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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71화 (371/409)

371화. 내가 왔다 (2)

"그러니까 회장님. 이 유물로 말할 것 같으면 특별히 SS급 무덤에서 발굴해온 겁니다."

"정말입니까?"

"그럼요. 회장님께서도 저희 특수 발굴부서에 대해서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 그럼 알다마다요! TKBM의 그림자 부대, 그 도굴단에 대한 악명... 아니, 아니, 실력은 유명하죠. 어느 발굴단도 못 따라온다고..."

그 말에 서른 중반의 남자가 매끄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헤어는 댄디하고 멋스럽게 스타일링.

깔끔한 와이셔츠에 넥타이와 구두.

입고 있는 깔끔한 그레이 수트는 아주 비싼 물건.

지적으로 보이게 하는 안경.

사기꾼을 하기에 딱 걸맞은 호감형 외모까지.

그는 바로 회귀하기 전, 주헌도 골 때렸던 그 사기왕이었다.

사기왕은 다른 경쟁사들, 경쟁국들에 잠입해 기술로 유물을 빼돌리든가,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물건을 빼돌렸다.

그리고 평소엔 회사를 위한 사기를 쳤지만 이렇게 사적으로 움직일 때도 분명 있었다.

"그럼 이 거래, 진행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그러자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눈알을 굴렸다.

유재하는 현존하는 15명의 왕급들 중에서도 영향력은 상당한 편. 하지만 괜히 현상금 금액이 높은 게 아니다.

'위험한 인물이란 소린데.'

'게다가 사기꾼이라잖아.'

결국 그들이 쑥덕거렸다.

그러자 유재하는 환하게 웃었다.

"싫으시면 그냥 가져갑니다."

유재하가 미련 없이 일어나자 회장이 당황했다.

"아, 아니네! 그게 아니라! 어떻게 그런 좋은 물건을 자네가 가져올 수 있느냐는 거지."

그 말에 유재하는 간악하게 웃었다.

"회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전 그 서주헌과 같은 팀입니다. 팀원으로서 물건에 손을 댈 일도 많구요."

"오오."

"권 회장님께 보내겠다는 거, VIP 고객님들이 떠올라서 가져온 겁니다. 지난 번 일의 사례도 할 겸."

회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유재하는 침을 흘리는 회장들에게 쐐기를 박았다.

"무려 SS급 유물입니다. 요즘 같은 때엔 신급은커녕 A급도 구하기 힘든 거 아시죠?"

그러자 주변에서 술렁거렸다.

유재하는 얄밉게 웃었다.

"천하의 미국도 최근에 신급 구하기 힘들어서 난리일 텐데, 전쟁왕과 파산왕한테 점수를 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만..."

"아, 알았네! 사지!"

"대신 비밀은 엄수해주게!"

그들은 우르르 계약서를 가지러 갔다.

그 모습에 유재하는 씨익 웃었다.

'오예. 한 건 낙찰.'

순식간에 떼돈을 벌게 된 그는 유물을 보며 낄낄거렸다.

'역시 병신이어도 단장새끼는 단장새끼야.'

유재하는 빼돌린 주헌의 유물을 보고 군침을 삼켰다.

그랬다. 유물이 나타나고 약 10년.

여전지 A급 유물 이상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위험한 무덤에서만 나오니 왕급 발굴단도 지지부진한 상황.

그마저도 주헌이 이끄는 도굴단에게 죄다 빼앗기는 판국이고.

어디 그뿐인가.

'최근 나오는 SS급 무덤들은 아마 단장새끼만 클리어할 수 있을 걸.'

그래서 요즘엔 TKBM의 주가만 쭉쭉 올라가는 판국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재주는 원숭이가 부리고 돈은 약장수가 챙기는 걸.'

도굴단은 양지에 나오면 안 되는 부서였다.

그래서일까, 뼈 빠져라 물건을 캐와봤자 공은 다른 팀에게 빼앗기는 것이다.

그렇게 유물들은 모두 권 회장에게 보내졌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 유물도 그렇게 보내져야 했지만...

'아, 이건 가져도 된대. 인센티브 대신.'

가뭄에 콩 나듯, 하자품들은 주헌이 가질 수 있었다.

이를테면 리스크가 너무 큰 유물들이라든가.

B, C급 정도 유물.

대충 그런 것들.

그래도 주헌은 그런 거라고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렇게 단장의 캐비닛에 넣었던 물건 중에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미친, 저건 SS급이잖아.'

리스크가 심해서 그런 건지, 권 회장이 사용방법을 몰라서 그냥 가지라 던져준 건지.

어쨌거나 유재하의 눈이 바로 돌아갔다.

'감정사 말로는 전설로 전해지는 마제스티 재보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그래서 청소하다가 유물을 깨부순 척했다.

물론 주헌도 빡쳐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었으니까.

'알았어. 이미 일어난 일인데 할 수 없지. 고칠 수도 없는 걸.'

'아 진짜 진짜 미안! 이거 내가 버리고, 나중에 더 좋은 걸로 채워줄게. 응?'

'알았어. 꼭 채워놔. 약속했어. 아끼던 것들이란 말이야.'

나중에 좋은 걸 채워놓기는 개뿔.

'내가 그걸 왜 채워놓냐. 등신. 캬캬캬캬.'

그렇게 유재하는 당당하게 유물을 빼돌리게 된 것이다.

어쨌든 그런 걸 눈에 보이는 곳에 놓은 사람 잘못이라며 유재하가 느긋하게 와인을 마실 때였다.

띠링.

유재하는 문득 날아온 메시지에 눈살을 찌푸렸다.

[호구새끼 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저거 정말 단장한테 보고 안 해도 돼?"

건물 옥상.

단은 망원경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주변 탐색 중 망원경에 잡힌 것은 다름 아닌 유재하.

"저거 얼마 전에 깨부순 단장 유물들 아니야? 저걸 저렇게 팔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옆에 누워있던 일리야가 콜록콜록 기침했다.

"냅둬. 알게 뭐야."

30대 중반의 일리야 볼고프.

유물증후군 탓인지, 훨씬 야위어있었고 수시로 천식에 가까운 마른기침을 하고 있었다.

"보고해봤자 단장은 호구잖아. 칫, 사기왕한테도 싫은 소리도 못하고."

그랬다.

정작 주헌이 답답한 성격이었던 것이다.

회사 사람들에게 호구 취급을 당해도, 사기왕이 온갖 사고를 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봉도 이런 봉은 없지.'

그래서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이었다.

"TKBM의 부동의 1위가 된 것도 다 단장 덕분인데. 왜 바보같이 아무 말 못하지? 성깔도 더러운 편이면서. 콜록 콜록."

물론 단은 그 이유를 모르지도 않았다.

'약이랑 우리들 때문이시지.'

그가 꺵판을 쳤다간, 그 부하들까지 해를 입게 될 테니까. 하물며 유재하.

사기왕은 다른 단원들이랑 좀 달랐다.

그는 권 회장 직속의 복원사.

완전한 주헌의 부하라기보단, 권 회장의 사람이기 때문에 싫은 소리도 참는 편이었던 것이다.

비유하자면 팀 내에 회장 아들새끼가 들어온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일까.

유재하를 싫어하는 일리야였지만 금방 체념한 듯했다.

"입만 아프지 뭐. 보나마나 이번에도 대충 넘어갈 텐데."

하지만 대충 넘어가기는 개뿔.

문자를 받은 유재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호구새끼 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좋은 말로 할 때 튀어 와라.]

"?"

다시 확인해봐도 주헌의 번호였다.

그래서 이상했다.

'그 바보가 이런 걸 보낸다고?'

"뭐야. 쎈 척하면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겁도 없이 문자를 씹었다.

그러더니 그는 회장들과 식사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경고했다. 뒤지기 싫으면 씹을 생각하지 말고.]

"...?"

유재하는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그러나 주헌이라는 걸 깨달은 그는 같잖다는 듯이 수신차단을 했다.

오히려 그가 신경 쓸 것은 하나였다.

"자자, 그 전에 대금 처리는 여기로..."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씹으면 뒤진다고 했지."

"?!"

음산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그리고 유재하는 깜짝 놀랐다.

언제 나타난 건지, 주헌이 바로 제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던 것이다.

***

그리고 비슷한 시각.

주헌이 마제스티가 된 시간선에서는 난리가 나 있었다.

[뭐야, 전대 놈이 같잖은 수를 썼어!]

[놈이 무(無)의 세계가 아니라 다른 시간선으로 넘어갔다고!]

[쫓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다시 빼올까?]

하지만 다른 묵시 유물들이 비웃었다.

[아니, 사실 어디로 가든 상관없긴 하지.]

[하긴. 그곳에서의 서주헌은 상당히 당하기 쉬운 놈이라고 들었다.]

[!]

[시공 유물에게 전해라. 서주헌은 그냥 그곳에 두라고. 어떻게 보면 회귀를 한 놈에게 딱 맞는 벌 같지 않느냐.]

그들은 웃었다.

과거로 돌아와 업적을 이룬 놈.

다시 절망적인 과거로 돌아가 죽으리라.

[그래 봐야 똑같이 호구같이 굴려지다가 결국 권 회장에게 죽을 거야.]

[그래. 어차피 서주헌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알았으면 순순히 서주원. 서주헌의 동생을 데려오게 할까.]

그들은 조이를 노리고 있었다. 주헌은 마제스티로 삼자니 지나치게 꺼려지고.

그나마 친화력이 높은 조이를 써먹으려는 것이다.

그들은 박살이 난 전대 마제스티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30년 전. 영혼을 쪼개는 꼼수를 써서 탈출했겠지만 소용없다.]

[네놈의 환생체들도 결국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그러자 전대는 눈살을 찌푸렸다.

곧 묵시 유물들이 유유히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계획을 진행하자.]

[그래, 서주헌이 완전히 죽기 전에 동생 놈을 잡아오고 새로운 마제스티로 탄생시키는 거야.]

[그 뒤에 이 세상을 한 번 멸망시킨다.]

그런데 이때였다.

콱!

[!]

묵시 유물들이 움직이려는 순간, 쓰러져있던 주헌이 한 묵시 유물의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 주헌의 몸에서 엄청난 마제스티의 지배력이 돌기 시작했다. 이에 묵시 유물들은 깜짝 놀랐다.

[뭐야. 분명 정신이 날아갔을 텐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한편 총무지원팀에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설아와 클로에가 있었다.

"지금 뭐라고요?"

숱한 발굴팀이 발굴 보수를 받아가는 이 시간.

"그러니까, 댁들 특수발굴팀한테는 줄 물건이 없다니까요."

정작 도굴단인 설아와 클로에는 지원팀에게 문전박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설아가 탕 책상을 쳤다.

"아니 우리한테 와야 할 보수품이 왜 다른 팀에 넘어갔느냐니까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인 둘은 유물증후군 탓에 안색이 안 좋았다.

고운 피부도 거칠거칠했고, 아파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미모가 어디 가는 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빛깔 좋은 이들보다도 훨씬 눈에 띌 정도.

예쁘지, 실력 좋지. 덕분에 다른 팀에서도 둘을 탐내며 빼가려고 했지만, 둘은 꿋꿋하게 주헌의 옆에 있었다.

"다시 확인해주시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인데."

그러자 지원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발굴3팀이 이번에 대규모 무덤의 발굴을 성공을 해서요. 거기에 지원 200%를 해주라는 윗선의 말이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들 특수발굴팀은 실적 0. 성과제인 거 몰라요?"

그러자 설아는 뒷목을 잡았다.

"실적이 제로라니, 아 어이없어. 발굴3팀이 실패한 무덤들 우리가 다 커버해줬잖아! 게다가 뭐? 대규모 발굴 성공이라니 그래 봐야 그런 B급 초짜 무덤에서...! 우리는 SS급에서 유물을 캐왔거든? 근데!"

"아 뭐래. 기록이 없잖아요. 기록이. 아니면 설아 씨랑 클로에 씨가 서비스 좀 할래?"

지원팀 남자가 이죽거리자, 결국 빡친 설아가 책상을 걷어차려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알았어요. 그러면 남는 물건이라도 좋으니까...!"

"어머나. 미안해라. 어쩌지? 남는 물건들은 이미 우리한테 지급되는 걸로 처리되어서."

"뭐가 어...!"

그때였다.

"그럼 니들 꺼 내놓으면 그만 아냐?"

"?!"

쾅!

안에 있던 이들은 모두 경악했다.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서주헌?"

뒤이어 뭔가가 날아왔다.

쿵!

곧 지원팀의 책상에 던져진 것은 다름 아닌 유재하! 심지어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유, 유재하!"

그랬다.

피떡이 된 유재하가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뭐, 뭐야 사기왕이 왜 피떡이 되어서!"

"미, 미쳤어? 어떻게 회장님 직속 복원사를...!"

심지어 실이 된 동아줄이 유재하를 교살(?) 중이었다. 때릴 수 없으니 특기를 바꾼 모양이었다.

"꺄악! 저러다가 사기왕이 정말 죽겠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다가와 책상을 걷어찼다.

"시끄럽고. 이놈하고 짝짝꿍해서 나눠가진 내 인센티브 다시 토해내."

"뭐, 뭐라고요?"

"그리고 3팀으로 넘어간 우리 보수품들. 좋은 말로 할 때 도로 가져오시고."

"허, 야. 서주헌. 네 주제를 알아야...으악!"

동시에 소동이 일어나자 지원팀은 바로 상층부에 연락을 했다.

"네네, 서주헌이 갑자기 난동을... 꺄악!"

주헌은 전화를 빼앗아갔다.

전화기 내부에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러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상기시켜! 치유 유물 필요 없느냐고 하라고!]

"응 필요 없어. 옛다, 사표. 됐지?"

사표라는 말에 상대가 어지간히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건 당연했다. 주헌을 개처럼 부려먹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TKBM이 이렇게 성장한 건 그의 영향이 컸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바로 말이 고와졌다.

[아, 아니 잠깐... 야! 서주헌... 아, 아니 서 부장? 잠깐만...!]

곧 주헌은 자신들을 욕한 지원팀을 보며 방긋 웃었다.

"아, 치료비는 신 부장한테 달라고 해. 퇴직금 대신이라고."

"뭐, 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뻐억 남자를 날려버렸다.

"꺄아아악!"

"서, 서주헌! 서주헌이 미쳤다!"

주헌은 웃었다.

묵시 유물들이야 지금쯤 자신이 멘붕에 빠졌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거 개꿀이잖아.'

조건 달성 등, 이 시대에만 있던 유물이라는 것도 있었다.

"분명 TKBM에는 시공도 건널 수 있는 신급 보따리 유물도 있었지."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TKBM의 유물 금고로 향했다.

쓰러진 유재하의 다리를 한손으로 질질 끌고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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