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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66화 (366/409)

366화. 왕관을 차지하는 자 (3)

쨍강!

수천 년을 까마귀를 옭아맸던 사슬이 박살이 났다.

그 사슬들이 툭툭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까마귀는 눈을 크게 떴고.

"이제 넌 자유다."

주헌은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뒤흔들리는 무덤. 사납게 터져 나오는 엄청난 섬광.

마치 핵폭탄이 작렬하는 듯한 힘에 간수들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아니, 힘도 힘이지만 당황했기 때문이리라.

[봉인, 봉인이 풀렸다!]

[어떻게 저 봉인이!]

저건 무려 수천 년 동안 포악한 까마귀 놈을 봉인하고 있던 유물이었다. 게다가 신급 유물들도 그걸 풀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풀어?

[저건 수장께서 직접 가져오신 봉인 유물인데?]

바로 고르디우스의 매듭 유물이었다.

흔히 해결이 불가능한 매듭이라고 불리는 그 설화 속의 밧줄.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하여 숱한 도전자가 있었지만, 실패.

알렉산더대왕이 단칼에 밧줄을 끊어내며 문제를 해결했던 바로 그.

얼핏 신급들은 그걸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전혀 달랐다. 괜히 해결 불가능한 매듭이라 불리는 밧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저게 봉인구로써 강력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

'신급들도 절대로 풀 수 없게끔 만들어진 매듭.'

버프능력이 있는 전대 마제스티에게 그렇게 강화하라 했던 거니까. 그런데!

[설마 인간의 지배력에는 쉽게 파괴되게끔 한 거냐!]

[이런 미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인간의 강한 파괴력(지배력) 뿐.

즉, 후대의 인간만이 까마귀를 차지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전대 외에는 끊을 수 없도록 일부러 장치를 해둔 건지.

어쨌거나 유물들이 치를 떨었다.

호구 같은 전대에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착각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마치 '유물들이여. 네놈들의 분수를 알아라.' 그렇게 충고하는 듯한.

[젠장, 전대 놈...!]

그러나 곧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수장이 중요한 밧줄을 검증도 없이 그냥 사용할 리도 없었다.

즉, 저 밧줄을 박살 낸 서주헌이 괴상한 것이었다.

[저 인간이...!]

하지만 그들은 지금 그딴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그 증거로 해방된 까마귀가 수천 년 만에 날개를 활짝 펴보였다.

[!]

여기저기 자해의 흔적으로 가득하지만 힘찬 날개.

그 날개에서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강한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단순히 날개짓을 한 것뿐임에도 불구하고,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오라가 상당했다.

그건 흡사 태풍!

콰광!

몇몇 간수들은 바로 튕겨져 나가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까마귀는 정말로 자유가 된 것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 증거로 까마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환희, 또는 비통.

그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순간을 바라왔던가.

'왕.'

까마귀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마제스티를 죽여라!]

[건방진 인간왕을 죽여라!]

노예는 그렇게 죽었다.

옥좌에서 산채로 박제가 된 채, 그렇게 죽었다.

그리고 노예가 중얼거리던 마지막 말도 듣지 못한 채, 자신은 감옥에 갇혀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다못해 그 노예가 의자에서 내려와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리고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하지만 혼자서 가능할까?

그 생각에 미친 순간, 타이밍 좋게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주헌은 유유히 비웃고 있었다.

똥 새대가리. 이리 안 와?

그렇게 말하는 듯한 낯익은 미소에 까마귀는 전율마저 느꼈다.

"이리와. 특별히 계약해주지."

흡사 개새끼를 부르는 듯한 손짓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설령 전대와 닮지 않았어도 자신은 주헌을 택했겠지.

동시에 날아오른 까마귀가 하늘로 뻗은 주헌의 손에 내려앉았다. 그 광경에 간수들은 정말 당황했다.

[본체가 인간과 접촉했다!]

하물며 다른 인간도 아니고 하필이면 서주헌한테!

이건 재앙 수준이었다.

[젠장! 상급 간수들은 멀었... 커헉!]

동아줄은 주인님 방해하지 말라며 열심히 놈들을 쥐어틀었다.

주인님은 지금 좀 바쁘니까 얌전히 있어! 있어!

아무래도 사극을 보며 새로운 쥐어틀기(?)를 배운 모양이었다. 곧 이어지는 동아줄의 고문 관절꺾기!

[커허어억!]

[이 밧줄 놈, 이거 놓으라고! 저놈들이 계약하려고 한다고!]

이때 대감옥이 무참하게 뒤흔들렸다.

그리고 속히 모습을 드러내는 상급 간수들.

쿵! 쿵!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그들은 사납게 지면을 뚫고, 벽을 뚫고, 소환되어 나타났다.

[감히 우리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계약을 하려 하다니, 가소롭구나!]

나타난 유물 중에는 무한의 상징, 우로보로스 뱀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요한계시록의 파괴용이 나타나는 등, 고위급 유물들이 총 등장했다.

모두 까마귀를 처넣고 관리하던 간수들.

그러나 주헌이 같잖다는 듯, 소리 높여 웃었다.

허락은 개뿔이.

"유물 새끼들이 주제를 알아야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번쩍,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

"이 무덤의 까마귀는 내 것이다."

권 회장이 언노운을 소환하고 다급하게 대감옥 안으로 들어간 찰나였다.

'틀림없어, 까마귀는 이쪽이다.'

시간이 없었다.

왕급이 된 서주헌의 부하들 때문에 시간을 너무 오래 끌고 말았다. 그나마 멀린이 보내준 언노운이 있어서 망정이었지.

솔직히 왕급이 된 놈들은 권 회장에게 아주 껄끄러웠다.

'그래도 서주헌의 언노운은 까다로울 거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큭!"

권 회장은 단원들이 딸려 보낸 일격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 끈질긴 것들이!'

어디 그뿐이랴.

그는 따라 들어온 아이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동시에 박살 나기 시작하는 권 회장의 유물.

'안에 얼마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결국 회장이 버럭 화를 냈다.

아주 같잖다는 표정이었다.

"거참 과거 때처럼 얌전히 나서지 말고 살 것이지,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때랑 지금이랑은 달라요."

곧 훌쩍 다가온 아이린은 유물이 기생한 손으로 권 회장의 몸을 만지려고 했다.

권 회장의 정복 유물을 직접 파괴하려는 심산이었다. 아무래도 파산의 오라보다 직접 손을 대는 게 효과가 큰 만큼.

하지만 이를 모를 권 회장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쾅!

대감옥의 안쪽에서 강렬한 빛이 솟아나왔다.

그건 까마귀의 포악한 기운.

그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건 설마!'

마침내 대감옥에서 터져 나오는 계약의 빛.

그 터져 나오는 빛에 간수들은 경기를 일으켰다.

보통의 계약과는 차원이 다른 오라 반응이었다.

그리고 유물들은 그 오라의 반응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았다.

'마제스티의 탄생!'

그랬다.

이건 비보전쟁의 승자.

최후의 1인이 마제스티의 왕관을 정식으로 소유하게 될 때 터져 나오는 섬광이었다.

그 광경이 지금 펼쳐진 것이다.

새로운 마제스티가 탄생하려는 광경이!

[안 돼!]

당황한 간수들이 계약하기 전에 주헌을 삼키려고 했다.

하지만.

쾅!

흉흉한 오라가 뿜어지며 간수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자, 잠깐! 아아아악!]

그 전과는 차원이 다른 비명 소리였다.

전이야 몰라도 지금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

그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까마귀가 해방됐다!]

[포식의 힘이다!]

삼족오는 태양 속에 살고 있는 새로, 인간세계와 하늘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짐승.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왕권을 상징하면서도 용을 잡아먹는 특성이 있었다.

그 결과 가지게 된 막강한 포식 능력!

유물들은 으레 그 힘을 두려워했었다.

왜?

물론 단순한 비보 시절일 때는 그렇게 경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놈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란 걸 깨달았던 건 주신을 삼키기 시작했을 때.

'놈은 주신급들도 삼켰다! 힘을 숨기고 있었어!'

재보로 승격했기 때문일까.

까마귀는 강했다.

그래서 고작 분신체일 때도 그만한 능력을 발휘했던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분신체가 아니었다.

무려 본체!

실제로 본체와 계약이 끝난 듯, 주헌의 쇄골에서 사라졌던 계약의 문신이 다시 나타나 있었다.

[마제스티의 왕관과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사라졌던 스킬과 능력들이 다시 돌아옵니다.]

[마제스티의 정식 권능을 획득했습니다.]

[<유물의 왕>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지배력, 친화력, 적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지금까지 얻은 모든 칭호들이 그대로 권능으로 귀속 됩니다.]

[이제부터 모든 재보들의 힘을 100%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사라졌던 그리운 메시지 창까지.

그리고 주헌이 걸어나왔다.

원래도 강했지만, 공포심마저 느끼게 된 주헌의 지배력.

간수들은 꼿꼿이 굳은 채 그저 몸을 떨었다.

유물을 지배하는 왕의 오라는 유물들이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꼿꼿하게 서 있는 건 놈이 하찮은 인간이기에.

그야말로 일말의 자존심과 망설임.

그 광경에 주헌의 어깨에 내려앉은 까마귀가 눈살을 찌푸렸다.

[새로운 왕이시다. 어디서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냐.]

[...!]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했다.

간수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려 했다.

하지만.

"아냐, 필요 없어."

이에 간수들이 움찔거리고, 주헌은 살벌하게 이빨을 드러냈다.

"얼굴이 안보이면 잘라내기 힘들거든."

[?!]

곧 까마귀의 오라가 일반 간수들은 물론, 상급 간수들의 목을 쳐냈다.

콱! 콰직!

[커허어억! 잠깐!]

[아아악!]

간수들의 목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가고, 찢어발겨졌다. 이에 당황한 상급 간수들이 힘을 사용하려 했지만...

[...!]

힘을 쓰긴 개뿔.

상급 간수들의 힘까지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집어 삼켜버렸다.

마치 불길이 타오르다가 진공에 삼켜진 느낌.

[허억...!]

'설마 이렇게까지 까마귀의 힘을 다룰 줄이야...!'

상급 간수들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자신들의 힘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마치 너희들이 뭘 하려는 지 아주 잘 안다는 듯한 능력 사용 방법.

어디 그뿐인가.

쉬이이익!

한때 까마귀를 고문하고, 감옥에 처넣었던 간수들은 사정없이 찢어발겨졌다.

[아아악!]

심지어 공포에 떨어야 하는 건 이곳에 온 간수들뿐이 아니었다.

분신체 때야 고작해야 근방의 유물을 냠냠 집어 먹는 수준이었지만 글쎄.

본체가 오라를 뻗치는 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본체의 오라가 뻗치는 범위는 무려 전 세계에 뻗은 대감옥 전체!

즉, 대감옥 모든 간수들이 까마귀의 포식 범위!

마음만 먹으면 대륙을 아우르고도 남을 정도.

두렵지 않은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이, 일단 나가야 한다...!]

[어서!]

[아예 이 감옥 밖으로 나가야해!]

[감옥 밖도 위험해! 가려면 아예 다른 차원으로 가야 한다!]

그들은 알았다.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조리 놈에게 흡수당할 것을!

그리고 이게 놈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만큼 마제스티의 힘은 굉장히 위험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망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섬뜩한 붉은 눈이 그들을 반겼다.

그리고 그 무렵.

권 회장은 다급해졌다.

확실했다.

이건 까마귀의 기운! 심지어 세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느꼈을 힘!

내심 당황한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이린을 뿌리쳤다.

"천한 계집 같으니라고. 과거 독식자였던 구성원이 고작 남자에게 반해서! 대의도 잊은 거냐!"

"...!"

이에 비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의는 개뿔이!"

"크윽!"

권 회장의 얼굴을 날려버린 것은 다름 아닌 설아였다.

설아는 권 회장 주제에 아이린에게 개소리를 지껄이는 게 혐오스러운 모양이었다.

"지는 유물에 미쳐서 부하들에 친구들까지 유물로 만든 주제에."

"그게 뭐가 잘못됐지? 그리고 그게 그렇게 억울했나?"

그는 코웃음을 쳤다.

"오히려 너희들을 죽인 건 사기왕이 아니냐!"

"...!"

"그리고 그 후에. 난 너희를 태우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써준 것뿐인데.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유물로라도 살아 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설아가 이를 뿌득이며 뭐라 하려할 때였다.

"그럼 나도 고맙다는 말을 하게끔 만들어볼까."

"...?!"

낯익은 목소리가 감옥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근처에서 들린 게 아니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다름 아닌 대감옥 깊숙한 곳.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이린! 설아야! 빨리 나와요!"

다급하게 울려 퍼지는 율리안의 목소리.

마침내 그들이 대감옥을 빠져나왔을 때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

콰광!

흉흉한 오라가 대감옥 자체를 휘감았다.

그야말로 감옥 전체를 포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에 갇혀 있던 죄수들과 간수들을 한꺼번에 가져가려는 듯. 그리고 세상에서 대감옥의 존재를 말살하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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