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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59화 (359/409)

359화. 왕좌를 위하여 (3)

눈부심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 섬광과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윽!"

비명 소리는 주헌이 아니었다.

"커허어억!"

"꺄아아악!"

숨어 있던 원탁의 기사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주헌은 웃었다.

"아항, 다들 거기 숨어들 계셨구만?"

"괜찮아? 이봐! 이봐!"

"어떻게 된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헌은 웃음을 흘렸다. 괜찮기는 개뿔이.

궁니르에 맞았는데 괜찮을 리가 있나.

하지만 정작 숨어 있던 놈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

"저 자식이 분명히 시체를 만졌는데?"

"왜 만졌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결국 그들은 다급하게 누군가를 찾았다.

"멀린! 어디에 있나!"

"멀린!"

"함정이 발동하지 않는다고! 이야기가 다르잖아!"

"젠장, 이 여자가 어디로 도망간 거야!"

하지만 곧 그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콰직, 콰과과광!

미사일 폭격 같은 큰 굉음과 함께 벽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그 두꺼웠던 벽이 한순간에 박살이 났다.

그리고 그 무너진 곳 주변에서 콰직거리는 사나운 번개. 그리고 뚫린 벽 틈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딴 곳에서 비겁한 짓을 하다니."

"아아아아악!"

율리안이었다.

사람들은 율리안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율리안은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았다. 평소에도 좀 딱딱한 표정이었지만, 표정만 그럴 뿐 인상 자체는 사실 온화한 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언노운으로도 모자라서 죽은 자를 모독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목소리에 살의가 실리면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벌한 번개가 그들에게 작렬했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악!"

"아파, 그만, 그마아안!"

반면 율리안은 씩씩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시체는 불과 최근까지도 살아 있었다.'

물론 최근이라고 해도 약 25년 전이긴 하지만, 저 시체는 수천 년 전의 인간의 것.

그렇다는 건...

'수천 년 동안 죽지도 못하고 산채로 있었다는 의미야.'

의식도 고통도 분명 있었다.

그 상태로 죽지도 못하고 수천 년을 박제 상태로 있었다는 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놈들이라면 저게 최근까지 살아 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런데 왜 저런 짓을 했지?"

곧 율리안의 눈이 번득이자 그들은 겁에 질렸다.

"아악! 몰라! 마제스티가 옥좌에 없으면 모든 마제스티 재보들의 기능이 멈춰서 그렇다나 뭐라나!"

"그러면 유물도 평범한 골동품이 된다잖아!"

"사라진다고 했다고! 그건 솔직히 아깝잖..."

"장난해?!"

"으아아악! 살려줘!"

결국 판도라 이사회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동시에 그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아니, 다른 건 다 그렇다 쳤다.

'서주헌만 박제로 만들면 끝인데!'

"그런데 왜! 함정이 발동되지 않는 거야! 왜!"

왜긴 왜야. 율리안은 주헌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어쩐지 너무 겁도 없이 손을 댄다 싶더라니.'

보나마나 뻔했다.

'아카식레코드를 쓴 거지.'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지금 다른 의미로 입꼬리를 씰룩이고 있었다. 왜?

[아카식레코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서주헌이 수정한 기록이 효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아카식레코드가 외부의 힘에 의해 고쳐지고 있습니다.]

[인간 서주헌이 고쳐 쓴 기록이 재수정되었습니다.]

그랬다.

아카식레코드가 먹혀들지를 않은 것이다.

물론 자신은 아직 마제스티가 아니다. 그래서 재보의 모든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덕분에 시체가 앉아있다는 기록도 열람할 수 없어서 내심 놀라긴 했었지만...

'그래도 함정을 수정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하지만 옥좌에 손을 대는 순간 기이한 일이 생겼다.

[외부의 힘이 아카식 레코드에 침범했습니다.]

[기존의 문구가 원래대로 변경되었습니다.]

[<판도라에 존경의 마음을 품은 자는 산채로 말라가리라>가 <판도라에 불손의 마음을 품은 자는 산채로 말라가리라>가 되었습니다.]

뭐, 그럼에도 함정이 먹히지 않는 건 까마귀 덕분인 것 같았지만. 실제로 함정을 막는 까마귀는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옥좌를 지배할 수 없습니다.]

[시체가 당신을 적으로 인식하려 합니다.]

[까마귀의 힘이 함정의 오라를 포식합니다.]

[필사적으로 오라를 포식합니다.]

곧 이어 옥좌에서 일찌감치 떨어진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옥좌에서 진작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발동된 시체의 오라는 멈출 생각을 몰랐다.

까마귀는 끝까지 주헌을 지키려고 했지만 그것도 잠시, 까마귀의 오라가 흐려졌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

[분신체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몰랐다.

[빨리 이쪽으로... 본체와... 계약해야...]

그걸 마지막으로 까마귀의 메시지는 완전히 끊겨버렸다.

***

주헌을 필사적으로 지키던 까마귀의 오라가 사라졌다. 동시에 그는 옥좌를 쏘아보았다.

'아무래도 전대 놈의 힘이 남아 있는 모양이군.'

아카식레코드에 침범한 것도 분명 전대 놈이리라.

그리고 이때 뭔가를 감지한 건지, 설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단장님! 시체의 오라가 심상치 않아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쾅, 옥좌에서 흉흉한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쾅!

옥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율리안이 금방 원인을 알아냈다.

"외부에서 누군가가 시체를 의도적으로 폭주시키고 있어!"

이에 뭔가 눈치챈 주헌이 바로 궁니르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슝!

손에 궁니르가 잡히자마자, 재빨리 창을 도로 집어 던졌다.

쇄애애액!

그 광경에 이사회는 난리가 났다. 궁니르가 날아간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공포였다. 하지만 궁니르는 뜻밖에도 그들이 아닌 건물 밖으로 나갔다.

유재하는 그걸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구한테 던진 거예요?"

"멀린. 밖으로 나간 거야."

그 말에 설아가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이 탑에서 나간 사람은 아무도...!"

애초에 주헌은 진작에 궁니르에게 명령을 내렸었다.

멀린을 타깃으로 삼으라고.

그리고 적중했었는데.

"설아야, 24층에 있는 여자 확인해 봐."

그러자 잠시 후, 귀신을 보냈던 설아가 깜짝 놀랐다.

"죽기 전에 영혼이 빠져나갔어요...!"

그러자 바로 상황을 눈치챈 주헌이 웃었다.

'아무래도 궁니르에 찔리는 순간, 영혼 이탈을 한 모양이군.'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그러면 궁니르의 추격에서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주헌은 같잖다는 듯 웃었다.

"그 여자가 머리를 굴리는 것하고는."

그래 봐야 몇 번 써먹지도 못할 얕은 수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그 말에 이사회가 술렁거렸다.

"그럼 그 여자가 설마 혼자서 쏙 도망을 친 거야?!"

"도망은 무슨, 최후의 방법을 쓰려는 거겠지!"

그 말에 주헌이 흥미를 가졌다.

"최후의 방법?"

"하하. 그걸 알려줄리... 커헉!"

"말해."

설아가 입 싼 의원들의 목에 칼을 겨누자 그들이 거품을 물었다.

"아악! 알았어! 알았다고! 무, 묵시 유물들을 가지러 가려는 거야!"

"!"

"판도라는 이미 권위를 잃었어. 이제 우리가 다시 힘을 찾는 방법은 절대적인 무력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거지!"

그 말에 유재하는 아차 싶었다.

"절대적인 무력이라니, 설마 종말 유물들?"

그건 묵시 유물이라고 불리는 최악의 유물들이었다. 동시에 이사회가 저희들끼리 술렁거렸다.

"근데 그거 마제스티만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설마 저 시체에게 쓰게 하려고?"

"애초에 궁니르가 날아갔잖아! 멀린까지 당하면 끝장인데!"

그런데 그때였다.

[그래봐야 주인을 죽이면 궁니르도 멈추겠지!]

"!"

탑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멀린이었다.

[하, 하하하! 신이 우리를 돕는군! 이런 엄청난 기회를 주시다니!]

"뭐? 기회라니 그게 무슨...!"

이사회가 의아해하자 멀린이 화를 냈다.

[지금 서주헌 놈은 까마귀의 힘을 잃었어! 무슨 소리인 줄 몰라?]

"!"

설아와 율리안은 아차 싶었다.

'단장님의 까마귀 오라가!'

마제스티와 부딪친 탓인지 까마귀 오라가 사라진 것이다. 분명 분신체이기 때문이리라.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까마귀를 잃었다면 재보도 못 써!'

주헌이 마제스티 재보를 쓸 수 있는 이유는 까마귀와 가계약했기 때문일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멀린이 다급히 외쳤다.

[지금이야 말로 놈이 가진 재보를 빼앗을 기회야!]

"!"

[어쩌면 까마귀도 가지러 갈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그 사이에 빨리 놈을 처리하라고!]

이건 절호의 찬스였다. 고작 분신체 따위가 저 시체의 힘을 버티다니, 그것만으로 엄청난 것이긴 했지만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때가 아니면 주헌을 죽일 수 없으리라.

곧 원탁의 기사 하나가 동귀어진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하하, 재보도 못 쓰다니. 보통의 신급만 쓰는 놈이라면 할 만하지!"

"젠장, 단장님!"

마침내 흉흉한 악신 유물이 폭주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쾅!

치우 유물을 발동하면서 순식간에 악신 유물이 터져나갔다.

쾅! 쾅! 콰과과광!

"크아아아악!"

검은 안개로 변한 주헌은 적을 사정없이 뼈도 남기지 않고 분쇄해버렸다. 콰과과과곽!

그야말로 순삭!

치우의 검은 안개가 피부와 근육을 분쇄육처럼 갈아버리고, 뼈까지 흔적도 없이 삼켜버렸다.

어리석게 덤벼든 자의 최후였다. 주헌은 코웃음을 쳤다.

"병신들아, 재보를 쓸 수 없긴 누가 못 쓴다고?"

하지만 그 모습에 다른 이들은 식겁했다.

"지금 재보를 쓴 거야?"

"까, 까마귀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그걸...!"

"지금까지도 왕관유물인 까마귀 덕분에 쓸 수 있는 거 아니었어?"

놀란 건 적들뿐이 아니었다.

동료들과 율리안도 놀라고 있었다.

왜?

'단순히 까마귀를 비보로 삼아서 재보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였다.

'재보들이 아예 단장을 주인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까마귀의 힘이 사라져도 여전히 재보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건가...!'

동시에 안개가 된 주헌이 휙 돌아보자 이사회는 흐아악 비명을 질렀다.

"저, 저 괴물 놈!"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치우가면을 벗겨내면서 단원들에게 지시했다.

"두 팀으로 나눈다. 반은 여기서 옥좌를 지키고 저놈들의 처리. 반은 멀린을 쫓아."

"단장님은요!"

"난 지금부터 대감옥에 들어갈 거야."

"괜찮으시겠어요?"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얼마 안 걸려."

시체 놈을 박살 내려면 완전한 마제스티의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누가 누구의 비보를 노린다고?'

주헌은 사납게 웃었다.

"그러니까 무덤에서 까마귀를 데리고 올게."

'까마귀 본체를 찾으면 완벽한 마제스티가 될 수 있다.'

"겸사겸사 까마귀한테 보답도 해야지."

"보답?"

"기껏 과거로 돌려보내준 덕분에 많은 것들을 이루게 해줬잖아. 무덤에서 꺼내달라는 소원을 무시할 수도 없지."

율리안은 어쩐 일이냐는 듯 놀랐다.

"허, 네가 그런 예쁜 말을 다하다니..."

물론 유재하는 비웃음을 흘렸지만.

'저 인간이 그딴 고운 마음을 품을 리가 없잖아.'

아니나 다를까.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는 갸륵한 생각은 개뿔.

'내가 시체 따위와 재보를 공유할 것 같아?'

전대 놈 따위, 금방 처리해주마.

그래서일까.

주헌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기사들이 황급히 외쳤다.

그의 꿍꿍이를 눈치챈 까닭이리라.

"저, 저놈. 까마귀를 데리러 가려는 거다!"

그들은 새하얗게 질렸다.

"저놈이 까마귀를 차지하게 둬서는 안 된다!"

"까마귀를 가지면 저놈은 완전한 마제스티가 된다고! 세대교체야!"

"여기서 절대 못 나가게 해!"

곧 그 말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옥좌가 번쩍 빛이 났다. 그러자 황금의 줄기들이 철벽의 요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적들이 웃었다.

"네가 열쇠를 3개 개방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 레벨로 마제스티가 만든 철벽을 깰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자 주헌은 아 그런 거냐면서 어딘가에 전화를 때렸다.

"아, 난데."

"?"

"얼마 전에 거기 감옥에 분쇄기 달기 시작했지? 그래 그거. 지금 쓸 수 있어?"

"...?!"

"오 그래? 그럼 발동 시켜. 그래, 악신들 죄다 갈아버리라고."

"?!"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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