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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64화 (364/409)

364화. 왕관을 차지하는 자 (1)

[그 정도야 쉽지.]

곧 거인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어딘가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미미르의 목은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주절거려주는 유물. 이 감옥에 오래 있었던 만큼, 필시 까마귀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원래라면 말로만 주절거릴 놈이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번쩍!

눈에서 뿜어낸 초록 레이저빔은 친히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빛이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오딘의 감옥. 정확히는 그 옆의 작은 구멍이었다.

[저쪽이 지름길이다.]

"좋았어."

주헌이 치우의 가면을 쓰자 유물들이 황급히 움직였다.

[안 돼! 절대로 그쪽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오딘이 가장 질색했다.

[어딜 가느냐! 내 보물을 내놓아라, 이 도둑놈아!]

어디 그뿐이랴.

[저 인간이 마제스티가 되면, 틀림없이 라그나로크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오딘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신. 그는 성큼성큼 주헌에게 걸어왔다.

[너는 절대 까마귀를 못 얻을 것이다. 그 기회는 네가 싫어하는 그 남자에게 주도록 하지.]

곧 오딘이 어떤 주술을 쓰려고 하자, 주헌이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해볼 테면 해보든가!"

곧 검은 돌풍으로 변한 주헌은 순식간에 북유럽 유물들을 스쳐지나갔다.

콰가가가각!

[아아아악!]

뒤이어 오딘을 습격했다.

[크윽!]

오딘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지시했다.

[뭘 하고 있느냐!]

그 지시에 반응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망치. 토르의 망치, 묠니르!

곧 토르가 신의 망치로 벼락을 불러냈지만...

콰지직!

"얼씨구, 간지럽다 간지러워."

[?!]

정작 번개를 맞은 주헌이 멀쩡했다.

"이딴 건 공명이한테 하도 많이 맞아봐서 익숙하거든?"

[!]

도대체 뭔 짓을 하다가 맞아본 건지.

주헌은 인드라도 커버하는 피뢰침 유물을 휙 던지며 묠니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콰광!

[아아아아악!]

주헌은 두말하지 않고 묠니르를 파괴했다.

동시에 주헌은 묠리느에 거친 지배력을 실었다.

쾅!

괜히 네임드급 유물이 아닌 듯, 저항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감옥에서 약해져있으니 망정이지.

번개 탓에 손이 다 탈 정도로 망치는 뜨거웠고, 그 무게는 엄청났다. 무게야 당연할지 몰랐다.

원래부터 묠니르는 주인 외에는 들 수도 없는 철 덩어리로 유명한 만큼.

하지만 번개에 타들어가는 건 신의 몸으로 만들어주는 치우의 능력으로 커버 가능. 무게는 뭐, 주인만 바뀌면 그만 아닌가.

"하하! 궁니르도 뺴앗았는데, 묠니르라고 못할까!"

아니나 다를까.

번쩍!

주헌은 당당하게 묠니르를 집어 들었다. 토르는 정말 당황한 것 같았다.

[잠깐, 안 돼!]

"자, 일단 거슬리는 놈들부터!"

주헌은 크게 웃으면서 묠니르를 내리쳤다.

콰과광!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번개는 북유럽 유물들을 펑펑펑 파괴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꺄아아악!]

[커허억!]

유물들이 터져나가자 동아줄이 재빨리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눈을 반짝이며 파괴된 유물들을 싹싹 끌어모았다.

어딜 가! 어딜 가!

물론 조각이 된 상태로도 질질 도망가려는 놈이 있었지만...

쾅쾅쾅쾅!

[아아아악!]

동아줄은 조각들을 내리쳐 아예 빻아댔다.

그걸로도 모자라 아주 갈아댔다.

[크아아아! 우린 분필이 아니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동아줄은 곱게 갈린 가루를 싹싹 유리병에 담았다. 그렇게 가방에 하나하나 턱턱 넣었다.

유물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며, 그렇게 밀가루로 만들면 복원도 안 된다며 울었지만 글쎄.

괜찮아! 우리 복원사가 복원해줄 거야! 해줄 거야!

복원해줄 사람은 죽어도 생각도 않는(?) 그들이었다. 어쨌거나 동아줄은 유물이 담긴 가방을 머리에 이고 주헌에게 쪼르르 기어왔다.

주헌은 잘했다며 가방을 받았다.

"자 그럼."

곧 이어 그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지배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손바닥 위에서 형체를 드러내는 낯익은 창!

빛의 선이 창의 형태를 그리더니, 마침내 궁니르가 나타났다.

[!]

궁니르는 씩씩거리고 있었다.

나 아직 그 여자 못 찔렀어! 못 찔렀다고오오!

빨리 다시 가서 엉덩이를 찌르고 와야 한다고 하자 주헌이 웃었다.

"오냐, 다시 보내주마. 그 전에!"

주헌이 사납게 웃으며 창을 내던졌다.

쉬익!

"물건은 돌려주마, 짜샤!"

마침내 창의 머리가 향한 곳은 오딘이었다.

***

주술을 쓰고 있던 오딘은 깜짝 놀랐다.

[저놈이!]

설마하니 자신의 무기로 자신을 찍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오딘은 간악하게 웃었다.

[그것은 내 무기다. 오히려 돌려준 다니 고맙구나!]

오딘은 자신 있게 무기를 멈춰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콰직!

궁니르는 정확하게 오딘의 핵을 찔렀다.

[커헉...!]

순간 오딘의 오라가 크게 뒤흔들렸다.

궁니르는 오딘의 핵을 찌르고 좋아했다.

찔렀다! 찔렀어!

요즘 들어 계속 빗맞히거나 주헌 때문에 멈춰 세워지니, 여러모로 욕구불만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럴 때였다.

[궁니르, 이놈이... 주인도 못 알아보고!]

오딘이 눈을 부릅뜨며 궁니르를 붙잡았지만, 궁니르는 도리어 화를 냈다.

너 내 주인 아니야! 꺼져!

[크흐윽!]

궁니르는 전 주인을 무참하게 찔러냈다.

그리고 그 사이 주헌이 웃으면서 검은 안개로 변했다.

그는 곧장 미미르의 목이 가리킨 쪽으로 향했다.

오딘을 굴복시키는 것보다 까마귀를 만나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궁니르에게 찔리고 있던 오딘은 괴로워하면서 눈을 부릅떴다.

[빨리... 어서!]

그리고 그 무렵, 대감옥 밖에서는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잠깐, 이거 권태중 회장 아니에요?"

가장 먼저 이변을 발견한 건 아이린이었다.

그랬다.

대감옥으로 통하는 입구 앞.

그 도시 한복판에 치가 떨리는 인물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TV광경으로 이를 확인한 아이린은 바로 주헌에게 연락했지만, 무덤 안인지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연락한 것은 단원들.

단원들은 그녀의 연락을 받고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 회장이 나타났다고? 그거 정말 본인 맞아요? 게다가 목까지 붙어있다고?"

"이상하네. 그 노친네, 분명 단장님이 저승에 목잘라둔 채 쳐박아놨을 텐데."

그뿐이 아니었다.

"저거 포교왕이잖아! 자기 용병들까지 끌고 왔어...!"

그들은 경악했다.

전생의 사황 중 한 명이 왜 이곳에. 하지만 더 경악스러운 광경은 따로 있었다.

주헌이 드루이드의 탑을 빠져나갈 때 함께 나왔던 설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루이...!"

권 회장이 루이 마틴을 데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룹 통화 중, 루이가 나타났다는 말에 유재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새삼 걔는 왜 데리고 있대. 이 상황에서 그림이라도 그리게 하려고?]

별로 도움이 되는 게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이린은 그게 아니라고 했다.

"아니에요, 재하 씨. 저 아이라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네?]

급하게 차에 올라탄 아이린은 진지했다.

그녀는 두 사황을 막기 위해 이동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죽었을 거란 말에 아이린도 루이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저 아이라면 마제스티의 키 복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단원들은 모두 놀랐다.

그리고 율리안이 말했다.

[어, 그 아이가 유물이란 건 알아요.]

율리안은 혹시 몰라 루이를 파괴하려고 했지만, 보통의 방법으로는 도통 파괴되지 않았던 유물.

[단장한테도 말했지만 S급 정도 유물로... 하지만 그런 능력까지는...]

재보를 복제할 수 있는 건 사실 과거 사기왕 유재하 정도였다.

그러자 아이린이 그게 아니라는 듯, 급하게 외쳤다.

"저 아이는 바로 그... 유재하 씨로 만들었던 언노운이에요! 사기왕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요!"

[?!]

[!]

단원들은 경악했다.

물론 일리야의 조사 결과, 자신들이 언노운이 되었다는 말은 듣긴 했어도...

[미친!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듣지 못했어!]

[와, 그래서 유전자 결과가 일치했던 거야? 아니 어쩐지 그 검사지, 뭔가 이상하긴 했는데...!]

[아니! 애초에 미래에 있을 애가 왜 여기에 있는데?]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유재하는 아주 넋을 잃은 것 같았다.

"저기 재하 씨? 재하 씨!"

[젠장!]

바로 정신을 차린 유재하도 어디론가 가는 것 같았다.

아이린이 혹시나 싶어 물었다.

"재하 씨, 혹시 재하 씨도 마제스티 키 만들 수 있어요? 그러니까..."

루이도 그걸 만들 수 있느냐는 의미였다.

그러자 유재하가 얼떨떨한 듯 답했다.

[...네! 지금은 실물이 없으니까 100% 완전품은 아니더라도... 30%짜리 짝퉁 상상품은 가능해요!]

"그럼...!"

[아무튼 그리고 갈 테니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청난 굉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아이린이 타고 있던 차가 끼익 멈췄다.

"!"

그 충격에 머리를 박았지만, 아이린은 창밖부터 살폈다.

그리고.

'감옥의 문이 열렸어!'

***

아이린은 당황스러워했다.

감옥 입구 앞에 서 있는 건 포교왕과 권 회장.

그런데 권 회장 쪽이 뭔가를 들고 있었다.

그건 주헌이 가지고 있는 마제스티의 반지로 보였지만...

'어딘가 어설퍼.'

틀림없이 루이가 만들어낸 마제스티 키 짝퉁이리라. 그리고 정작 그걸 만들어낸 장본인은 거의 파괴되어가며 죽어가고 있었다.

"헉...허억!"

권 회장은 루이의 머리를 짓밟으며 웃었다.

"그래도 정말 끝까지 쓸모가 많았다. 사기왕. 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녀석이야."

"이 개 같은 노친네가...!"

그랬다.

과거 도굴단으로 언노운을 만든 건 다름 아닌 권 회장 본인. 당연히 그 기능과 사용방법까지도 유일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는 게 그였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탓인지, 루이는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것도 권 회장에게는 상관없었다.

왜?

유물의 힘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것.

그거면 만들 수 있으니까.

비록 유물이 완전 파괴되긴 하지만, 그따위 것 상관없으리라. 그 증거로 권 회장의 눈은 번득이고 있었다.

"이걸로 나도 키를 얻었다. 서주헌...! 까마귀를 얻으러 갈 수 있어!"

권 회장은 제 목에서 뚝뚝 흐르는 피를 막으며 고통을 참는 듯 했다.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무덤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쾅!

"!"

권 회장은 물론, 포교왕의 군대가 가진 유물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아이린!

그 모습에 포교왕과 권 회장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경악했다. 과거, 파산왕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능력은 리스크 외에도 본인에게 무담이 많이 가기 때문에 현생에서는 주헌이 잘 못 쓰게 한 것 같지만...

"그 이상 들어가면 알죠?"

"!"

과거엔 그녀의 능력을 펑펑 써먹으며 그녀를 죽였던 자신들이 아니었던가.

그뿐이 아니었다.

"하여간, 저 노친네 진짜 끈질겨."

"저 변태 노친네."

주헌의 단원들이 모두 그 앞에 모였다.

일리야가 악마로 단원들을 불러놓은 덕분이었다.

그 광경에 권 회장은 괴로워하면서도 사납게 웃었다.

"이게 누구야.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단장과 함께 죽은 놈들이 아니더냐."

그러자 단원들이 섬뜩하게 웃었다.

"이제는 당신이 죽을 차례지."

***

대감옥의 아주 깊숙한 곳.

그곳에 유배되어 있던 까마귀가 뭔가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반응을 한 건, 까마귀뿐이 아니었다.

[이 기운은...!]

그들은 곧장 이쪽으로 닥쳐오는 흉흉한 지배력에 바짝 경계했다.

이미 까마귀의 무덤에는 상급 간수들부터, 모든 간수들이 총동원된 참이었다. 마제스티가 탄생하는 걸 막기 위해.

하지만.

쾅!

천장의 구멍을 통해서 검은 안개가 쏟아졌다.

마침내 낯익은 귀신의 투구에 간수들은 흠칫 놀라고.

[왔다! 놈이 왔어!]

[...!]

까마귀는 눈을 크게 떴다.

검은 안개가 모여들며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자태. 곧 이어 드러나는 번득이는 눈빛.

"내 거에서 다 떨어져, 새끼들아."

그건 실로 그리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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