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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44화 (344/409)

344화. 참교육하기 좋은 날씨구나 (3)

[끄아아악!]

요한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에 당황했다. 폭발음과 함께 들려오는 비명 소리 때문이었다.

[뭐야 이게!]

그건 틀림없는 헨리의 목소리였다!

요한은 당황한 목소리로 친구를 애타게 불렀다.

"헨리! 무슨 일이야, 헨리!"

그러나 다급하게 부른 것이 무색하게 가차없이 끊겨버린 전화.

"...!"

그는 멍하게 핸드폰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교황청에서 나오던 신부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요한, 무슨 일이지? 심각한 얼굴로."

"...그게 판도라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뭐?"

"아무래도 일정보다 빨리 미국에 가봐야겠습니다!"

"잠깐, 요한!"

요한은 불길했다.

'서주헌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

사실 그가 이탈리아 북부의 바티칸 시국을 찾아온 것은 교황의 면담 때문이었다.

왜? 전생의 정보도 들어왔겠다, 서주헌에 대해 의논을 해야 했으니까. 물론 전생의 기억이 돌아온 것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분명 그 유물의 힘이다.'

그랬다. 모든 유물들과 인간들의 운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몇 가지의 특별한 보물들, 마제스티의 재보.

그리고 그중 <마제스티의 서고>였다. 그리고 그 마제스티의 서고는 주헌이 동료들의 기억을 되살릴 때마다 까마귀가 사용하기도 한 유물.

즉, 아카식레코드다. 본래 그 유물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의 기록, 역사, 감정, 기억,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는 대도서관. 그리고 주헌의 회귀도 그걸 이용한 것이었다.

아카식레코드에 저장된 주헌의 기억, 감정, 일생을 백업해 15년 전의 주헌에게 넣어준 원리였으니까. 어디 그뿐이랴.

그 서고 유물은 인간과 유물들을 기록하고 삭제하며 수정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쉽게 말해 인류의 역사도, 유물의 능력까지도 조작할 수 있는 곳.

독식자들이라면 환장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유물이 여기 있었다.

바로 바티칸시국의 교황청 도서관. 그 비밀 서고에! 하지만 판도라 이사회도 여러 이익세력이 모여 있는 곳. 때문에 그간 프로메테우스에게도, 라이벌 기사에게도 숨기고 있었지만,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세계금지구역 중 하나로도 거론되고, 일반인은 출입하기 힘들다는 이 비밀 서고에.

아무튼 그곳이 통째로 마제스티의 서고로 변한 것이었다. 그리고 옥좌와 함께 서고를 담당하는 것도 요한.

'뭐, 그래 봐야 나도 마제스티가 아니니 완전히 다룰 수는 없지만.'

겉껍질만 핥는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 결과 요한은 종종 아카식레코드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아카식레코드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정보가 새어 들어오기도 했다. 그 덕분에 전생의 정보가 흘러들어온 것이었다.

다만.

'하필 서주헌이 궁니르를 날려보냈을 때람.'

좀 더 빨리 그 기억이 들어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서주헌을 진작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뭐, 아무래야 좋았다.

"헨리!"

제발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라. 그는 천하태평한 친구를 욕하며 서둘러 바티칸을 빠져나갔다.

***

그러자 정작 헨리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

"커헉, 나 죽어."

그는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의 주변엔 골골거리는 병사들이 있었다.

"이건 도대체...!"

엄청난 폭발이었다. 헨리가 열쇠를 발동시키는 순간,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온 것이다. 결국 유물도 잃고, 전신에 화상까지 입은 헨리는 치를 떨었다.

'분명 그 여자 짓이야...!'

하지만 그걸 이제야 알아내면 뭘 하나. 헨리는 조이가 머리카락을 살며시 귀 뒤로 넘기며 웃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첫인상은 좀 쌀쌀맞고 주헌을 닮아 좀 재수 없다 싶긴 했지만, 그 조막만 한 여자가 예쁘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젠장, 내가 기껏 밤에 귀여워해주려고 했더니...!"

동시에 부하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헨리님! 그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그래, 빨리 R&D 시설로 돌아가서 그 여자를 족쳐야지!"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아. 그러고 보면 그 여자도 멍청해. 기사들한테 이깟 폭발은 아무것도 아니...!"

그런데 이때였다. 뭔가가 굴러와 헨리를 날려버렸다.

"크윽!"

그건 바로 무식하게 폭주하고 있는 불타는 바퀴!

"헨리님!"

놈은 엄청난 불길을 뿜으며 1km 접근금지령이 내려진 이 주변을 맴돌았다. 열쇠를 발동하자마자 저게 나온 것이었다. 병사들은 당황했다.

"설마 방금 폭발의 열기도 저 유물 때문이었어?"

물론 요즘 유명한 슬레이프니르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불타는 바퀴가 나오길래 일본 신화에라도 나오는 유물인 줄 알았지만...

"확실합니다! 저건 헬리오스의 마차입니다!"

"뭐?!"

그 말에 반응하듯, 바퀴는 갑자기 무인 바이크로 변했다.

"헨리님!"

그리고 폭주족 바이크는 난데없이 헨리를 태웠다.

물론 태운다고 해서 절대 좋은 게 아니었지만.

"아아아악!"

헨리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판도라 시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게 된 것이다.

"아아악! 뭐야 이거!"

아무래도 열쇠를 발동한 사람을 태우도록 설정된 것이 틀림없었다.

덕분에 헨리는 울고 싶었다.

'바라시는 옵션을 말씀해보세요. 특별히 넣어드릴게요.'

'정말이요? 그럼 화력 엄청난 걸로! 적들이 만지면 한방에 뒈질 만큼 화력 센 걸로 부탁드려요. 키야. 오랜만에 불타오를 수 있는 거면 좋겠네.'

아니 분명 자신이 그렇게 주문하기는 했지만...!

"이런 마차는 좀 아니지 않냐!"

하물며 헬리오스 마차는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이 태양마차를 몰게 해달라고 한 바로 그 마차.

결국엔 사람들과 땅을 다 불태워죽이며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죽은 그 신화 속 인물의 물건이 아닌가! 게다가 하필 파에톤 이야기에서 만들어진 유물답게 이 유물은 애초에 조종할 수조차 없는 재앙 유물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미친 폭주바이크! 바이크는 판도라 시설이며 부하들이며 미친 듯이 불태웠다. 그래서일까, 부하들은 급해졌다.

"헨리님! 당장 거기서 내리세요! 저희 다 불타죽겠습니다!"

"아니야! 이왕 이리 된 거 어서 조종하세요! 신급 유물이 손에 들어올 기회입니다!"

"미쳤냐! 이거 조종도 안 되고, 몸이 붙어서 내릴 수도 없어!"

"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더 골때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헨리님! 큰일입니다!"

"젠장, 또 뭐!"

"R&D 시설에 서주헌이 침입했다고! 방금 도난 경보가 울렸다고 합니다!"

"뭐라고?!"

그제야 그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젠장, 둘이 완전히 한패였구나!'

그래서 하필 열쇠를 발동하고 나온 게 그리스 유물이었던 것이다.

'그 자식, 그리스 유물을 대감옥에서 빼내더니 이런 식으로...!'

헨리는 모든 걸 깨닫고 급하게 R&D 부서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아아악!"

정작 발화 운전에 다들 죽어나갔다. 심지어 바이크는 자신의 아군만 뻥뻥 치어댔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괴로워하는지 잘 아는 유물 놈의 성미다웠다. 아니, 어쩌면 친화력이 높아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는 답답한 마음에 쌍욕을 했다.

"젠장! 서주헌은 이딴 거 잘만 운전했잖아! 난 왜!"

'이런 상태면 판도라 시설에 돌아갈 수도 없는데!'

다른 놈들도 지금 다른 곳에 가 있고!

그러니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거기엔 생산중인 언노운이 있단 말이야!"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어떤 방 앞에서 웃고 있었다.

왜?

[언노운을 발견했습니다.]

언노운이 생산중인 방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 안에 있는 게 다 언노운이란 말이지?"

그 말에 앨런비 부부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 단숨에 부부의 머리를 뒤진 일리야는 주헌에게 기억 속에서 본 것들을 알려주었다.

그 결과, 언노운과 만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철저하게 잠긴 유물실험관 내부에 있었지만.

그리고 어떻게든 실험관을 깨부수려는 주헌에게 앨런비 부부가 소리를 질렀다.

"그만두지 못해!"

"그 유물은 네놈 따위가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 당장 그 더러운 손 떼!"

"아줄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아줄은 둘의 입을 틀어막다 못해 목을 졸랐다.

"으으읍! 으으으으읍!"

"커허어억!"

그러자 미쉘이 엉엉 울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주헌은 두 부부에게 다가가서 험악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는 뭐라고 했더라. 그러니까 요컨대 우리 둘을 입양하려고 한 건 당시 윗대가리의 지시였다고? 멀린인가 뭔가?"

"...으으읍!"

"이유는 니들도 모르겠고? 지금도 멀린한테서 유물을 받는 대가로 조이를 맡는 것뿐이고?"

그들이 눈알을 또르르 굴리자 주헌이 활짝 웃었다.

"이것들이 무슨 거지발싸개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으으으읍!"

궁니르는 사납게 포효했다. 동시에 주헌을 위한 정보를 많이 뜯지 못해 아쉬웠던 건지, 일리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단장, 그러면 심층부까지 들어가 기억을 뜯어내 볼게요."

"아니. 네 몸만 버려. 이딴 놈들한테 쓸 것도 없어."

"하지만..."

"까마귀 복제 눈물이면 충분해. 그거면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거야."

일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건 일단 됐고."

주헌은 빛나는 언노운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부터 이놈부터 빨리 빼내야 해. 안 그래도 보안장치가 작동해서 우글우글 몰려올 게 뻔하거든."

그 말에 부부의 시선이 딸을 향했다. 그 떨리는 시선을 따라가보니, 미쉘이 엉금엉금 기어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쿵!

"어딜 가. 다음은 네 머리를 깔 차례인데."

"?!"

일리야는 긴 기럭지로 미쉘을 막으면서 소름 돋게 웃었다.

"저거 담은 실험관. 비밀번호가 뭐야? 우리 단장이 궁금해 하잖아."

"아아아악!"

미쉘은 공포에 떨며 도망갔다. 아니 이놈의 도굴단은 얼굴을 보고 뽑는 건지, 약쟁이 같이 생긴 이놈도 곱상하게 잘생겼지만 글쎄. 묘하게 사이코패스에 약쟁이 같아서!

좀만 비위를 거스르면 바로 끽 하고 저승으로 갈 것 같았다.

'젠장, 헨리 이 망할 호구 놈은 어디 가서 안 나타나! 보안경고도 울렸잖아!'

물론 지금 상태론 그가 와도 곤란하지만 말이다. 결국 다급해진 미쉘이 시간끌기라는 걸 했다.

"그, 있잖아. 사후처리반 오빠?"

"토 나오네. 친한 척하지 마."

하지만 미쉘은 꿋꿋하게 이쁜 척을 했다.

'남자란 놈들은 그래도 이런 게 잘 먹힐 테지.'

"그, 오빠는 머리색이 현상수배서랑은 다른데. 탈색한 거야?"

"아니? 유물 리스크인데."

일리야는 점점 미쉘에게 다가왔다.

"다, 다시 염색할 생각 없어?"

"없는데. 단장이 옛날 모습 같다고 좋아해서."

"그, 그럼 악마 유물은 어떻게 쓰는 거야? 그거 적합 조건 찾는 거 판도라도 도저히 못 찾았는데!"

그러자 일리야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너 애인 있어?"

"...어, 없지는 않은데 왜?"

"그럼 그 사람 죽여. 그럼 쓸 수 있어."

일순 그 싸늘한 눈빛이 공허해보였다. 그리고 일리야의 말에 미쉘이 새하얗게 질렸다.

"미, 미쳤어? 애인을 죽여? 진짜야?"

"구라야. 이 메주야."

일리야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의 턱을 부러트렸다. 그래도 거참, 유물 사용 조건을 손수 충족시켜주다니.

그랬다. 프로이트의 유물은 기본적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발동되는 유물. 아니나 다를까.

"꺄아아아악!"

미쉘은 죽는 게 나을 고통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곧 일리야는 언제 웃었냐는 듯 시니컬하게 주헌에게 말했다.

"비밀번호는 그리스어로 미완의 재보."

주헌은 바로 그리스어를 입력해서 넣었다.

그러자 마침내 언노운의 실험관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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