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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36화 (336/409)

336화. 달리는 재보 (2)

[어디긴! 니 뒤!]

"!"

동시에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쾅!

집을 뚫고 들어온 것은 다리가 여덟 개 달린 말, 아니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였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켁, 람보르기니?"

"도대체 뭐야?"

천하의 주헌도 이번엔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난데없이 스포츠카 한 대가 창문을 뚫고 뛰어든 것이었다.

심지어 여기는 20층 스위트룸이었다!

차가 날아와 박은 게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한 상황.

"도대체 무슨 일이...!"

도대체 그간 깨부수고 고쳐준 호텔의 숫자만 몇 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빠아아아앙-

엄청난 경적소리에 단원들은 귀를 틀어막았다.

"야! 유재하!"

그들은 벽을 뚫고 들어온 차로 다가갔다.

쌔끈하고 날렵한 차체.

그런 외형에서도 강인함이 느껴질 정도로 감탄스럽고 멋진 오렌지색 슈퍼카였다.

물론 운석이 떨어지듯 박힌 주제에 신기하게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오히려 흠집은커녕 박살이 난 것 같은 건 차 안에 타고 있는 운전자.

그리고...

"아이고, 단장님이 아끼는 수집품 다 깼네."

주헌이 창가에 올려놓은 각종 화분들과 디지털기기들이 망가졌다.

결국 일리야가 통통 슈퍼카를 치면서 말했다.

"미친, 뭘 어떻게 운전하면 20층 호텔에 쳐박을 수 있는 건데? 호구님, 면허는 있으세요?"

그러자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던 유재하가 휙 고개를 들었다.

"아 뭐래! 내가 그래도 1종 대형에 특수 면허까지 있거든!"

"얼씨구, 코피는 닦고 이야기 하시지."

그 말에 유재하는 황급히 얼굴을 훔쳤다.

거참 이 정도로 들이박았으면서 어떻게 저 정도로 끝날 수 있는 건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가 황급히 핸들을 고쳐잡았다.

"맞다, 야! 다들 가까이 오면 안 돼! 이 자식 엄청 흉포..."

"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슈퍼카가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부앙, 부아아아앙!

람보르기니 특유의 우렁찬 엔진 소리.

마치 대포를 쏘는 듯한 엄청난 소리에 단원들 모두 입을 떡 벌렸다.

슈퍼카는 헤드라이트를 사납게 번득이며 거칠게 바퀴를 굴려댔다.

어디 그뿐인가.

"아악!"

벽에 처박고 얌전해진 줄 알았던 차가 미친 듯이 좌우로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부앙, 부아아아앙!

그 모습이 흡사 난폭한 야생마가 몸부림치는 모습 같았다.

손만 댔다가 불이라도 뿜어낼 기세에 단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곧 그들은 다른 의미로 놀라고 말았다.

"차가 날고 있어!"

그랬다.

괜히 20층 스위트룸에 날아와 박힌 게 아닌지, 차가 허공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놀라운 일이었다.

전생에서도 꽤 많은 유물 차가 있었고, 현재도 유물 차가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하늘을 나는 차는 진짜 귀한 건데!"

훗날 유물차로 만들어지는 건 대부분 '알렉산더군의 전차', '화랑의 말' 같은 마차들.

엔진이 강력하거나 내구성이 강력하거나, 연비가 좋거나 하는 종류들이 대다수였다.

뭐, 당시 사황급이 가졌던 것중에 좀 특이했던 유물 차라면 트로이의 목마 정도.

'위장 능력이 있는 차였지.'

그리고 그 차도 충분히 부러움을 사긴 했지만...

"허, 하늘을 나는 차면 뭐냐, 태양마차냐?"

"근두운 아니야?"

그 말에 유재하가 다급하게 외쳤다.

"아니거든! 다리 8개 달린 오딘의 말 새끼거든!"

"뭐? 그럼 슬레이프니르? 말도 안 돼!"

"니가 어떻게 그런 최상급 유물을 가지고 왔는데!"

"야! 날 뭘로 보고... 악! 아무튼 다들 피하...악! 단장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슈퍼카가 위아래로 마구 흔들렸다.

"아아아아악!"

마치 너 따위 놈이 감히 자기 위에 올라탔냐는 듯, 마구 성질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봐봐! 넌 못 다룬다니까! 못 다룬다니까!

"!"

***

유재하와 함께 있었던 건지, 동아줄이 찰싹 찰싹 찰싹 유재하를 때려댔다.

위험해! 빨리 이리 줘! 이리 줘!

동아줄이 유재하의 볼을 밀치며 핸들을 빼앗으려고 하자 그가 외쳤다.

"야씨 그래도 밧줄이 운전하는 차는 못 타겠거든! 생명이 위험할 거 같거든!"

니가 다루는 게 더 위험하거든! 하거든!

아무래도 아까부터 실랑이를 벌인 모양이었다.

그럴 때였다.

"아아아악!"

결국 성질을 제대로 건드린 건지, 차체의 양쪽 문이 벌컥 열렸다.

옆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위로 스륵 열리는 모습이 상당히 멋졌다.

하지만.

뻥! 뻥!

"으악!"

[#$*&$#*!]

의자가 사납게 튀어오르면서 유재하와 동아줄이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고 말았다.

마치 둘의 엉덩이를 뻥뻥 걷어찬 것 같았다.

결국 동아줄은 비명을 지르면서 주헌의 머리 위로 뚝 떨어졌고, 유재하는 아픈 엉덩이를 만지면서 씩씩거렸다.

"아오! 저게 주인도 못 알아보고!"

"주인? 니가? 저거의?"

"그래! 운전대를 잡아봤으니 나름 주인이지?!"

그 말에 슈퍼카가 꺼지라는 듯 부아아아앙! 거칠게 엔진소리를 냈다.

아주 거칠다 못해 탱크가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마치 네놈 같은 게 무슨 고삐를 잡느냐는 듯한 포효.

덕분에 단원들은 거품을 물었다.

"야씨, 니가 쓸데없는 소리 하니까 쟤 화났잖아! 빨리 사과해!"

"그래! 슬레이프니르라면 주신급 아니면 탈 수도 없다고!"

"가져와도 왜 하필 신급, 아니 주신급을 가져오냐! 옛날에 포세이돈 말 사건 잊었어?"

과거에도 유물 차 종류 중에서 포세이돈의 말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포세이돈의 말 답게 무려 물 위를 달릴 수 있는 유물이라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너무 난폭해서 왕급들도 넌더리를 쳤고, 사황들도 그냥 풀어주라고 했을 정도였다.

중요한 건 세상에서 가장 유물 욕심 많은 그놈들이 포기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슬레이프니르는 북유럽 신화의 주신, 오딘의 애마.

하늘을 날아다니며 저승세계로도 갈 수 있다고 하는 명마였다.

어지간해서는 다룰 수 있는 말이 아니리라.

아니나 다를까.

"아악!"

슈퍼카는 단원들을 짓밟아 죽이려고 했다.

멈추기 위해 벼락을 날리고 별 짓을 해도 차는 끄떡도 안했다.

하지만.

"이 말 새끼가 애미애비도 없나."

쾅!

돌진하던 차가 멈춰섰다.

빡친 주헌이 한 발로 슈퍼카를 멈춰세운 것이다.

단원들은 경악했다.

'미친, 저걸!'

물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그의 유물 덕분이었다.

[네메아의 사자를 때려잡은 헤라클레스의 유물 (SS급-신급 / 귀속성)]

바로 주헌의 벨트였다.

그리고 사자가 박혀 있는 벨트가 반응하자 일리야가 입을 떡 벌렸다.

"와 저거 유물이었어? 난 완전 베르수스 신상품인 줄 알았는데."

역시 주헌의 위장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새 그리스신화 물건들을 뒤진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유물이 강한 힘을 냈다.

[10초 동안 신의 육체를 얻게 됩니다.]

[10초 동안 신의 괴력을 얻게 됩니다.]

주헌은 짜증 섞인 얼굴로 콱콱 슬레이프니르를 발로 밀어냈다.

결국 질질 밀리던 슬레이프니르는 당황한 듯했지만, 주헌은 팔짱을 낀 채 놈을 밀어냈다.

"자, 좋은 말로 할 때 손."

그 말에 빡친 슬레이프니르가 아예 몸채를 들어올려 주헌을 내리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 하라니까 콱!"

주헌은 사정없이 슬레이프니르를 걷어찼다.

콰지지직!

동시에 수십억짜리 슈퍼카가 찌그러지고 말았다.

어지간해서는 흠집도 나지 않았던 그 유물이!

슬레이프니르는 아파서 울어댔다.

물론 단원들도 울었다.

"아이고! 저거 수리비!"

"단자니이임! 저거 아이고!"

결국 벌레마냥 뒤집혔던 슬레이프니르가 주변을 살피더니, 거칠게 휠을 굴렸다.

그리고.

부아아아아아앙!

"아! 저게!"

뚫린 벽을 통해 슝 날아가버렸다.

유재하가 쫓아가려고 하자 주헌은 유재하의 어깨를 툭툭 쳤다.

"됐어. 천천히 쫓아가면 돼. 어쨌든 저놈 덕분에 대감옥을 탈출할 수 있던 거지?"

"네! 저 잘했죠?"

"그래. 가지고 나온 건 저거 하나고?"

"네? 네. 어유, 그름요. 큰 건으로 가져왔으니까 보너스. 콜?"

하지만 주헌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저, 저기 단장님?"

주헌은 당황하는 유재하에게 성큼 다가왔다.

"주신급 유물을 가지고 나오고, 아주 큰 건을 했어. 하지만 또 한 건 한 것 같은데."

"네, 네?"

"이번엔 내 잘못도 있으니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우리 재하, 또 거짓말하면 알지?"

주헌이 유재하의 주머니를 살며시 치고 가자 그는 덜덜 떨었다.

"어우씨, 저 귀신...!"

유재하가 서둘러 주머니를 털자 대감옥에서 털어온(?) 잡동사니 유물들이 짤짤짤 나왔다.

그리고 한편 그럴 때였다.

"꺄아아악!"

도심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감옥 밖으로 나온 슬레이프니르는 도심을 헤치고 다니며 난동을 부렸다.

"저, 저게 뭐야!"

"날아다니는 차다!"

슬레이프니르는 미친 듯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차는 낑낑대면서 제 주인을 찾는 것 같았다.

실제로 놈은 대감옥 입구를 부아앙 맴돌며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다.

물론 그 덕분에 주변에 있던 판도라 병사들과 유물사용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SNS와 뉴스속보로 퍼지면서 슬레이프니르에 대한 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척 봐도 상당한 급이다!"

"하늘을 나는 유물 차라니 반드시 잡아!"

주변에 있던 몇몇 왕급들도 분주하게 나타났다.

그중엔 권혁수도 있었다.

'저건 아주 귀한 신급 유물이야.'

곧 권혁수가 타이밍에 맞춰 슬레이프니르에 올라탔다.

날아다니는 비행물체에 올라탄 것 같은 엄청난 순발력이었다.

그리고 강제로 문을 열어 안에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슬레아프니르가 굉장히 싫어했다.

권혁수의 손이 닿는 것조차 정말 싫어했다.

그리고 유재하 때처럼 권혁수를 걷어차려고 했지만 글쎄.

"허, 척 봐도 마제스티 재보급인 유물을 놓칠 순 없지!"

쾅!

강한 지배력이 슬레이프니르를 노렸다.

하지만.

콰지지지직!

슬레이프니르의 힘이 어찌나 강하고 난폭한지, 천하의 사황급조차 날려버렸다.

"크윽!"

그리고 마치 말의 발굽에 차인 것 마냥 날아가버린 권혁수가 신음을 삼켰다.

"저놈이!"

그렇게 말이 더욱 난폭해질 때였다.

쉬익!

"!'

슬레이프니르가 뭔가에 반응했다.

그리고 상당한 기운에 다들 놀랐다.

'이 기운은!'

말을 향해 사납게 날아온 것은 다름 아닌 궁니르!

동시에 그것에 매달려오는 것은 주헌이었다.

그리고!

뻐억!

주헌은 차를 파괴하려는 궁니르를 멈춰 세우면서 슈퍼카를 또 냅다 걷어찼다.

또다시 벌레마냥 뒤집어진 슈퍼카!

"꺄악!"

상처는 없었지만 사람들은 까무러쳤다.

"저, 저 귀한 유물을 저렇게!"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과 동료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도로와 하늘을 막아 슬레이프니르의 도주로를 막고, 전기를 날려 말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그리고.

"지금이야!"

그들은 일제히 슬레이프니르 안에 낑겨 탔다.

동시에 사람들이 놀랐다.

"저놈이! 유물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운전대를 잡은 주헌이 능숙하게 핸들을 꺾었다.

부아아앙!

곧 차가 난폭하게 흔들리자 다들 비명을 질렀다.

"단장님! 지, 진짜 이거 타도 괜찮은 거 맞죠?!"

단원들은 발광하는 슬레이프니르의 차체를 잡으며 침을 삼켰다.

"그, 그래도 단장님 때문인가, 이놈이 우릴 내쫓진 않네!"

그런데 이때였다.

"단장님! 뒤에 추격자가!"

그 말과 함께 뒤에서 엄청난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 유물을 내놔라!"

"쫓아! 잡아라!"

추적해오는 숫자가 그야말로 한 무더기!

그러나 주헌은 차를 후진시키며 웃었다.

"걱정마. 금방 따돌려. 내 실력 못 믿어?"

그 말에 율리안이 탄식하며 성실하게 안전벨트를 맸다.

뭐 이놈을 다룰 수 있는 건 주헌 뿐인 것 같고.

"우리 중에서도 제일 드라이빙 테크닉이 좋은 건 너니까..."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잠깐."

단원들에게 안전벨트를 지시하던 율리안이 돌연 뭔가를 깨달은 듯, 주헌을 보았다.

"너 지금 운전면허는 있어?!"

"뭐?"

"너 면허 20대 후반에 땄다고 했잖아!"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침묵하던 주헌이 활짝 웃었다.

"다들 경찰 안 따라 붙게 해라~"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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