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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43화 (343/409)

343화. 참교육하기 좋은 날씨구나 (2)

"최고의 시간은 개뿔이. 이 발정난 새끼가?"

그랬다.

헨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주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미쉘은 주헌의 밑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헨리 님한테 무슨 사기를...!'

뻔뻔하게 자신인 척, 헨리와 대화하는 것하고는!

하물며 조이와 자리를 만들어주기는 개뿔.

"영감, 업자 좀 연결해줘. 요즘 사내놈들 시세가 얼마지?"

이놈은 원탁의 기사를 해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맞아. 유물 사용자니까 가격도 잘 칠 수 있을 거야."

아니 가격은 무슨!

결국 그쯤 되자 미쉘은 다급해졌다.

'헨리님! 속지 마세요! 방금 문자는 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대감옥은 어디지?"

"20분 거리에 주립도서관에 대감옥의 틈이 있습니다."

"좋아, 거기로 가자. 열쇠를 시험해보기 좋겠어."

아니 가면 안 된다니까!

헨리가 연구팀과 병사들을 불러 모아 건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미쉘이 신음 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글쎄.

"으읍!"

동아줄에게 입이 틀어막혔다.

결국 유물을 쓰려고 하자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찔린 곳은 견갑골. 팔뚝만 한 길이를 한 항우의 검이 박혀 있었다.

곧 주헌이 괜히 고생을 사서 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싸가지. 유물 쓰지 말랬지."

"...!"

"그렇게 재촉 안 해도 아픈 꼴 보게 될 테니 서두르지 않아도 돼."

주헌의 미소에 미쉘은 몸을 떨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죽음이 곧 휴식이라고 여기는 주의였다. 그리고 달콤한 휴식은 일찌감치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일까.

"아프기 싫으면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주헌은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여기 감시기능들 싹 끄고."

"...!"

"니들 부모 여기로 불러."

"?!"

"뭘 그리 놀래? 아빠는 판도라 이사회 장관이고, 엄마는 판도라 자문교수잖아."

"...으."

이미 그것까지 알다니.

그리고 주헌은 해맑게 웃으며 전화를 귀에 대주었다.

"그러니까 헛소리는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불러야한다?"

***

"미, 미쉘!"

한편 판도라 연구시설로 불려온 앨런비 일가는 까무러치고 말았다.

어쩐 일로 딸이 연구시설로 부르나 했더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급한 일이라면서 자신들을 호출했던 딸내미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쉘은 엄마와 아빠를 보자마자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 엄마아아! 아파, 미쉘 아파!"

"다, 당장 구급차를 불러!"

"연구시설에서 사고라도 난 거냐?"

미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놈이, 그놈이...!"

"뭐? 그놈이라니! 어떤 새끼가...!"

그럴 때였다.

"그러니까 유물을 쓸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앨런비 부부는 기절할 뻔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맞은편 의자엔 기가 막힌 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 서주헌?!"

그들이 주헌의 얼굴을 못 알아볼 리도 없었다.

판도라 구성원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주헌은 과거, 자신들이 입양하려다가 말았던 그 재수 없는 꼬마였다.

그 싹수 노란 얼굴이 쉽게 잊힐 리도 없었다.

그리고 그놈이 사황급이 되어서 판도라를 적대하게 되었을 땐 정말 게거품을 물었다.

하지만.

"도대체 저놈이 여기엔 어떻게!"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긴 무려 판도라의 R&D 시설이었다.

위치상으로는 이사회의 시계탑과는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엄연한 판도라의 본부라는 의미.

"너 여기 결계는 어떻게 뚫고 온거냐!"

"어떻게 아무도 눈치를...! 경보는 왜 안 울리는데!"

그러자 주헌은 태연하게 열쇠 하나를 흔들어보였다.

"내 동생이 프로메테우스의 힘으로 만든 열쇠 때문에?"

"!"

그 말에 앨런비 부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눈치챈 듯했다.

안 그래도 여기선 프로메테우스의 힘으로 마제스티 키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동생이라니.

"설마...!"

"미쉘, 설마 걜 프로젝트에 넣은 거냐?!"

"...어, 어. 왜?"

"이 멍청이가!"

부부는 뒷목을 잡았다.

미쉘이 점수를 얻기 위해 마제스티 키 제작 프로젝트에 지원했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부족한 공학사를 스카웃하는 일을 맡았다는 건 들었지만...!

"왜 하필 그년을 넣었어!"

그랬다.

부모들은 조이가 이 프로젝트에 들어갔다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미쉘이 전혀 말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미쉘은 억울했다.

"이씨, 굳이 말할 일도 아니었잖아...!"

굳이 조이를 띄워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부모들이 그간 조이를 싫어했어도, 마제스티 키 프로젝트에서 공을 세웠다고 하면 좋게 볼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자존심도 상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건 하버드에 떨어진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미쉘의 말에 부모는 미치고 환장하려고 했다.

굳이 말할 일이 아니라니!

"말했어야지! 다른 일도 아니고 이런 일에!"

"왜! 내가 뭐! 누가 서주헌까지 딸려올 줄 알았어?!"

"당연히 경계를 했어야지! 그레이브 컴퍼니의 공학사를 끌어들일 거면!"

그러자 미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레이브 컴퍼니라니? 무슨 소리야. 그 기생충 그냥 쪼그만한 만물상에 다니고 있었잖아?"

부모들은 미치려고 했다.

'이 화상!'

"넌 그년이 어디 다니는지도 모르고 끌어들인 거야?!"

미쉘은 입을 떡 벌렸다.

"하, 하지만 부하직원도 6명밖에 안 된다고..."

그러자 주헌이 하하 웃었다.

"직속부하는 6명 맞는데? 본사와 달리 도굴단은 규모가 작아서."

"...?!"

이 미친.

부모들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자신들도 조이에 대해 숨기기 급급해서 딱히 딸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없으니까.

그리고 조이가 그레이브 컴퍼니에 들어간 걸 묵인한 것도, 다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판도라에서는 어떻게든 그 안에 첩자를 넣고 싶어 했으니까.

그래서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건만.

"미쉘, 혹시 네가 조이의 감시자들을 떨어트려놓은 거냐?"

"...응. 이번엔 엄마 아빠도 모르게 하려고."

미치고 팔짝 뛰겠군.

뭐, 아무래야 좋았다.

"그럼 그년이 프로메테우스의 힘으로 키를 만들긴 만들었단 거냐?"

"그래. 이건 그 스페어 키. 완성품은 이미 헨리인가 뭔가한테 넘어간 거 같은데?"

그 말에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당장 헨리한테...!"

그는 급하게 핸드폰을 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이거 찾아? 이거 찾아?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핸드폰.

그 사이 동아줄이 그들의 핸드폰부터 빼앗았던 것이다.

리암 앨런비는 자신 있게 총을 뽑아들었다.

"당장 내놓... 커헉!"

그러나 그들은 동아줄에게 철썩 철썩 맞았다.

"아악!"

"꺄아악!"

심지어 자신들이 걸치고 있는 유물들도 툭툭툭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크윽!"

동아줄은 그들을 꽁꽁 묶어 주헌 앞에 대령했다.

그리고 주헌은 그들을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일단 십수 년 만에 다시 봐서 반갑다는 말 먼저 하고."

"...!"

"내가 당신들한테 물어볼 게 좀 많아.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내 질문에 답해."

"!"

"일단 첫 번째, 이 연구시설에 언노운이라는 건 있는지?"

"...!"

"오케이, 표정을 보니 있나 보네. 역시 R&D 시설을 노리기 잘했어."

앨런비 부부는 파르르 떨었다.

"그럼 두 번째. 내 동생한테서 그간 뜯어낸 돈들은 총 얼마지? 어디 은행이야?"

"..."

"아, 생각해보니 됐다. 어차피 너희 주거래 은행 다 털면 되니까 상관없겠구나. 그럼 다음 마지막 질문."

주헌은 미쉘이 머리를 콱 잡았다.

"꺄악!"

"미쉘!"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

"그때 내 동생... 아니 왜 우리를 입양하려고 했어?"

***

그 질문에 앨런비 부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빛이 험악했다.

애초에 이상하지 않은가.

"그때 난 댁들이 백인우월주의라는 것도 몰랐고, 이렇게 제대로 케어할 생각도 없으면서 동양인을 입양하려는지도 몰랐지."

뭐, 자신들이 알았다고 해도 자신들은 꼬맹이.

불가항력으로 입양되었겠지만.

"근데 언젠가 나한테 전화했었지? 잘 지내고 있는 애 건들지 말고 만나지도 말라고."

그래서 동생은 제대로 케어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겉으로 보면 그렇게 이상한 건 없었으니까.

전생에서도 조이에게 잘해주는 모습만 봤었고.

오히려 자신과 있는 것보다 더 낫다고 느낄 만큼.

꼬질꼬질한 건 그냥 히키코모리 연구원 성향이라 그런 줄 알았다.

주헌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왜 입양했어?"

그리고.

"또 그렇게 싫어하면서 내쫓지 않았던 이유는?"

"...!"

이 자식.

"괜찮아 말해줘 봐. 나도 그냥 궁금해서 그러니까."

미쉘도 외쳤다.

"그래 맞아! 왜 그년을 입양했는데! 그리고 뭐야, 서주헌도 입양하려고 했었던 거야?! 왜 말 안 했는데!"

"..."

그들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자 주헌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래, 나야. 잠깐 여기로 와줘. 머리 좀 뒤져봐야겠다."

"?!"

주헌이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자 그들은 덜덜 떨었다. 그건 당연했다.

'머리를 뒤진다니.'

설마 그 사후처리반 놈을 부를 생각인가?

주헌이 부르려는 건 바로 일리야였다.

그리고 사후처리반은 보통 암시와 최면을 이용하는 놈들. 그들에 대한 대책이야 그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탑급들은 사람의 기억을 보고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대책할 방법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우리들 머릿속에 있는 정보와 계획까지 다 빼앗길 거야!'

어디 그뿐이랴.

놈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서 흔적을 지울 수 있는 놈들.

국적도 호적도, 가족관계도.

모든 것들을 지워서, 말 그대로 살아있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드는 건 기본.

아니면 정말 완벽한 사체 처리를 하든가.

그리고 평소 판도라가 어떻게 그들을 이용하는지 봐온 그들은 몸을 떨었다.

'이거 진짜 위험한데.'

이때였다.

"이야 단장, 부려먹는 값은 비싸게 받을 겁니다."

"!"

벽에서 손이 쑤욱 튀어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벽을 통과해서 나타난 것은 바로 은빛 머리의 청년.

"머리 까는 값은 리스크가 빡세서 단가 쎄요."

일리야는 조이가 만들어준 판도라 침입열쇠(?)로 느긋하게 들어온 것이다.

일리야는 검은 가죽장갑을 끼며 음흉하게 웃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서비스로 고문까지 해드릴까?"

셔츠, 바지, 구두, 롱코트, 장갑, 모든 것이 올 블랙인 일리야는 꽤나 무서웠다.

하지만 주헌이 말했다.

"머리만 뒤져. 그놈들은 내가 직접 서비스할 거야. 아, 그간 한 짓들 싹다 분류해놓고. 여기 어디에 언노운이 있는지도 알아봐줘."

"예썰."

잠시 후.

일리야가 프로이트의 유물을 발동하자 그의 눈이 금빛으로 번쩍이고, 시설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부러 방음이 철저한 테스트실을 골라잡은 만큼, 그들의 비명이 새어나갈 염려는 없었다.

쿠구구궁!

일리야는 신나게 부부의 기억을 털어냈다.

"상습적인 인종차별 및 인격모독. 하녀처럼 부려먹고, 어릴 때부터 뜯어간 돈은 4만 달러 정도. 4천만 원 정도고. 빼앗아간 물건들은 모두 동의 없이 처분. 얼씨구, 생리대 개수까지 관리 했네, 이 사람들."

동아줄은 슥슥 노트에 받아 적었고, 주헌도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아, 찾았다. 입양할 때 일. 그리고 언노운의 위치."

부부는 망했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이놈들이 이렇게 설쳐대고 있는데.'

도대체 이 안에 있는 놈들은 다 어디에 간 거야!

'헨리!'

***

그리고 정작 헨리는 대감옥 가까이에 와 있었다.

바로 조이가 만들고 간 열쇠를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였다.

"정말 써 봐도 될까요? 혹시라도 잘못되면."

"괜찮아, 그러니까 정식으로 배포하기 전에 내가 테스트해보려는 거잖아."

그는 땅을 비집고 나온 대감옥의 일부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였다. 헨리는 때마침 걸려온 전화에 웃었다.

"아, 요한. 너 대신에 내가 일 엄청 열심히 하고 있는 거 알긴 아냐?"

[일이라니?]

"너 바티칸 교황청에 간 사이에 마제스티 키 제작을 했어."

[뭐? 무슨 소리야. 내가 돌아간 다음에 만들기로 했잖아. 믿을 만한 사람한테 맡긴 거야?]

"걱정 마, 걱정 마. 외부인인데 얼굴도 이쁘고, 아주 굿이야."

[잠깐. 외부인? 무슨 소리야. 지금 상황에서 남아도는 외부인 공학사는 그레이브 컴퍼니뿐이잖아.]

"괜찮아, 괜찮아. 아, 지금부터 테스트를 해야 하거든? 끝는다?"

[기다려! 누구한테 맡겼던 건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화기 너머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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