 반드시 이 장소에 올 것이었고, 그는 오딘 유물의 소유자.

최후의 순간에 놈을 저지할 생각으로.

[주의. 오딘의 소유권을 버려야 합니다.]

뒤에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 오딘의 소유권을 버려! 안 그럼 정말 위험해!"

곧 펜릴의 입이 주헌의 머리위에 닥치고, 주헌이 눈살을 찌푸리며 유물을 꺼내려 할 때였다.

[$#*#$&*!]

혼날래?! 혼날래?!

[?!]

뜯겨나갈 것 같았던 동아줄이 빡친듯 콱! 몸을 당겼다.

동시에 펜릴의 거대한 입이 꽉 닫혀버리고.

쭈우욱!

이번엔 펜릴의 목구멍을 틀어 막아버렸다.

졸지에 목이 졸린 펜릴은 커헉 커헉 눈알이 터져 나올 듯, 숨 막혀왔다. 그와 함께 괴물 늑대가 균형을 잃었다.

동시에 동아줄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고, 늑대를 묶는 동아줄의 힘이 더욱 단단해졌다.

늑대는 이거 놓으라며, 몸부림을 쳤지만 동아줄은 화가 난 듯했다.

곧 늑대를 묶은 밧줄은 거대한 펜릴을 허공으로 집어 던지고, 펜릴은 포효했다.

ㄱ리고 그럴 때였다.

[#*$&*!]

여기야! 여기로 매다 꽂으라고!

언제 튀어나온 건지, 궁닐가 꼿꼿이 창날을 세운 채 씰룩거리고 있었다.

동시에 허공에 내 던져진 펜릴은 기겁했다.

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리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마아안해에!]

하지만.

동아줄이 눈을 번쩍이며 궁니르가 있는 곳으로 늑대를 내려 꽂았다.

쿵!

그와 함께 펜릴의 아가리가 정확하게 궁니르가 있는 곳에 찍혔다. 날카로운 창날은 정확하게 늑대의 턱에서 아가리를 뚫고 솟아올랐다.

실로 정확하기 짝이 없는 명중률!

주변에 순식간에 피가 쏟아졌다. 아가리가 뚫린 펜릴은 치를 떨었다.

[이노으미이!]

펜릴이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발로 궁니르와 동아줄을 파괴하려 할 때였다.

[#$*$&*!]

앉아 해! 앉아!

동아줄은 펜릴의 목을 콱콱 조르며 질질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펜릴은 게거품을 물면서 동아줄에게 사정없이 끌려갔다.

묵시 유물들은 그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 지금 저게 무슨...!]

아누비스는 꼴 좋다며 캭캭캭 웃어댔다.

[그래! 니들도 당해봐라! 저건 신급인 이 몸도 죽을 뻔한 거란 말이다!]

고작 노친네 잡아먹은 늑대 놈이 어디서!

미친 듯한 아누비스의 외침에 묵시 유물들은 치를 떨었다.

[고작해야 SS급 유물들이...!]

그리고 그럴 때였다.

"이제 알았으면."

[...!]

"비켜, 새끼들아!"

주헌의 사나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뉴스룸의 앵커 김도한입니다.]

대부분의 도시가 묵시 유물의 피해를 받고 있었지만, 아직 침략되지 않은 도시도 있었다.

대피소에 숨은 사람들은 덜덜 떨면서 라디오나 그나마 통신이 끊기지 않은 TV를 시청했다.

사람들은 언제 끊길지 모르는 초조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소식을 전해받았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겨 있는 상황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이 상황을 보십시오. 주요도시가 파괴되고, 전 세계는 마치 종말이 온 듯한 모습입니다.]

불타오르는 도시들, 불길에 완전히 삼켜버린 잿빛 하늘.

메마르고 퀘퀘한 연기가 뿌옇게 산소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고 싶어도 도로는 끊기고, 항공편은 끊겼으며 해로도 괴수들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세상은 종말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세상에 나타난 재앙 유물들은 왕급 사용자들도 손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뭐, 유물은 인간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지만, 놈들의 등장과 함께 인간의 멸망도 예고되어 있는 지도 몰랐다.

유물과 함께 나타난 유물 증후군. 그리고 유물로 인한 의도된 전쟁. 기근. 세상은 확실하게 망조의 길을 걷고 있었다.

유물들을 확실하게 휘어잡을 수 있는 왕. 마제스티가 없는 이상.

[군대도... 믿고 있던 유물 사용자들도 저들에게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지금 사람들은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왜?

[저기! 도시를 점령한 괴물 유물들이 하늘의 문을 통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흥분에 가득 찬 리포터가 파르르 손을 떨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촬영을 하고 있는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건 카오스의 문의 모습이었다.

[저 문이 보이십니까! 전 세계에 나타난 저 문이 세계에 나타난 괴물들을 모두 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식에 의하면 저 문을 열어낸 것이 서주헌이라고 합니다!]

"...!"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서주헌. 죽은 게 아니었구나...!"

그들은 울음을 참는 기색이었다. 그나마 이번 시간선에서 일반인들에게도 유물이 보급되었기 때문일까.

각자가 유물을 사용해서 묵시 유물들로부터 몸을 지키고 있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한계.

잔챙이들이라면 모를까. 바깥에 있는 최상급 미친놈들까지는 무리였다. 죽음을 각오했었던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의 빛으로 보인 것이다.

어쩌면 이 지옥 같은 종말의 상황에서 살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희망을 본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싸워라! 아직 살 수 있다!"

"좀만 버텨!"

"서주헌이라면 저놈들을 제압할 수 있다!"

***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처럼 묵시 유물들은 주헌에게 맥도 못 추고 있었다.

"새끼들아. 빨리 원래 있던 곳으로 꺼지라니까!"

신의 성, 발할라.

옥좌로 향하는 주헌은 감히 누구 길을 막느냐는 듯, 가로막고 있는 놈들을 뻥뻥 걷어차고 있었다.

덕분에 걷어차인 유물들은 카오스의 힘에 빨려들어갔다.

[커허어억!]

[안 돼!]

놈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카오스에 끌려갔다.

그렇게 카오스는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하며 묵시 유물들을 쓸어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버둥을 치는 묵시 유물들 탓에 부서지는 건물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만세! 놈들이 사라지고 있어!"

"서주헌, 역시 최고다!"

전 세계 사람들은 그저 살았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그리고 주헌이 옥좌로 향했다.

주헌의 위치에서는 옥좌의 뒷자리가 보였다.

옥좌는 창가 쪽을 향해 돌아서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저놈이!]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슬금슬금 빠져나가려는 그림자가 있었다.

'하. 여기서 걸리면 오해를 사겠지.'

살그머니 빠져나가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권혁수!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주헌이 용서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이때였다.

"큭?!"

권혁수는 뭔가에 낚아채여 주헌의 앞에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멱살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주헌의 까마귀 오라. 곧 주헌과 마주친 권혁수는 하하 웃었다.

"자네. 돌아왔나?"

주헌은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영감이 우리 똥돼지 데리고 갔다고? 어?"

"아 역시. 이런 오해 살 줄 알았다니까."

권혁수는 열심히 말했다.

"이봐, 자네가 없는 동안 일부 지역은 100년 세월 폭탄을 맞았다고."

아무래도 2100년도 신문이 있더니, 진짜로 시간 유물이 발동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유물은 10Km 반경으로 세월의 흐름을 다르게 했다나 뭐라나.

"아무리 나라도 100년짜리 세월폭탄을 직격으로 맞으면 바로 죽어. 보통 유물도 아니고 SSS급이라니, 어이구. 지렸지 뭐야."

"그래서 그 시간 유물한테 사바사바해서 우리 똥돼지랑 맞바꾸셨다?"

주헌의 우드득거리는 주먹에 권혁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

"오해야 오해! 난 오히려 자네 동생을 구해준거야. 시간을 끌어준 거라고! 내 협상이 아니었으면 자네 동생은 그 자리에서 박제로 변해서 끌려왔을 걸?"

"오호."

"난 자네가 돌아올 걸 알았어. 애초에 난 누구보다도 자네가 마제스티가 되는 걸 바라는 사람이야. 어?"

"그래, 잘 알지."

동시에 권혁수가 커헉 비명을 질렀다.

닥치라는 듯 까마귀가 권혁수를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권혁수는 억울한 듯 외쳤다.

"잠깐! 주헌아! 진짜야! 난 주원이를 지킨 거라고! 너한테 잘 보여야하는데 내가 왜 그러겠어!"

'뭐. 거짓말 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조이의 주변에 흐르던 오라가 있었다.

나름대로 권혁수가 묵시 유물들로부터 조이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건 거짓이 아니니라.

그래서 주헌은 까마귀가 삼켜버린 권혁수를 꺼내주려고 했지만...

"이봐, 주헌아! 네 아버지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낳아준 은혜가 ...! 커헝!"

괘씸해서 그냥 도로 박아버렸다.

그렇게 주헌이 옥좌에 다가가 손을 얹었다.

[현재 상태에서 옥좌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이 발할라의 성을 지배하에 둘 수 있습니다.]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제스티를 뵙습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유령 같은 시종들과 병사들.

그리고 여러 대신들이 줄을 지어 나타났다.

잠시 동안 괴물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현재 이 성은 과거로 회귀한 상태.

과거 마제스티를 따르던 위대한 군신들과 시종들.

그들이 주헌을 맞이했다.

왕으로서.

그걸 본 단원들은 얼굴이 밝아졌다.

"성이 단장을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어서 그 옥좌와 계약하면 돼요!"

남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콰직!

"!"

옥좌에 앉을 줄 알았던 주헌이 난데없이 옥좌를 박살 낸 것이다. 그것도 핵 자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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