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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62화 (362/409)

362화. 까마귀는 안 돼! (2)

[드디어 왔구나]

그곳에는 검은 새가 있었다.

그건 틀림없는 까마귀. 하지만 까마귀는 돌연 눈을 번득이며 주헌을 노렸다.

[이 앞으로는 절대 보낼 수 없다.]

'!'

그랬다.

그 까마귀는 자신이 찾던 까마귀가 아니었던 것이다.

모습이 좀 달랐다.

동시에 주헌의 주변에서 뭔가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건 툼글리프 문자 같지만 다른 문자.

'룬 문자.'

그리고 이때였다.

쉬이익!

룬 문자가 번쩍이면서 주헌의 시야도 바뀌었다.

"...!"

눈을 뜨자 나타난 낯선 감옥.

그리고...

[왔구나.]

낯선 목소리였다.

주헌은 바로 경계했다.

'저놈은.'

놈은 간수 놈들보다 다른 의미로 껄끄러울지 모르는 유물이었다.

왜?

수많은 까마귀를 뒤로 한 채 앉아 있는 건 챙모자를 눌러쓴 노인.

틀림없었다.

'오딘.'

그랬다.

눈 앞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북유럽 신화의 주신급.

오딘이었던 것이다.

허름한 망토에 챙이 넓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는 고압적인 노인이었다.

감옥에 있는 주제에 다른 유물들과는 달리 상당한 오라를 내뿜고 있는 유물.

그리고 노인은 주헌을 보자마자 고압적으로 웃었다.

[서주헌, 널 꼭 보고 싶었다.]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헌은 가볍게 이죽거렸다.

놈은 귀하디 귀한 특등급 유물.

당연히 반갑긴 했지만...

"이쪽으로 오면 까마귀한테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난 그놈한테 볼일이 있는 건데."

그러자 노인은 한쪽 밖에 없는 눈을 번득였다.

[네놈이 탄 안개는 함정으로 통하는 안개였다. 그대로 갔으면 간수들한테 잡아먹혔을걸.]

그 말에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안개에서 느껴지던 묘한 기운은 그거였나.'

안개에서는 까마귀의 기운도 느껴졌지만, 동시에 묘한 불쾌감도 느껴졌다.

아마 주헌이 아니면 못 느꼈을 기운.

주헌은 썩어들어가는 제 손을 보았다.

까마귀의 힘이 사라져 내성 스킬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분명 상급간수들의 기운이다.'

죄다 신급이상.

게다가 이건 과거시절. 자신들이 그 무덤에서 힘 한 번 못 쓰고 무참하게 죽어나갔던 그 힘.

'확실히 이대로 가는 건 좀 위험하군.'

그 표정을 읽은 건지 오딘이 입꼬리를 올렸다.

[놈들은 까마귀의 기운으로 네놈을 유인하려는 거다.]

"!"

[괜히 그 까마귀를 가둬놓고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마제스티라도 거기선 힘을 잃기 마련이지. 그 구역에서 버틸 수 있는 건 이 몸뿐인걸?]

그 말에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내가 죽을까봐 이쪽으로 불러낸 건가? 유물 주제에 갸륵하신데."

[아니.]

"!"

오딘은 눈을 번득였다.

[훔쳐간 물건을 받으려고 불렀다! 이 고얀 놈!]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쾅, 감옥이 부서지고 말았다.

콰과과광!

주헌은 여유롭게 피했지만,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당연했다.

"뭐야, 너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어?"

그랬다.

오딘은 가로막고 있던 창살을 뚫고 당당하게 빠져나온 것이었다. 다른 죄인들이라면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할 일.

"혹시 까마귀 무덤에서 버틸 수 있다고 자만하는 거랑 연관이 있나?"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오딘은 몹시 화를 냈다.

[딴 말 말고, 어서 내 물건들을 내놔라, 요 고얀 것!]

쾅!

주헌은 치우의 안개로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말했다.

"아아 니 물건? 궁니르하고 슬레이프니르 말하는 거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딘의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알면 당장 내놔라!]

쾅!

오딘은 실로 빡친 모양이었다.

오죽하면 주술의 신답게, 룬문자를 총동원해 주헌을 죽이려고 할까.

하지만 그건 당연할지 몰랐다.

'궁니르나 슬레이프니르나 주인에게 돌아가려고 낑낑거렸으니까.'

오딘하고 꽤 유착관계가 깊은 것이겠지.

하물며 슬레이프니르 쪽은...

'분명 호구 놈이 사기를 쳐서 빼돌려왔다고 했고.'

아니나 다를까, 오딘은 이를 갈았다.

[인간왕 따위가 나의 옥좌를 가져간 건 참았다. 프로메테우스 따위가 나의 창을 빼앗아간 것도 참았다. 그런데 이제는 웬 거지같은 사기꾼이 애마까지 들고 튀어?!]

아주 유재하를 죽일 기세였다.

[그놈의 주인이 너라는 것도 안다. 연대 책임을 지고 어서 물건을 내놔라!}

그러자 이 구역에 있던 다른 북유럽 유물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어서 아버지의 부하를 돌려줘!]

[사기를 쳐서 빼돌리다니, 이 짐승 같은 놈!]

"뭐 사기 당해서 안 되긴 했는데, 미안. 동정할 생각은 없다."

[뭐?]

"지금부터 더 빼앗아갈 거거든!"

주헌은 사납게 웃으면서 치우의 안개를 펼쳤다.

***

쾅! 쾅!

유물들은 비명을 질렀다.

주헌에게 터져나가는 유물들 중에는 거인도 있었고, 아주 유명한 망치도 있었다.

주헌은 몹시 신 나 보였지만, 정작 그들은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저 고얀 놈이, 지금 주신의 보물을 더 노리겠다고?]

"그래! 창하고 말 따위로 내 성이 차겠냐! 오딘이라면 신급 중에서도 아이템 부자로 소문난 놈인데!"

[이게 미쳐 돌았군!]

오딘은 분노하며 오라를 뿜어댔다.

괜히 주신급이 아닌지, 그 힘이 여느 신급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쿵!

실제로 주헌이 가지고 있는 세 멍멍이 유물들이 신음을 흘렸다. 멍멍이들도 상당한 네임드급이라서 버티는 것이지, 급이 낮은 신급이면 바로 파괴당했으리라.

[젠장, 우리도 주신급이 필요해!]

[그럼 제우스 놈을 불러올까?]

[됐습니다. 제 기능도 못하는 걸 뭐에 써먹겠습니까!]

고자가 된 제우스는 외면당했다.

[애초에 타 문화권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멍멍이들은 크앙 무섭게 오라를 발산했다. 그러자 오딘이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무슨 수를 쓴 건지, 곧 멍멍이들이 도리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쾅!

[크윽!]

[저 자식, 역시 이상한 유물을 쓰고 있어!]

틀림없이 이 감옥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독특한 '지혜'를 갖고 있는 것이리라.

[주인! 저놈 뭔가를 가지고 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는게...!]

하지만 주헌은 웃었다.

"벗어나긴 왜 벗어나."

주헌은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까마귀 무덤이 위험하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곳은 이미 겪어본 것이라 잘 알았다.

그래서 이번엔 단원들을 두고 온 것이 아닌가.

'죽어도 나 혼자 죽는다.'

실제로 다른 간수들은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온갖 함정들을 준비하고 있을 테지.

실제로 무덤 깊숙한 곳으로 갈수록 갉아먹히고 있는 지배력도 그렇고.

하지만 죄인 주제에 이 감옥 속에서도 온전하게 제 힘을 발휘하는 오딘의 능력.

'분명 놈이 가진 어떤 유물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 유물의 정체는 아마도 오딘의 보물 중 하나인...

'미미르의 목.'

그건 온갖 지혜를 말하는 거인의 목으로, 쉽게 말해 오딘의 지혜의 보고라고 보면 되었다.

'그게 있으면 도움이 될거야.'

그래서일까, 주헌이 웃었다.

"내놔라. 미미르의 목대가리."

[!]

오딘은 내심 당황한 듯 했다.

"왜? 내가 모를까봐? 네가 까마귀 무덤에서 무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그 목 때문 아니야?"

그러자 오딘은 진심으로 꺼리는 눈치였다.

[기어이 그 까마귀를 얻으려고 하겠다는 거구나.]

"지금 상황에서는 마제스티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그 까마귀는 포기해라.]

"왜?"

[그 까마귀는 파멸을 가져올 까마귀야.]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파멸이라고?

[그 전에 내 물건들부터 내놔라! 요놈!]

그러자 주헌은 쿨하게 유물을 발동했다.

"좋아.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든가."

동시에 주헌이 불러낸 건 다름 아닌 유물 차, 슬레이프니르!

부릉, 부르르릉!

그 거침없는 슈퍼카 엔진소리에 북유럽 유물들은 주헌을 비웃었다.

[저 바보 놈, 아버지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슬레이프니르를 꺼내다니!]

[저놈은 이제 죽었어!]

오딘도 몹시 기뻐했다.

[오오, 이리 오너라. 그딴 천박한 모습은 집어치우고...]

그런데 그때였다.

쾅!

[커헉!]

오딘에게 달려가는 것 같았던 슬레이프니르는 오딘을 로드킬... 아니 거침없이 박아버렸다.

[?!]

그 모습에 갇혀 있던 북유럽 유물들은 모두 놀랐다.

[아버지!]

[저, 저놈이 미쳤나!]

슬레이프니르는 그래보여도 재보급으로 승격한 유물. 그 충격이 상당했다. 그리고 슬레이프니르는 금세 주헌에게 돌아가 푸르릉거렸다.

나 잘했지? 잘했지?

슬레이프니르는 주헌을 반가워했다. 아무래도 자신을 두고 갔다고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동시에 자신의 애마에게 버려진 오딘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저, 저 녀석이...]

하지만 주헌은 사납게 웃었다.

"뭐, 위치를 알려주기 싫으면 됐어. 그냥 내가 알면 그만이니까."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의 눈이 번득였다.

그 모습에 오딘이 이를 갈았다.

[알았나. 그 까마귀는 실은 우리 유물을 세상에서 없애는 게 목적이다. 그런 놈을 다시 꺼내게 할 것 같으냐.]

그러나 주헌은 꽤나 흥미로운 듯 웃었다.

"유물을 없앤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었어?"

오딘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

[서둘러! 서둘러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거에도 있었던 왕위쟁탈전.

유물들은 마제스티를 뽑기 위해 비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비보들은 어서 주인을 선택해라!]

[주인들을 싸우게 해! 최후의 승자를 뽑아내라고!]

마제스티가 되는 조건은 왕위쟁탈전에서 승리하는 것. 14개의 비보들은 으르렁거렸다. 비보들은 각자 선택한 인간을 마제스티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최후의 1인이 남고, 그 1인이 가진 비보가 마제스티의 왕관으로 승격되는 것이니까.

그래서일까.

비보들은 승리를 위해 보다 강하고, 승리가 유력한 인간들을 찾아나섰다.

[가장 뛰어난 무장을 주인으로 삼는다!]

[1차원적이긴. 힘보다 강한 건 권력이라고! 황제를 주인으로 삼아야지!]

[그래 봐야 경국지색이야. 뛰어난 미모를 가진 인간 앞에선 그 황제도 무너지는 법이라고!]

비보들은 각자 유력한 후보들을 골랐다.

하지만 비보 중 하나. 까마귀는 왕위쟁탈전에 흥미를 못 느끼는 듯했다.

아니, 사실 인간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왕위쟁탈전이 시작되고, 인간들은 왕급이 되기 위해 까마귀에게 몰려왔지만 무시당했다.

"오오, 비보다. 한눈에 봐도 뛰어난 신급 까마귀다."

"저 유물은 꼭 계약을 해야 해!"

"아냐! 내 거야!"

제아무리 뛰어난 재력, 월등한 외모, 막대한 권력. 그 어떤 사람이 와도 까마귀는 관심 없어 했다.

오히려 인간에게 애정을 품는 여신 유물을 이상하게 여겼다.

[왜 인간 따위에게 애정을 품는 것이지. 덕분에 너만 처형당하는 신세가 되지 않았느냐.]

그러자 인간을 사랑한 전쟁의 신이자 까마귀 여신이 웃음을 터트렸다.

[가엾구나. 가여워.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은 결코 없다.]

결국 까마귀 여신은 처형.

어쨌거나 까마귀도 다른 유물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인간을 괴롭히고 죽이는 건 유물의 본성.

하지만.

"개 같은 노친네!"

까마귀는 한 사내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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