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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31화 (331/409)

331화. 최종보스? (2)

[왕의 재보를 발견했습니다.]

그 메시지에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의 재보?'

아니, 막 함정을 열고 나가려는데 뭐가 어쩌고 저째?

[재보를 발견했습니다.]

까마귀는 꿋꿋하게 그렇게 말했다.

'이 자식, 연결이 약해졌나 싶었더니.'

아니면 이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마제스티 키가 반응을 보였다.

번쩍!

눈부신 황금빛 섬광이 앞을 가렸다.

"큭."

곧 반짝이던 황금반지는 강력한 오라를 내뿜었다.

유물들의 치졸하고 흉흉한 오라와 달리 숭고하고 강력한 오라.

그 마제스티의 오라가 마치 이 함정구역을 점령하듯 뻗어나갔다.

동시에 무덤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악!"

덕분에 절벽에 쩌억 쩌억 금이 가면서 몇 명이 비명을 질렀다.

콰직!

날붙이로 절벽에 매달려 있던 몇 명이 추락하고 만 것이다.

"으악!"

떨어진 것은 주헌과 율리안, 유재하 세 명!

동시에 1인용 귀신, 악마 등 부유 유물을 쓰고 있던 일리야와 설아가 깜짝 놀랐다.

"단장님!"

둘이 동시에 단원들을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빨랐던 것은 동아줄이었다.

위험해! 위험해!

주헌의 어깨에 있던 동아줄은 제일 먼저 주헌을 묶고, 율리안을 묶고, 유재하를 묶었다.

그리고!

"엥? 커헉!"

몸을 뻗어 근처에 있는 걸 대충 붙잡았다.

그러자 벼랑 밑으로 추락하던 세 명이 우뚝 멈춰섰다.

쿵!

"후, 살았다."

"죽을 뻔했네."

그들은 죽을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주커허어억! 이제 내가 주커어헉!"

정작 일리야가 죽으려고 했다.

동아줄이 붙잡은 건 하필 일리야의 목이었기 때문이었다.

"너 이새커허억! 내 목뼈억헉!!"

그러자 당황한 동아줄이 서둘러 세 명을 끌어올렸다.

설아도 재빨리 남자들을 끌어올려 주며 도와줬다.

물론 세 명을 모두 끌어올렸을 땐 일리야는 거의 혼절해 있었다.

그걸 본 유재하가 철썩 철썩 쳤다.

"야야. 너 살아있냐?"

"이 밧줄 새끼... 죽여버릴 거야..."

비보와 악마의 버프가 없었으면 진짜 목뼈가 꺾였을 지도 몰랐으리라.

그러자 동아줄은 낑낑거렸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급한 대로 악마를 붙잡는다는 게 그만 일리야를 붙잡은 모양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결국 동아줄이 굉장히 미안해하자 주헌이 쿨하게 말했다.

"됐어, 원래 업보가 많은 놈이라 평소에도 벌 받는 거야."

그러자 일리야는 억울해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댁은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뭐 아무래야 좋았다.

"저기 봐! 함정의 출구가 열렸어!"

단원들은 절벽에 난 굴을 보고 좋아했다.

아깐 파괴하고 별 지랄을 해도 구멍은커녕, 계속 재생되던 벽이었건만.

"저기 샛길이 뚫렸어!"

"키가 먹힌 거야!"

"캬, 역시 단장님!"

다행히라며 그들은 안도했지만 사실 좋아하기엔 일렀다.

왜?

"어..."

"야씨 근데 너무 멀잖아, 저거."

그랬다.

황제의 키는 무덤의 어떤 문도 열고 닫을 수 있는 재보.

무려 함정구역에 숨겨져 있던 문도 열어냈다.

하지만 문제는...

"아오, 저 망할 안개!"

출구 근처에 잔뜩 깔린 안개가 문제였던 것이다.

일리야가 갈갈이 분쇄 당한 바로 그 안개가!

결국 단원들이 혀를 찼다.

"아무래도 키로 함정까진 어찌 못 하나 보다."

그러자 람세스가 뭔소리냐는 듯 말했다.

[무덤의 함정을 지배할 수 있는 건 나태의 열쇠다.]

"나태?"

[그래. 나태의 열쇠는 상실의 문을 열 수 있거든.]

쉽게 말해 오만의 열쇠는 신급들도 지배하려는 힘.

그리고 나태의 열쇠는 모든 기능을 상실시키는 힘.

마제스티가 무덤의 함정을 다루는 데는 나태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말에 주헌은 흥미로워했다.

'역시 유물의 왕이라고 불릴 만하네.'

그럴 때 주헌의 말을 들은 유재하가 말했다.

"하지만 그 열쇠를 각성시키려면 단장님이 나태의 죄를 짓든가, 아니면 학살하든가 해야 하는데..."

"여기엔 딱히 제물로 삼을 놈들이 없잖아요."

하지만 주헌의 눈이 번득였다.

"없긴 왜 없어."

'분명 여기에 왕의 재보가 있다고 했지.'

있어도 도망칠 눈빛이었다.

***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까마귀가 열심히 일하긴 일하고 있나 보다."

"네?"

"이 근방에 유물이 있는 모양이야. 그걸로 열쇠를 각성시키라는 거겠지."

아니, 그러라고 알려준 건 아닐 테지만.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집중해서 주변을 살폈다.

그의 움직임이 좀 빨라졌다.

"단장님?"

"주변에서 유물의 기운 안 느껴져?"

"어..."

그 말에 설아가 다급하게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워낙 함정의 흉흉한 오라가 강한 곳이라 눈치채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저기..."

뭔가 깨달은 듯, 설아가 주헌의 눈치를 살피며 눈알을 굴렸다.

주헌의 성격을 알기에 말하기 좀 곤란한 듯 했다.

"저기..."

"어딘데."

"저기에!"

주헌은 결국 설아가 가리킨 방향을 보며 웃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은 아니나 다를까 절벽의 밑이었기 때문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밑바닥.

심지어 아래에는 분쇄의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저기에 재보가 있다는 소리지."

"재보라고?"

그러자 멍멍이 유물들이 감탄했다.

[확실히 저 밑에 감옥이 하나 있어.]

[인간계집 주제에 잘도 알았군. 함정의 기운에 가려져서 잘 느껴지지도 않는데.]

동시에 주헌이 황급히 물었다.

"공명아."

"투구야."

그 확답에 순간 주헌이 웃었다.

그리고.

"잠깐만요! 단장님! 안 돼요! 저 밑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과감히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단장니이임!"

과거 일리야를 분쇄육으로 만들었던 안개 속으로!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주헌 신에너지사업 / 주헌 워터파크 / 주헌 양조장 / 주헌 지하자원사업]

에드워드는 눈앞에 있는 서류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물었다.

"뭐냐 이건."

그러자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놈이 말했다.

[뭐긴 뭐야, 촌스럽게. 새 사업이지.]

그들의 앞에 앉아 있는 건 바로 황금 지렁이였다.

어느새 출세한 건지(?) 부하까지 거느리게 된 신급 황금지렁이가 손짓했다.

그러자 지렁이의 부하들이 타닥 타닥 타이핑을 시작했다.

[주인이 새 사업을 하겠다잖아. 알았으면 빨랑빨랑 준비해. 돈 내놓으란 말이야! 당장 사업 시작하게에에에!]

지렁이가 빼애애액거리며 책상을 탕탕 내려치자 사장 에드워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가만히 있으니까 이젠 하다하다 이깟 지렁이한테도 협박을 받게 되다니.

"신사업 같은 소리 씨부리고 있네. 난 대표님한테 들은 것도 없거든?"

[당연히 못 들었겠지! 주인은 날 더 신뢰하니까! 네놈은 쓰레기야 쓰레기!]

"뭐야? 이 벌레 놈이!"

[아무튼 좋은 말로 할 때 투자금 내놔아아!]

에드워드는 기가 막혔다.

"야!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야! 어떻게 이 사업들을 한꺼번에 다 한다고 그래! 에너지 사업에, 워터파크 사업에, 술에, 상부상조, 택배업까지. 장난하냐! 갈아서 화장품으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꺼져!"

[아씨! 주인은 할 수 있다니까아아아아!]

답답해진 지렁이는 바로 주헌이 접수한(?) 그리스 문물의 유물 목록을 화면에 올려주었다.

[보라고! 이게 주인이 이번에 다 접수한 거라고!]

그 광경에 에드워드도, 몰래 훔쳐보고 있던 그레이브 컴퍼니 직원들 모두가 놀랐다.

주헌이 이번엔 무슨 유물을 가져왔나 싶었더니.

"...이 미친!"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심지어 유명한 것들이 바글바글했다.

"대표님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짓을!"

"저, 저게 가능해?"

척 보기에도 엄청난 유물들이었다.

하나같이 기본 신급 유물들!

저걸 사업에 활용하면 엄청난 결과물이 나올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미친. 가이아 유물까지 얻어서 없는 대륙도 만들어낼 분일세."

아마 주헌이 저 유물들을 다 얻은 게 세상에 퍼지면 난리가 날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일단 인사팀에 연락이나 해놔라! 아마 대표님 돌아오자마자 사람부터 와장창 뽑을 거다!'

"아, 네, 네!"

하지만 이때 주헌의 동생, 조이가 급하게 물었다.

"잠깐! 그런데 주헌이는? 괜찮은 거 맞..."

그럴 때였다.

콰과광!

"!"

갑자기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다.

"꺄아아악!"

동시에 회사에 있던 사람들, 아니 전 세계의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하늘에 믿을 수 없는 게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저, 저게 뭐야!"

마치 구름에 숨겨져 있던 요새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검은 요새라고 해야 할까.

그뿐이 아니었다.

[전 세계 각지에 알 수 없는 건축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고분화 현상과는 관련이 없으며...]

하늘에서는 요새나 섬이 나타나고, 바다에서는 숨겨진 도시가 떠오르고, 사막에서도 탑이 솟아올랐다.

도시에서도 거대한 돌부처 같은 얼굴이 지면을 비집고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대감옥들의 일부였다.

이면세계에 있던 대감옥들이 세상에 쏙쏙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부 판도라 수뇌부의 짓이었다.

당장 심상세계로 보내도 모자를 대감옥을 도리어 세상에 끄집어 낸 것이었다.

그 미친 유물 욕심에!

심지어 숨겨져 있던 입구까지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왜?

"감옥에 들어갈 키가 없다는 게 문제야."

그 말을 한 것은 판도라 발굴팀 중 하나였다.

그는 바로 로키의 유물을 가진 사내였다.

오만의 탑에서 주헌에게 개떡이 되어 도망쳤던 바로 그 로키 유물.

곧 로키 유물사용자의 부하들이 말했다.

"이 감옥에 들어갈 수 있는 건 현재로선 사실 서주헌 뿐 아닙니까?"

"저희도 그 마제스티의 키가 없으면 탐색은 불가능합니다."

그러자 그 근방에 있던 장관이 화를 냈다.

"그걸 어떻게든 해보라고요! 서주헌이 좋은 유물을 다 먹게 내버려둘 수는 없잖소!"

그 말에 로키사용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확 그냥.

누군 내버려두고 싶어서 내버려두나.

"아 빨리 이깟 감옥 안 열고 뭘 하는 겁니까!"

"원탁의 기사라는 것들도 참으로 무능하구만!"

"왕급도 못된 떨거지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

뭐가 어쩌고 저째.

로키 사용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왕급이 못된 게 아니라 양보를 한 것뿐이지!'

자신들의 목적은 그깟 왕급이 되는 게 아니라 왕급들을 뽑아 마제스티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그런데 이사회에 있는 수뇌부들은 그걸 구분 못 하고 있고.

"뭐, 출신성분이 천한 놈이 참아야지."

같은 원탁의 기사가 로키사용자의 등을 두들겼다.

"우리 같은 졸부들은 닥쳐야지. 저놈들이 귀를 기울이는 건 같은 원탁의 기사 중에서도 성골 출신뿐일 테니까."

"성골? 그게 뭔데?"

"아 있어. 그런 게. 어쨌든 크게 신경 쓰지 말자구. 난 솔직히 서주헌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 사이에 몇 개나 유물을 털 수 있겠어."

그리고 그럴 때였다.

쿠르릉!

"!"

대감옥이 크게 뒤흔들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

"단장님! 단자니이이임!"

한편 설아가 새하얗게 질린 채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녀는 주헌을 따라서 자신도 절벽 밑으로 떨어지려고 했다.

"단장님!"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동료들이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진정해!"

"하지만 저 안개는!"

동시에 일리야도 드물게 충격을 받은 듯 아래를 보았다.

"단장, 설마 자살한 거야? 감옥에 있다가 정신줄을 놓았나? 설마 이게 나태의 죄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솔직히 주헌이 스스로 함정으로 뛰어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율리안도 크게 당황했고, 유재하도 뛰어들려다가 제지당했다.

"아씨, 좀 놔봐! 단장님, 피닉스의 깃털도 안 가져갔을 텐데!"

하지만 그 무렵, 정작 주헌은 아주 멀쩡했다.

'역시나.'

단지 좀 여기저기 쑤실 뿐.

절벽 밑에 드러누워 있는 주헌은 끙 신음을 흘렸다.

"역시 이곳의 안개는 눈속임이었어."

분쇄의 안개와 닮긴 했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어쨌든 여기에 왕의 재보가 있다는 건데.'

그리고 절벽 밑에 떨어진 주헌이 고개를 돌릴 때였다.

[저기에 뭔가가 있다.]

문득 말한 건 멍멍이들이었다.

"그래. 마제스티의 투구 말이지."

주헌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이때 주헌은 뭘 본 건지 예상대로라는 듯 웃었다.

귀 밑에 털.

머리에 달린 뿔.

고대 중국 황제와 싸웠다고 하는 맹렬한 군신.

거기에 있는 건 마치 도깨비와 같은 낯익은 형상이었다.

"딱 걸렸어. 다음 제물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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