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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73화 (373/409)

373화. 마지막 재보 (1)

"진심이냐, 이거?!"

주헌은 메모지를 보며 충격에 빠진 듯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의 표정을 보고 도리어 다른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

"다, 단장님?"

"뭐야. 도대체 뭘 봤는데 그래요?"

그러나 메모지를 보는 주헌의 손이 떨렸다.

그건 당연했다.

'이 버러지 같은 흉물들!'

그랬다. 메모지에 그려진 것은 다름 아닌 변강쇠와 옹녀 유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헌은 다리까지 풀렸다.

아니 하다하다 여기서까지 이것들을 보게 될 줄이야!

"악!"

주헌은 드물게 현실을 부정했지만, 어떻게 봐도 메모지에 그려진 건 정말로 그 흉물들이 맞았다.

물론, 그리기도 혐오스러운 듯, 대충 휘갈겨 그리긴 했지만 괜히 화가가 아니리라.

대충 그린 것임에도 일반인보다는 디테일이 살아 있어 굳이 느끼고 싶지 않은 양감까지 느낄 지경이었다.

결국 주헌은 입에서 불을 뿜었다.

"야씨, 이딴 게 내 요람... 아니, 너 누구한테 뭘 판 거야!"

그러나 유재하는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왜! 내가 뭘! 파산왕도 전설 속의 마제스티 재보라니까 흥미를 가졌다고!"

"그래서 이걸 사갔다고?"

"음, 뭐... 지금쯤 위장이 풀렸을지도?"

주헌은 머리를 책상에 박았다.

어쩌면 경악한 아이린이 버리거나 박살을 낼 지도 몰랐다.

'젠장. 내 재보가...!'

그러나 곧 주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딴 놈들은 파괴하는 게 낫지."

하지만 그 말에 유재하가 얄밉게 히죽거렸다.

"언제는 마제스티의 재보인가 뭔가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안 가지러 가면 손해일 텐데... 커헉!"

유재하는 또 얻어맞았다. 그리고 주헌은 심각한 얼굴로 책상 위의 유물들을 보았다.

물건은 대충 6개 정도.

모두 캐비닛에 있었다는 물건이었다.

주헌은 옆에서 제 눈치를 보는 준을 보았다.

"정말 캐비닛 청소할 때 있었던 물건은 이게 다라는 거지?"

"네."

준의 말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 유물들 중에서는 요람으로 보이는 유물이 하나도 없었다.

메시지도 그걸 증명했다.

[이 중에서는 요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사라진 흉물 쪽이 요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안다고 이놈아.

그런데 왜 하필 그 흉물들이냐고.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였더라. 진채원이 자신의 호텔에 쳐들어왔을 때였나. 당시 변강쇠와 옹녀급(?) 주제에 총수급 유물을 보내버렸던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마제스티의 요람은 유물의 생명을 만드는 유물.'

그리고 생명의 창조라고 하면...

"..."

뭔가를 떠올린 주헌은 또 머리를 쾅쾅 박아댔다.

확실히 신화 속 신들의 기원만 봐도 대부분이 남녀의 할일로 이루어지기 마련.

그래도 그렇지!

'마제스티의 요람은 재보들 중에서도 가장 급이 높은 유물이라고 들었는데!'

비보와는 별개로 말이다.

그런데 그딴 것들이?

'하응, 하응, 나리. 저희를 버리고 가지 말아주십쇼.'

'나리 나리! 헉헉!'

"..."

주헌은 메모지를 북북 찢었다. 그리고 현실을 부정했다.

"우연이야. 우연이라고. 그딴 것들이 내 재보일 리가 없어."

애초에 자신이 이곳으로 넘어온 이유는 요람이 저쪽 세계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일 변강쇠와 옹녀였다면, 자신이 이미 눈치를 챘지. 못 챘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일단 아이린에게 확인을 하러 가야 하나.'

주헌은 좌절했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쿵쿵쿵!

"서 부장! 그러지 말고 우리 이야기를 좀 들어보라니까!"

"이러면 자네만 곤란해지는 거야!"

사무실 밖은 아주 난리가 나 있었다.

TKBM의 직원들은 이런 일은 난생 처음 겪는 듯,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져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몰려온 사람들 중에는 다른 부서의 부장들도 있었지만 임원 등 중책을 맡은 인물들까지. 심지어 주헌을 욕한 지원팀 직원들까지 와 주헌에게 용서를 빌고, 살살 달래고 있었다.

일개 직원 하나 때문에 그들이 모여든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리라.

뭐, 아무리 연락해도 개무시하고 있으니 귀하신 걸음 하신 것도 당연할지 몰랐지만.

"서, 서 부장? 팀원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니, 자세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거야!"

"그래! 권 회장님도 말씀하셨네! 금고에서 빼간 물건은 가져가도 좋다고! 이쯤이면 파격적인 조건 아닌가?"

그러자 주헌이 쾅, 발로 문을 걷어차면서 말했다.

"뭐래. 그 물건은 이미 내 거고!"

"?!"

"딜을 하려면 TKBM 지분쯤은 다 내놓으셔야지. 어디서!"

그 충격적인 조건에 모두가 경악했다.

사무실 안에 있던 단원들도 너무 놀라 어버버 거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비키라며 사람들을 뻥뻥 걷어찼다.

"알았으면 길막하지 말고 비켜 새끼들아. 회장놈한테는 또 목 따이기 전에 지분이나 내놓으라고 하고."

"잠...!"

"그럼 난 바빠서 이만!"

사람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

그 무렵, 주헌이 원래 있던 시간선은 난리가 나 있었다.

"꺄아아악! 저게 뭐야!"

"살려줘!"

판도라가 사라지고 곳곳에 나타난 묵시 유물들.

묵시 유물들은 세상에 재앙을 뿌리고 있었다.

쿵쿵!

"저 뱀은 뭐야!"

"저 늑대는 뭐냐고!"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세계를 삼키는 뱀부터 시작해서, 신을 잡아먹은 늑대. 최후의 심판에 나오는 아마겟돈과 소돔과 고모라 등 다양한 재앙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묵시 유물들은 늦든 빠르든 이 세계에 나타났을 유물들.

원래는 판도라가 핵무기처럼 이용할 유물들이었지만, 사실 놈들은 결코 인간 따위가 제어할 수 있는 유물들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놈들은 신이 나서 여기저기를 파괴하고 있었다.

쾅! 쾅! 쾅!

그야말로 세계의 멸망을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커헉, 살려줘. 허억!"

그 시작은 가볍게 바이러스 유물들이었다.

아예 인간들을 멸종시키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끔찍한 바이러스 유물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세상에, 이건 흑사병!"

놈들은 묵시 유물들이 부리는 하위 유물들.

까마귀 가면을 쓴 역병 의사들이 도시에 퍼져나갔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몸이 검게 썩어가거나, 온몸에서 피를 쏟거나, 옆 사람을 물어뜯는 등 괴이한 증세를 보였다. 그렇게 도시가 순식간에 마비되고, 국가가 마비되고 있었다.

[인간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이제부터 역사를 새로 쓸 것이다!]

묵시 유물들은 신화 속 재앙 유물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역사 속에 존재했지만, 승자의 기록에 의해 지워진 놈들. 사람들에 의해 잊힌 놈들.

그런 놈들이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류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주헌의 단원들과 홀튼가 사람들이 힘을 발휘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저 인간들이 방해다!]

"어디서!"

주헌의 단원들은 비보를 총 발휘해 도시를  방어했다.

아직까지는 묵시 유물들을 막을 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저놈들은 인간을 죽일 생각이 없어.'

그야 당연했다.

[어서 서주헌의 동생 놈을 찾아라!]

놈들은 조이를 찾고 있었으니까.

허수아비로 삼을 수 없는 주헌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만만한 조이를 마제스티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놈들은 유물들을 풀어 인간들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있었다.

[어서 그 동생놈을 찾고, 서주헌의 몸에서 아카식레코드를 뽑아내!]

[모든 유물을 없애고 역사를 새로 쓰게 하라!]

단원들은 놈들을 막고 있었지만, 사실 오래 못 버틸 것도 알았다.

왜?

"저놈들은 마제스티급만 다룰 수 있는 놈들이야."

그걸 본인들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서주헌 놈은 이곳으로 못 돌아온다.]

[어서 서주헌 놈의 동생을 내놓아라.]

***

한편 그때.

차 안에 숨어있던 조이가 움찔했다.

뒤통수가 따끔한 게, 창밖으로 묵시 유물들이 눈을 번득이고 있었던 것이다.

놈들은 조이를 찾기 위한 탐색자들.

놈들은 슬레이프니르 안으로 꿈틀거리는 혀를 들이밀었다. 혀는 조이를 탐색하려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

꽤나 혐오스러운 광경.

"이놈들이...!"

곧 조이가 유물을 쳐내려고 했지만 그때였다.

'힘을 쓰면 절대 안 돼. 알았지?'

멈칫.

율리안이 진지하게 당부한 것이 떠올랐다.

곧 조이는 할 수 없이 옆에 있는 유재하를 붙잡았다.

"재하 오빠."

물론 주헌의 지배력 못지않은 미친 친화력을 쓰면 확실히 순간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놈들이 널 알아차릴 거야.'

지금도 유재하가 모습을 바꿔줘서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능력을 쓰면 안 돼.'

그래서일까.

"저기요, 재하 오빠. 이놈들 좀 처리해봐요, 네?"

제 호위로 붙은 유재하를 두들겼다.

하지만 유재하는 반응이 없었다.

곧 조이가 이상한 듯 돌아봤지만...

"?!"

정작 보디가드라는 놈이 의자로 변신해 숨어있었다!

조이는 기가 막혔는지 거품을 물었다.

"잠...! 야! 너만 그렇게 숨기냐?! 이씨! 나도 의자로 변신시켜줘! 어?!"

그러나 유재하는 기절한 듯 대답이 없었다.

결국 빡친 조이가 주헌이 준 호신용 칼 유물을 뽑아 들고.

푹!

의자로 변한 유재하를 콕 찍었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

"아이고! 얌마! 그리 찌르면 아이고!"

유재하는 들킨다며, 그렇게 찌르지 말라며 외쳤다.

"이런 씨! 주원이 네가 저놈들 시선을 끌고 있으라고!"

"?!"

이거 보디가드 맞아?!

황당해진 조이는 눈을 번득이며 의자를 콕콕콕콕 찍어댔다.

"이게 지만 살려고! 어, 어?! 치사하게!"

"아악, 그만 그마안!"

결국 변신이 풀린 유재하는 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순간!

[네놈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구나.]

[그 여자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코앞에 닥친 묵시 유물을 보며 기겁을 했다.

"아아악! 나 전투 전문 아니야. 꺼져 이놈들아!"

그리고 유재하는 되는대로 공격 유물을 썼다. 그래 보여도 왕급!

당연히 상급 공격 유물을 발동할 수 있었지만...

뭐 하냐, 이 바보야! 바보야!

친화력이 높은 탓인지 공격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씨!"

동시에 묵시 유물은 둘이 가진 공격 유물을 박살내고.

[하하, 이게 웬 떡이냐. 둘 다 왕급이니 아주 귀한 음식이로구나.]

[배도 고픈데 네놈들부터 먹어야겠다!]

늑대 형상의 묵시 유물은 큰 입을 쩌억 벌렸다.

이에 호구력 쌍쌍은 서로를 얼싸안고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이때였다.

[잠깐! 큰일이야! 서주헌이!]

[뭐? 왜!]

호출을 받은 건지, 묵시 유물들이 움찔거렸다. 조이와 유재하는 겁에 질린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빨리 소집하래!]

[알았어, 그럼 이 귀한 놈들만 먹고...]

[급해!]

[칫!]

그렇게 놈들이 휙 사라지자 조이는 안도하며 쓰러졌다.

"다행이다. 주헌이가 깨어난 건가...!"

그렇게 말하며 조이가 유재하를 바라볼 때였다.

"이제 안심해도 ...엥?"

유재하가 어떤 유물을 꼼지락거리며 만지고 있었다.

"그 유물들은 뭐예요?"

"아, 이거? 텔레포트 유물."

조이는 눈을 깜박거렸다.

"어어? 잠깐, 다른 단원분들은요? 놓고 가도 돼요?"

"괜찮아, 나 대신 네가 남으면 되니까."

"?!"

"자 그럼 안녕...!"

"가긴 어딜 가!"

뻐억!

유재하는 차 안으로 들어온 율리안의 주먹에 기절하고 말았다.

"하여간 이제 좀 사람 됐나 했더니, 무섭다고 또 옛 버릇 나오지? 어?"

"#$#$*&*&!"

유재하는 사정없이 얻어맞았다.

이때 율리안을 본 조이가 황급히 물었다.

"공명 오빠! 묵시 유물들이 주헌이 이야기를 하던데, 주헌이는요? 깨어났어요?"

"아, 그게...!"

그리고 그 시각.

주헌에게 몰려든 묵시 유물들은 치를 떨고 있었다.

주헌은 분명 정신이 날아가 시체처럼 쓰러져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자신들을 붙잡아 기겁하긴 했지만, 더 놀랄만한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젠장, 이놈이 움직이잖아!]

그랬다.

묵시 유물들을 콱 붙잡은 주헌은 이제 아예 일어서 있었다.

[이 자식, 설마 정신이 돌아온 거야?]

[아니야. 정신은 아직 거기에 갇혀 있다고!]

그러나 주헌의 몸에서 나오는 마제스티의 지배력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느껴지는 낯익은 오라.

[이건.]

누군가가 그 오라의 정체를 깨달았다.

[확실해. 이건 요람의 기운이다!]

[뭐?!]

그들은 망했다는 듯 충격에 빠졌다.

[그럼 설마 그 요람이... 지금 서주헌이 있는 곳에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젠장, 전대 놈이...!]

요람은 유물을 창조하지만 그와 동시에 유물을 소멸시키는 유물이었다. 마치 우주라고 해야 하나. 별이 탄생하지만 동시에 소멸하는 곳.

요람은 모든 유물을 만들어내고, 또 무로 만들어버리는 거대한 혼돈. 침묵 그 자체였으니까.

당연히 묵시유물들도 그곳으로 돌아가면 소멸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프로메테우스가 목숨을 걸고 주헌을 감옥 채로 보내려고 했던 곳도 그곳이었고 말이다.

그랬기에 묵시 유물들은 주헌을 보며 덜덜 떨었다.

이건 주헌이 요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불가능할 현상.

그렇다는 건...

[저놈이 지금 요람과 접촉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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