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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51화 (351/409)

351화. 동료인 척하지 말고 (3)

"왜 그래? 너 이미 우리 기억하잖아? 우리가 팀원이었을 때의 일도."

주헌의 말에 요한은 정말로 놀랐다. 떠보는 듯한 눈빛도 아니었다. 저건 확신에 찬 눈빛.

'설마 눈치 챘나?'

하지만 이딴 것에 페이스를 잃을 요한도 아니었다.

"허, 팀원이라니? 도통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러자 주헌은 가증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되도 않는 발연기하지 말랬지. 그러면 아까 설아의 레이더는 어떻게 피했는데?"

그러자 요한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판도라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너희의 능력 분석이야 이미 끝났지."

"오. 끝까지 순진한 척 하시겠다?"

"허, 무슨 소리 하는지 전혀..."

그런데 이때였다.

주헌이 갑자기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바로 석궁!

'!'

단원들은 반사적으로 경계했다.

무기에 주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번쩍!

엄청난 섬광이 공항을 덮치고 단원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악!"

"아오, 아오 내 눈! 아파!"

"야! 서주헌!"

이번엔 천하의 율리안까지 당한듯, 눈을 뜨지를 못했다.

"도대체 뭘 쓴 거야!"

단원들은 무척 괴로워했다.

비눗물이 눈에 들어간 듯한 고통도 고통이지만, 무엇보다 눈이 멀어버렸던 것이다.

"젠장, 아무것도 안 보여! 뭐야, 이거 석궁 아니엇어?!"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멀쩡한 사람이 있었다.

그 증거로 주헌이 얄밉게 웃었다.

"봐. 너 역시 이거 기억하는 거 맞네."

그랬다.

요한은 입술을 깨물며 살짝 눈을 떴다.

'하필 꺼내도 저걸.'

동시에 유재하가 화를 냈다.

"아오 망할 그 석궁, 도대체 뭔데요! 뭔데 이 난리...!"

뭐긴 뭔가.

"너희랑 만나기 전에... 그러니까 TKBM에 들어가기 전이지. 그때 게릴라 팀에 있을 때 잠시 썼던 책 유물."

[존 밀턴-눈 먼 시인의 책 (S급-영웅전설급/소모성)]

그랬다.

그건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영국의 시인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밀턴은 호메로스와 함께 시의 거장으로 불리지만 맹인이 된 인물.

덕분에 눈이 멀기는 해도 영감이 치솟는 유물이었다.

주헌이야 뭐 괴짜답게 섬광탄 대용으로 뻥뻥 써댔지만. 그리고 주헌의 설명에 단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경매로 이상한 걸 사들인다 했더니 그딴 거였어?!"

"애초에 누가 책 유물을 그딴 석궁으로 위장하냐! 콱!"

곧 주헌은 표정이 구겨진 요한을 보며 말했다.

"자. 다들 모르는 이 유물의 기능을 넌 어찌 알고 눈을 감았지?"

"..."

그는 끄윽 끄윽 아직까지 괴로워하는 율리안을 보았다.

"실제로 저기 세계 제일의 분석가, 공명이조차도 기능을 파악하기 전에 유물이 발동됐는데."

심지어 다들 뭐기인줄 알고 본능적으로 두 눈을 크게 뜨고 더욱 경계하지 않았나.

미쳤다고 눈을 감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눈을 감은 것이야 말로 옛 동료라는 증거일 뿐.

'이 유물은 저놈이 있을 때 썼던 거니까.'

"그러니 이 이상 발뺌하지 않는 편이 좋을 텐데."

일리야도 동참했다.

"맞아요. 그 증거로 저 새끼 아까부터 내 유물에 안 걸려. 내 유물의 발동조건을 100% 알고 있단 거지."

결국 요한은 쯧 혀를 찼다.

'이제 속이는 건 의미가 없겠군.'

기껏 저놈들 대책으로 이런 저런 유물을 멀린에게 주문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한때는 요한. 또 한때는 사무엘. 결국 그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말았다.

"그래, 정확히는 감시자였지만 니들을 죽인 건 양 쳰 뿐만 아니라 나도 포함된다. 왜. 그럼 안 되나?"

"사무엘!"

"서주헌은 마제스티 후보였으니까. 다른 놈들은 이사회가 밥그릇 뺏긴다고 지랄하니까 처리하랬거든."

"그럼 그때 무덤에서 죽은 건...!"

"난 안 죽었어. 바보들아."

동시에 요한은 그리스도 유물들을 발동했다.

쿵!

마침내 성스러운 빛이 공항을 감쌌다. 곧 모습을 드러낸 건 성전. 성전이 펼쳐지면서 바닥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크윽!"

"미안하지만 너희는 여기에 잡아 놓아야겠다. 언노운에 대한 특종이 터지는 건 정말 곤란하거든!"

요한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 판도라 병사들이 언론사와 언론인들을 습격하러 갔겠지.'

그러니 아마 그쪽은 문제없을 거고. 오히려 거슬리는 건 서주헌의 도굴단 정도.

'할 수 없지. 여기서 처리하는 수밖에.'

곧 발동된 유물의 힘!

그러자 가장 먼저 들린 건 일리야의 비명 소리였다.

"아악!"

요한이 불러낸 그리스도 신자들의 유물 때문이었다.

[여호와를 믿는 신자들의 힘이 발현됩니다]

[신자들의 노래에 천사가 강림합니다.]

[마귀가 괴로워합니다.]

일리야는 아주 죽으려고 했다.

악마왕인 만큼, 강력한 사탄.

벨제부트의 유물을 쓰면 그만이긴 했지만...

"역시 넌 이쪽 유물에 트라우마가 남았구나. 자기가 죽인 여자친구 때문인가?"

"... 저 씹새끼가!"

그뿐이 아니었다.

쿠구구궁!

"저건!"

[인간을 단죄하는 십계 유물이 발현됩니다.]

마침내 모세의 십계명 유물이 강림했다.

그건 인간이라면 피해가기 힘든 징벌형 유물!

곧 빛이 쏟아져 나오면서 단원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 콰과과광!

빛줄기들이 레이저처럼 뻗어나가자 율리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큭, 대감옥에서도 이거 사본 때문에 피해가 심했는데.'

반면 요한은 코웃음을 쳤다.

'역시 이걸로 충분하겠어.'

사실 이 상황에서 제일 좋은 건 SS급인 대천사 유물과 예수와 관련된 유물을 불러내는 것이지만...

'쓸데없이 연기를 한답시고 오른팔을 날려버려서.'

그 유물은 지금 불러낼 수 없다.

"하지만 니들한테는 이 정도가 딱이야."

그래 봐야 전부 S급 정도지만, 종교관련 유물은 원래 파워가 셌다. 신의 버프를 받기도 했지만, 유물 자체가 원래 인지도가 높을수록 추가 버프를 받는 특성을 가진 법. 특히 종교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크리스천 유물이 약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때였다.

쉭!

"이게 잘난 종교 유물 하나 가졌다고 깝치네."

"!"

"꼭 지가 무슨 신이라도 된 것처럼."

요한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쾅!

강력한 오라의 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토네이도와 같은 오라!

결국 그 오라에 떠밀린 요한은 주헌을 쏘아보았다.

'서주헌...!'

그런데 그 오라가 좀 이상했다.

정확히는 심상치가 않았다.

'!'

[사용자의 분노에 마제스티의 열쇠가 반응을 보입니다.]

[분노의 열쇠가 각성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

'저건!'

요한은 뭔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흉흉한 오라를 띄며 번쩍이는 건 핸드폰에 달려 있던 가면 열쇠 고리.

바로 투탕카멘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저건 마제스티의 키!'

틀림없었다.

분노의 열쇠가 각성하려고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1,000마리의 재물없이는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 열쇠가!

그래서 지금까지는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유물을 학살했지만...

'저 자식 설마.'

분노.

분명 분노에 사로잡혀 동료마저 죽이려고 하기에 유물이 반응을 한 것이리라.

딱히 제물이 없어도 관련된 죄를 지으면 열쇠를 각성시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쨌거나 요한은 아이러니하게도 주헌의 과거 동료.

사리분별을 못 한다는 분노의 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주 충분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분노의 열쇠가 각성했습니다.]

[분노 열쇠 고유의 문(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마제스티 키 완성까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유재하가 덜덜 떨었다.

"다, 단장님 진짜 빡쳤다."

실제로 주헌에게서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살의가 피어올랐다.

"넌 분명 내가 TKBM에 들어가기 전. 게릴라팀 동료들을 전부 죽였었지."

주헌이 스카웃되기 전, 잠시 팀을 맺었던 게릴라 팀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조리 요한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 다음엔 뻔뻔하게 사무엘로 들어와 또 내 걸 건드려?"

주헌이 빡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사무엘일 때 놈이란 걸 알았으면 이미 갈아마시고도 남았을 정도로.

그리고 현재. 그간 놈에 대해 들은 건 있었지만, 의심만 하는 것과 사실로 정해지는 것엔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종교 유물? 까짓것 신나게 탄압해주마."

뭐? 탄압이라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공항에 황금이 피어올랐다.

쿠구구궁!

그건 다름 아닌 헬레니즘 양식의 황금건축물.

그리고.

"크아악!"

무섭게 치솟아오르는 살인적인 불길!

그건 바로 기독교를 탄압했다는 네로의 불길이었다!

크아아아! 살려줘!

아아악! 타죽는다!

"저 자식이!"

불길은 상대를 제대로 만났다는 듯, 평소보다도 훨씬 강해져 있었다.

애초에 네로가 방화를 한 이유도 기독교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돌지 않았던가. 실제 역사는 다를지라도, 그런 소문으로 탄생한 유물이다.

그리고 그 살인적인 방화의 불길은 요한과 그가 불러낸 유물들을 싸그리 불태웠다.

"크아아악!"

위력은 엄청났다.

[하하하하! 전부 불태우게 해줘! 불살라 지르게 해줘! 더! 더!]

도대체 나태의 유물이 맞는 건지, 네로는 미치고 발광했다.

어쩌면 개방한 분노의 열쇠의 힘에 반응하는 건지도 몰랐다. 결국 요한은 신음을 흘리며 작전을 바꾸었다.

'일단 도망가야 해!'

하지만 악랄한 주헌이 그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캬하하하! 저게 무슨 유물이라나!]

주헌은 아예 작성한 듯 람세스까지 불러냈던 것이다. 람세스 역시 기독교를 탄압하기로 유명했던 인물!

모세를 추방한 장본인으로도 유명한 람세스는 모세의 십계명 유물을 보자마자 미치고 날뛰었다.

[전부 부숴라! 부숴! 세계의 신은 이집트의 신 뿐이다! 아니, 위대하신 이 몸 뿐이다!]

요한은 이를 갈면서 주헌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탄압의 왕이 된 주헌이 으르렁거렸다.

"오해하지 마. 딱히 종교에 대한 악감정은 없으니까. 단지 때마침 잘 어울리는 유물이 있는 것뿐이니."

"!"

곧 주헌이 사납게 읊조렸다.

"자, 뭐하고 있어? 쥐새끼 한 마리도 못 빠져나가게 해."

아니나 다를까, 네로와 람세스 유물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탄압이다! 저놈을 불태워 죽여라!]

[고귀한 이집트 신들을 믿지 않는 불손한 무리들을 처형하라!}

***

'젠장!'

요한은 지금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바로 주헌 일행으로부터!

그래서일까.

그는 내심 후회했다.

'칫, 처음부터 어설픈 계획을 세우지 말고 대천사나 여호와 유물로 들이박아야 했어!'

오른손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신급 유물은 못 쓸 테고.

'클로에라도 납치해서 회복시킬까?'

아니면 유재하 놈이라도 납치해서 피닉스를?

그렇게 요한이 미친 듯이 도망칠 때였다.

쾅!

"크윽!"

옆에 있던 차가 날아갔다.

설아의 귀신 짓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주 살판 난 네로가 자꾸만 포위망을 좁혀왔다.

덕분에 그들에게 잡힌 자신의 그리스도 신자 유물들은 낑낑거리면서 사정없이 파괴당했다.

'적대유물이라고 해서 꼭 불리한 건 아니지만...'

손이 잘려나가 사실 지배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동시에 요한은 방금 전, 주헌이 개방시킨 열쇠를 떠올렸다.

'벌써 놈이 각성시킨 열쇠만 3개째다.'

이대로 7개까지 개방하면 골치가 아팠다.

왜?

완전체가 될수록 키의 기능인 완벽해진다.

그리고 완전체가 된 순간, 놈은 철벽의 탑.

'멀린이 지키는 드루이드의 탑에도 쳐들어올 거야.'

그러면 옥좌를 빼앗기게 될지도 몰랐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하는데...'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7개가 안 된 열쇠 쪽보단 언노운 특보 쪽이 더 급해.'

이건 판도라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재빨리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언론사들 다 막고 있어?]

[일단 ㅇㅇㅇ. 막는 중]

요한은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애초에 언노운이 뭐가 문제라고.'

물론 다소, 윤리적으로 문제일 수는 있었다.

게다가 비록 마제스티의 유물을 쓰는 게 아닌 꼼수이긴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병에 걸린 사람들도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 건데.'

그렇다.

다들 유재하의 아들이라고 착각한 루이처럼.

'미래의 유재하가 죽어서 언노운이 된 게, 바로 루이 마틴이란 말이다.'

척 봐도 꼭 나쁘게 보이지는 않지 않은가.

그런데 이때였다.

"!"

주헌 일행을 피해 잘 도망치던 요한이 돌연 멈춰서고 말았다.

왜?

"이, 이게 무슨."

눈앞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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